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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93화 (49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93화>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는 물과 공기에는 아무런 힘도 없다.

그러나 멈춘 물과 공기가 흐르는 순간.

바다를 흐르는 해류, 대기를 흐르는 바람이 만들어진다.

영맥도 마찬가지다.

천지간에 가득하나 멈춰 있을 뿐인 기(氣)에는 아무런 힘도 없다.

그러나 이 기가 흐르는 순간.

하늘의 천기와 대지의 용맥을 잇는 흐름, 영맥(靈脈)이 이 생겨난다!

이 영맥에 뜻(心)을 실어 천기와 용맥을 움직이는 법(法)!

그것이 내공 심법(心法)의 본질이고 전생 천마가 깨달은 무의 극의이자 일기일원공의 시작이었다.

천기의 중심, 천원을 향한 일원공.

용맥의 흐름, 지기를 밟은 일기공.

대지에서 육체를 받고, 하늘에서 영체를 받아 태어난 사람이 마침내 땅과 하늘, 용맥과 천기를 잇는다.

일기일원공은 영맥의 흐름 그 자체를 구현한 무공이었다.

그런데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물속의 물고기가 물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2000년의 영맥 속에서 숨 쉬고 걷고 달리고 외쳤으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하늘과 땅.

천기와 용맥.

산천초목, 천지신명, 영혼육백!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잇는 이 거대한 흐름, 영맥의 존재를!

그러나 배우지 않고도 사람이 숨을 쉬고, 새가 날아오르고, 짐승이 달리듯.

본능적으로 영맥, 천지간에 가득한 기의 흐름을 움직여 일기일원공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천문석은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이 뽑아 쓴 일기일원공은 안에서 온 내력(內力)이 아니었다.

외력(外力)!

이 거대한 영맥의 흐름으로 만들어낸 힘!

밖에서 온 일기일원공의 외력이었다!

모든 것을 깨닫는 순간 문득 본 시계.

[00:06:47]

시계는 불과 3초 지났을 뿐!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정신이 가속됐기에 시간은 한없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그렇다면 문을 열 방법이 있다!'

마력 파동 발생장치는 마력과 내력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서리혼 같은 영성을 품은 힘으로만 움직인다.

영성을 품은 힘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2000년, 영맥이 존재하는 지금, 자신이라면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초절정의 벽을 넘는 것!

인간의 한계를 넘어 초인경으로 나아가는 찰나의 순간.

오직 무심한 하늘은 그 존재를 주목한다!

천기가 두꺼운 베일을 벗고, 인지로는 가늠할 수 없는 하늘의 인과가 올올히 드러난다!

그 찰나의 순간에 쏟아지는 하늘의 시선이야말로 영성 그 자체!

모자란 서리혼을 갈음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즉, 지금 이 순간 여기서 초절정의 벽을 넘으면 2020년 행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절정의 무인이 평생에 걸쳐 수련해도, 초절정의 벽 앞에 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물며 초절정의 벽을 넘는 것은, 한번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었다

천장단애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걷는 일이고, 도산검림을 맨몸으로 헤치고 나아가는 일이다.

그 어떤 무인이라도 초절정, 생사 관문을 이렇게 준비도 없이 도전하여 넘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웃었다.

인간의 한계, 절정.

초인경의 시작, 초절정.

그리고 초절정을 넘어 새로운 무의 지평에 닿고, 다시 그 무의 지평, 극을 넘은.

전생 천마는 웃었다.

하늘에는 누구의 뜻도 닿지 않은 영맥이 흐르고.

대지에는 이미 한번 그 길을 걸었던 자신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20년 존버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실낱같은 기회를 잡는 게 당연했다!

무아지경 속, 찰나의 순간.

천문석은 초절정의 벽을 향해 주저 없이 나아갔다.

이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이-

소리가 들리지도, 촉감이 느껴지지도 않는 바람.

뜻(心)을 세우는 순간, 마음에 호응하여 영맥이 움직였다.

천문석은 걸었다.

일기공과 일원공.

일기일원공의 두 심법을 두 다리 삼아.

영맥!

대지의 끝, 용맥에서 불어와 하늘 끝, 천기를 향해 솟구치는 영맥의 흐름 속을 걸었다.

올곧은 마음의 기둥, 심법(心法)을 천기에 닿을 듯 높이 세우고, 두 발로는 용맥의 흐름을 밟는다!

이 순간 기의 흐름, 영맥이 변화했다.

마음에 세워진 올곧은 기둥, 일기공과 일원공의 흐름으로!

그리고 변화한 영맥의 흐름, 그 물길을 따라 천지간에 가득한 기(氣)가 거센 격류가 되어 흘러들어왔다.

기는 메마른 심상 공간의 기경팔맥을 거칠게 흘러 텅 빈 기해혈을 향해 모여들었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천기와 인과, 선연과 마장.

헤아릴 수없이 많은 우연과 필연이 겹쳐, 마침내 이 순간에 자신이 서 있었다.

비상의 순간에!

그리고 비상을 위한 날개가 되어줄 내력이 차오르고 있다.

그러나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고, 바닷물을 그릇에 채울 수는 없었다!

초절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버려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한계를 벗어나 도약하기 위해 형(形) 버리고 뜻(義)을 취한다!

한계 지어진 기해혈을 버리고, 마음의 한계를 깨뜨려 무한으로 나아간다!

천문석은 심상 공간에 자리한 기해혈을 깨트렸다!

기해혈이 깨지자 몰아치던 일기공과 일원공이 뒤엉켜 심상 공간을 무너뜨릴 듯 몰아쳤다!

순간 마음의 한계가 사라졌다.

이 흐름은 거대한 태풍이 되고, 곧 별이 소용돌이치는 은하가 됐다.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은하와 은하가 뒤엉켜 합쳐지는 순간.

마침내 태원(太元)에 생겨난 흐름, 혼돈(混沌)이 되었다.

이 혼돈을 관조하는 순간 마침내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일기공과 일원공.

두 개이자 하나인 심법, 일기일원공의 새로운 경지를 열 때가!

새로운 경지를 여는 순간.

절정,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초절정, 초인경으로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고 새로운 경지를 열 방법은 이미 전생에 준비됐다.

태원의 혼돈을 음양, 하늘과 땅으로 나눈다!

초절정의 벽을 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기에.

천지개벽(天地開闢), 우주가 태어나는 빅뱅에 비견된다.

그러나 천지개벽, 빅뱅은 너무나 거창하여 오히려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이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 듣는 순간 단번에 와닿을 이름을 붙였다.

‘시동을 건다!’

* * *

태원의 혼돈이 되어 소용돌이치는 일기일원공에 시동을 건다!

'일기일원공에 시동을 걸어 초절정으로 나아간다!'

실패도 뒤도 생각하지 않는다.

천문석이 결심과 동시에 움직이는 순간.

훙-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영맥의 흐름이 아닌 진짜 바람이!

'.....!'

번쩍 고개를 들자.

팟-

섬광과 함께 눈앞 공간에서 천천히 튀어나오는 작은 돌!

'아니, 시발! 이건 또 뭐야!?'

순간 뇌리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겨어어어어어어어...]

다급한 외침이 마법 메시지로 전해진다.

그러나 무아 지경, 찰나의 순간에 있기에 외침은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00:06:40]

아직 시간은 있다.

천문석은 찰나의 순간, 가속된 사고에서 빠져나왔다.

순간 감각의 폭풍이 몰아쳤다.

히리히리히리-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훙훙, 훙훙훙-

날갯짓이 일으킨 거센 바람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옥상 위 하늘!

인식 장애 마법이 펼쳐진 공간!

이 공간으로 초대형 뱁새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튀어나온 돌이 떨어졌다.

탓-

반사적으로 돌을 잡는 순간.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메시지 마법!

[...경계석! 그 돌 경계석입니다! 서리 늑대에게 먹이세요!]

천문석은 메시지 마법을 듣는 순간 마법사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초대형 뱁새로 서리 늑대를 유인해 간 마법사다.

수십 마리의 서리 늑대를 어딘가로 날려 보낸 그 마법사!

"경계석?!"

[경계석을 먹이면! 서리혼이 다시 나올 겁니다!]

서리혼!

다시 한번 메시지 마법이 전해지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바닥에 드러누운 서리 늑대의 입을 열고 작은 돌을 넣었다.

컹-?

서리 늑대가 힘없이 짓는 순간 톡- 입을 건드리는 손!

입안으로 들어간 돌이 단숨에 목 안으로 넘어갔다.

순간 번쩍 뜨이는 서리 늑대의 눈!

서리 늑대의 탄력 있는 털이 모조리 곤두서고. 두 눈에서 푸른 섬광이 줄기줄기 쏟아졌다.

어느새 벌떡 일어선 서리 늑대의 전신에서 쏟아지는 저릿저릿한 힘!

물이 말라버린 우물처럼 서리혼이 말라버린 서리 늑대의 몸 안!

그곳에서 엄청난 힘이 차오르고 있다!

"어, 어어어?!"

좌절해서 주저앉은 추이린이 깜짝 놀라는 동시에.

서리 늑대가 몸 안에 차오르는 힘을 하늘을 향해 터트렸다.

우오오오오오-

엄청난 힘이 하울링이 되어 터져 나오는 순간 푸른 불꽃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서리혼!

폭풍 같은 서리혼이 마력 파동 발생 장치로 스며들었다!

순간 서리 늑대의 전신에 밀어 넣었던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심상 공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일기일원공은 혼돈의 중앙에 심지처럼 박혀 들었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다.

서리혼이 한계를 넘어 차오르자, 마침내 마력 파동 발생장치가 작동했다!

넓게 펼쳐진 마력 파동 발생장치에 새겨진 마법 회로가 마력광으로 빛난다!

파스스슥-

푸른 마력광이 안테나를 새파랗게 물들이고.

팟, 팟, 팟-

섬광이 터질 때마다 지붕에 새겨진 3차원 적층 마법진이 허공으로 떠올라 회전했다.

순간 김철수 발명가가 외쳤다.

"됐다! 작동 시작했다! 추이린! 안전장치 풀어라!"

"알았어요!"

추이린이 외치는 동시에, 천문석은 재빨리 움직였다.

"여기서 기다리면 집으로 갈 수 있어! 나오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우오오오오오오-

용맹하게 하울링 하며 서리혼을 쏟아내는 서리 늑대에게 말하고 바로 달린다.

배낭을 향해서!

동시에 하늘에 외쳤다.

"레이님! 작동 시작했습니다! 곧 문 열려요! 내려오세요!"

"따돌린 차원 용병이 안으로 들어올지도 몰라! 마법 회로 부서지면 끝장이야! 여기서 대기할게!"

레이 실트는 인식 저하 마력장 밖, 광화문에서 미친 듯이 원을 그리는 장갑 다람쥐를 가리키며 외쳤다.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달리며 주위를 확인했다.

김철수 발명가는 정제 마석을 꺼내 들고, 추이린 수석 연구원은 안전장치를 해제한다.

서리 늑대는 하울링 하며 서리혼을 쏟아내고, 레이 실트는 혹시나 난입할지 모를 차원 용병, 니케를 주시하고 있다.

동료 모두가 방심하지 않고 대비하는 이 순간.

천문석은 배낭을 한곳으로 모아 마법 회로 안으로 던져 넣을 준비를 끝냈다.

이때 추이린이 외쳤다!

"안전장치! 해제했습니다!"

쿵쿵, 쿵쿵쿵-

마력 파동 발생장치에서 전해지는 파동이 확 강해지고!

차르르르륵-

빙글빙글 회전하던 3차원 적층 마법진이 공중에서 맞물리기 시작했다.

순간 김철수 발명가가 정제 마석을 던지며 외쳤다.

"좌표 연결한다!"

파스슥-

정제 마석이 깨지고 액화된 마력이 확 솟구치는 순간.

파아아앙-

안테나에서 임계점을 넘어선 빛, 푸른 마력광이 쏘아졌다!

안테나에서 쏟아진 푸른 마력광이 천문석 일행이 떨어진 공간, 하늘에 남은 차원 좌표 흔적에 닿았다.

순간 3차원 적층 마법진이 완전히 하나로 맞물리고, 마력 파동 발생장치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쿵, 쿵, 쿵, 쿵-

마치 파도치듯 흘러나오는 빛, 마력 파동!

부산 던전 7층 재의 숲에서, 이곳 2000년 대한민국 서울로 모두를 날려 보낸 그 마력 파동이 다시 쏟아졌다!

이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내 2020년!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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