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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23화 (52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23화>

전생을 기억하기 전 빡세게 알바를 돌리던 시절.

천문석은 상상했었다.

‘로또 좀 맞으면 좋겠다!’

로또 당첨이라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상상이란 말인가!?

천문석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어떻게 당첨금을 받을지, 그 돈으로 무엇을 사고, 어디에 투자할지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로또 당첨 계획!

그러나 로또를 사본 적이 한 번도 없기에, 당연히 로또 1등은커녕 5등에 당첨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천문석은 수없이 상상하고 계획을 세웠기에 자부했다.

로또에 당첨되면 냉철하게 주도면밀하게 행동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서리 늑대!

수천억 원 광장의 주인 서리 늑대가 탱탱볼처럼 튕기는 걸 본 순간.

천문석은 손을 들어 서리 늑대를 가리키며 외치려 했다.

서리 늑대!

2000년 대한민국에서 헤어진 서리 늑대가!

왜 우리 집 옥상에서 탱탱볼처럼 튕기고 있는 거야!?

그러나 머릿속 문장이 입에서 튀어나온 순간 문장은 어느새 기괴한 괴성으로 변해 있었다!

으어어어어-!

이때 서리 늑대를 탱탱볼처럼 던지던 사람이 괴성을 듣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까맣게 탄 얼굴이 보이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천문석은 서리 늑대를 던지던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다.

특급 헌터!

자신의 옥탑방 앞에서 서리 늑대를 탱탱볼처럼 던질 사람은 특급 헌터밖에 없었다!

이때 돌연 말문이 트였다.

“야! 저 늑대 어떻게……!”

“아르르르바아아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특급 헌터는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와 폭풍처럼 말을 쏟아 냈다.

“알바! 잘 갔다 왔어?”

“알바 내가 엄청 기다렸어!”

“할 말 엄청엄청 많아! 앗 잠시만!”

특급 헌터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내밀었다.

“내가! 철수형 연애 아주 자세히 기록했어! 얼른 봐! 빨리 봐봐!”

얼떨결에 수첩을 받아 펼치자, 꼬물꼬물 아이 특유의 필체로 적힌 기록이 보였다.

-철수형 떡볶이 먹으며 데이트함!

-세인 누나 짜장 떡볶이, 화영 누나 치즈 떡볶이로 난장판이 됨!

-나랑 세연 누나가 재빨리 뛰어가서 난장판을 해결해줌!

……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짜장, 치즈 떡볶이로 난장판이 됐다고? 세연이랑 네가 그 난장판을 해결했고?”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하는 특급 헌터.

“맞아! 내가 어떻게 해결했냐면…….”

“앗!”

이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지금 중요한 건 짜장, 치즈 떡볶이가 아니다!

눈앞에 서리 늑대가 있다!

그 서리 늑대가!

“야, 그보다 저기 서리 늑대 어떻게 된 거야!? 쟤가 왜 여기 있어!”

“서리 늑대?”

특급 헌터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동글동글한 강아지를 보는 순간 외쳤다!

“앗! 강아지! 탱탱이 말하는 거야!? 잠깐만!”

다다닥- 달려가 축 늘어진 동글동글한 서리 늑대를 번쩍 들고 돌아오는 특급 헌터!

가까이 다가오니 더 확실했다!

어째선지 커다란 몸이 강아지처럼 확 줄어들고, 체형이 더 동글동글한 털 뭉치처럼 변했지만, 얼굴이 너무나 익숙했다!

서리 늑대!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돌아오는 순간 헤어진 그 서리 늑대가 맞았다.

천문석은 재빨리 서리 늑대의 등과 목을 쓰다듬으며 외쳤다.

“야! 나야! 북한산에서 너 업고 달린 사람! 눈 좀 떠봐!”

서리 늑대는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귀찮은 듯 꼬리를 휙휙 저으며 짖었다.

왕-

“야, 나 기억 안 나? 우리 같이 위험을 헤쳐나왔잖아!”

그러나 여전히 귀찮다는 듯 눈을 감은 채로 쩌억- 하품을 하며 짖는 서리 늑대!

왕왕-

“자기는 오늘 할당량 채워서 쉬어야겠다는데? 말 걸지 말래.”

“할당량?”

“할당량 내가 정했어! 탱탱이! 맨날 먹고 자고 놀아서 몸이 동글동글해졌거든! 그래서 내가 할당량 정해서 운동시켜 주고 있었어! 이렇게!”

이야압-!

특급 헌터는 기합을 지르며 양손으로 서리 늑대를 휙 집어던졌다!

옥탑방 벽을 향해서!

휘이이잉-

공중을 날아 벽에 충돌하는 순간.

탱, 탱, 탱-

서리 늑대는 탄력 있는 공처럼 벽과 바닥에 튕겨 돌아왔다!

특급 헌터는 돌아온 서리 늑대를 능숙하게 잡고 바로 다시 던졌다.

이야얍-!

휘이잉-

탱, 탱, 탱-

휘이이잉-

탱, 탱, 탱, 탱-

“……!”

수천억 광장의 주인, 재앙급 마수가 탱탱볼처럼 던져지고 있었다!

특급 헌터의 손에서!

천문석이 경악으로 굳어 있을 때.

특급 헌터가 번쩍 서리 늑대를 들고 외쳤다.

“아, 힘들다! 알바도 던져 볼래. 탱탱이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서 이렇게라도 운동시켜야 해! 배가 완전히 빵빵하거든!”

둥, 둥, 둥-

특급 헌터가 배를 두들기자, 큰 북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서리 늑대가 짖었다.

왕왕-

“너 진짜로 운동해야 한다니까! 내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훅 가는 거 한순간이야!”

“…….”

서리 늑대는 재앙급 마수의 압도적인 모습은 모두 사라진 채, 꼬맹이랑 노는 동네 강아지가 됐다!

충격으로 굳어 있기도 잠시 천문석은 손을 뻗으며 외쳤다.

“특급 헌터! 그 강아지 내가 좀 안아 볼게!”

“알바 받아!”

휙 서리 늑대를 옥상 바닥에 집어던지는 특급 헌터.

탱-

바닥을 때리고 튕긴 서리 늑대를 잡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용조수 빗질을 시작했다.

쓱, 쓰스스슥-

절정의 용조수 빗질이 복실복실한 털을 가르고 시원하게 몸을 마사지하자!

번쩍-

마침내 서리 늑대가 눈을 떴다!

서리 늑대의 푸른 눈에 천문석의 모습이 담기고, 곧 두 눈에 감정이 떠올랐다.

의혹!

곧 눈을 깜빡이며 천문석을 살피는 서리 늑대!

“야, 나야 나! 너 나 기억 안 나!? 며칠 전에 내가 빗질해 주고 최고급 쇠고기 육포도 줬잖아! 앗 잠시만!”

천문석은 재빨리 마트 봉지를 열어 육포를 찢어 물려줬다.

-……!

육포가 입에 들어가는 순간 서리 늑대의 푸른 눈에 섬광이 번쩍였다.

왕, 왕왕-

반가움이 깃든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휙, 휘휙-

서리 늑대는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앗! 탱탱이가 알바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데!? 알바, 원래 탱탱이 알고 있었어!?”

“맞아! 며칠 전에 헤어졌어!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와! 진짜 상상도 못했네! 뭐 이렇게 만나냐!?”

천문석은 환호성을 터트리며 확인부터 했다.

“늑대, 아니 탱탱아! 서리혼! 우리 서리혼 조금만 내보내 보자!?”

천문석은 바로 일기일원공을 일으켜 서리 늑대의 몸 안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

그러나 바짝 말라 텅 빈 저수지처럼 서리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야, 너 어떻게 된 거야!? 서리혼!? 너 서리혼 다 어디 갔어!?”

왕, 왕왕왕-

서리 늑대는 꼬리와 몸통을 보여 주더니 픽- 바닥에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특급…….”

묻기도 전에 대답이 돌아왔다.

“탱탱이. 니케한테 물려서 힘이 없데. 맛있는 거 먹으면서 좀 오래 쉬면 힘이 돌아올 것 같다는데?”

“니케한테 물려?”

순간 머리를 스치는 장면!

서리 늑대는 마지막 순간 분노한 과거의 니케와 충돌해 세기말 대한민국에 남겨졌다!

그 후 니케에게 물렸구나!

그동안 니케에게 물린 피해자들의 어떻게 됐는지 생각하면, 서리 늑대의 서리혼이 모두 사라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니, 이렇게 니케가 사는 옥상에 평온하게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서리 늑대의 서리혼!

“특급 헌터. 탱탱이 힘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바로 확인할 게!”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번쩍 들고 외쳤다.

“친구들! 할 일이 있어! 빨리 나와! 출동!”

휘이이이잉-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솨아아아아-

무성한 나무가 바람결에 흔들렸다.

정오의 햇살이 나뭇잎에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

서리 늑대를 보고 충격을 받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솨아아아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수십 그루의 나무들.

옥상 난간에 줄줄이 늘어선 화분!

그곳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옥상에 그늘을 드리웠다!

특급 헌터가 가꾸던 나무 화분들에서 커다란 나무가 자라 있었다!

게다가 뒷산 방향 훌쩍 높게 솟은 나무는 특급 헌터가 준 앙꼬 대장 나뭇가지였다!

화분에 적당히 꽂아둔 나뭇가지가 어느새 높게 솟아 사방으로 가지를 뻗었다!

불과 2주 만에!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2주 만에 어떻게 나무가 이렇게 자란 거야!?”

손을 번쩍 든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보니까. 이렇게 자라 있던데? 앗! 이거는 내가 키운 거야!”

특급 헌터는 새싹이 머리를 내민 화분을 내밀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수박 토마토 화분!”

이때 뒷산 방향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구으으으-

띠디딛디-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뒷산에서 날아와 특급 헌터가 들고 있는 수박 토마토 화분에 내려앉고.

키, 기키키킼킼-

새끼 다람쥐가 하늘 높은 곳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활강했다!

니케!

탁-

압도적인 힘으로 모든 걸 때려 부수던 니케가 가볍게 옥상에 내려서더니 척- 능숙하게 특급 헌터에게 경례했다!

특급 헌터는 절도있게 경례를 받고 외쳤다.

“친구들! 우리 친구 탱탱이가 언제 힘을 찾을지 확인해야 해!”

순간 사슴벌레, 황금 풍뎅이, 니케 셋은 동시에 널브러진 서리 늑대에게 달려갔다!

구으으으-

사슴벌레가 복실복실한 털에 집게를 박고.

띧디딛디-

황금 풍뎅이가 긴 더듬이를 머리에 가져다 댈 때.

킼, 키키키킥-!

니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꼬리를 잡고 외쳤다!

“안 된다니까! 탱탱이 물면 안 된다고 했잖아! 니케는 저기가 있어!”

-……

니케는 힘없이 한쪽 구석으로 물러났고, 특급 헌터가 쪼그려 앉아 서리 늑대를 살폈다.

구으, 구으으-

띠딛디띠디딛-

“뭐, 진짜로!? 혹시 아닐 수도 있잖아! 자세히 좀 봐봐! 알바가 부탁한 거란 말야!”

……

특급 헌터, 사슴벌레, 황금 풍뎅이.

셋은 병상의 환자를 살피는 의사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가운데 누운 서리 늑대를 살폈다.

꼬맹이와 곤충 둘이 대화하는 장난 같은 상황.

그러나 천문석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봤다.

서리 늑대의 서리혼에 수천억 광장의 소유권이 걸렸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빠르게 커질 때 특급 헌터가 벌떡 일어나 의사처럼 고개를 저었다.

“환자의 상태가 아주 심각합니다.”

“얼마나 심각한 거야!? 힘 찾는 데 얼마나 걸릴까? 한 달? 두 달? 혹시 영원히?”

특급 헌터는 쓰지도 않은 안경을 벗어 옷으로 닦는 시늉을 하며 한숨 쉬었다.

하아-

불치병 선고를 하는 텔레비전 속 의사의 모습을 흉내 내는 특급 헌터!

“병명이 뭔데!? 어떻게 해야 힘이 돌아오는데!?”

천문석이 순식간에 몰입해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 천천히 안경을 쓰는 시늉을 하며 엄숙히 대답했다.

“심인성 영양실조입니다!”

“……심인성 뭐?”

“탱탱이님은 특급 헌터가 고등어 먹었을 때처럼 마음이 너무너무 아파서 힘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걸 치료하려면 아주아주 맛있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맛있는 약?”

왠지 모를 싸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외쳤다.

“엄청 맛있는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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