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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78화 (2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78화>

공황상태에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고 들어가던 사람들.

이들 앞으로 강렬한 붉은빛을 뿜어내는 막대기가 뚝, 뚝 떨어졌다.

“어?”

“이게 뭐야……?”

깜짝 놀라 멈춰 서는 순간 들려온 다급한 외침.

“불이야! 모두 도망쳐!”

공황에 빠져 무작정 밀어붙이던 사람들은 경악했다.

“불!?”

“발광 신호탄!?”

“빠져! 뒤로 빠져!”

“불이다! 발광 신호탄이 떨어졌어!”

“잠깐, 뭔가 이상해!”

몇몇 사람들은 이상을 느끼고 외쳤지만, 공황상태에 빠진 대다수가 불이 난 줄 알고 놀라서 몸을 뺐다.

이 순간 엘리베이터 앞을 막고 있던 호텔 직원과 보안요원들이 사력을 다해 사람들을 밀어냈다.

“지금이다! 모두 밀어!”

“으아아악- 한번에 밀어붙여!”

“야! 문 닫아! 바로 문 닫아!”

재빨리 아이들이 가득 탄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 직원!

땡-

아이들을 태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아래로 내려가는 동시에.

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발광 신호기를 줍고는 어이없어했다.

“이거 LED 신호기잖아!”

강렬한 붉은빛의 정체는 열을 뿜어내는 발광 신호탄이 아니라 LED 신호기였다!

뒤늦게 강렬한 붉은빛의 정체를 깨달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어떤 새끼가 신호기를 던졌어!”

“어떤 미친놈이야! 시발!”

……

그러나 이미 엘리베이터는 내려갔고, 다른 엘리베이터들은 이 층에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분통을 터트리던 사람들은 앞다퉈 비상계단으로 달렸다.

LED 발광 신호기를 던진 김철수도 어느새 비상계단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 흐름에 끼어 있었다.

김철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됐다!

이제 이 사람들 틈에서 슬쩍 빠져나가 위로 올라가면 된다!

“빨리 내려가요!”

“앞에 빨리 좀 움직여요!”

“밀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

그러나 아래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흐름이 너무 거세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으아악! 잠시만요 저 나가야 해요!”

김철수는 악을 쓰며 밀고 나가려 했지만, 인파를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

어느새 들어온 비상계단 김철수는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려 아래층으로 밀려 갔다.

“잠시, 잠시만! 저 위로 가야 해요!”

다급히 외쳤지만, 맹목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이때 계단 위에서 들려오는 외침!

“철수 형!”

천문석이 난간 위를 달려 김철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문석아!”

김철수가 정장 상의로 둘둘 싸인 소방 도끼를 내미는 순간.

탁-

으아악!

천문석은 소방 도끼를 낚아채고 엄청난 힘으로 김철수를 난간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김철수를 잡은 채 난간 위를 달리는 천문석.

엇, 어엇-

김철수는 천문석에게 잡힌 채 난간을 달려 쏟아지는 사람들의 흐름을 벗어났다.

허억, 허어억-

“철수 형! 괜찮아요?”

김철수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계단으로 뛰어내렸다.

“문석아. 옥상 정원부터 바로 가자! 지금은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사람들로 꽉 막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과 달리 위로 오를수록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천문석과 김철수는 사람들을 헤치고 비상계단을 뛰어올라갔다.

12, 13, 14, 15…….

쿵, 쿠으응-

꺄아아아악-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도 거센 진동과 통로를 타고 들려오는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쉬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17층에 도착했을 때.

띠리리리리, 딸깍-

계속 발신음만 들려오던 휴대폰이 마침내 연결됐다!

천문석이 재빨리 휴대폰을 귀에 가져가는 순간 류세연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어디야!? 지금 해안가에 거대 괴수가…….”

천문석은 류세연의 말을 끊었다.

“위치부터 말해! 이 전화 언제 끊길지 몰라!”

류세연은 바로 대답했다.

“호텔! 옥상 정원! 화영 언니랑 옥상 정원에 있어! 불타는 자동차로 비상계단이 막혔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기다리는데…….”

류세연과 강화영은 생각대로 옥상 정원에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엘리베이터 타지마. 지금 철수 형이랑 올라가고 있다!”

천문석과 김철수는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 옥상 정원으로 나가는 철문에 도착했다.

찰칵, 찰칵-

탁, 탁-

김철수는 정장 상의로 손을 감싸고 문고리를 돌리고 철문을 두들긴 후 고개를 저었다.

“문틀이 휘었어! 그리고 맨손으로 만지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바로 뒤에 불타는 자동차가 있다. 도끼로 틀을 깨볼까!?”

“철수 형 뒤로 빠져요! 제가 뚫을 수 있어요!”

천문석이 외친 순간.

김철수는 바로 옆으로 빠졌다.

문까지 거리는 5미터 남짓!

천문석은 둔보를 밟아 전진하며 내력과 힘을 끌어올렸다.

파스스스슥-

마치 밀도가 높아진 듯 무거워진 공기!

“이건 설마……!?”

김철수가 경악하는 순간.

탁-

천문석의 손이 가볍게 문에 닿았다.

힘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 가벼운 소리였다.

그러나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천문석의 손이 철문에 닿자.

강철이 비틀리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와류(渦流)!

콰드드드득-

천문석의 손이 닿은 부위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듯 철문이 뒤틀렸다.

그리고 천문석이 기합을 터트리는 순간.

하아앗-

뒤틀린 철문이 뒤로 날아가 박혔다.

콰아아앙-

휘이이이잉-

뻥 뚫린 철문 안에서 검은 연기가 맹렬히 쏟아졌다!

이 순간 김철수가 천문석에게 소방 도끼를 던지며 외쳤다!

“문석아 도끼! 기름 화재다!”

소방 도끼를 낚아챈 천문석이 연기 속으로 돌진하며 내력을 실었다.

콰아아앙-

내력이 실린 도끼로 불타는 차량을 찍은 채 밀고 달린다!

콰르르르륵-

불타는 자동차가 옥상 정원의 바닥과 풀, 나무를 갈아버리며 밀려 갈 때.

김철수가 천문석 뒤에서 뛰어나와 옥상 정원을 달리며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놀란 얼굴로 갑자기 열린 비상계단 입구를 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 피해요! 위험합니다! 피하세요!”

“문석아 왼쪽! 왼쪽에 분수 있다! 그쪽으로 움직여!”

천문석은 밀어붙이는 방향을 바꿔 자동차를 분수로 처박았다.

콰아아앙-

불타던 자동차가 처박히며 와르르 무너져 내린 분수!

치이이익-

쏟아진 분수대의 물에 차에 붙은 불이 잦아들고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새하얀 증기가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문이 열렸다!

“여기 계단! 비상계단으로 달려!”

“엘리베이터 빠져요! 비상계단 열렸어요!”

……

불타는 자동차에 비상계단 입구가 막혀서 오지 않는 엘리베이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옥상 정원에 고립된 사람들이 천문석이 뚫은 비상계단으로 일제히 달려갔다.

김철수는 사람들을 헤치고 천문석을 찾아 수증기가 자욱한 분수대로 달리며 외쳤다.

“문석아! 너 괜찮냐!?”

“철수 형! 저 괜찮아요!”

천문석은 소방 도끼를 든 채 온몸이 푹 젖어 분수대에서 뛰어나왔다.

이때 머리 위에서 음속폭음이 터졌다.

쐐애애애액-

자신도 모르게 하늘로 돌아가는 시선.

붉은 마력광에 휩싸인 물체들이 불타는 유성처럼 하늘을 가로지른다!

컨테이너와 자동차, 우그러진 어선!

거대 괴수가 마력광을 담아 던진 물체들이다!

이 물체들은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 호텔과 백화점, 고층 빌딩에 박히고, 도로 위를 구르고, 대지를 갈아엎었다!

콰아아아앙-

충돌의 순간마다 엄청난 폭음이 터지고, 붉은 마력광이 폭발한다!

빌딩 외벽, 콘크리트가 움푹움푹 떨어져 나가고 철근 골조가 드러났다.

도로 위 자동차들이 볼링 핀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가 가로등을 쓰러트리고 1층 상가를 덮쳤다.

인도와 도로, 광장, 잔디밭 할 것 없이 이 물체들이 구르는 모든 곳에 거대한 고랑이 만들어졌다.

……

비명을 지르며 골목으로 달리는 사람들과 경적을 울리다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사람들!

사방에서 연기가 치솟고,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

휴양지 제주도의 남쪽 시가지는 어느새 전장이 되어, 거대 괴수의 마력을 담은 원거리 공격에 제주도 박살 나고 있다!

잠시 넋을 놨던 천문석과 김철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동시에 외쳤다.

“류세연!”

“화영씨!?”

이때 옥상 정원 한쪽에서 들려오는 외침.

“오빠?”

벤치 아래에서 한 사람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오빠!”

류세연은 천문석을 보는 순간 씨익 웃더니 바로 벤치 아래로 손을 뻗었다.

“왔어! 언니 빨리 나와!”

“세연…… 세연아? 정말 나가도 되는 거야?”

류세연이 덜덜 떠는 사촌 언니의 손을 잡고 벤치 아래에서 끌어당겼다.

천문석이 류세연에게 달려갈 때, 김철수는 옥상 정원 가장자리로 달려갔다.

“문석아. 난 주위 좀 확인할게!”

한달음에 벤치로 뛰어온 천문석은 류세연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벤치 아래 땅바닥을 기어 전신에 가득한 먼지와 흙, 얼굴에는 연기를 막기 위한 찢어진 천을 두르고 있다.

약간 긴장한 듯한 얼굴, 하지만 눈동자가 또렷하고 희미한 미소까지 짓고 있다.

“난 괜찮아.”

류세연은 불안하게 덜덜 떨고 있는 강화영의 손을 꽉 움켜잡은 채 천문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바로 움직일 수 있어! 걱정할 거 없어! 그렇지 언니?”

“네, 네…….”

강화영은 덜덜덜 떨면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공포에 질렸지만, 이 정도면 잘 버티고 있는 거다.

“언니 손 꼭 잡고 내 뒤에 바짝 붙어. 비상계단으로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천문석은 류세연에게 말하고 바로 고개를 돌려 외쳤다.

“철수 형! 바로 빠져나가죠!”

“문석아! 이쪽으로! 여기 곤돌라 있다!”

김철수는 옥상 한쪽 안전상자를 열고 외치고 있었다.

“곤돌라요?”

“아까 비상계단 상황 봤잖아! 우리는 몰라도 저 둘은 계단에서 위험하다. 차라리 이 곤돌라로 빠져나가자. 이쪽 벽은 사선을 비켜나서 안전해!”

역시 철수 형!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빠져나갈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세연아. 곤돌라로 내려가자!”

천문석과 류세연, 강화영은 바로 안전상자로 달려갔다.

“이거 착용해.”

어느새 김철수는 하네스와 안전 헬멧, 장갑을 늘어놓고 로프를 확인하고 있었다.

일행은 바로 하네스와 안전 헬멧,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 김철수와 천문석이 안전상자와 곤돌라를 확인하는 사이.

류세연이 강화영에게 헬멧과 장갑, 하네스를 입히고 끈을 단단히 조였다.

“언니! 이거 단단하게 조여야 해!”

촤아악, 촤아악-

“세연아 이거 받아. 응급백이랑 플래시다. 벨트 있으니까 허리에 매. 화영씨도 네가 챙기고.”

김철수는 세연에게 응급백 두 개와 플래시를 넘기고 곤돌라를 확인하는 천문석을 봤다.

“문석아 어때 곤돌라 괜찮냐?”

“네! 철수 형! 바로 움직일 수 있고. 만일에 대비한 로프랑 완강기도 준비됐어요!”

천문석과 류세연, 김철수.

셋 모두 곤돌라를 타고 일을 한 경험이 있었다.

천문석과 류세연은 순식간에 준비를 끝내고, 곤돌라로 넘어가 하네스에 걸린 안전 고리를 밧줄에 걸었다.

이때 옥상에 선 강화영이 까마득한 땅을 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

“죄송해요…… 저는 도저히 못하겠어요. 전 따로 저기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면 안 될까요?”

순간 김철수와 천문석의 시선이 마주쳤다.

평소라면 친절히 시간을 두고 설명했을 거다.

아니 이 호텔에 대 몬스터 방어설비만 설치됐어도 이렇게 도망치듯 빠져나갈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 괴수가 나타난 긴급상황이다.

거대 괴수가 불러 모으는 마수와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했다.

김철수는 강화영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화영씨. 절 믿으셔야 합니다.”

“네?”

“전 첫 맞선 자리에서 양자라는 숨겨진 진실까지 밝힌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단언하는데. 이 곤돌라가 저 계단보다 안전합니다.”

“그래도…….”

강화영이 말끝을 흐리며 몸을 숙이는 순간.

김철수는 강화영의 손을 꽉 움켜잡고 확 끌어당겼다.

꺄아-

짧은 비명과 함께 강화영이 품에 안기는 순간.

“이게 무슨!?”

김철수는 강화영을 번쩍 안아 들고 뭐라 할 틈도 주지 않고 천문석에게 넘겼다!

“문석아! 받아라!”

철수 형과 이삿짐을 나를 때 수없이 했던 일이다!

천문석은 바로 난간을 넘어오는 강화영을 받아 곤돌라 위에 내렸다.

기다리던 류세연이 재빨리 로프에 강화영의 하네스 안전 고리를 채웠다.

으, 으으으-

류세연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강화영을 끌어안고 말했다.

“언니. 괜찮아! 그냥 눈 감고 있어!”

쿵-

이때 김철수가 마지막으로 곤돌라에 건너오며 외쳤다.

“문석아 바로 가자!”

천문석은 곤돌라 하강 버튼을 눌렀다.

기이이이잉-

20인은 탈 수 있는 대형 곤돌라가 천천히 호텔 외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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