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13화>
까아아아앙-
강철봉 드릴이 빠지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가 외쳤다.
“40개 째다! 20개만 더 뚫으면 완전히 끊을 수 있다! 천문석 너 각성력 괜찮냐?”
“충분합니다!”
“추이린?”
“저도 마력 충분합니다!”
“레이 실트님?”
“…….”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 실트.
“바로 시작하자!”
김철수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을 회전시키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이때 숲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이잉-
하늘에선 마력 폭풍이 몰아치고,
지상에선 화염이 들끓는 상황.
상승기류가 만들어 낸 바람이 불어오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이 바람을 맞는 순간.
김철수, 추이린, 레이 실트. 세 마력 각성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바람 왜 이리 차가워?”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추이린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화염 폭풍이 몰아치는데 바람이 차갑다고!?’
이때 옆을 스쳐 지나가는 천문석!
굳은 얼굴의 천문석이 땅을 박차고 은폐 마력장 밖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어디가!?”
추이린의 물음에 천문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휘이이이잉-
냉기를 품은 바람을 맞자,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던 심상!
[와라!]
심상이 전해지는 순간 피가 끓어올랐다!
마치 강적이 나타났을 때처럼!
천문석은 은폐 마력장 밖으로 나가며 강철봉을 허공에 찔렀다.
콰아아앙-
바람에 실려 오던 심상이 터져 나가는 순간.
천문석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숲을 향해 외쳤다.
“나와라!”
이 순간 진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타오르는 재의 숲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기사!
투구와 건틀릿, 판금 갑옷으로 전신을 가리고,
불티를 흩날리는 타들어 간 망토를 두르고 있는.
눈처럼 새하얀 잿가루를 전신에 뒤집어쓴 기사!
쿵-
이때 기사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천문석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화르르륵-
기사의 주위에서 불타는 화염이 갑옷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
형태는 다르지만, 이 기사도 영과 백으로 이뤄진 고스트다!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는 재의 거인 이상!
숲에서 다가오는 걸 몰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했다!
만만치 않은 적이지만,
지금 자신에겐 강철봉이 있었다!
파삭, 파삭, 파사삭-
천문석은 강철봉을 겨누고 천천히 옆으로 걸었다.
쿵, 쿵, 쿵-
잿가루를 뒤집어쓴 기사가 천문석을 따라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이 왔다.
[와라!]
이 피 끓는 심상은 저 기사가 ‘자신’에게 보낸 도전장이다.
천문석은 기사에게 시선을 둔 채로 외쳤다.
“이 녀석 저한테 어그로 끌린 것 같습니다. 우선 이놈 잡고 지열봉 뚫겠습니다. 잠시만 버텨 주세요.”
천문석은 재빨리 말하고 은폐 마력장에서 멀어졌다.
쿵, 쿵, 쿵-
다른 이에게는 관심 없는 듯 천문석만을 바라보며 움직이는 기사.
천문석은 거리를 벌린 순간 내력을 끌어올려 강철봉에 담았다.
그리고 심상에 투지를 담아 기사와 똑같이 외쳤다.
[와라!]
순간 기사의 움직임이 변했다.
무장 벨트에 걸린 롱소드를 뽑아 양손에 들고 장중하게 움직인다.
롱소드는 수평으로 천천히 그어지고 그 위에 수직으로 떨어졌다.
열십자(十)를 그리는 롱소드!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기수식!
고스트가 기수식이라니 어이없는 일이다.
그러나 예에는 예로 답해야 하는 법.
강철봉으로 빙글 원을 그리고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강철봉을 천천히 상단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기사의 롱소드가 중단으로 겨눠졌다.
천문석과 기사.
둘 사이에서 투지와 기세가 터질 듯 끓어올랐다.
그리고 기사의 몸이 움직이려는 순간.
탓-
천문석은 잿가루를 박차고 돌진했다.
땅을 박찰 때마다 발걸음은 급격히 느려지고.
동시에 머리 위, 상단세로 들어 올리는 강철봉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천문석이 펼치는 무리는 중과 둔!
상대는 기사의 영과 백으로 이뤄진 고스트.
실전으로 무공을 가다듬은 무사나 마찬가지!
압도적인 무게와 힘으로 단숨에 제압한다!
처음 가볍게 돌진하던 천문석의 몸이 급격히 느려지면서,
엄청난 무게와 파괴력이 강철봉에 실리기 시작했다!
산사태가 밀려 오는 듯한 기세가 생겨나고 대기마저 요동치기 시작한다!
쿠으으으으-
천문석은 상단세로 세운 강철봉에 기세와 내력, 힘을 모으며 마음을 세웠다.
‘일격에 박살 낸다!’
그러나 미동도 없이 롱소드를 앞으로 겨눈 기사!
천문석과 기사는 빠르게 가까워지며 기세와 기세가 충돌해 저릿저릿한 기파가 사방으로 전해졌다.
은폐 마력장 안의 김철수, 추이린, 레이 실트는 날아온 기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때 천문석과 기사가 거리 안에 들어갔다.
둔과 중의 무리가 담긴 강철봉이 떨어지는 순간.
중단으로 겨눠진 기사의 롱소드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파스스슥-
유형화된 파괴의 빛!
“오러 블레이드! 재의 기사!”
기사의 정체를 깨달은 김철수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의 강철봉과 재의 기사의 오러 블레이드가 충돌했다.
* * *
콰아아아앙-
빛이 폭발하는 순간 모든 소리를 지워 버리는 굉음이 터지고.
불꽃과 잿가루가 자욱하게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후드드득-
뜨거운 잿가루와 숯이 날아와 전신을 때렸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레이 실트였다.
“오러 블레이드!? 야, 오러랑 부딪치면 안 돼! 마무리 안 돼서 손상된단 말야!”
경악한 레이 실트는 점멸 마법으로 단숨에 자욱한 잿가루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레이의 몸에 걸린 보호 마법이 발동했다.
파아아아-
몸 주위에서 몰아치는 압축공기!
이때 섬뜩한 예기가 느껴지고 잿가루 속에서 검이 튀어나왔다,
재의 기사의 롱소드!
롱소드는 엉뚱한 방향, 땅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때 몰아치던 압축공기가 롱소드의 예기에 반응해 폭발하고, 사고 가속 마법이 발동했다.
빠아아앙-
단숨에 잿가루를 날려 버리고 롱소드의 궤적마저 뒤흔드는 압축공기 폭발!
휘청거리는 재의 기사의 모습이 드러나는 동시에 레이 실트가 마력탄을 날렸다.
후드드득-
우박처럼 쏟아지는 마력탄!
이 순간 재의 기사의 롱소드에 파괴의 빛이 담겼다.
오러 블레이드!
파스슥-
단숨에 압축공기를 가르고 우박처럼 쏟아지는 마력탄의 구성을 흩어 버린다!
그리고 목으로 날아오는 롱소드!
사고가 가속된 레이 실트는 피할 수 없는 파괴의 빛이 다가오는 걸 본 순간.
위상 전환 마법의 트리거를 작동시키려 했다.
그러나 너무나 느리게 움직이는 마력.
오러 블레이드가 마력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
레이 실트는 깨달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경지에 달한 검사의 거리에 들어와 마법이 무력화됐다!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하나 우레 폭풍의 마도왕의 풀꽃 반지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마력패턴 위장이 지워진다!
‘시바 되는 게 없네!’
레이가 분통을 터트리며 풀꽃 반지를 사용하려 할 때.
탁-
무언가 발목을 잡았다.
히이이익-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접니다!”
순간 참을 수 없는 현기증이 밀려 오고, 세상이 빙글빙글 회전했다.
아니 회전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데굴데굴데굴-
레이 실트는 어느새 숯이 깔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강철봉을 든 천문석과 함께!
이 순간 레이 실트의 사고 가속이 풀리고.
파슥-!
오러 블레이드의 섬광이 수평으로 잿가루를 갈랐다.
자욱한 잿가루는 단숨에 불꽃이 되어 사라지고 재의 기사가 나타났다.
쿵, 쿵, 쿵-
오러의 빛이 사라진 롱소드를 중단으로 겨누고 천문석에게 걸어오는 재의 기사!
압도적인 위압감에 가슴마저 울렁거린다!
팟-
땅을 구르던 천문석은 바닥을 박차고 몸을 일으키며 구르는 레이를 끌어올렸다.
“던집니다! 받아주세요!”
“바로 뒤로 던져! 내가 받을게!”
어느새 달려온 김철수가 외치는 동시에 날아가는 레이 실트!
으아악-
김철수는 재빨리 팔을 펼쳐 날아오는 레이 실트를 잡았다.
이때 추이린이 천천히 걸어오는 재의 기사에게 벼락을 때려 박았다.
콰아아앙-
뇌성이 터지는 순간 재의 기사를 직격하는 새파란 뇌전!
파직, 파지직-
새파란 전격이 전신 갑옷 위에서 몰아쳤으나 재의 기사는 멈추지 않았다.
쿵, 쿵, 쿵-
여전히 천문석을 향해 걸으며 롱소드만 가볍게 흔들었다.
파스스슥-
롱소드에 오러 블레이드가 생겨나자, 갑옷 위에서 몰아치던 전격이 순식간에 오러 블레이드로 빨려 들어갔다.
“말도 안 돼!”
경악한 추이린이 외치는 순간.
전격을 몰아치는 롱소드가 추이린에게 뿌려졌다.
쾅-
이 타이밍에 천문석의 강철봉이 롱소드를 때렸다.
콰지지지직-
롱소드에서 날아온 새파란 뇌전이 추이린을 비켜지나 중앙 지열봉을 휘감은 마력회로를 때렸다.
콰아아아아-
끝없이 터지는 섬광과 뇌전!
죽다 살아난 추이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때, 폭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쾅, 콰아앙, 쾅-
어느새 강철봉을 든 천문석이 재의 기사와 격전을 벌이며 멀어지고 있었다.
“붙지 말고! 원거리에서 마법 준비하세요!”
레이 실트와 추이린이 바로 천문석을 따라 달리려 할 때 김철수 발명가가 다급히 제지했다.
“저놈 재의 기사다! 마법 안 먹혀!”
“네, 그게 무슨?”
“뭐? 마법이 왜 안 먹혀!?”
추이린이 깜짝 놀랄 때,
레이 실트가 분통을 터트렸다.
“설명하려면 길다! 우선 지열봉 냉각하고 있어! 나한테 해결 방법 있다!”
김철수는 천문석을 향해 달리며 외쳤다.
“잠시만! 잠시만 멈춰!”
“멀리서, 멀리서 마법 때려 박아요!”
천문석이 발걸음을 늦추자,
김철수가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그놈 각성 스팟 재의 숲, 무기의 벌판에 있는 재의 기사다.”
“재의 기사는 불의 서약을 해서 마법이 안 먹힌다!”
“시야 밖으로 멀어지면 안 돼!”
“나한테 해결 방법이 있다! 여기서 조금만 버텨라!”
……
김철수는 할 말을 끝낸 순간 바로 몸을 돌려 지열봉으로 달려갔다.
마법이 안 먹힌다고!?
레이드 하듯 재의 기사를 잡으려던 천문석이 경악할 때.
김철수가 다시 한 번 외쳤다.
“버티고만 있어! 나한테 해결 방법 있다!”
이때 재의 기사의 롱소드 3 연격이 쏟아졌다.
수직으로 내려찍고,
곡선을 그리며 베어 올려,
오러를 담은 날카로운 찌르기를 넣는다!
천문석은 재빨리 3 연격을 막아 냈다.
콰크크크크-
강철봉으로 검격을 미끄러트리고,
후우우우웅-
곡선을 그리는 순간 찰싹 강철봉을 붙여 빙글빙글 회전시킨다.
춤추듯 맞물려 회전하는 강철봉과 롱소드!
천문석과 재의 기사의 스텝이 교차하는 순간.
파아아앙-
오러를 담은 날카로운 찌르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고.
강철봉은 어느새 재의 기사의 투구 뒤통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 오러 블레이드가 실린 찌르기가 옆구리에서 튀어나왔다.
투구 뒤통수를 때리면 배에 오러 블레이드 칼빵을 맞을 상황!
천문석은 투구를 향하던 강철봉을 내려 롱소드를 때릴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폭음이 터지고 강철봉에서 우수수 불꽃과 함께 쇳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천문석은 훌쩍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오러 블레이드가 실린 롱소드는 기세를 잃고 땅으로 향했지만, 강철봉에는 쇳조각이 떨어져 나간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
“……!”
힐끗 레이 실트가 있는 곳을 보는 순간.
냉기 마법을 쏟아부으면서도 안절부절수시로 자신을 살피던 레이 실트와 시선이 마주쳤다.
“괜찮지!? 제발! 제발 조심해야 한다!”
레이 실트의 간절한 외침에 담긴 중의적 의미가 느껴졌다.
평소라면 걱정할 것 없다고 자신만 믿으라고 호언장담하겠지만, 걱정할 상황이 맞았다.
재의 기사는 전신 갑옷의 무게를 롱소드에 실어 정교한 검술을 펼치고 있었다.
강철봉을 맞대고 싸워 보니 감이 온다!
재의 기사는 무공으로 치면 초절정에 발을 걸치고 있는 수준이다.
자신보다 수준이 높지만, 일장일단이 있어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었다.
문제는 오러 블레이드!
재의 기사가 유형화된 오러,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때마다 공격의 맥이 끊기고 수세에 몰린다!
다행히 재의 기사는 오러 블레이드를 길게 사용하지 않고 강철봉의 내구도가 엄청나서 버티는 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수세에서 벗어날 때마다 강철봉이 손상된다는 것.
작은 흠집 하나 없던 강철봉 곳곳에 흠집이 생기고, 첨단 부위는 3cm 정도 줄어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다.
콰크크크크-
재의 기사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은 강철봉에서 다시 한 번 불꽃과 쇳조각이 떨어질 때.
천문석은 외쳤다.
“레이님! 걱정하지 마세요! 강철봉 완전 무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