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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93화 (39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93화>

"....이거 무슨 상황이냐?"

며칠간 자리를 비웠던 이태성은 태블릿을 가리키며 비서에게 물었다.

"...."

비서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순간 이태성이 외쳤다!

"교장이 오면 타겟이 선생 그만둘 거라며?!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태블릿 화면에선 여전히 꿀벌 가면을 쓰고 학생들을 인솔하는 타겟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가면을 쓴 것은 타겟뿐만이 아니었다.

늑대, 양, 사자, 해바라기···. 온갖 가면을 쓴 교사들!

현대고등학교의 모든 교사가 가면을 쓰고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타겟, 검은 폭풍 이세영이 선생을 그만두기는커녕 다른 선생들까지 가면을 쓰고 있는 상황!

이 어이없는 상황에 이태성은 분통을 터트렸다.

"으으윽- 뭐가 이따위야?! 가면? 가면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비서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분명 교장이 처음에는 불같이 화를 냈는데···. 객실에서 타겟과 개인 면담을 하고 나오더니 갑자기 이런 지시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교사 전부 가면을 쓴 게 교장 지시라고?!"

"네···. 저기 타겟 옆에 해바라기 가면을 쓰고 있는 게 교장 본인입니다."

꿀벌 가면을 쓴 이세영을 마치 수행비서처럼 따라가는 해바라기 가면 교장!

"학교가 장난이야!? 교장까지 가면을 썼다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때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완도 게이트!

"비서! 교장이 완도 게이트에서 학생들을 기다렸다고 했지!?"

"네, 게이트 전쟁 당시 식량 수송을 나르던 걸 체험한다고···."

"교장 약력!"

이태성은 바로 교장 약력을 확인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았다.

노령산맥 방어선!

교장은 노령산맥 방어선 참전자였다.

그것도 가장 인명 피해가 컸던 061 농업 부대 출신!

낙동강 전선이 피난민과 산업 기반을 지켰다면,

노령산맥 방어선은 나주평야와 호남평야의 식량 기반을 지켰다.

특히 061 농업 부대는 몬스터에게 점령된 호남평야에서 전투하듯 농사를 짓고 수확해 낙동강 전선으로 수송했다.

그리고 이때 낙동강 전선에는 검은 폭풍 이세영이 있었다!

노령산맥 방어선의 교장.

낙동강 전선의 이세영.

교장은 게이트 전쟁 당시 검은 폭풍을 만났던 거다!

10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전성기의 검은 폭풍을!

교장은 처음 채용할 때는 나이든 이세영이 검은 폭풍이란 걸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자신의 엘릭서로 이세영은 노화가 역전되고 낙동강 전선 시절 모습을 찾았다!

교장은 가면을 벗은 이세영을 보는 순간 오래전 봤던 검은 폭풍이란 걸 한눈에 알아챈 거다!

하, 하, 하-

모든걸 깨달은 이태성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교장이 이세영에게 압박을 가하기는커녕,

모든 교사에게 가면을 씌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세영은 낙동강 전선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를 각성력과 생명력을 깎아내면서까지 끝까지 지켰다.

같이 싸운 모든 사람에게 검은 폭풍은 전우 이상의 존재였다.

그런 검은 폭풍의 부탁을 전우 중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태성은 마침내 깨달았다.

우연히 이세영을 만나며 시작된 자신의 계획은,

마치 하늘이 성공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완전히 실패했다.

이때 비서가 조심스레 태블릿을 내밀었다.

"길드장님···. 찾았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태블릿에 낯익은 꼬맹이 사진이 보였다.

빨대를 꽂은 요구르트 3줄을 들고 벽에 숨어 얼굴만 쏙 내민 꼬맹이.

얼굴을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해변에서 만난 꼬맹이다!

깡통을 주워 모은 동전을 잔뜩 쥐여주고 사라진 그 꼬맹이!

"얘 지금 뭐 하는 거냐? 옆에 같이 있는 사람은 누나야?"

비서는 태블릿을 짚으며 설명했다.

"앞에 이 남자와 좌우에 두 여자, 셋이 3일째 매일 만나는 중인데. 그걸 미행 중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은 친누나는 아니고 친한 동네 누나 같습니다."

이태성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남자 한 명에 여자 둘이 매일 만난다고? 데이트? 이 녀석 재벌 3세라도 되는 거야?!"

이태성이 어이없어하자,

비서가 난감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게 정확히 말하면 데이트라기보다는 매일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복잡한데···. 아! 길드장님 러브 시그널 아시죠?! 지금 이 세 사람 러브 시그널 이시언, 에리나, 추서연처럼···."

이태성은 비서의 말을 끊었다.

"됐고 얘 어딨냐? 금융 치료해주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자. 스트레스받아서 사기꾼 놈들 좀 박살 내야겠다."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는 순간.

부르르르-

바로 진동하는 보안 전화기.

"...."

임제원 실장은 지친 눈으로 전화기를 봤다.

[재금 그룹 오너의 숨겨진 후계자, 레이 실트.]

현대 정보컨설팅그룹의 바이럴 바이럴 마케팅은 대성공이었다.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린 것이다!

하지만 쓸만한 정보는 없었다.

대부분은 듣는 순간 거짓이란 걸 알 수 있었고, 몇몇 정보는 교차 검증으로 헛소문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직접 확인할 수준의 정보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한다.

부르르르-

임제원 실장이 진동하는 보안 전화기를 잡는 순간.

탁-

보안 전화기를 낚아채는 손길.

"대표님?"

유희명 대표는 보안 전화를 바로 끊어 버리고 전원을 내렸다.

"이제 더 할 필요 없다. 제대로 된 정보 들어왔다."

"네? 그게 무슨···. 앗!? 진짜로 헌터들이 공탁금을 걸고 제보를 했다고요?!"

공탁금을 걸게 만들어 정보 질을 높이겠다는 어이없는 아이디어가 먹혔다고?!

임제원 실장이 얼빠진 목소리로 반문하는 순간.

유희명 대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보안 전화를 내밀었다.

"으하하- 당연하지! 봐라! 내 말대로 공탁금 걸고 제보하게 하니까. 제대로 된 정보가 들어왔잖아!"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 보이스 피싱이랑 방법이 똑같은데! 그걸 어떻게 믿고? 정보를 건네줘요!"

임제원 실장이 혼란스러워하자,

유희명 대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야! 한국 사람 머리 돌아가는 거 장난 아냐! 바이럴 시작하고 공탁금 받으니까. 던전, 게이트 안의 헌터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네트워크요?"

"어, 다단계처럼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고 자기 [번호]를 무작정 뿌려서 정보를 모은 거야. 그렇게 정보를 모은 사람이 역으로 딜을 걸어왔다. 난 10분 안에 연락 주기로 했고."

"검증도 안 된 정보를 사겠다고요?!"

깜짝 놀라는 임제원 실장의 어깨를 툭 치는 유희명 대표.

"벌써 브로커 끼워 넣고 공탁 걸었다."

"선배! 미쳤습니까!?"

"야, 걱정마. 믿을만한 사람이 브로커니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이 정보가 살 가치가 있는지 10분 안에 검증을 끝내는 거야."

유희명 대표는 태블릿에 사이트를 띄워 임제원 실장에게 내밀었다.

사이트에 상단에 박혀 있는 이름.

"제주대학교병원?"

유희명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겟 '레이 실트'가 제주 대학병원에 나타났다는 게 우리가 검증할 정보야. 현재 레이가 있는 위치는 구입 결정하면 바로 보내주기로 했고. 자세한 건 여기 메시지 봐라."

유희명 대표가 보여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는 순간 임제원 실장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제주도에서 연이은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다!

거대 괴수 등장, 특이 개체 출현, 한밤중 마수 경보.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가 남중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 했다.

그 당시 제주도에 레이 실트가 있었다고?

너무나 공교로운 상황.

그래서 더 그럴듯했다!

임제원 실장은 바로 방첩 부대, 검찰 조사관 인맥을 돌렸다.

그리고 7분 후 사진 한 장을 얻었다.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은 노이즈가 가득한 병원 복도 CCTV 사진!

"뭐야···. 꽝인 거야? 에휴-"

유희명 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거래 취소 전화를 걸려는 순간.

임제원 실장이 입을 열었다.

"선배. 당첨입니다."

"뭐?"

임제원 실장은 사진의 노이즈를 짚었다.

"이 노이즈 패턴. 마력 각성자가 만들어낸 마력장 EMP 현상입니다."

"제원아 그 말은?"

유희명 대표가 기대를 담아 묻는 순간.

임제원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바로 구입하세요! 이 각성자 마력장으로 EMP 효과를 냈어요. 이 정도 마력 각성자면 최소 1세대 헌터급입니다!"

"혹시 진짜 1세대 마력 각성자면 어떡하지? 제주도 휴양지라 헌터들 많이 오잖아?"

임제원 실장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 날짜에 제주도에 있던 1세대 마력 각성자 동선 전부 확인됐습니다. 이 녀석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났어요."

유희명 대표는 바로 브로커에게 연락을 넣었다.

"총지배인님 바로 쏴주시면 됩니다. 정보 구입하겠습니다."

=...

"네. 혹시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암살검께도 항상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고 잠시 후 사진 한 장이 텔레그램으로 전송됐다.

암반 위에 설치된 기둥과 지붕뿐인 건물로 들어가는 한 사람.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깊게 눌러써 얼굴과 체형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이거 정보가 너무 부족한 거 같은데···."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임제원 실장은 눈을 빛내며 사진을 확인했다.

기둥에 설치된 마력 스캐너.

암반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

주위에 가득한 지게를 짊어진 헌터들.

생활 헌터,

부산 던전이다!

그리고 부산 던전 사진에 찍힌 날짜와

제주 대학병원 사진에 찍힌 날짜가 같다!

이걸로 이동수단과 경로도 특정된다.

이동수단은 제주발 부산행 비행기.

이 날짜에 이 비행기를 탄 탑승자 명단을 전부 훑으면 가명이 튀어나오고,

가명을 확인하는 순간 행적을 확인하는 것은 금방이다.

행적을 확인하면 본명을 알 수 있고, 본명을 확인하면 진짜 레이 실트인지 검증할 수 있다!

“선배! 레이 실트 부산 던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탑승자 명단 확인하고 검증하는데. ...5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부산 던전! 그 안에 레이 실트가 있을 확률이 높구나!"

유희명 대표가 눈을 반짝이는 순간.

임제원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선배. 전 비행기 탑승객 명단 확인하겠습니다. 선배는 부산 던전에서 바이럴 시작하세요! 이 정도 마력 각성자가 부산 던전에 들어갔으면 아마···."

이때 얼핏 머리를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부산 던전은 최하층과 몇몇 사냥터를 제외하면 생활 헌터들이 다수다.

던전 자체의 위험도가 높지 않고,

당연히 수익도 다른 던전에 비해 낮다.

이런 부산 던전으로 1세대헌터 급의 '마력 각성자'가 왜 들어갔을까?

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5, 6, 7층을 흐르는 강!

이 강은 5, 6, 7층의 세 도시를 하나로 잇는다.

5층의 광산 도시, 철광석과 마석, 부산물.

6층의 제련 도시, 강화 강철과 마법 재료.

7층의 공방 도시, 마력 물품.

5층과 6층에서 생산된 강화 강철과 마석, 마법 재료는 강을 통해 7층 공방 도시로 향한다.

그리고 7층 공방 도시에 있는 수많은 공방에서 마력 물품으로 제작된다.

공방에서 마력 물품을 제작하는 사람들.

마력 각성자!

임제원 실장은 레이 실트가 어디로 갔는지 직감했다.

7층 공방 도시,

레이 실트는 7층 공방 도시에 있다!

"선배! 감 잡았어요! 레이 실트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에 있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임제원 실장이 외치는 순간,

유희명 대표의 촉이 꿈틀거렸다.

레이 실트를 찾고 있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검증보다 속도다!

유희명 대표는 바로 의뢰인에게 연락했다.

"타겟이 있을 확률이 높은 장소 특정했습니다. 검증 전이지만, 경쟁자가 많습니다. 바로 움직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문자 보내고 검증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화가 끊기는 즉시 케인 이사의 휴대폰에 텔레그램 문자가 날아왔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

정보를 받은 케인 이사는 바로 비서에게 확인했다.

"이사들 동향은 어떤가?"

"레이 실트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네?"

"어디서 확인하고 있냐고!"

케인 이사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움찔해서 대답하는 비서.

"네! 호텔, 대사관, 임대 사무실···."

“....!”

이 순간 케인은 전신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꼈다.

레이 실트가 던전 안에 있다는 것을 다른 이사들은 모르고 있다!

그리고 감이 왔다.

일을 맡긴 컨설팅 업체의 말대로다.

지금은 검증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당장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자신의 홈그라운드가 아닌 한국. 게다가 급하게 움직이느라 자신과 비서 둘밖에 오지 못했다.

'누굴 움직이지?'

이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기숙사 룸메이트!

자신에게 지식인을 소개해 준 한국인 유학생 친구!

한국에 게이트가 생긴 후에도 유학 생활을 이어가던 친구는, 대학교 운동장에 게이트가 생기자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광화문 성채 빌딩에 사무실이 있는 대형 헌터 길드의 이사가 됐다.

-부산 던전에 대해 잘 아는 믿을 수 있는 현지인.

-수백 명의 헌터가 가입한 대형 헌터 길드의 이사.

완벽했다!

케인 이사는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 전화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인? 야, 또 뭐야? 나 바쁘다니까. 찾는다는 사람 지식인으로 못 찾았냐? 그럼 판에 올리면···."

빠르게 이어지는 목소리.

케인 이사는 친구가 전화를 끊기 전에 다급히 외쳤다.

"최후식! 정말 중요한 일이다! 지금 당장 만나자! 내가 너 있는 곳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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