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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79화 (58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79화>

“아니, 이게 뭐야!?”

센트라 분쟁이 일어났을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신강릉이 아닌 강릉역 광장이 이렇게 난장판이 됐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설마, 최설이 저기에 휘말린 건 아니겠지!?”

자신도 모르게 말한 순간.

천문석은 너무나 생경한 감각을 느꼈다.

그동안은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난장판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없는 곳! 최설을 중심으로 난장판이 됐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하늘에서 땅으로 향하는 시선!

천문석은 직감했다.

‘하늘에서 땅님으로 갈아탄 덕분이구나!’

자신의 탁월한 선택에 새삼 감탄하는 순간.

띠리리리-

휴대폰이 울렸다!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니 화면에 뜬 이름 최설!

바로 전화를 받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부사장…… 여기…… 이야압! 야, 이 새끼야! 어디를 만…….”

중간에 뚝 끊겨 버리는 전화!

그러나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온 익숙한 외침과 고함, 함성만으로도 최설의 지금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설은 저 난장판에 휩쓸렸다!

“와, 최설! 이 재수 없는 녀석!”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며 달리려는 순간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들뜬 목소리.

“알바! 광장 엄청 재밌을 거 같아! 빨리빨리! 우리 빨리빨리 달려가자!”

특급 헌터는 상기된 얼굴로 두 주먹을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 위에서 목말을 타고.

“…….”

천문석은 말없이 몸을 돌려 편의점으로 달렸다.

“알바? 거꾸로야! 반대라니까!”

“…….”

대답 없이 한달음에 달려 편의점에 도착한 천문석.

“앗! 알바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내가 사줄게! 얼른 사서 가자!”

천문석은 바로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며 외쳤다.

“잠시만! 부탁 좀 드릴게요!”

“무슨 부탁! 우리 빨리빨리 난장판 가야 한다니까! 빨리 내려 줘! 내가 아이스크림 사 올게.”

“네? 부탁이라고요?”

눈을 동그랗게 뜬 선해 보이는 20대 아르바이트생.

천문석은 짧게 고개를 숙이며 헌터용 신분증을 내밀었다.

“제 신분증입니다. 잠시만 맡아주세요.”

“네? 신분증을 맡아달라고요?”

“아뇨. 이 녀석 20분 정도만 맡아주세요!”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잡아서 내밀었다.

“……?”

“……!”

어이없어하는 시선과 충격받은 시선!

잠시 후 천문석은 혼자서 편의점에서 나왔다.

“으앗! 알바! 같이 가! 나도 난장판에서 놀고 싶단 말야!”

꽁꽁 묶인 꼬맹이의 분노한 외침을 등 뒤로 하고 천문석은 전력으로 달렸다.

최설 대리를 저 난장판에서 당장 빼내야 했다!

순간 머릿속에 동선이 그려진다.

[강릉역 광장, 최설 찾기!-> 금성 편의점, 특급 헌터 회수! -> 택시 -> 법왕사, 한호석 교수 만남! -> 칠성산 이상 던전 진입!]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1단계 최설 대리를 찾는 것!

그러나 휴대폰은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상태다!

하지만 천문석에겐 최설을 단숨에 찾을 방법이 있었다.

처음 생각대로 광장에서 크게 소리치면 된다! 조금 더 이목을 끄는 방법을 사용해서!

천문석은 재빨리 장비를 확인했다.

간단한 의뢰라 강화 전투복, 방검방탄복, 마탄 리볼버는 챙기지 않고, 철심과 플레이트가 들어간 재킷에 레이 실트의 강철봉만 챙겼다!

방어력은 급감했으나, 어차피 최설만 빼내면 된다. 오히려 평범한 초짜 헌터 같아 보여 나쁘지 않다!

얼굴만 가리면 된다.

천문석은 허리에 찬 잡낭 안을 손으로 훑었다.

손끝에 걸린 익숙한 촉감, 머플러!

재빨리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목을 가다듬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단숨에 최설을 찾아서 데리고 나온다!

곧 눈앞에 강릉역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 주위 도로에 자동차, 화물차, 승합차, 버스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헌터용 장갑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들!

그리고 이 차량 사이사이 쇠파이프, 각목 등으로 무장한 헌터들이 서 있다.

대부분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헌터가 아닌 용역 헌터들이다.

곳곳에 제대로 무장한 헌터들이 있지만 극소수!

대부분은 난장판이 된 광장으로 들어가고, 일부만 남아 경계를 지키는 상황!

충분히 뚫을 수 있다!

천문석은 견적이 서는 순간 차단된 도로를 직선으로 가로질렀다.

“야! 멈춰!”

“너 뭐 하는 놈이야!?”

“야, 저기 뚫리잖아! 막아!”

다급한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도로를 박차고 연속으로 뛰었다!

쿵, 쿵, 쿵-

자동차 보닛!

화물차 화물칸!

가로로 주차된 버스 지붕 위!

단숨에 버스 지붕에 뛰어올라 광장을 훑었다!

-누군가를 찾아 다급히 달리는 용역 헌터들!

-용역 헌터들과 시비가 털려 주먹을 날리는 헌터들!

-광장 가장자리 환호성을 지르며 구경하는 헌터들과 일반인들!

-구경하다 피가 끓어올랐는지 난장판으로 달려드는 헌터들!

-강릉역 방향 발을 동동 구르며 환호하는 일반인들까지!

강릉역 광장은 수많은 헌터들이 엮인 하나의 거대한 난장판이 된 상황!

이 난장판 속에서 최설을 찾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거꾸로 최설이 자신을 찾아오게 하는 것!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끌어올렸다.

마음이 움직이고, 그 마음에 기경팔맥을 흐르는 일기일원공이 움직이는 순간!

영맥이 없어 그저 존재할 뿐인 천지간의 진기를 강제로 움직였다!

콰드드드드득-

대기를 쥐어짜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존재감과 위압감!

버스 지붕으로 올라오던 용역 헌터들이 굳어 버릴 때.

천문석은 끌어올린 내력을 모두 실은 진각을 밟았다.

툭-

너무나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콰아아앙-

그러나 다음 순간 버스의 대형 타이어 가 모조리 터져 나가고 유리창이 박살 나 쏟아졌다!

으아악-

버스에 매달린 용역 헌터들이 사방으로 나뒹구는 순간.

엄청난 진동이 물결치듯 광장으로 쏘아졌다!

쿵, 쿵쿵, 쿵쿵쿵-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는 광장!

으악-

어어엇-!

난장판이 된 광장에 자리한 모든 사람이 팝콘처럼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시바 이게 뭐야!?”

“지진! 지진 난 거 아냐!?”

다급한 비명이 터지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다급히 몸을 숙여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진동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불과 10초!

그러나 이 10초면 충분했다.

어느새 뒤엉켜 광장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들던 모든 사람이 멈춰 있었다!

이제 최설이 자신을 찾아 빠져나오게 하면 된다!

그러나 뒤끝 쩌는 용역 놈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된다!

그것도 문제없다!

최설을 처음 만났을 때 사용한 이름을 쓰면 되니까!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실어 광장을 향해 외쳤다.

[천검 이세기가 왔다!]

* * *

[…… 천검 이세기가 왔다!]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진 듯한 외침이 강릉역 광장을 뒤흔들었다!

이 순간 반응이 극명히 갈렸다.

비각성자들은 폭탄이 터진듯한 굉음에 주저하지 않고.

각성자들은 외침에 실린 엄청난 힘에 전율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외침을 터트린 목적의 이목을 끌었다!

용역 헌터들을 연신 쥐어박으며 난장판에서 무쌍을 찍던 최설!

최설은 외침을 듣는 순간 누가 왔는지 바로 알아챘다!

천검 이세기!

자신이 부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사용한 가명이다!

“드디어 왔구나! 하하하- 야, 바로 달리자! 저기 왔어!”

다급히 외쳤으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야!?”

깜짝 놀라 몸을 돌리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친구가 보였다.

그리고 다급히 달려와 옷깃을 잡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진교은.

“천검!? 천검 이세기가 너희 부사장이라고!? 그게 진짜야!? 정말로?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천검 이세기?”

“맞아! 천검……! 이름! 아앗! 그 이름 말하면 안 돼!”

진교은은 사색이 된 얼굴로 파르르 떨었다.

‘천검 이세기!’

이건 천문석 사장의 2번째 이름이나 마찬가지였다.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그리고 자신까지 모두 한 번씩은 낚였던 가명!

진교은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사장과 만나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다!

“야, 설명하려면 좀 길어! 자세한 건 나중에! 우선 빠져나가고 이야기해 줄게! 달리자!”

최설은 바로 진교은의 손을 잡아끌고 달렸다.

진교은은 최설을 따라 달리며 멀리 광장 너머 자신이 천검 이세기라고 외친 사람을 봤다!

거리가 멀어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 한 사람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거대 거북이에 태워진 채 남중국까지 흘러 들어갔을 때 만난 이상한 권력자!

제주도로 돌아온 후에야 그 이상한 권력자의 진정한 정체를 깨달았다.

천검 이세기!

지금 남중국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절대자!

그런 천검이 여기에 있을 리 없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천검의 ‘이세기’란 이름은 극비!

그 이름을 비밀로 한 이유 자체가 거대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

당연히 그 정치적 타협을 한 사람들, 철검장은 비교도 안 되는 권력자들이 움직일 거다!

진교은은 떨리는 눈으로 앞서 달리는 최설을 봤다.

암살검 한경석!

이태성 길드장!

그리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부사장 ‘천검 이세기’!

최설은 천검 이세기라고 외친 사람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이 순간 진교은은 마치 불지옥으로 끌려가는 것만 같았다!

‘최설!? 너 도대체 어떤 회사에 다니는 거야!?’

* * *

진교은이 경악했을 때.

또 한 명 경악한 사람이 있었다.

강릉역에서 난장판이 된 광장을 내려다보던 왕체!

왕체는 사색이 된 얼굴로 덜덜덜 떨었다.

[…… 천검 이세기가 왔다!]

‘천검 이세기!’

자신도 우연히 알게 된 절대자의 이름이 엉뚱하게도 한국 강릉에서 울려 퍼졌다!

손발이 파르르 떨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설마설마설마!?’

자신이 끼어든 난장판에 진짜 천검 이세기가 나타났다고!?

거대 괴수조차 홀로 쓰러트리고, 군단급 병력조차 멈춰 세우는 천검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왕체는 재빨리 헌터용 헬멧을 쓰고 줌을 끝까지 당겼다!

외침이 터져 나온 장소는 기울어진 버스 위!

그 위에 우뚝 선 한 남자가 보였다!

“……!”

쿵쿵, 쿵쿵쿵-

심장이 터질 듯 진동할 때.

왕체는 재빨리 이 남자의 전신을 훑었다!

천검의 얼굴은 이름과 마찬가지로 비밀!

그러나 천검의 검!

그 유명한 십자검은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다!

검신에 새겨진 두 글자만 확인하면 된다!

창천(蒼天)!

이때 자신이 이세기라고 외친 남자의 무기가 보였다!

‘창천’ 두 글자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이 남자의 등에 걸린 무기는 검이 아니었다.

아니, 무기라고 하기도 모호했다.

손에 딱 잡힐 정도 굵기의 1m 50cm 남짓한 철봉…….

이 철봉을 보는 순간 불쑥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헬스장 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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