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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12화 (41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12화>

쾅, 쾅, 쾅-

강철봉이 곡괭이처럼 재의 거인의 영체에 떨어지자.

단단한 숯과 잿가루가 모래처럼 바스러지고, 불꽃과 잿가루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천문석은 단단히 굳은 숯과 잿가루를 헤집고 그 안을 살폈다.

검은 숯, 회색 숯, 흰색 숯, 단단히 굳은 잿가루와 불티들만 쏟아져 나온다.

재의 거인을 반 이상 때려 부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다니!

“하늘님! 이렇게 굴렸으면! 인간적으로 여기에선 전투 보상이 나와야죠!”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다가 굳어 버렸다.

새하얀 눈!

붉게 타오르는 연기가 가득한 하늘, 마력 폭풍 중앙에서 새하얀 눈이 쏟아지고 있다!

“눈이라고!?”

재빨리 손을 뻗어 떨어지는 눈을 잡는 순간 깨달았다.

눈이 아니다.

눈처럼 새하얀 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자신이 헤집은 재의 거인 주위엔 새하얀 재가 쌓여 눈밭처럼 변해 있었다!

“보스를 잡아서 이렇게 된 건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봤다.

새하얀 재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원을 그리던 마력 폭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뭔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이때 거세지던 마력 폭풍 한가운데서 갑자기 푸른 하늘이 생겨나고 이 푸른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불꽃 덩어리!

“저건 또 뭐야!?”

깜짝 놀라 기감을 집중하려는 순간 푸른 하늘이 닫히고, 원을 그리던 마력 폭풍이 폭발했다.

파아아아앙-

마력 폭풍에서 튀어나온 화염구가 재의 숲 곳곳에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콰아앙-

화염구가 떨어진 순간 고폭탄이라도 터진 듯 치솟는 화염 기둥!

휘이이잉-

이글거리는 화염을 담은 열풍이 밀려 오고.

화르르륵-

대지에 가득한 숯과 잿가루가 불꽃을 토해 낸다!

고스트와 재의 거인을 잡은 후 잠잠해진 재의 숲이 다시 화염을 토해 내고 있다!

쐐애애애애액-

이 순간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열기!

천문석은 강철봉을 하늘로 찌르며 내력을 터트렸다.

쿠우우우웅-

대기가 종처럼 울리는 순간 화염구가 반구를 그리며 폭발하고, 강철봉이 만들어 낸 충격파가 화염 폭풍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

그럼에도 전신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와 마력!

아니, 갑자기 왜 화염구를 쏟아 내!?

이때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휘이이이잉-

마력 폭풍에서 튀어나온 화염구 하나가 재의 숲을 가로질러 북쪽, 중앙 지열봉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

지열봉에 닿기 직전 지상에서 쏘아진 마력광이 화염구를 꿰뚫었다.

파아아앙-

화염구가 폭발하는 순간 새하얀 얼음 알갱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열기를 차단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휘이이이-

마력 폭풍에서 튀어나온 화염구가 숲 전체에 폭격하듯 쏟아지고,

그중 몇몇이 중앙 지열봉으로 계속 날아가고 있었다!

냉기 마법으로 떨어지는 화염구를 막고 있지만,

누그러지던 중앙 지열봉이 다시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터진다!

“잘나가다 갑자기 왜!?”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중앙 지열봉을 냉각시키는 게 중요했다!

천문석이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

바스러진 재의 거인 위를 달릴 때 잿가루 속에서 밟히는 게 있었다!

깡-

단단한 금속성 소리와 질감!

“……!”

재빨리 재를 파내자 구멍이 뚫린 묵직한 쇳덩어리가 나왔다.

오함마 헤드!

잡는 순간 느껴지는 저릿저릿한 느낌!

득템 했구나!

하지만 지금은 자세히 확인할 시간이 없다.

천문석은 오함마 헤드를 잡낭에 넣고 바로 중앙 지열봉을 향해 달렸다.

당장 지열봉 과열을 막아야 한다!

천문석은 타오르는 화염 기둥 사이를 지나 중앙지열봉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참 후.

푸른 하늘에서 튀어나온 불꽃 덩어리가 허공을 지나 부서진 재의 거인 위에 떨어졌다.

퍽-

충돌 순간 단숨에 하얀 재가 되어 흩어지는 거인!

이 새하얀 잿가루 속에서 빛바랜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텅 빈 투구 안에서 이글거리는 화염 같은 두 눈이 생겨난 순간.

재의 기사는 느꼈다.

자신을 부른 도전자가 멀어지고 있다!

재의 기사는 롱소드를 검대에 걸고 발을 내디뎠다.

쿵-

육중한 전신 갑옷의 무게가 실린 발을 내딛는 순간.

솟구친 불꽃과 잿가루의 열기가 재의 기사의 갑옷으로 빨려 들어갔다.

재의 기사는 도전자가 달려가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북쪽, 중앙 지열봉을 향해서!

* * *

재의 숲을 달리길 20분.

마력 폭풍에서 쏟아지던 화염구는 멈췄지만,

재의 숲은 곳곳에서 솟구친 화염 기둥으로 엉망인 상태!

게다가 중앙 지열봉에서 느껴지는 열기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고스트도 다 잡았는데. 마력 폭풍이 왜 강해져!”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숲 너머, 은폐 마력장이 펼쳐진 공간이 보였다.

마치 사진을 보듯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

김철수, 추이린, 레이 실트 세 사람이 지름 10미터가 넘는 기둥에 마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중앙 지열봉!

천문석은 은폐 마력장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지금 상태가 어떻습니까!?”

김철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화염구는 그쳤는데. 마력 폭풍이 임계점을 넘었다! 다시 과열되고 있다!”

“젠장! 갑자기 왜 이래! 혹시 고스트 때문아냐? 고스트 어떻게 됐어?”

“고스트 모두 처리했습니다!”

순간 추이린과 김철수의 시선이 부딪치고 두 사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고스트가 이상 현상의 원인이 아니면…….”

레이 실트가 하늘을 가리켰다.

“저 마력 폭풍 뭔가 이상하다! 이 유적의 마력만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마력 폭풍이 일어날 리 없어! 어디선가 마력이 흘러들어오고 있어!”

천문석은 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 지열봉 냉각 가능합니까!? 이거 터져요? 안 터져요!?”

“…….”

“…….”

“…….”

아무 대답도 못하는 세 사람.

‘이 사람들 방법 없구나!’

감을 잡은 천문석은 지열봉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여기 달려 오면서 생각한 계획이 하나 있습니다!”

천문석이 강철봉을 들어 올리자,

레이 실트가 기겁했다.

“앗! 너 내 롱소드로 뭐 하려고!?”

“걱정 마세요! 우선 확인만 하는 겁니다!”

천문석은 강철봉을 가볍게 휘둘렀다.

강철봉과 중앙 지열봉이 닿는 순간 소리와 진동이 울려 퍼졌다.

까아아앙-

마치 속이 빈 종을 때리는 듯한 진동!

손으로 돌아온 충격파와 안으로 퍼져 나가는 내력을 통해 머릿속에 지열봉의 구조가 그려진다.

지름 10미터가량,

가운데 공간에 유체가 들어 있는 탄성 있는 합금 소재.

달려 오며 생각한 아이디어가 먹힐 것 같았다!

천문석은 생각한 계획을 바로 말했다.

“이 지열봉 끊어 버리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열전도가 끊겨…….”

“뭐!? 야! 지름 10미터짜리 합금을 무슨 방법으로 끊어!?”

“이 지열봉 타이탄 복합 장갑이랑 같은 재질인데? 이걸 끊을 수 있다고?”

추이린이 경악하고,

레이 실트가 어이없어할 때.

천문석은 강철봉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강철봉 사용하면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이없어하던 레이 실트가 경악했다.

“뭐!? 야 이 미친놈아! 그게 망치도 아니고 왜 지열봉을 때려!? 안 돼! 내 롱소드 부서져! 멈춰!”

레이 실트가 천문석에게 달려가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의 머릿속에선 이곳까지 내려 오면서 몇 번이나 본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구멍난 나선 터널.

뚫린 엘리베이터 입구.

박살 난 통제실 컨트롤 패널.

절대 부서지지 않을 거로 생각한 곳들이 하나같이 박살 나 있었다!

지금 천문석이 들고 있는 저 강철봉으로!

김철수는 재빨리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다.

긴급 봉쇄 절차가 시작되기 전에 여기서 중앙 지열봉을 끊어 버리면?

이곳 투영 공간과 유적은 박살이 나겠지만 공방 도시는 멀쩡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나중에 끊어진 부분을 잇는다면 공방 도시의 기능을 살릴 수도 있다!

김철수는 바로 천문석에게 대답했다.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너 이거 진짜 끊을 수 있겠냐?”

“네!? 아니 진짜로 끊어요!?”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추이린과 레이 실트가 기겁할 때.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레이 실트님의 이 강철봉이면 가능합니다!”

김철수 손에선 뻗어 나가는 마력광이 중앙 지열봉 주위의 마력회로를 지우고 선을 그었다.

“이 선 잘 봐라! 가능한 이 위치를 끊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외친다.

“추이린! 냉기 마법 계속 뿌리고.”

“레이님! 열기 보호 마법 계속 유지해 주세요! 엄청난 열기가 쏟아질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문석은 훌쩍 뒤로 뛰었다.

땅에 내려서는 순간 내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냉기 마법이 아니라 수계 마법을 뿌려 주세요!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하긴 뭘 시작해!? 안 된다니까!”

레이 실트가 저지하려는 순간 김철수가 재빨리 앞을 막고 하늘을 가리켰다.

“지금 이거 안 하면 위에 공방 도시 끝장납니다! 몇 명이 죽을지 몰라요!”

으으으윽-

하얗게 질린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은 레이 실트!

“……살살! 제발 살살해 줘!”

레이 실트가 허락하는 순간.

천문석은 호흡을 골랐다.

10미터가 넘는 합금 기둥을 일격에 끊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때려 부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방법은 하나!

둔보(鈍步)!

이 느린 보법으로 내력을 모으고.

와류(渦流)!

그 내력으로 와류의 무리를 펼친다!

쿵-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손안에서 회전하는 강철봉!

위이이이이잉-

곧 강철봉은 굉음을 내며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천문석은 둔보를 펼쳐 중앙 지열봉으로 다가가며, 회전하는 강철봉을 앞으로 내밀었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머리를 잡고 있던 레이 실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때려 부수려던 거 아냐?”

의아해하던 레이 실트는 곧 경악했다.

회전하는 강철봉이 중앙 지열봉에 닿는 순간.

까아아아아앙-

우수수 쏟아지는 불꽃!

미친 듯 울려 퍼지는 진동!

톱밥처럼 밀려 나오는 합금 조각!

“……!”

레이 실트는 말문이 컥- 막혀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천문석은 강철봉으로 중앙 지열봉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자신의 강철봉을 드릴로 사용해서!

“이래서 수계 마법을 준비하라고 했구나!”

추이린의 탄성과 함께 수계 마법이 쏘아지고 확 피어오르는 증기.

치이이이익-

증기가 사라졌을 때 중앙 지열봉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흘러나오는 유체!

“됐다! 먹힌다!”

김철수가 환호성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이 강철봉을 흔들며 외쳤다.

“이대로 30cm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때리면 끊을 수 있습니다! 채석장에서 돌 자를 때 쓰는 방법입니다!”

순간 레이 실트의 막혔던 말문이 터졌다.

“야, 이 미친놈아! 내 강철봉으로 뭘 하는 거야!? 그거 롱소드라니까! 드릴 아냐! 망치도 아니고! 아니, 차라리 망치질해! 강철봉 갈린단 말야!”

“…….”

천문석, 김철수, 추이린이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천문석이 말했다.

“다른 방법 있으면 그만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까아아아앙-

천문석은 강철봉을 드릴처럼 사용해서 계속 중앙 지열봉에 구멍을 뚫었고.

치이이이익-

추이린은 수계 마법으로 강철봉 드릴의 열기를 식혔다.

김철수는 유체가 흘러나오는 구멍에 충격을 극대화할 마력회로를 구성했고.

“…….”

넋 나간 표정의 레이 실트는 열기 보호 마법을 계속 걸었다.

열기 보호 마법이 3번째 걸렸을 때.

중앙 지열봉에는 어느새 20개의 구멍이 뚫렸다.

“잘했다. 이대로라면 금방 끊을 수 있겠다!”

“와, 이 기발한 녀석!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냐!?”

김철수와 추이린의 탄성이 터지자,

천문석은 겸손한 태도로 레이 실트를 가리켰다.

“이건 모두 레이 실트님의 이 강철봉 덕분입니다!”

“레이 실트님 이 헬스장 강철봉 최고입니다! 역시 마법 마도구 제작자!”

“강도가 완전히 미쳤어요! 지열봉에 구멍을 20개나 뚫었는데! 2cm 정도 밖에 안 갈렸어요!”

“이 강철봉 최고입니다!”

천문석이 극찬을 쏟아 내자 추이린과 김철수도 탄성을 흘렸다.

“과연! 마도구 제작자의 강철봉! 대단해! 흐흐흐-.”

“……롱소드야.”

“여기서 나가면 대량 발주하겠습니다. 레이 실트의 강철봉! 하하하-.”

“롱소드라니까…….”

카캬카-

흐흐흐-

하하하-

천문석, 추이린, 김철수가 연신 웃음을 터트릴 때.

레이 실트는 웃지 못했다.

“…….”

뭔가, 뭔가 굉장히 억울하고,

너무나 세상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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