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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96화 (49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96화>

킼키킼, 키키킼키킼-

‘이 도시에 있구나! 어디에 있지!?’

케페니안 차원 용병이 외치는 순간.

파바바밧-

사진을 빠르게 넘기듯 균열 속 도시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부서진 탑.

뒤집힌 도로.

무너진 건물.

증기가 치솟는 벽.

……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모습은 곧 멈췄다.

도시 중앙, 사방이 건물과 무너진 잔해로 막힌 광장에서!

그리고 마치 클로즈업하듯 균열 속 광장이 확대됐다.

광장을 내려다보는 높은 건물 지붕.

꼬맹이 한 명이 난간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고글이 걸쳐진 야구 모자를 쓰고, 스패너로 등을 긁다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잇조각을 꺼내 보는 꼬맹이.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멍청하게 길 잃은 거 아…… 앗! 이 느낌!?”

분통을 터트리던 꼬맹이는 갑자기 흠칫 놀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케페니안 차원 용병은 홀린 듯 이 꼬맹이를 주시했다.

뭔가, 뭔가!?

먹튀 한 마법사와 아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천천히 돌아가는 야구 모자 쓴 얼굴!

짧은 머리카락, 작은 귀가 보이고, 얼굴이 보이려는 순간.

팟-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수십 개의 균열에서 재생되던 풍경이 모두 멈춰 버렸다.

깜짝 놀란 케페니안 차원 용병이 금속 상자를 마구마구 내려쳤다!

킼키키, 키키킼, 키키킼키킥-!?

‘뭐야!? 왜 안 나와! 나오란 말야!’

탓, 타탓, 탁탁-

그러나 균열 속 풍경은 여전히 멈춘 상태!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차원 용병은 멈춘 균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닥을 달려 펄쩍 뛰어올랐다.

순간 꼬맹이가 보이는 균열을 제외한 모든 균열이 같은 풍경을 비췄다.

무한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

그리고 이 모든 균열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그러나 차원 용병은 웃음은 신경 쓰지도 않고, 먹튀 한 마법사와 비슷한 느낌의 꼬맹이가 있는 균열을 향해 날았다!

휘이이잉-

균열로 들어가기 직전.

문득 마음에서 마음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구나!]

그리고 빛의 나뭇가지가 움직였다.

콰드드득-

길게 뻗은 빛의 나뭇가지가 뒤엉키더니 손 형태를 만들었다.

활짝 펼쳐진 빛의 손을!

어느새 빛의 손은 차원 용병이 날아가는 균열을 막고 있었다!

킥, 킥키킼키킼-!

차원 용병이 강하게 항의하는 순간.

빛의 손이 차원 용병을 낚아채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목소리를 전했다.

[미안하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낚아채는데 잡힐 리가 없었다!

차원 용병은 번개같이 움직였다.

팟-

섬광과 함께 공간을 넘어 피하고!

휘이잉-

빛의 손이 허공을 지나간 순간 공격 위치를 잡고!

휘이익-

눈앞으로 지나가는 빛의 팔을 향해 뛰어들어 단숨에 물었다!

그러나 빛의 팔은 허상처럼 사라져 버리고, 이빨은 허공에서 맞물렸다!

따악-

키기키키킼-!?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귀에 직접 들려오는 웃음소리!

하하하-

바로 옆!?

차원 용병이 반사적으로 공간을 뛰어넘으려는 순간.

허공에서 불쑥 튀어나온 송죽검(松竹劍)!

송죽검이 허공에 원을 그리자, 이 원에서 엄청난 와류가 생겨났다!

휘이이잉-

와류에 휩쓸린 순간 차원 용병은 단숨에 바닥으로 추락해 데굴데굴 굴렀다.

이때 송죽검이 다시 한번 원을 그렸다.

수십 미터 크기로 자라난 빛의 나무를 향해서!

휘이이잉-

빛의 나무와 나뭇가지에 생긴 수십 개의 균열이 송죽검이 그린 원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온갖 재료를 모조리 쏟아 넣고 돌리는 믹서처럼 균열 내부를 비춘 풍경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순간 허공에서 튀어나오는 검은 동전!

핑그르르르-

회전하는 검은 동전이 빛의 소용돌이로 들어가는 순간.

수직으로 떨어지는 일검!

송죽검은 원을 그리며 소용돌이치는 빛과 균열, 흑전을 단숨에 둘로 쪼개 버렸다!

모든 게 두 동강 나는 순간 소용돌이는 서로 다른 풍경을 비추는 두 개의 균열이 됐다.

[작은 산을 등지고 서 있는 건물 위, 나무 화분이 가득한 옥상.]

[광활한 늪지 한가운데 외따로 펼쳐진 도토리 숲과 이 숲을 내려다보는 바위산.]

“모든 것은 인과대로.”

허공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송죽검이 빙글 원을 그린 순간.

허공에 뜬 두 개의 균열은 옥상 두 존재를 삼켜 버렸다.

서리혼을 모조리 뽑히고 강아지처럼 작아진 서리 늑대.

와류에 휩쓸려 데굴데굴 정신없이 구르는 케페니안 차원 용병.

* * *

팟, 팟-

서리 늑대와 차원 용병을 삼키는 순간 균열은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 광화문 옥상에 남겨진 것은 허공에 떠 있는 송죽검과 바닥에 나뒹구는 잡동사니뿐이었다.

핑그르르-

순간 송죽검이 가볍게 원을 그리며, 사라지고 허공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무복(武服)에 가죽 갑옷을 입고 그 위에 털가죽 망토를 걸친 채.

등에는 세 자루의 창을 짊어지고 허리에는 송죽검과 방패가 같이 걸렸다.

원대륙과 타대륙의 옷과 무장을 동시에 착용한 장년인.

장년인은 반으로 잘린 흑전을 줍고 하늘을 바라봤다.

“믿을 수가 없군.”

거대한 영맥에 남겨진 너무나 분명한 흔적!

일기일원공!

그토록 오랜 시간 세계의 나무를 걸었어도 사형들 말고 일기일원공을 익힌 이를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래전 맺은 인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온 세계에서 일기일원공의 흔적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일기일원공은 자신이 배운 일기일원공과는 뭔가 달랐다!

장년인은 바로 하늘의 인과를 짚었다.

그리고 사문의 오랜 의문이 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승님도 풀지 못한 의문!

초대 조사께서 진짜 실존하는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이 방금 풀렸다!

이 세계의 영맥에 남겨진 일기일원공!

이건 일기일원문의 초대 조사께서 남긴 흔적이었다!

하하하-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기일원문의 제자.

허공도의 샤.

타대륙의 검성.

……

이 모든 이름을 가진 자신이 오랜 인연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온 곳에서 초대 조사의 흔적을 발견했다.

대사형이 복원한 일기일원공의 원형을!

순간 타대륙의 검성은 깨달았다.

마침내 대사형과 자신의 인과가 이어졌음을!

자신이 이 세계에 온 것은 필연이라는 것을!

하늘의 인과가 말하고 있다!

방금 균열을 지워 버린 것처럼, 인과를 따라가면 대사형을 만날 수 있다고!

검성은 사방에 널려 있는 잡동사니를 훑었다.

가죽 수첩과 금속 상자.

인과가 이어지는 물건들!

보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검성의 송죽검이 공간을 자르고, 가죽 수첩과 금속 상자를 잘린 공간으로 던졌다.

그리고 난간에 올라 천지간에 울려 퍼지는 바람 소리를 가늠한다.

휘이이잉-

송죽검이 다시 한번 공간을 가르고, 검성은 주저 없이 잘린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음 순간 검성은 북한산 백운대 위에 있었다.

휘이이, 휘이이이-

마치 노래하듯 소용돌이치는 바람 한가운데.

한 줌의 재가루와 암반에 박힌 롱소드가 있었다.

너무나 낯익은 롱소드가.

검성은 성큼성큼 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한 줌의 재가루에 박혀 진동하는 낯익은 롱소드를 봤다.

이 롱소드가 자신이 이 세계로 온 목적이었다.

오래전 만남이 떠올랐다.

무의 자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작고 허약한 아이.

우연히 만난 이 아이에게 검을 가르쳤었다.

하지만 자신은 가르치는데 천하제일, 대사형이 아니었고.

이 아이는 배우는데 천하제일, 둘째 사형이 아니었다.

자신이 전해 줄 수 있던 것은 기반을 쌓기 위한 동공(動功), 대사형이 만들어 낸 검공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제자는 부족한 자질로도 처음 검을 잡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맹세와 서약, 약속을 모두 지켰다.

이 새하얀 재가루, 여전히 예기를 잃지 않은 롱소드, 천지에 울려 퍼지는 이 노래소리와 흩날리는 불티. 이 모든 게 증거였다.

‘삶은 유한하나 그 본질은 영원히 이어진다.’

처음 검을 가르칠 때 말했고, 불의 서약을 한 제자와 다시 만났을 때 한 번 더 말했다.

이 말처럼 이제 떠나갈 제자를 배웅할 때였다.

검성은 송죽검을 뽑아 흔들었다.

파슥, 파스슥-

송죽검에서 흘러나온 파문이 공간으로 스며드는 순간 마음으로 부른다.

제자의 이름을!

한 사람이 죽는 순간.

그 영과 혼은 하늘로 날아가 천기로 스며들고, 그 육과 백은 대지로 스러져 용맥으로 흘러든다.

명(命)이 끊겨도 본질은 영원하니.

본질은 천기와 용맥을 잇는 영맥에 실려 세계의 나무에서 무한히 순환한다.

하늘의 인과는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으니, 그 순환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영맥의 순환 그 자체,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그분의 바람은 하나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그렇기에 자신의 제자는 다시 한번 굳센 삶을 살아가리라.

그러나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한 제자 앞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검성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송죽검을 흔들었다.

송죽검이 만들어 내는 파문이 점점 강해지고 어느 순간 사방에서 빛이 모여들었다.

파스스슥-

천기로 돌아가던 영.

휘이이잉-

이때 사방에서 하얀 재가 모여들어 소용돌이친다!

대지로 스러지던 육과 백.

이때 검성은 손을 뻗어 롱소드를 잡았다.

롱소드에서 느껴지는 타오르는 듯한 열기, 검혼!

순간 검성은 손가락을 튕겼다.

핑그르르르-

흑전이 회전하며 날아가는 순간.

번개처럼 쏘아진 롱소드가 흑전과 하얀 재, 모여드는 빛을 하나로 꿰뚫었다!

롱소드에 담긴 검혼.

하얀 재에 담긴 육백.

송죽검의 파문으로 부른 영.

그리고 흑전에 쌓인 운명, 업!

영혼육백과 운명.

이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질 때 검성은 기원했다.

‘제자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기를!’

흑전에 강한 기원이 담기는 순간 빛이 폭발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땅-

백운대 암반 위에 흑전이 떨어졌다.

흔들리는 빛, 하얀 재, 롱소드.

그리고 바람에서 들려오던 노랫소리는 어느새 사라졌다.

검성은 미소 띤 얼굴로 한참 동안 영맥을 봤다.

제자의 말버릇을 생각하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머지않아 제자를 다시 만날 것만 같았다.

검성은 떨어진 흑전을 주워 옥상에서 사용한 흑전과 같이 살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흑전과 두 동강 난 흑전.

손이 훑는 순간 구멍이 메워지고 잘려 나간 면이 단숨에 붙었다.

흑전은 겉으로는 멀쩡해졌다.

그러나 긴 시간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흑전에 쌓은 업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검성은 고개를 들어 영맥에 새겨진 흔적을 봤다.

초대 조사의 흔적, 일기일원공!

일기일원공을 진정으로 완성한 것은 단 두 명뿐이다.

초대 조사와 대사형!

초대 조사가 남긴 일기일원공의 흔적이 가리키는 인과를 쫓으면, 마침내 대사형을 찾을 수 있었다.

본질은 영원히 이어진다고 큰소리를 뻥뻥 쳐 놓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대사형의 본질을!

그리고 대사형을 찾는 순간 그동안은 뭔 일이 터질지 몰라 부를 수 없던 둘째 사형도 부를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둘째 사형은 대사형의 충실한 부하!

당연히 그동안 모은 흑전을 모조리 바치리라.

그러나 지금의 대사형에게는 바로 흑전을 건넬 수가 없다.

즉, 둘째 사형은 자신의 손을 거쳐서 대사형에게 흑전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잘 협상하면 흑전 2개 정도는 받을수 있을 것이다.

하하하-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는 순간.

핑그르르르-

손가락으로 튕긴 흑전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 순간 검성은 웃으며 송죽검으로 공간을 갈랐다.

그리고 영맥에 남은 일기일원공의 흔적이 인도하는 세계로 도약했다.

순간 인과가 속삭이는 목소리가 언어가 되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세계 최고봉으로 가라. 노숙하면서.]

인과의 속삭임은 언제나처럼 뜬금없었다.

그러나 검성은 이번에도 기꺼이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이 세계의 영맥에 새겨진 일기일원공의 흐름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삶은 유한하나 그 본질은 영원히 이어진다.’

그 말대로 일기일원문의 세 사형제가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 * *

수십 개의 균열을 하나로 엮은 후 흑전의 힘으로 둘로 잘라 낸 검성!

이렇게 태어난 두 개의 균열은 옥상에 뒹굴고 있던 두 존재를 삼켜 버렸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의 차원 용병.

-차원 용병에게 무자비하게 물려 서리혼을 쪽쪽 빨리고, 강아지처럼 작아진 서리 늑대.

휘이이이잉-

작아진 서리 늑대가 까마득한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작은 산 앞에 자리한 건물 꼭대기, 나무 화분이 가득 놓인 넓은 옥상으로!

옥상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거센 바람이 몸을 타고 흐른다!

우오오, 우오오-

열심히 하울링 했지만, 서리혼은 조금도 나오지 않고 건물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대로 떨어지면 끝장이다!

위기의 순간!

서리 늑대의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탱, 탱, 탱-’

탄력 있는 털로 탱탱거리며 튕기던 기억!

서리 늑대는 재빨리 꼬리를 말고 머리를 숙였다.

새하얀 털 뭉치처럼 몸 전체가 둥글게 말리는 순간.

바로 앞에 다가온 옥상!

다행히 무성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에 충돌하려 할 때.

구으으읏-!

띠디디디딛-!

다급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나뭇가지 위에 빛이 생겨나고, 빛에 닿는 순간 급격히 느려지더니!

스르르르륵-

미끄럼틀을 탄 것처럼 나무를 피해 떨어졌다!

서리 늑대의 털 뭉치처럼 동글게 말린 몸이 천천히 옥상에 떨어지는 순간.

탱, 탱, 탱-

탱탱 볼처럼 옥상에서 튕기며 구르기 시작했다.

쿵-

데굴데굴 구르던 몸이 나무 화분에 부딪혀 멈출 때 들려오는 울음소리.

키킥-?

-……!?

서리 늑대는 깜짝 놀라 번쩍 고개를 들었다.

순간 태양을 등지고 화분에 나란히 앉아 있는 셋이 보였다.

큰 집게를 가진 커다란 사슴벌레.

반짝이는 황금빛 무늬의 황금 풍뎅이.

그리고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사이에 거만하게 앉아 고개를 갸웃하는 낯익은 존재!

황금빛 갑옷과 몸에 가득한 빛은 사라졌다!

그리고 뭔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다람쥐!

자신을 마구마구 물어서 서리혼을 쭉쭉 뽑아낸 그 다람쥐가 바로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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