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51화>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가 짧은 날개를 휘저어 북한산으로 날아가자.
쿵, 쿵, 쿵, 쿵-
재의 기사는 전력을 다해 이 뒤를 쫓아 달려갔다.
크아아아, 크아아아아앙-
이때 차원 용병의 공격을 받은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는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르며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었다.
킥, 키킼키키키킼-
차원 용병,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용맹하게 의뢰를 수행하며 희망에 부풀었다.
기원석이라니!
첫 임무에 엄청난 대박이 터졌다!
기원석을 받으면 사용한 180만 럭스의 빛에 대한 대금을 치르고도 남는 돌이 많다!
그 돌에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은 나무 열매를 모두 합하면 새집으로 이사 갈 수 있었다!
드디어 나무뿌리 아래에 있는 습기 차고 버섯이 자라는 집을 벗어나.
높게 솟은 나무에 있는 쾌적하고 바람이 부는 집으로 이사하는 거다!
새끼 다람쥐의 가슴이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렇게 의뢰를 열심히 수행하다 보면 커다란 숲도 사고, 격이 높은 분을 만나 ‘이름’을 받을지도 모른다!
선배들이 귀뚜라미 경주, 나무 열매 경매장에서 한탕을 노릴 때 열심히 착실히 일하길 잘했다!
킥, 키킼키키킼-
새끼 다람쥐는 신나게 울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의뢰를 수행했다.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는 항거할 수 없는 폭력에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게이트가 생겨난 경복궁을 중심으로 벌어진 난장판이 북한산과 서울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폐허가 된 경복궁과 반쯤 무너진 청와대 경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 외곽에는 목숨을 걸고 저지선을 펼친 군부대와 경찰부대가 있었다.
저지선이 무너지고 청와대로 외계 생명체가 밀려들면서 최후를 짐작했던 군부대와 경찰부대.
이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폐허가 된 경복궁과 엄청난 수의 외계 생명체가 도망치는 모습을 봤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외계 생명체를 뚫고 달리는 불꽃의 기사.
-마치 의지가 있는 것처럼 외계 생명체에게만 쏟아진 새하얀 번개.
-갑자기 하늘을 가로지른 빛에 휩싸인 거대한 새.
-외계 생명체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는 황금 갑옷을 입은 외계인!
군경의 베테랑 병력이 넋을 놓고 있을 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이 기회다!”
“기갑 병력 전진! 게이트를 봉쇄한다!”
“진지 구축해서 화망에 게이트를 넣는다!”
지휘관들은 명령을 듣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게이트 주변의 몬스터 밀도는 확 낮아진 상태!
지금이 외계 생명체가 쏟아져 나오는 통로, 게이트를 확보할 타이밍이다!
탱크와 장갑차가 경복궁으로 밀려들어가고 긴급 진지 구축이 시작됐다.
이 사이 청와대에서는 VIP의 후방이동이 시작됐다.
헬기는 위험해서 뜰 수 없는 상황.
장갑차로 앞뒤를 막고 방탄 경호 차량 수십 대가 출발했다.
수십 대의 경호 차량이 1차 목적지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향해 출발했다.
이 모든 모습을 광화문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수십 개의 정제 마석을 깨뜨려 몇 시간 동안 벼락을 쏟아부었던 하얀 번개, 추이란.
탈진한 추이린은 힘겹게 난간에 기대어 선 채로 대부분의 몬스터가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게이트를 봤다.
대낮처럼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광화문 게이트!
이 게이트 주위에 탱크와 장갑차, 기관총 진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추이린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
나비 효과, 타임 패러독스 같은 건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지금 추이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내가 1차 웨이브를 막아 냈다!’
추이린은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 실트가 갑자기 나타난 새를 잡아타고 날아간 방향을 향해 외쳤다.
“레이! 봤지! 내가 1차 웨이브를 끊었다! 내가 해냈어!”
추이린은 몇 번이나 외치다가 마력 고갈로 픽- 쓰러져 기절했다.
레이 실트로 위장한 무겐다흐 아리엘은 에코의 사기에 휘말려 도망 중이고.
김철수 발명가는 군이 강북행을 통제한 마포 대교 다리 밑에 찰싹 달라붙어 한강을 넘고 있었다.
2020년에서 1999년으로 떨어진 추이린, 레이 실트, 김철수 발명가.
세 사람 모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때.
천문석과 장철을 태운 서리 늑대는 목적지 민방위 대피소에 도착했다.
* * *
기잉, 기잉, 기이잉-
자전거를 탄 천문석이 레이 실트의 강철봉을 앞세워 돌진했다!
휭, 휭, 휭-
갈대처럼 흔들리는 강철봉이 닿는 순간!
쾅, 쾅, 콰앙-
랩터와 코볼트, 오크는 질주하는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
랩터가 펄쩍 뛰어 공중에서 공격하고.
코볼트가 잡동사니를 집어던지고.
오크가 방패를 앞세워 돌진했다!
자전거를 탄 천문석은 도발하듯 이 모든 공격을 피하며 주차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그리고 외침과 동시에 주차장 밖 도로로 튀어 나갔다.
“따라와라!”
끼이이익-
끼에에엑-
크아아아-
분노한 마수와 몬스터가 울부짖으며 천문석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주차장에 가득했던 수십 마리의 마수와 몬스터를 모조리 끌고 도로로 이동하며 외쳤다.
“1분! 1분 후에 들어가세요!”
천문석이 사라진 지 1분 후.
마수와 몬스터가 사라져 텅 빈 주차장으로 서리 늑대가 뛰어내렸다.
쿵-
장철을 등에 태운 서리 늑대는 단숨에 주차장을 가로질러 철제 셔터가 내려진 방화문으로 달렸다.
‘왜 이렇게까지 도와줍니까?’
장철은 멀어지는 귀인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손에 쥔 대검과 장갑.
랩터 무리에서 구해 주고 몬스터를 뚫고 가족이 있는 민방위 대피소까지 데려다줬다.
이제는 대피소 입구를 막은 엄청난 마수와 몬스터를 유인해 달리기까지 한다.
자신이 대피소로 들어갈 수 있도록.
우연히 만난 귀인에게 자신이 해 준 것은 차를 한번 태워 준 것뿐이다.
그런데 너무나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
“…….”
장철은 어느새 귀인이 사라진 장소를 멍하니 바라봤다.
컹-
이때 들려오는 개 울음소리!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바리케이드가 쌓인 셔터 앞에 도착했다.
장철은 미리 약속한 대로 거대한 개에게서 내려 재빨리 철제 셔터를 두들겼다.
쿵-
“사람입니다. 문 열어 주세요.”
“……!”
인기척은 느껴지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밖에 몬스터는 모두 유인했습니다. 지금 열어 주시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몬스터?”
“외계 생명체 말하나 본데!?”
“못해도 수십인데 그놈들을 모두 유인했다고!?”
“야! 위에 확인해 봐!”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늑대 위험해서 안 됩니다.”
컹-
서리 늑대는 가볍게 한번 울고 몸을 돌려 달렸다.
소리도 없이 아스팔트 위를 달리더니 불타는 차를 밟고 뛰어 단숨에 5층 건물 위로 사라지는 서리 늑대!
쿵-
장철은 다시금 셔터를 두들기며 낮게 외쳤다.
“개 떠났습니다! 열어 주세요!”
그러나 여전히 셔터는 열리지 않았고 문 뒤에선 망설임이 전해졌다.
장철은 숫자를 세며 기다렸다.
마음속으로 센 숫자가 30을 넘어갈 때.
철제 셔터 너머, 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한데…… 밖에 외계 생명체 하나만 새어 들어와도 위험해. 여기에는 벌써 사람이 많으니까 다른 대피소 찾는 게…….”
“안에 가족 있습니다. 잠깐만 열어 주시면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장철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재촉하면 역효과만 날 뿐.
장철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이때 불쑥 들려오는 목소리.
“와! 이 답답한 녀석들! 야! 고민하는 사이에 열어 줬으면 벌써 들어갔잖아!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몰라!?”
어느새 돌아온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며 철제 셔터를 두들겼다.
촤아아앙-
부서질 듯 철제 셔터가 크게 흔들리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계 생명체 몰려 와요!”
“그러니까! 빨리 열라고! 안 열면 강제로 열고 들어간다!”
“네!? 그게 무슨……!”
문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
장철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럼, 사람만 확인해 주세요! 아내 이름이 이세경입니다! 옆집 세찬이네랑 같이 움직였는데…….”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장철 씨!? 세경이 남편 장철 씨세요?”
“네 제가 장철입니다. 세찬이 어머니 맞으시죠!?”
곧 문 너머에서 옥신각신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제가 아는 분이세요! 문 열어 주세요!”
“아니. 이런 식으로 계속 문 열면 문제 생겨요!”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는데…….”
천문석은 평소 특급 헌터가 입버릇처럼 ‘빨리빨리’를 외치던 이유를 깨달았다!
벌써 5분이 지났다!
그냥 잠깐 열고 들여보내면 되는 걸 5분이 넘게 열지 말지를 싸우고 있다니!
“야! 열 센다! 열까지 세도 안 열면 강제로 문 부수고 들어갈 거야!”
“네!? 그게 무슨!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천문석이 빠르게 숫자를 셀 때.
끼이익-
철제 셔터 뒤, 방화문이 살짝 열렸다.
“장철 씨! 어서 들어오세요!”
“안 돼요! 위험합니다!”
깜짝 놀라 문을 닫으려는 사람들!
“닫아! 빨리 닫아!”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오고 문을 밀었으나 문은 닫히지 않았다!
쾅, 쾅, 쾅-
이미 천문석이 강철봉을 열린 문틈에 넣은 상태였다.
“철봉! 철봉 치워!”
사람들이 철봉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쓸 때.
천문석은 장철에게 외쳤다.
“바로 들어가세요!”
“네!? 셔터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문석은 철제 셔터를 잡아 강제로 벌렸다.
콰드드드득-
단숨에 휘어진 철제 셔터!
엄청난 힘에 문을 닫으려던 사람들이 경악하는 순간.
장철은 재빨리 휘어진 셔터를 통과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을 당겼고 방화문이 닫혔다.
쾅-
천문석은 바로 방화문 안을 향해 외쳤다.
“전 이만 갑니다! 조심하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 이름! 이름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야! 셔터 어떡할 거야!?”
장철의 대답 뒤로 이어지는 다급한 목소리!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철제 셔터를 다시 잡았다.
콰드드득-
휘어졌던 셔터가 단숨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촤아아앙-
천문석은 셔터를 한번 두들기고 외쳤다.
“야, 고쳐놨다. 앞으로는 판단 빨리빨리 해라. 이렇게 늦게 결정하면 훅 간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리며 강철봉을 휘둘렀다.
깡-
쇳소리와 함께 날아오던 쇳덩이가 돌아가 코볼트의 머리를 꿰뚫었다.
텅 비었던 주차장에는 어느새 100여 마리 가까운 마수와 몬스터가 채워져 있었다!
천문석이 밖으로 유인했던 마수와 몬스터가 돌아오면서 다른 마수와 몬스터를 끌고 돌아왔다!
순간 방화문 뒤에서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때문이잖아!”
“괜히 문을 열어서는!”
“몰려 온 놈들이 100마리가 넘어요!”
……
“너희들이 빨리 열었으면 벌써 다 데리고 갔어! 이놈들 내가 다 끌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크게 외친 천문석은 바로 마수와 몬스터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이때 날카로운 폭음이 들려왔다.
쌔애애앵, 쾅, 쾅, 쾅-
조명탄이 잇달아 공중에서 떨어지고 도로 방향에서 군용 트럭과 버스 수십 대가 나타났다.
강력한 헤드라이트가 주차장에 쏘아지는 순간.
확성기를 타고 들려오는 지휘관의 목소리!
[외계 생명체 제압을 시작하겠습니다!]
[시민분들은 정리가 끝나고 진입로가 확보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타다다다탕-
곧 총성이 울려 퍼지고 주차장에 몰려는 마수와 몬스터가 무더기로 쓸려 나갔다.
모여든 마수와 몬스터 모두 하급 이하!
소총탄과 중화기 일제 사격이 쏟아지자 순식간에 정리가 끝났다!
[진입로를 확보한다!]
지휘관의 외치는 순간 삽과 밀대를 든 병사들이 뛰어내려 쓰러진 마수와 몬스터를 주차장 구석으로 밀어냈다.
“가까이 붙지 마라!”
“절대 손으로 만지지 마라!”
이미 전투를 여러번 치렀는지 병사들은 함부로 쓰러진 마수와 괴물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총을 든 병사들이 경계하는 동안 삽과 밀대로 거리를 두고 마수와 몬스터를 밀어냈다.
곳곳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 랩터, 죽은 척하다가 공격하는 오크가 나타나고 즉각 사살됐다.
곧 군인들이 사방을 경계하는 진입로가 만들어지고 굳게 닫혔던 철제 셔터가 올라가고 방화문이 열렸다.
[바로 나와서 버스에 타시면 안전지대로 이동할 겁니다!]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민방위 대피소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와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건물 옥상에 올라 이 모습을 보던 천문석은 감탄했다.
역시 유능한 대한민국 국군!
어느새 대 몬스터 전 전술을 개발해 사람들을 구해 내고 있다!
국군이 나타난 이상 장철은 걱정할 게 없었다.
이제 광화문으로 서리 늑대와 돌아가면 모든 게 끝난다.
천문석이 몸을 돌리는 순간.
한 병사의 외침이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어! 아저씨 어디 가세요!?”
한 남자가 사람들이 타고 있는 버스를 지나쳐 도로로 달리고 있었다.
[멈추세요! 위험합니다!]
확성기가 울려 퍼지자, 버스를 타던 사람들이 달려가는 남자를 잡았다.
“어쩌려고 그래!”
“지금 거리로 나가면 죽어!”
“거기 잡아! 옷 잡아요!”
“놔요! 이거 놔! 아내가! 가족이! 집에 있다고!”
사람들에게 잡힌 장철이 발버둥을 치며 외치는 순간.
깜짝 놀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놨다.
장철은 순식간에 도로를 달려 골목길로 들어갔다.
병사들이 급히 뒤를 쫓았지만, 골목길로 들어간 장철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