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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58화 (35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58화>

킥, 키키키킼-!

하늘에서 다람쥐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고속선을 밀고 끄는 모두는 식은땀을 흘리며 악을 썼다.

그리고 사실 그건 갑판 위에 앉아 있는 천문석도 마찬가지였다.

천문석의 겉모습은 평소와 같았지만, 마음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니케가 그 다람쥐였다니!’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 상황이 재생됐다.

고속선 안으로 들어가 함교 벽을 강제로 뚫고 들어가는 순간 뒤에서 날아오던 무언가!

반사적으로 엎드려 피하는 순간.

머리 위를 날아가는 작은 다람쥐를 볼 수 있었다.

천문석은 이 다람쥐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니케!

특급 헌터에게 하루종일 딱밤을 맞은 니케였다!

'니케가 왜 여기 있어?!'

의문도 잠시 섬뜩한 살기가 느껴지고 선원들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쏴라!"

팡, 팡, 팡-

선내 사격용 저압탄이 쏟아지는 순간.

천문석은 바닥을 미끄러져 니케를 낚아채려 했다.

그러나 한발 먼저 니케의 전신에서 황금빛 줄무늬가 드러났다.

파스슥-

그리고 섬광이 터지는 순간 어느새 선원들에게 달라붙은 니케!

킥, 킼킼키키킼-!

니케의 분노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작은 입으로 콰드득- 무는 순간.

선원들은 허수아비처럼 픽, 픽- 쓰러져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경련했다.

치솟은 머리카락, 입가에 흐르는 거품, 감전된 듯 경련하는 몸까지!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선원들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기시감을 느꼈다.

신동대문 난장판 때, 지하터널을 뚫는 초거대 사슴벌레 위에서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조폭 두목 마혁진과 헌터 부대 김태우 중령.

두 사람이 저 선원과 똑같은 모습으로 쓰러져 고통스럽게 경련했다!

정체불명의 새끼 다람쥐에게 물려서!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마혁진과 김태우 두 사람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던 그 무시무시한 다람쥐.

특급 헌터에게 하루종일 폭풍 같은 딱밤은 맞은 불쌍한 다람쥐.

두 다람쥐는 같은 다람쥐였다!

니케가 그 무시무시한 각성 동물, 신동대문의 다람쥐였다!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수많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 의문을 풀 시간은 없었다.

휘이이이잉-

어느새 함교 안 모두를 해치운 니케가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킥, 키키킼킼-

울음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니케가 왠지 모를 이유로 엄청나게 분노한 상태라는 것을!

"야! 잠깐 니케! 잠깐만 멈춰봐! 나야 나! 너 왜 그래?!"

천문석은 재빨리 엄폐물 뒤로 뛰면서 외쳤지만, 니케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천문석은 손에 잡히는 걸 모두 던져 니케를 막으려 했다.

휘익, 촤르륵, 팡, 핑그르-

펜, 서류, 의자, 카지노 칩 주위 모든게 날아갔다.

휫, 휫, 휫-

하지만 니케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번개같이 움직여 날아오는 걸 모조리 피해냈다!

으아앗-

천문석은 다급히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니케의 공격을 피했지만. 이곳은 공간이 한정된 함교 안이었다.

결국, 피하고 피하던 천문석은 함교 구석에 몰렸다.

킥, 키키킼킼키-

그리고 니케가 울부짖으며 돌진하는 위기의 순간.

번쩍 머리에 떠오른 이름!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특급 헌터! 야, 너 특급 헌터 기억 안 나?! 네 친구 특급 헌터 꼬맹이! 퐁퐁검!"

특급 헌터란 이름을 울려 퍼지는 순간 돌진하던 니케는 수직으로 뚝 떨어졌다.

쿵-

천문석 앞에 떨어져 돌이 된 듯 굳어있는 작은 다람쥐!

니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치고 작은 머리가 휙휙- 주위를 훑었다.

니케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이름!

특급 헌터!

특급 헌터!!

특급 헌터!!!

이상한 꼬맹이를 깜박했다!

이 사탕 도둑은 이상한 꼬맹이의 친구였다.

즉, 아프게 물면 이상한 꼬맹이의 폭풍 딱밤을 맞게 된다!

하루종일 맞은 폭풍 딱밤을 생각하는 순간 니케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오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에게 용서란 없는데….

그렇다고 물면 이상한 꼬맹이의 무자비한 딱밤을 맞게 된다.

킼키, 기키-?!

키키기기킼-!?

‘물까, 말까?!’

‘그냥 까먹을까?!’

니케는 갈등했고.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깨달았다.

'특급 헌터가 먹히는구나!'

천문석은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재빨리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손에 잡혀 나온 돌, 특급 헌터가 엄청 좋은 돌이라며 2등상으로 준 말간 돌이다!

톡-

천문석은 말간 돌을 니케 앞에 떨어뜨리고 재빨리 말했다.

"이거 기억나지? 특급 헌터. 그 이상한 꼬맹이가 준…."

깜짝 놀란 니케는 재빨리 말간 돌을 잡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

킥, 키키킼-!!

다급한 울음소리와 함께 팔 아래 생겨나는 희미한 빛의 날개막!

빛의 날개막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신동대문 사건 때의 일이 기억났다.

그때도 저기서 튀어나온 잡동사니와 나뭇가지를 바꾸자고 했었다.

이번에도 특급 헌터의 말간 돌과 바꾸자는 거다.

"야, 됐어! 그 돌 그냥 줄게. 이제 우리 안 싸우는 거다."

천문석이 재빨리 말하는 순간.

안간힘을 써서 빛의 날개막을 만들어내던 니케는 깜짝 놀라 굳어 버렸다!

뭐지, 이 착한 인간은?!

땡, 데구르르-

이 순간 빛의 날개막에서 휙- 튀어나와 바닥을 구르는 주먹만 한 쇠공.

나무 열매를 구워 먹고, 추울 때 안고 자던 언제나 뜨근뜨근한 화로!

니케는 재빨리 작은 화로를 밀어주고 연신 울며 고개를 숙였다.

킥, 키킼키킼-!

천문석은 상황만 봐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쇠공을 받은 후 니케의 작은 손에 손가락을 대고 외쳤다.

"딜!"

킼-!

그렇게 천문석과 니케는 같은 편이 됐다.

갑판에 앉은 천문석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복잡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말간 돌을 손에 꼭 쥔 채로 신나게 하늘을 활강하는 니케.

니케는 칠성파 두목이자, 염동력자인 마혁진과 헌터 부대 김태우 중령을 순식간에 끝장냈다.

그런 니케에게 특급 헌터는 하루종일 폭풍 같은 딱밤을 때렸다!

호랑이, 사자 같은 맹수보다 더 무시무시한 각성 동물에게 딱밤을 때리다니!

지금 생각하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억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니케가 몇 번이나 물었지만, 특급 헌터는 조금도 아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뭐지, 특급 꼬맹이 녀석 진짜 각성한 건가?"

불쑥 의문이 치솟았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풀리지 않을 의문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제 주위는 완전히 환해졌고, 갑각 위를 미끄러지는 고속선은 잠시 후면 바다로 들어간다.

그때 지금 배를 밀고 있는 각성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배에 태우고, 안전하게 제주도로 돌아가야 했다!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돌아봤다.

사력을 다해 배를 밀고 있는 각성자들과 들썩이며 천천히 바다로 움직이는 고속선!

각성자들은 니케에게 물린 동료를 본 후에는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고속선 함교는 이태성 길드장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와 제주도로 돌아가면 길고 긴 카지노 나이트는 끝난다.

그것도 그냥 끝이 아닌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으로!

고속선 안으로 들어가 함교로 달리는 동안 본 것들.

감금 시설, 서버급 컴퓨터 장비.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장비.

이 모든 장비를 본 순간 천문석은 지금 배를 미는 각성자들과 이 고속선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간첩이고.

이 고속선은 간첩이 탄 간첩선이고!

간첩신고 포상금은 최대 20억원!

이 20억원은 비과세 소득이라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천문석은 사력을 다해 고속선을 미는 각성자와 선원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터질 듯 미소 지었다.

100명에 달하는 무장간첩에 초대형 간첩선까지!

이 녀석들 한명 한명이 포상금이다!

로또보다 더한 대박이 터진거다!

‘한 녀석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데리고 제주도로 돌아간다!’

그렇게만 하면 룰렛 테이블에서 딴 칩을 환전하지 못한 건, 아쉽지도 않을 초대박이 터지는 거다!

"카캬카- 운이 좋군!"

천문석이 하늘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린 순간.

하늘에서는 니케의 신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킥, 키킼키-!

* * *

휘이이잉-

거센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하늘을 날고 있는 니케!

니케는 신나게 외쳤다.

킥, 킼키키키킥-!

'이제 내가 서열이 더 높다!'

니케는 신나게 외치며 손에 꼭 잡은 작은 돌을 다시 봤다!

이 작은 돌은 사탕 도둑놈.

아니, 착하고 훌륭한 인간에게 화로를 주고서 받은 돌이었다!

이상한 꼬맹이가 2등이라고 훌륭한 인간에게 준 말간 돌.

이 말간 돌은 2등의 상징인 것이다!

이 돌만 있으면 자신이 스카라베 추심꾼, 사슴벌레와 풍뎅이보다 서열이 높아진다!

다시 자신의 밑에 부하들이 생기는 거다!

사탕을 먹고 튀었다는 건 오해였다.

이 돌을 준 인간은 높은 나무처럼 아주아주아주 훌륭한 인간이었다!

니케는 신나게 외쳤다.

킥, 키킼키-!

'운이 좋군!'

이렇게 한 사람과 한 다람쥐가 신나게 외치는 순간.

깨진 마안은 거대 거북이의 머리를 향해 구르고.

이세영 선생님은 거대 거북이 서쪽에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 사건이 거대 거북이를 시야에 잡았다.

바다의 제왕이자 재앙, 용용이!

* * *

서해부터 제주도까지 바닷속으로 길게 뚫리던 압축 공기 터널이 수면으로 이어졌다.

파아아아앙-

압축 공기가 폭발하듯 터지면서 공기 터널 안에서 용용이가 튀어나왔다.

휘이이이잉-

용용이는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면서 멀리 보이는 부하의 모습을 살폈다.

축 처진 머리, 힘 빠진 몸으로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거대 거북이.

겁쟁이 부하는 해류에 실려 엄청 좋아하는 제주도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등 갑각 위에선 마력 불꽃이 타들어 가고 수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촤아아아-

용용이는 바다에 떨어지는 순간.

고오오오오-

강력한 텔레파시를 초음파에 실어 쏘아 보냈다.

꿈틀, 꿈틀-

이번에는 반응이 돌아왔다!

깊게 안으로 침잠해서 외부자극에 반응이 없던 거대 거북이.

거대 거북이는 갑각 위에서 일어난 폭발과 전투에 점점 깨어나다가 용용이의 강력한 텔레파시 자극을 받는 순간.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 타이밍에 니케가 공작선 갑판에서 떨어뜨려 갑각 위를 한참 동안 구르고 굴러온 마안이 거대 거북이의 머리 위로 툭- 떨어졌다.

그동안 맛없는 사탕이라고 심심할 때마다 깨물었고 마지막으로 와그작- 세게 깨물었던 부서지기 직전의 마안!

마안은 거대 거북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파사삭-

사념을 고정한 본체가 깨지는 순간.

니케에게 수도 없이 물리며 고통받았던 사념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쏟아졌다.

ㅁㅁ ㅁㅁㅁ!

원래대로라면 갈 곳 없는 사념은 어디로도 전해지지 않고 영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너무나 공교롭게도 거대 거북이의 정신이 이 순간 깨어나고 있었고.

마안의 사념이 거대 거북이의 혼백과 영육이 이어지는 틈으로 스며들었다.

ㅁㅁㅁ, ㅁㅁㅁㅁ!

스펀지로 물이 스며들듯이 마안의 사념이 거대 거북이에게 스며들어 갔다.

마안에 담긴 사념이 강대한 거대 거북이의 육체를 차지하는 순간.

쿵, 쿵, 쿵-!

커다란 섬 같은 강대한 육체가 다시 맥동하고, 축 늘어진 머리에 힘이 돌아와 하늘을 향해 우뚝 선다!

다시 육체와 연결된 마안은 느꼈다.

전신을 떠받치는 거대한 물!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생명력!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 잊었던 감각을 다시 느끼는 순간.

굳게 닫혔던 거대 거북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너무나 좋아하던 제주도 바다를 닮은 거대 거북이의 푸르고 선한 눈은 어느새 마안의 청록색 요사스러운 안광이 타올랐다.

이 타오르는 청록색 눈이 하늘로 향했다.

휘이이이잉-

그리고 바람을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날고 있는 작은 생명체에게 꽂혔다.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와그작, 와그작-

사탕처럼 깨물고!

챱, 챱챱챱-

마구마구 침을 바르고!

휙, 휙, 따딱-

구슬치기하듯 아무 곳에나 던졌던 그 녀석!

끼에에에에에엑-

이 순간 엄청난 분노가 담긴 거대 거북이의 포효가 터졌다.

갑각에서 타오르던 마탄의 불꽃이 단숨에 꺼지는 순간.

거대 거북이 전신에서 강대한 괴수 반발장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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