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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37화 (43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37화>

아득한 격을 지닌 신화적인 존재가 터트린 고고성!

‘북한산?! 한국! 마침내 돌아왔다! 김밥 먹으러! 내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천지를 진동시키는 웃음!

고고성에 담긴 심상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는 순간.

“…….”

천문석은 말문이 컥 막혔다.

‘뭐지?! 이 짠내나는 고고성은!?’

너무나 황당하여 초절정의 벽을 넘던 중이라는 것도 잊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

툭, 투둑-

발치에서 느껴지는 감각!

문득 고개를 내리자 어느새 서리 늑대가 깨어나 바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어, 너 왜……?”

끄응, 끙-

서리 늑대가 겁먹은 울음소리를 내는 순간 다시 한번 터져 나온 거대한 심상!

[ㅁㅁ?! ㅁㅁ, ㅁㅁㅁ? ㅁㅁㅁㅁ ㅁㅁ ㅁㅁㅁ!!??]

이 심상에 담긴 분노에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울림이 터지는 순간.

빛이 폭발했다!

하늘에 가득한 별이 동시에 폭발하는 듯한 장엄한 광경!

폭발하는 빛이 하나로 모여 단숨에 천기를 꿰뚫었다!

순간 본질을 깨져나가는 끔찍한 비명이 쏟아졌다.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수백수천의 마신급 존재가 뭉쳐 만들어진 중합체!

천기를 뚫고 이 세계로 넘어오던 중합체가 이 빛에 꿰뚫려 불타오르고 있다!

“…….”

천문석은 멍한 눈으로 이 모습을 봤다.

초절정의 벽을 넘고 천마신공에 다시 입문해서 막으려던 중합체.

그 중합체가 갑자기 나타나 김밥 먹고 싶다는 짠내나는 고고성을 외친 존재에게 박살 났다.

그것도 단 한방에!!

초절정의 벽을 넘고 천마신공에 다시 입문해도 중합체를 다시 막을 확률은 3할도 안 됐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중합체를 일격에 박살 낸 거다!

천문석은 얼떨떨한 와중에도 외쳤다.

“이렇게 재수가 좋다니!”

끄응, 끙-

이 순간 서리 늑대의 겁먹은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렇지! 이럴 때가 아니지!”

고래 싸움에 끼어들면 새우등이 터지는 법!

게다가 저 둘은 고래 정도도 아니다!

이건 마치 우리 집 마당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난 거나 마찬가지다!

바로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배낭을 짊어지고 휘파람으로 겁먹은 서리 늑대를 불렀다.

휘이, 휘이익-

“야, 이 틈에 우리 얼른 도망치자!”

이 순간 세상이 기울어졌다.

하늘의 기운, 천기가 기울고.

대지의 흐름, 용맥이 거꾸로 흐른다!

하늘, 땅, 산, 나무, 바위!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 세상은 그대로지만, 더욱 본질적인 부분에서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건 또 뭐야?!”

땅에 구를뻔한 천문석은 재빨리 지권인을 짚고 지혜의 륜을 밝혔다!

지혜의 륜이 떠오른 순간 천문석은 봤다.

존재 자체를 지우는 절멸의 빛이 쏟아지고 있다!

절멸의 빛에 중합체가 박살 나는 순간.

물고기 떼가 흩어지듯 중합체를 구성한 존재들이 도망쳤다!

진흙 속으로 도망치는 물고기처럼 세계로 스며들어서.

순간 세계에 스며드는 존재에게 쏟아지는 절멸의 빛!

[ㅁㅁㅁㅁ!]

도망치던 존재가 외마디 사념과 함께 소멸하는 순간 금이 가고 크게 패였다.

세계의 본질에!

“…….”

지혜의 륜으로 밝혀진 눈에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중합체는 천기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튀어나와 서울을 시작으로 이 세계를 마경으로 변화시키려 했다.

-뒤이어 도착한 고고성을 터트린 존재는 압도적인 힘으로 중합체를 박살 내 이 세계가 마경이 되는 걸 막았다.

절멸의 빛으로!

그러나 이 절멸의 빛에 박살 나는 건 중합체만이 아니다.

세계의 본질이 파이고 금이 가고 있었다

이 금이 간 곳으로 중합체에서 흩어진 존재들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포식자를 피해 도망치는 물고기처럼 격렬하게 움직여 마침내 이 금에 구멍을 뚫고 통과한다!

이 순간 귓가에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쾅, 콰앙, 콰아앙-

거대한 댐에 구멍 뚫리는 소리가!

그리고 이 뚫린 구멍을 통해서 익숙한 그것이 쏟아져 들어왔다.

엄청난 마력장이!!

순간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졌다.

거대한 댐에 생겨나는 수많은 구멍.

이 구멍에서 폭발하듯 쏟아지는 엄청난 물!

엄청난 수압에 점점 구멍이 커지고 금이 가더니 결국 거대한 댐이 와르르 무너진다.

거대한 댐은 이 세계고 쏟아지는 물은 저 마력장이다.

즉, 지금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게 생겼다!

초월적 존재가 세계가 마경이 되는 걸 막았지만 그 힘의 여파가 세계라는 댐에 금을 냈다.

그리고 그 금에 구멍을 뚫고 중합체에서 흩어진 존재가 도망쳐 세계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산불을 잡기 위해서 뿌린 물이 대홍수를 일으켜 세상이 물에 잠길 상황이 됐다!

사건이 겹쳐 일어난 상황, 허탈한 웃음밖에 나지 않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하, 하, 하, 하, 하-

“와, 이렇게 재수가 없다니! 와, 이건 진짜 역대급이네……!”

한참 동안 허탈하게 웃던 천문석은 지혜의 륜에 외침을 담아 초월적 존재를 향해 쏘아 보냈다.

“정지! 그만! 구멍 뚫렸습니다! 지금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게 생겼어요!! 김밥 영원히 못 먹게 생겼다고요!!”

* * *

외치는 순간 전신이 태산에 깔리는 듯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시선을 끌었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려 심상을 담아 외쳤다.

“지금 세계의 본질에 구멍 나고 있습니다!”

“저놈들 도망치며 구멍 뚫고 있어요!”

“천기가 기울고! 용맥이 뒤틀렸습니다!”

“곧 저 구멍에서 마력장이 쏟아지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집니다!”

“완전히 망합니다!!”

순간 천정에 자리한 초월적 존재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이 변했다.

쿵, 쿵, 쿵-

세계의 본질에 뚫린 구멍으로 쏟아지는 마력장을 타고 전해지는 파동!

마력 파동!

이 마력 파동이 닿는 순간 절멸의 빛이 멈췄다.

그리고 멈춘 절멸의 빛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하늘로 돌아가 일 점으로 뭉쳤다.

파아아아앙-

그리고 빛이 폭발하는 순간.

여기서 보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나타났다!

나이트 아머!?

아니, ‘나이트 아머’와는 뭔가 달랐다?!

폭발할듯한 위압감!

전신에 가득한 격전의 흔적!

우그러지고 패인 거체를 물들인 일곱 색으로 빛나는 피!

이 거체가 마치 중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하늘에 떠 있었다.

이 거체에서 광휘가 뻗어 나오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마력 파동이 쏟아지고 있었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봤던 나이트 아머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절멸의 빛으로 마신을 짓이기던 초월적 존재의 힘이 아득하게 강해졌다!

이 나이트 아머가 수인을 짚는 순간 세계에 퍼져 나가던 마력 파동이 변화했다.

그리고 이 수인에서 씨앗처럼 생긴 빛이 떠올랐다.

핑그르르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빛의 씨앗!

파아아아아-

폭음과 함께 이 빛의 씨앗이 쏘아졌다!

천문석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이 빛의 씨앗을 쫓아 움직였다.

남서쪽!

왜 저기로?!

생각과 동시에 전율했다.

광화문!

빛의 씨앗은 곧 게이트가 열릴 광화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설마……!?”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나이트 아머의 수인에서 셀 수없이 많은 빛의 씨앗이 쏟아졌다!

핑그르르르르-

엄청난 속도로 가속하여!

파아아아아앙-

까마득히 높은 하늘로 솟아 올라 서쪽으로 날아가는 빛의 씨앗들!

초절정의 벽에 도전하려던 잔상이 남아 있기에, 천문석은 저 빛의 씨앗들이 향하는 장소들을 알 수 있었다.

광화문, 완도, 상해, 하노이, 카트만두, 테헤란, 이스탄불, 파리, 뉴욕,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춘천…….

2020년의 전 세계인 누구나 듣는 순간 공통점을 알아챌 장소다.

세계 각국의 대도시, 그중에서도 게이트가 열린 곳이다!

빛의 씨앗이 게이트가 열릴 곳으로 흩어지고 있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봤다.

-세계의 본질에 뚫린 구멍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마력장.

-게이트가 열릴 장소를 향해 날아가는 수많은 빛의 씨앗들.

천문석은 2000년 1월 1일의 진실을 깨달았다.

게이트가 생겨나고 마력장이 쏟아진 게 아니다.

엄청난 마력장이 쏟아진 후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이 순간 지금껏 가진 모든 의문이 폭발하듯 떠올랐다.

-1999년의 너무나 희박한 진기와 2020년의 엄청난 진기.

-이 엄청난 진기가 영맥, 흐름 없이 천지간에 멈춘 이유.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서 느껴지던 영맥.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게이트 마력장.

-각성하는 순간 각성자와 게이트 마력장을 연결하는 힘.

……

천문석은 이 모든 것의 해답, 2000년 1월 1일 생겨난 광화문 게이트의 정체를 깨달았다.

게이트는 일종의 수문이다.

댐에 한계 이상의 물이 차오르고 무너지려 하면, 댐이 무너지기 전에 수문을 열고 물을 빼내면 댐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댐을 이룬 벽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벽에 뚫린 구멍으로 엄청난 물이 쏟아져 댐이 붕괴하듯이.

세계의 본질에 뚫린 구멍으로 쏟아진 마력장으로 세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수문을 열어 붕괴를 막는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구멍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엄청난 마력장이 쏟아지고, 지금도 도망치는 존재들로 세계의 본질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답이 없는 상황에 저 초월적 존재는 게이트라는 수문을 만들었다.

구멍 뚫린 댐, 세계의 본질에 수문을 만든 게 아니라.

멀쩡한 다른 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수문을 만들었다!

저 초월적 존재는 댐 반대쪽.

이 세계에 물을 채우려는 거다!

수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공기, 진기, 마력 모두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엄청난 마력장이 쏟아져 세계의 벽이 무너지는 이유는 결국 압력차!

즉 댐 반대쪽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이 세계에 마력장을 채워 압력을 높이면 구멍에서 더는 마력장이 쏟아지지 않는다!

이 순간 천문석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잔머리, 미친 짓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오늘 진정한 대가를 만났다.

저 초월적 존재는 발상이 상상을 초월했다!

댐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반대쪽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세계의 본질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전 세계에 ‘게이트’를 만들고 마력장을 채우다니!!

이 상상을 초월한 발상을 실제로 성공시킨 결과.

그것이 2000년 1월 1일 게이트 사태의 진실이었다!

* * *

모든 진실을 깨닫는 순간.

천문석은 초월적 존재를 향해 최고의 경의를 표했다.

“대단하십니다! 충성충성충성!!”

하늘님에게만 받혔던 최고의 경의, 충성 3연창!

그러나 이 초월적 존재는 충분히 전생 천마의 경의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빛의 씨앗을 뿌리는 나이트 아머에서 너무나 분명한 감각이 느껴졌다.

명운(命運)이 흩어지고 있다!

초월적 존재는 명운을 깎아서 게이트와 영맥을 품은 수천 개의 빛의 씨앗을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고 있다.

명운이 흩어지면 수천 년을 살아온 대요마라 해도 죽는다!

이건 몸을 태워 어둠을 빛을 밝히고, 스스로 기둥이 되어 무너지는 하늘을 받치는 거나 마찬가지 행위다.

스스로 신이라고 자처하는 대요마, 무저갱의 마신이라도 불가능한 엄청난 일을 초월적 존재는 해냈다.

스스로의 명운을 깎아서!

게이트 사태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초월적 존재가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천문석은 한참 동안 초월적 존재를 바라보다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휘이익-

타다다다닥-

겁먹은 서리 늑대가 다급히 달려오고.

초월적 존재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려 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배낭을 열고 안을 뒤졌다.

‘있다!’

은박지에 둘러싸인 한 뼘 길이의 원기둥, 김밥!

천문석은 은박지에 싸인 김밥과 잡낭에서 꺼낸 하급 포션이 담긴 500ml 생수통을 암반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명운을 깎아 세상을 지키는 초월적 존재를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여기에 ‘김밥’과 제 ‘성의’를 놓았습니다! 다음 생에는 꼭 재벌 3세로 태어나 빌딩주가 되세요!!”

최고의 기원을 올린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

지금 시간은 11시 50분!

이제 곧 게이트가 열리고 서울이 난장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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