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68화 (56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68화>

한국 헌터 업계에 바이럴 마케팅을 처음 도입한 현대정보컨설팅 그룹.

거창하게 정보컨설팅 그룹이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사실 그 시작은 마케팅 업체 출신 대표와 검찰 조사관 출신 실장, 두 사람이 만든 흔한 뒷골목 정보상, 심부름센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대표와 실장 두 사람 모두 헌터 업계에는 별다른 인맥이 없었다.

이건 인맥으로 돌아가는 헌터 업계, 그중에서도 더욱 폐쇄적인 정보업계에선 엄청난 페널티였다.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은 정보상 연합의 극심한 견제를 받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몇 개월이나 월세를 밀리고 이제 진짜 끝장이라고 생각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유희명 대표가 특기를 살려 지식인에 올린 바이럴 마케팅에 남미 출신 헌터 4인조가 낚인 것이다!

그리고 이 4인조 헌터가 한 사람과 얽히면서 모든 게 변했다.

암살검 한경석!

유희명 대표가 암살검 한경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 호텔 본점에 사무실을 낸 순간 정보상 카르텔의 극심한 견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인전 랭커 암살검은 겉으로 드러난 힘보다 뒷골목에서 가진 힘이 더 컸다.

안전 호텔 오너!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가족과 자신의 안전을 지켜 줄 안전 호텔 오너의 심기를 거스를 정보상 연합의 사람은 없었다!

그 이후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바이럴 마케팅!

이 말 그대로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의 소문이 나면서 선순환이 시작됐다.

포털 사이트, 뉴스 기사, 디시인사이드 개념 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린 수많은 바이럴 마케팅 글에 낚인 의뢰인들이 끝없이 밀려 오고 있었다!

소문에 손님이 모여들고 모여든 손님에 다시 소문이 퍼져 나갔다.

이제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은 대표와 실장 둘뿐인 작은 정보상이 아니었다.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견 정보상이었다!

그런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의 임제원 실장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타겟 상태 확인했습니다. 타겟은 23번째 허탕을 치고는, 어젯밤부터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네.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이미 준비 끝내 놨습니다. 타겟이 움직이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 24번째 문자를 보내시면 됩니다. 타겟은 다시 한 번 허탕을 칠 겁니다.”

=……

“네. 저희 쪽 필적 전문가가 깜지 작성도 완료했습니다. 예전처럼 깜지 반성문은 청량리역 사물함에 넣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

딸깍-

의뢰인과의 통화를 끝낸 임제원 실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몇 달 전까지 월세 걱정을 했던 게 무색하게도, 물밀 듯이 밀려 오는 의뢰로 회사는 창사 이래 최고의 호황이었다.

그러나 점점 더 어이없고, 황당한 의뢰가 들어오고 있었다.

임제원 실장의 시선이 책상 위 서류함으로 향했다.

-국민대의 수호자, 뽀미의 숨겨진 자식 찾기.

-시고르자브르 광장의 진짜 주인 서리 늑대 수색.

-모든 것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시간 여행자 추적.

-자신들의 뒤를 쫓는 무시무시한 적, 어린아이의 행적 파악.

그리고 방금 통화를 끝낸 목적을 알 수 없는 거액의 의뢰.

꼬맹이를 계속 뺑뺑이 돌리고, 필적 전문가에게 깜지 반성문을 대리 작성해 달라는 의뢰.

“…….”

임제원 실장은 문득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돌아봤다.

줄줄이 이어지는 십여 개의 책상.

책상마다 3, 4개의 모니터와 4, 5대의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책상에 앉은 직원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실 직원 수만 10명이 넘는다.

여기에 재택근무 중인 시간제 직원까지 다 합치면 직원 수는 50명에 달한다!

정보상 연합의 견제에 말라 죽어 가던 몇 달 전에는 선배가 만든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이 이렇게 성장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희명 대표는 한번 탄력을 받는 순간 단숨에 몸집을 키우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다른 정보상도 바이럴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지만, 마케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유희명 대표에게는 상대가 안 됐다.

회사의 직원 대다수가 이대로 1, 2년 후쯤이면 종로에서 손꼽히는 정보컨설팅 그룹이 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방첩부대와 검찰 조사관을 거친 임제원 실장의 촉이 움직였다.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

며칠 전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불쑥불쑥 치솟았다.

갑자기 태풍이 몰아쳐 이 모든 게 박살 나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하아- 뭐 이렇게 불안하냐…….”

임제원 실장이 한숨 쉬며 고개를 저을 때 한 책상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실장님! ‘대환단’ 확인했습니다!”

상념에 빠져 있던 임제원 실장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대환단! ’

어제 새벽에 갑자기 들어온 긴급 의뢰!

새벽 미팅을 요청한 의뢰인은 ‘대환단’, ‘헌터 장비 대여 중개’로 엄청난 선금을 건네고 성공보수를 약속했다!

임제원 실장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외침이 들려온 책상으로 뛰어갔다.

“이 화면을 보시면 됩니다. 임실장님!”

화면을 훑는 순간 주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

[대환단 파격 세일!]

확실한. 소림사. 대환단. 정품보장.

직거래 장소. 대환단 증명.

최소입찰 3억!

///

지금까지 찾은 ‘대환단’이 백만에서 천 단위였던 것과 달리 억 단위로 뛴 가격!

임제원 실장은 직원에게 바로 확인했다.

“이게 몇 번째 대환단이지?”

“어젯밤부터 27번째입니다!”

“증빙 서류는? 대환단이란 걸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나?”

“증빙 서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시면…….”

확대된 사진 화면 곳곳을 짚는 직원.

“아무 문양 없는 투박한 나무 곽. 단약 표면에 씌워진 금박이 없다는 것. 그리고 단약의 크기. 의뢰인이 제시한 여러 조건이 일치합니다! 그리고 여기를 보십시오.”

직원은 모니터 가장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NTM_CHS – VIP]

아이디와 그 옆에서 빛나는 VIP등급 표시!

임제원 실장은 직원이 하려는 말을 바로 알아챘다.

등급이 높을수록 사기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헌터 물품 거래의 구매자들은 마수와 몬스터를 사냥하는 거친 헌터들.

헌터들에게 사기를 치는 사기꾼은 등급을 올리기도 전에 아작이 난다!

“그리고 여기 그동안 거래한 내역입니다.”

-강화 철괴.

-치르치르 수액.

-식물형 마수 액상 마석.

-외뿔 코끼리 뿔.

-신강릉 칡소 폭포수.

……

거래 만족도는 약속이라도 한 듯 최고점!

등급과 거래 내역을 볼 때, 지금까지 확인한 대환단 중에 진짜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임제원 실장은 사이트 이름을 확인했다.

“헌터 나라? 이런 사이트도 있었나? 이 사이트 새벽에 검색엔진 돌릴 때는 안 걸린 것 같은데?”

“여기 회원제 헌터 직거래 사이트라 검색엔진에 안 긁힌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됐다. 지금 중요한 건 이유가 아니다!”

임제원 실장은 손을 들어 직원의 말을 끊고 바로 박수를 쳤다.

짝-

박수 소리에 직원들의 이목이 모이는 순간 임제원 실장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대환단’일 가능성이 높은 물건을 찾았다. 사이트 링크 클라우드에서 확인해라!”

“1팀! 해당 물건 분석 시작한다! 다른 정보상 이목을 끌 수 있으니 접촉 절대 금지!”

“2팀! 혹시 모르니, 계속 다른 대환단 후보 검색하고. 다른 정보상 움직임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계속한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보고하도록! 의뢰인은 내가 직접 만나겠다!”

임제원 실장은 지시가 끝나는 순간 바로 태블릿을 확인했다.

분할된 화면 양쪽에 헌터 나라 사이트와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분석 데이터가 보였다.

“이 아이디 주인 신상 명세, 휴대폰 번호는 언제쯤 나오지?”

“이 사이트 허술한 겉모습과 달리 보안이 막강합니다! 온라인으로 뚫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팀 움직이면 4-12시간쯤 걸릴 것 같습니다. 휴대폰 번호는 기존 거래에 흘린 게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임제원 실장은 태블릿을 들고 사무실에서 나서며 전화를 걸었다.

의뢰인은 회사 사무실이 있는 안전 호텔에 투숙 중, 10분이면 만나서 정보를 전할 수 있었다!

띠리리-

송신음이 한번 울렸을 때 의뢰인은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곧 마법 각인을 받은 외국계 헌터 특유의 억양이 담긴 한국어가 들려왔다.

“왕체입니다.”

“현대정보컨설팅 임 실장입니다. 타겟일 확률이 높은 물건 발견했습니다.”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잠시 후 회의실에 유희명 대표, 임제원 실장, 의뢰인 왕체가 모였다.

“이 태블릿을 보시면 됩니다.”

왕체 앞에 놓이는 태블릿.

태블릿 화면에는 단약이 담긴 작은 나무 곽이 띄워져 있었다.

화면을 보는 순간 왕체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쿵, 쿵쿵쿵-

장주님에게 들은 정보를 되새길 필요도 없었다!

철검장의 단혈철검 주호!

장주님이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는 빈 나무 곽!

대환단이 담겼었다는 그 나무 곽과 똑같은 나무 곽이 화면에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 대환단이 나타났다!

왕체는 재빨리 화면을 스크롤 해 확인하며 외쳤다.

“이 물건 상태가 어떻습니까? 아직 팔리지 않은 거 맞습니까!?”

의뢰인의 다급한 외침에 유희명 대표와 임제원 실장의 눈이 마주쳤다.

‘제대로 찾았다!’

‘제대로 찾았구나!’

임제원 실장은 바로 대답했다.

“네.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시작가 3억 경매로 올렸는데…….”

순간 왕체의 시선이 태블릿 화면 한쪽에 자리한 숫자에 꽂혔다.

[300,000,000]!

보는 순간 직감했다.

대환단 가격이구나!

3억 위안!

대환단을 구하기 위해 준비한 10억 위안의 1/3도 안 되는 가격!

생각할 것도 없었다!

왕체는 바로 고개를 들어 이글거리는 눈으로 임제원 실장을 봤다.

“3억! 당장 가능합니다! 바로 거래할 수 있게 다리를 놔주십시오!”

“네? 아니 아직 물건의 진위 확인도 안 됐는데…… 우선 물건부터 확인하고 신중히 협상하시는 게…….”

“확인, 협상 모두 필요 없습니다! 3억! 물건을 받는 자리에서 바로 지급하겠습니다. 거래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

임제원 실장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던전에서 영약이 아이템이 나오면 꽝이 나왔다고 말해진다.

영약은 각성 헌터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고, 부자나 일반인이 혹시나 하고 먹는 좀 비싼 영양제일 뿐이니까.

‘그런 영약에 3억을 태운다고!?’

‘이 의뢰인 제정신인가!?’

임제원 실장이 넋을 놓고 보자, 유희명 대표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지금 이 물건은 최소 경매 대금 3억으로 일주일 기간이 걸려 있습니다…….”

“즉시 입찰은 안 되겠습니까?”

“……어차피 직거래 중계사이트라.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딜을 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급한 모습을 보이면 비용이 많이…….”

왕체는 테이블을 내려치며 외쳤다.

“거래를 성사시켜 주시면. 성공보수 두 배로 지급하겠습니다!”

“당장 딜을 성사시키겠습니다!”

유희명 대표가 외치는 순간, 임제원 실장이 다급히 외쳤다.

“대표님! 아직 판매자가 누군지도…….”

“야, 걱정하지 마! 나 직거래 경력 10년이야! 금액이 좀 크긴 하지만 한 방에 끝낼 수 있어! 앗! 너 헌터 등록증 좀 꺼내봐라. 회원가입부터 해야겠다.”

드드드드득-

유희명 대표는 바로 헌터나라 사이트에 가입하고 대환단 판매자에게 보낼 쪽지를 작성했다.

[대환단 직거래 희망합니다. 최소 경대대금에 추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거래하고 싶은데 얼마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쪽지를 보내려는 순간.

쿵, 쿵, 쿵, 쿵-

벽을 타고 진동이 울려 퍼졌다!

흐아앗-

유희명 대표가 깜짝놀라 외쳤다.

“제원아! 벽 또 울리잖아! 빨리! 너, 빨리 위랑 아래층 확인해 봐! 이거 심상치가 않아!”

“대표님. 그냥 층간 소음입니다.”

“아니야! 내 촉이 움직이고 있어! 이거 절대 층간 소음 아냐!”

하얗게 질린 유희명 대표가 당장이라도 뛰어나가려 할 때.

쿵-

왕체가 테이블을 내리치고 다급히 외쳤다.

“거래부터!”

“앗! 죄송합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정신을 차린 유희명 대표는 바로 쪽지를 전송했다.

그리고 세 사람의 긴장된 시선이 태블릿에 모이는 순간.

띠링-

짧은 알림음과 함께 화면 가운데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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