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341화>
“필승법이요!? 아니, 사실 제가 도박을 아주 싫어하는데…….”
솔깃한 기색을 보였던 이세영 선생님이 생각에도 없는 말을 하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의 계획, 필승법을 재빨리 각색해서 설명했다.
“사실 제겐 아주 특이한 능력, 그러니까 각성력이 있습니다. 불운을 행운으로 바꿀 수 있는데…….”
“뭐!? 천…… 아니, 악어 가면님이 그런 능력자라고요!?”
이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아는 체를 하려다 재빨리 말을 바꿨다.
천문석은 내심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토끼 가면님이 꼭 필요해요! 불운과 반전된 행운! 우리가 팀을 이루면 무적이 되는 거죠! 이렇게 딴 돈은 5:5로 나누는 겁니다. 어떠세요?”
“그게 진짜로 먹힐까…… 요?”
“토끼 가면님.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그리고 제가 장담하는데 이건 99% 먹힙니다!”
“사실 전 돈보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은 건데…….”
이세영 선생님이 망설이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옆으로 달라붙어 어깨를 잡고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지엽적인 승패는 중요하지 않아요. 상상해 보세요!”
천문석은 어깨를 잡은 이세영 선생님과 함께 빙글 한 바퀴 돌면서 화려한 유람선 곳곳을 가리켰다.
“카지노 나이트, 환상적인 밤이 끝나고! 카지노 유람선이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엄청난 칩을 가지고 있는 승리자의 모습을 말이죠!”
“승리자요……?”
천문석은 팔을 펼치고 과장된 어조로 외쳤다.
“승리자를 향한 탄성과 경탄!”
“사방에서 쏟아지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
“더는 헛다리의 신화, ‘꽝꽝꽝! 선생님’이라고도 불리지 않는 거예요!”
“이제는 승리의 여신! 백발백중 선생님이 되시는 겁니다!”
“……!”
이세영 선생님의 몸이 굳는 순간.
천문석은 먹히고 있다는 감을 잡고 결정타를 날렸다!
“토끼 가면님은 작은 승리에 만족하는 조그만 승리자가 아닌! 최후에 웃는 승리자, ‘진정한 승부사’가 되시는 거예요!”
“진정한 승부사!”
이세영 선생님이 격동으로 부르르 떠는 순간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먹혀들었다!’
토끼 가면은 손을 내밀어 천문석과 악수하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게임을 해야 하는데?”
천문석은 손가락을 들어 먹통이 된 룰렛 게임기를 가리켰다.
“이건 1인용인데? 이걸 둘이 같이하자고?”
이세영 선생님이 의아해하는 순간 천문석은 손가락을 천장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위층에 있는 정식 룰렛 테이블이 우리의 전장입니다!”
이때 사방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팡파레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카지노 유람선이 이제 곧 출발합니다.]
[짜릿한 승부와 화려한 쇼!]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카지노 나이트!]
[승객 여러분 모두 이 환상적인 밤을 즐겨 주세요!]
천문석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웃었다.
이제야 진정한 카지노 나이트가 시작됐다!
이 카지노 나이트의 진정한 승리자는 자신 과 이세영 선생님이 될 것이다!
* * *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이 악수하는 순간 VIP룸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던 이태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토끼 가면을 쓴 이세영 옆에 악어 가면을 쓴 사람이 붙었다.
그리고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인 그것처럼 대화한다.
“저 녀석 누구지?”
이태성의 질문에 비서가 대답했다.
“확인하겠습니다.”
비서는 재빨리 VIP룸 마무리 작업 중인 진교은을 손으로 불렀다.
“타겟 곁의 악어 가면을 쓴 사람의 정체 확인 가능할까요?”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진교은은 무전기를 들고 보안실과 환전실에 확인했고 곧 대답했다.
“VIP 초대권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하네요. 별도의 신원 확인은 하지 않았는데. 신원 확인을 하도록 할까요?”
이태성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됐어. 괜히 경계심을 심어 줄 수가 있다. 원래 계획대로 간다.”
이때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
부르르르르-
카지노 유람선이 항구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이태성은 발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느끼며 웃었다.
이제 이세영이 도망칠 곳은 없다.
조만간 이세영은 오링이 날것이고, 그때 자신의 초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VIP룸에서 시작될 승부!
그 승부에서 이세영을 이기고 목적을 달성하리라!
이태성은 타오를 듯 뜨거운 눈으로 바닥에 던져둔 배낭을 보다가, 문득 시선을 옮겨 이 계획의 실행자, 삼합 호텔의 총지배인을 봤다.
이태성의 시선이 닿는 순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진교은.
“모든 건 의뢰인님이 원하시는 데로 될 겁니다.”
이태성은 비서에게 손짓했다.
“내 명함 줘라.”
진교은이 더욱 깊게 허리 숙여 비서가 건네준 명함을 공손히 받았다.
고개 들어 본 명함에는 이름만 적혀 있었다.
[태성 길드, 이태성]
[ ]
연락처가 적혀 있지 않은 명함.
그러나 진교은의 미소 띤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 명함이 그 유명한 이태성의 ‘빈 명함’이다.
빈칸에 적히는 게 의뢰금 숫자가 될지, 길드 대표 번호가 될지.
아니면 한국에서 아는 사람이 10명도 되지 않는다는.
이태성 길드장의 개인 전화번호가 될지는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진교은은 내심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했다.
온 힘을 다한다!
나의 힘과 삼합회 형제자매의 힘을 모두 사용해서라도!
이때 VIP룸 곳곳에 자리한 삼합회 조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 한 명에게 진교은의 시선이 머물렀다.
원기륭.
진교은이 삼합회 조직원들을 카지노 나이트에 동원한 이유는 원기륭 팀장 때문이었다.
원기륭 팀장은 초능력 각성자.
그중에서도 ‘텔레파시 능력자’였다.
갬블에서는 최고의 능력자, 만약의 보험으로도 최적의 인물이었다.
원기륭 팀장이 있는 한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 * *
천문석과 이세영은 룰렛 테이블에 앉았다.
“진짜 내 마음대로 걸어!?”
토끼 가면, 이세영 선생님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악어 가면, 천문석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 가시는 대로 거시면 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룰렛 게임!
천문석의 게임 전략은 간단했다.
인간 마이너스 지표, 이세영 선생님이 거는 것 반대로만 건다!
적을 고르면 흑을.
짝수를 고르면 홀수를!
이건 구멍이 많은 게임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구멍을 막을 방법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베팅해 주세요.”
딜러 가 말한 순간 분분히 움직이는 손.
토끼 가면은 1$ 칩을 [짝수]에 놓고 천문석을 봤다.
천문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후.
딜러의 손에서 쏘아지는 구슬!
파아아, 또르르르르르-
구슬이 룰렛 위를 3바퀴 돌았을 때.
천문석은 [홀수]에 베팅 최대치인 100$를 한방에 걸었다.
“첫판에 최대 베팅이야?”
“젊은 친구가 화끈하네?”
“화끈하긴, 이제 배가 출발했는데. 곧 거지 되고 밤새 구경이나 하겠네?”
“말을 해도 그렇게 하냐? 일찍 쉬면 편하고 좋지, 뭐.”
갬블러들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올 때.
땡-
종소리가 울리고 딜러의 베팅 중지 콜이 들려왔다.
“no more bet!”
또르르-
톡, 톡, 톡-
그리고 구슬은 [홀수]에 멈췄다!
으아아앗!
순간 터져 나온 엄청난 환호성!
“하하하- 이겼어! 드디어 이겼다고!”
토끼 가면은 손을 번쩍 들고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갬블러들이 어이없다는 듯 토끼 가면을 봤다.
“거기 당신 졌어요. 짝수가 아닌 홀수에 멈췄어요?”
누군가 말했지만, 진정한 승리자의 길에 한걸음 내디딘 토끼 가면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쓰으으윽-
이때 천문석 앞으로 총 200$의 칩이 밀어지고, 게임은 빠르게 이어졌다.
땡-
“no more bet.”
땡-
“no more bet.”
……
딜러의 베팅 중지 콜이 나오고 게임 결과가 나올 때마다, 천문석 앞에 칩이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룰렛 테이블의 모두는 알게 됐다.
악어 가면을 쓴 남자가 계속 돈을 따고 있다는 것을!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뻔했다.
[적]에 천문석의 100$ 칩이 놓이는 순간 사방에서 밀려 오는 칩 무더기!
룰렛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천문석을 따라 베팅을 했다!
그리고 구슬은 [적]에 멈춰 섰다!
우와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터지고, 이 환호성이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어느새 천문석과 이세영이 앉은 룰렛 테이블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룰렛은 카지노와의 승부이기에 같은 베팅을 해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손해가 누적될 경우 카지노 측에서 게임 자체를 거부할 수 있었다.
이것도 미리 생각한 구멍 중 하나!
천문석은 재빨리 미리 맞춰 둔 신호를 보냈고, 토끼 가면을 쓴 이세영 선생님은 손가락을 까닥여 알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베팅 전략이 변했다.
이세영 선생님과 같은 칸에 베팅, 한 번씩 번갈아 쉬며 베팅, 12개씩 짝을 이룬 숫자에 베팅.
승리를 확신한 베팅과 운에 기대는 베팅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천문석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다.
그러나 천문석의 칩은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룰렛 테이블에서 카지노는 수학적으로 5% 정도 유리할 뿐이다.
단지 5퍼센트!
그것만으로도 카지노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천문석에게는 그 이상이 있었다!
우주의 법칙, 수학과 확률!
수학적 확률을 때려 부수는 토끼 가면, 이세영 선생님!
천문석과 이세영 선생님, 팀을 이룬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을 막을 존재는 없었다!
이 순간 천문석의 정신은 한없이 고양됐다.
마치 신의 주사위를 속이는 듯한 이 고양감!
지금 자신은 룰렛 테이블이라는 작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딜러 가 몇 번이나 교체됐으나, 천문석 앞에는 계속 칩이 쌓였다.
이렇게 쌓인 칩이 1만 달러를 넘어가는 순간.
천문석은 1만 달러 칩을 뚝 떼어 토끼 가면 앞으로 밀었다.
하하하-
으하하-
천문석과 토끼 가면은 동시에 가슴이 뻥 뚫릴 듯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VIP룸의 이태성은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 이게 뭐야!? 쟤들 왜 자꾸 이기는데!? 오링을 내야 여기로 데려올 거 아냐!?
* * *
진교은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예상외의 상황이지만 당황할 것은 없다.
대응 방법은 언제나 있었으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대책을 세워뒀습니다.”
이때 화면에 룰렛 테이블로 다가가는 보안요원의 모습이 나타났다.
“타겟 감이 기막히게 좋아. 까딱해서 추격전 벌어지면 힘들어진다.”
이태성의 우려에 진교은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타겟은 스스로 이곳으로 올 겁니다.”
룰렛 테이블로 다가간 보안요원은 딜러에게 귓속말했다.
그러자 곧 테이블에 고시된 최대 베팅 금액이 변했다.
100$에서 10$로.
“이게 뭐야!?”
“지금 장난하는 거야!?”
룰렛 테이블의 갬블러들이 분통을 터트릴 때, 보안요원이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을 슬쩍 빼내 속삭이듯 말했다.
“총괄 매니저님께서 베팅 상한이 높은 VIP룸으로 초대하셨습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순간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동시에 끄덕여지는 고개.
두 사람은 칩이 가득 채워진 상자를 들고 보안요원을 따라 재빨리 이동했다.
그리고 들어간 VIP룸, 간격을 두고 사방에 놓인 룰렛, 블랙잭, 바카라, 포커 테이블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최대 베팅 금액!
룰렛 테이블의 경우 1500$.
밖에 있는 테이블의 10배 이상이었다!
천문석은 감이 왔다.
이곳이 바로 대박을 터트릴 장소다!
그래서일까!?
보안요원을 따라 VIP룸을 가로지르자.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전신의 솜털이 곤두선다.
마치 천하 대적과 싸우기 위해 사지로 들어가는 것처럼.
생사결의 직감과 혼백을 자극하는 운명마저 느껴진다!
이제야 절정 무인의 칼날 같은 직감이 움직이고 있었다!
‘걸린 돈의 액수가 커지니까 이제야 발동하는구나!’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가 목숨을 걸고 무예를 겨루는 승부라면, 도박 또한 목숨만큼 중요한 돈을 걸고 운과 배짱을 겨루는 승부였다!
다를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토끼 가면이 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거 감이 좀 이상한데……?”
이세영은 VIP룸 입구에서 갑자기 무거워 진듯한 발을 유심히 봤다.
순간 알 수 없는 직감이 들었다.
이 안에는 들어가면 굉장히 싫은 일이 일어날 거 같다는.
‘그냥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는데 천문석은 이미 성큼성큼 방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앗!”
깜짝 놀란 이세영은 반사적으로 제자를 따라 걸었다.
지금 두 사람은 파트너.
서로가 서로를 지켜 줘야 했다.
이렇게 악어 가면과 토끼 가면, 천문석과 이세영은 VIP룸으로 들어갔다.
이태성이 만들어 낸 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