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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67화 (36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67화>

“선생님 이렇게 하시면 어떨까요?”

천문석은 하늘이 무너진 듯 걱정하는 이세영 선생님에게 두 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1. 사실대로 밝히기.

사실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최고등급 각성자가 됐다고 밝힌다.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선생님을 계속한다.

2. 꿀벌 가면 쓰기.

수학여행 내내 꿀벌 가면을 써서 우선 위기를 넘기고 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한다.

이세영 선생님은 선택했고,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헤어지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잘 가…….”

“네, 선생님. 그 강화 전투복 부탁드려요. 포상금은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릴게요.”

꿀벌 가면을 쓴 이세영은 천문석이 벗은 강화 전투복을 들어 보이며 힘없이 대답했다.

“이건 내가 호텔에 반납할게. 걱정하지 마. 그리고 포상금은 진짜 괜찮아. 그건 네가 받는 게 맞아…….”

힘없이 고개를 젓고 손에는 강화 전투복 꾸러미를 든 채 터벅터벅- 삼합 호텔로 걸어가는 이세영 선생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의기소침한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꿀벌 가면의 더듬이와 날개마저 축 늘어졌다.

천문석은 빠르게 걸어 이세영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

“……응?”

이세영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선생님은 저한테 언제나 최고의 선생님이셨어요.”

“…….”

“겉모습과 상관없이 선생님의 진심을 학생들도 알아줄 겁니다!”

“……!”

천문석의 말을 듣는 순간 삶의 대부분을 교단에 서서 학생들과 함께한 이세영의 눈에 빛이 돌아오고 몸에 힘이 솟아났다.

그렇다!

난 선생이다!

학생들 앞에서 언제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마워! 너도 나에게 최고의 제자였어!”

팡팡- 천문석의 어깨를 두들기며 외치는 이세영.

이 순간 천문석과 이세영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캬카-

으흐흐-

두 사람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환승 정류장, 삼합 호텔로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삼합 호텔로 돌아온 이세영 선생님은 눈을 반짝이는 반 아이들에게 포위됐다.

“벌 쌤!”

“꿀벌 쌤!”

“위이잉- 쌤!”

……

학생들은 꿀벌 가면을 쓰고 나타난 임시 담임 선생님을 둘러싸고 일제히 외쳤다.

“쌤!”

“쌤!”

“쌤!”

“쌤!”

마침내 이 순간이 왔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수학여행 내내 꿀벌 가면을 쓰는 걸 이해시켜야 하는 순간이!

이세영은 수많은 마수 앞에 섰던 어제보다 학생들 앞에선 지금 이 순간이 더 떨렸다.

바짝 긴장한 이세영이 마음속으로 미리 준비한 수많은 이유를 되새길 때.

주위를 둘러싼 학생들이 동시에 외쳤다.

“선생님들 카지노 가셨다면서요!?”

“학주 쌤 대박 나셨다는데!”

“쌤은 어떻게 되셨어요!?”

“쌤도 대박 나셨나요!?”

“너희들이 그걸 어떻게……!”

생각과는 전혀 다른 질문에 경악하는 순간 이어지는 외침!

“선생님들 카지노 유람선 타는 거 태성이가 봤어요!”

“시력 2.0! 김태성! 제가 봤습니다!”

김태성이 손을 번쩍 들고 나서더니 꿀벌 가면을 가리켰다.

“그리고 꿀벌 쌤. 지금 쓰고 계신 가면 위에 [삼합 카지노 유람선]이라고 찍혀 있는데요?”

“앗!?”

깜짝 놀란 이세영이 손으로 가면을 가리는 순간, 어쩐지 실망한 듯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우리 담임 쌤은 잃은 거 아냐?”

“이번에도 우리 반이 진 거야. 에휴…….”

“어제 우리도 졌는데. 담임 쌤도 졌다고?”

“하긴 학주 쌤은 완전 타짜니까. 어쩔 수 없지…….”

……

학생들의 실망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세영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잠깐만!”

다급히 외친 후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잡혔다!

500원 동전 사이에 있는 그것!

이세영은 주머니에서 꺼낸 손을 내밀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너희들 이게 뭔지 아니? 으흐흐-”

실망했던 학생들은 깜짝놀랐다.

“설마!?”

“꿀벌 쌤!”

“대박 나신 거예요!?”

……

제자들의 기대 어린 시선이 모이는 순간.

이세영은 주먹 쥔 손을 활짝 펼쳤다!

손에 가득 놓인 500원짜리 동전들!

“에휴…….”

“하, 하하- 많이 따셨네요…….”

모두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

김태성이 외쳤다.

“어, 잠깐만! 저거 설마!”

김태성은 번개같이 달려와 담임 선생님의 손에 놓인 500원 동전 사이에 있는 칩을 꺼내 들었다.

[10,000$]

“어!?”

“이거!?”

“카지노 칩!”

1만$짜리 카지노 칩을 본 학생들은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아-

꺄아아-

“꿀벌 쌤! 이게 뭐예요!?”

“1만$면 도대체 얼마야!?”

“우와아- 우리 반이 이겼다!”

“꺄- 나 1만$짜리 칩 처음 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이세영을 번쩍 들어 올려 헹가래 쳤다.

“이야! 쌤 대박이에요!”

“우와! 어떻게 이렇게 따요!”

“쌤. 나중에 저희도 카지노 데려가 주세요!”

“저도요! 쌤! 저희도 카지노 대박 내는 법 가르쳐 주세요!”

이세영은 학생들의 외침을 듣는 순간 아차 했다.

학생들의 실망한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카지노에서 칩을 따온 모습을 보여 줘 버렸다!

학생들에게 도박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하다니!

휘잉, 휘이잉-

헹가래 쳐지는 이세영은 학생들에게 쉴 새 없이 주의를 줬다.

“……도박은 하면 안 되는 거야!”

“너희들 나중에라도 카지노 가면 안 된다!”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것보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게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지름길이야.”

……

이세영의 설득력 없는 외침이 이어질 때.

김태성이 갑자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근데 쌤 목소리가 달라진 거 같지 않아!?”

“가면 써서 그런 거 아냐?”

“아냐! 잘 들어 봐! 우리 쌤 목소리 완전히 변했어!”

“어라 그러고 보니!?”

“…….”

“쌤! 아무 말이나 해 보세요!”

“…….”

이세영은 입을 꾹 다문 채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이를 갈았다.

‘이태성! 수학여행만 끝나면 반드시 잡아서 요절을 내준다!’

* * *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언덕길을 오르길 30분.

천문석은 마침내 집, 임옥분 여사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어젯밤에 나와 오늘 아침에 돌아온 집인데.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29일은 지난 듯 집이 낯설었다.

그 정도로 카지노 나이트, 지난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에휴-

천문석은 한숨을 내쉬고 손에 든 묵직한 검은 봉지를 다시 확인했다.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는 이 검은 봉지는 분노하고 있을 꼬맹이에게 줄 공물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예상 그대로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마당 구석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돌과 조개껍데기를 씻고 있던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천문석이 나타나자 벌떡 일어나 번개같이 달려 오며 외쳤다.

“알바! 왜 카지노 혼자 갔어?”

“나도 카지노 엄청 가고 싶었단 말야!”

타다다닥-

순식간에 마당을 가로질러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 휙- 내밀며 폭풍처럼 말을 쏟아 낸다.

“앙꼬한테 딴 앙꼬 대장 구슬! 이 구슬로 룰렛 굴릴 거였단 말야!”

“또르르- 또르르- 땡땡땡! 이렇게 대박 낼 예정이었단 말야!”

“알바! 이럴 줄 몰랐어! 한국 사람은 의리인 거 몰라!”

특급 헌터는 앙꼬 대장 구슬을 든 손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의리!”

“의리!”

“의리!”

……

“…….”

천문석은 말없이 이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아니었나?

앙꼬 대장 구슬을 카지노 룰렛에서 굴린다고?

이뤄질 수 없는 꿈을 꿨구나, 특급 헌터야.

그러나 화가 난 사람에게 오류를 지적해서 기름을 붓는 건 하수나 하는 일.

천문석은 폭풍처럼 분노하는 특급 헌터에게 냉기가 날리는 공물, 묵직한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미안. 이거 받아라.”

“미안하다고 모두 용서해 주면……!”

“메로나 먹어.”

“뭐!? 메로나 한 개로 내가……!”

“20개 사 왔어.”

“생각해 보니까. 한국 사람은 화해인 거 같아.”

우히히히힛-

특급 헌터는 메로나가 가득 든 검은 봉지를 빙빙 돌리며 대청마루로 달렸다.

“세연! 메로나 먹어! 메롱메롱, 메로나!”

대청마루 위 죽은 듯 축 늘어져 있던 류세연이 손만 뻗어 메로나를 잡았다.

다다닥-

특급 헌터가 대청마루를 달려 냉동실에 메로나를 하나하나 세면서 넣을 때.

“하나, 둘, 셋, 넷, 넷, 다섯, 일곱…….”

천문석은 마루 위에 축 늘어져 메로나를 먹는 류세연에게 물었다.

“야, 너 왜 이리 기운이 없냐?”

류세연은 휑한 얼굴을 들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좀 땄어? 어제 간 게 카지노 나이트라고 했지? 어젯밤에 갑자기 경보 울리고 난리였는데. 별일 없었어?”

“…….”

천문석은 지난밤 카지노 나이트에서 일어난 그 난장판을 뭐라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카지노 유람선에 놀러 갔다가 도끼 던지는 미친놈들, 마수, 거대 거북이, 간첩선과 간첩, 용용이, 폭풍우까지 만났다.

다시 생각하니 새삼 어이가 없었다.

카지노 갔다가 간첩을 만나다니!?

게다가 서해의 제왕 용용이를 제주도 앞바다에서 만났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모두와 함께 난장판에서 개같이 굴렀지…….

이 복잡한 난장판은 뭐라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그냥 적당히 대답했다.

“난 그냥 그랬어. 넌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표정이 도박판에서 집문서 날린 사람인데?”

류세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절망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건물 주인 바뀌었어. 나 이제는 건물주 대리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

류세연은 말없이 냉장고에 메로나를 계속 넣고 있는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열아홉! 왜 자꾸 하나가 남지!? 세연 하나, 나 하나. 스무 개에서 두 개를 빼면…… 분명 열여덟 개가 있어야 하는데!”

특급 헌터는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숫자를 세더니 분통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류세연도 분통을 터트렸다.

“으아악- 숫자도 제대로 못 세는 꼬맹이에게 당하다니!”

“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봐.”

천문석이 의아해하자, 류세연이 대청마루에 깔린 담요를 들췄다.

순간 접힌 담요 사이에서 드러나는 화투짝과 동전, 지폐, 그리고 종이 한 장!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어젯밤 임옥분 여사의 저택 대청마루에서도 치열한 승부가 벌어졌다는 것을!

“뭐야? 너 특급 헌터랑 화투 쳐서 돈 잃은 거야?”

“나만 잃은 게 아냐.”

류세연은 담요 사이 종이를 들어 천문석에게 보여 줬다.

[‘갑‘에게 ‘을‘은 서울에 있는 해당 건물의 소유권을 넘긴다.]

종이에 적혀 있는 짧은 문장.

그리고 그 아래 적혀 있는 이름과 서명.

[갑 : / 을 : 임옥분.]

갑 부분이 비워진 종이에는 임옥분 여사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어, 어어어어!?”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혀 종이와 류세연, 특급 헌터를 번갈아 보는 천문석.

“야, 이 종이 도대체 뭐야!? 설마 이 갑이!?”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류세연은 힘없이 대답했다.

“쟤 완전 타짜야. 할머니랑 나랑 완전히 털렸어…….”

“털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설마, 이 종이가 진짜란 거야!?”

류세연은 힘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특급 헌터가 우리 건물, 건물주야…… 이 종이 할머니가 우리 건물 넘긴 각서야.”

카지노를 갔다 온 하룻밤 사이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특급 헌터 꼬맹이로!

카지노에서 일생일대의 승부를 한 건 난데!

류세연은 건물주 대리 신분을 날렸고.

임옥분 여사님은 건물을 날리고.

특급 헌터는 건물주가 됐다!

“아니, 뭐가 이따위야!?”

천문석이 충격받은 얼굴로 하늘을 보는 순간.

류세연, 건물주 대리(전)는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이제 내가 세입자라니! 으아아- 더는 사역에 동원 못하잖아! 으으으-”

이때 냉장고 앞에 앉은 특급 헌터의 깨달음의 탄성이 들려왔다.

“앗 그렇지! 하나를 더 먹으면 숫자가 딱 맞잖아!”

카캬카카캌-

신나게 웃은 특급 헌터는 메로나를 양손에 쥐고 냉동실 문을 탁 닫았다.

“메롱, 메롱, 메로나!”

“메롱, 메롱, 메로나!”

……

그리고 즐겁게 노래하며 대청마루와 마당을 가로질러 수돗가로 달려가더니 조개껍데기를 씻으며 탄성을 터트렸다.

“음, 이건 아주 훌륭한 조개야! 7점!”

아직 이른 아침.

특급 헌터는 마당에서 돌과 조개껍데기를 씻으며 탄성을 터트리고, 류세연은 대청마루에 축 늘어져 머리를 잡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천문석은 평소처럼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제행무상, 제법무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늘에도 기울기가 있다더니!

카지노 나이트의 진정한 승리자는 카지노에는 오지도 않고 건물주가 된 특급 헌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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