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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32화 (23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32화>

염동력장에 갇힌 채 분수대 조각상을 방패 삼아 버티고 있는 다람쥐 가면 헌터, 천문석.

천문석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험해 보였다.

깡, 깡, 깡-

끊임없이 쏘아지는 염동력 탄환을 간신히 쳐 내고 있지만.

쒜에에에엑-

맞는 순간 아작 날 초음속 탄환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혁진의 능숙한 전투 감각!

절대 거리를 주지도 방심하지도 않는다.

자잘한 탄환을 쏟아 내 견제하며, 결정타, 초음속 탄환을 박아넣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역시 조폭이라도 1세대 헌터!

마혁진은 예상을 벗어난 엄청난 각성력과 전투 감각을 보여 주고 있었다.

피해를 감수하고 거리를 좁힌다고 해도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며 원거리 공격만 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할 위기 상황이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잔머리의 달인.

어떻게든 달라붙을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마혁진의 염동력이 예상보다 너무 강했다.

달라붙어도 지금의 천문석에겐 마혁진의 염동력 방벽을 뚫어 내고 결정타를 때려 넣을 힘이 부족했다.

결국, 무림 던전 주호와의 설산 전투 때처럼 더럽게 질척거리는 개싸움을 다시 한 번 펼쳐야 했다.

그러나 천문석은 개싸움을 준비하지 않고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

핑, 핑, 핑-

염동력으로 쏘아 보낸 잡동사니 탄환들.

마혁진은 염동력자이자 순간이동 능력자다.

그러나 순간이동 능력은 사용하지 않고 염동력만을 이용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해서 돌멩이, 나무토막, 버려진 캔 같은 이물질을 적의 체내로 이동시키면 단숨에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마혁진은 순간이동을 공격에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는지, 염동력으로 잡동사니를 움직이는 간접적인 공격만 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배력.

각성력에 기반을 둔 초능력, 무공, 강체, 마탄 같은 능력들은.

몸에 가까울수록 지배력이 강해지고, 몸에서 멀어질 수록 지배력이 약해진다.

이건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에게도 적용돼서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배타적 지배력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

이렇게 압도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를 보통 ‘절대 영역‘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타인의 절대 영역 안에서는 순간이동, 염동력, 마력 같은 이능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물리력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무공을 통해 끌어낸 힘.

-염동력으로 쏘아낸 탄환.

-마력으로 만들어 낸 화염.

-진동과 소리로 구성한 현기증.

고등급 마수와 몬스터 사냥이 힘든 이유도 강력한 지배력이 미치는 반발장 때문이었다.

반발장은 이능력과 물리력 모두를 막아 내는 일종의 복합 장갑이다.

그러면서도 그 실체는 반발장 뒤에 있는 육체에 있기에, 이런 반발장을 뚫기 위해서는 마탄이나 각성력이 필요했다.

헌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

천문석은 지배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지금 이 순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핑, 핑, 핑-

염동력 탄환이 쏟아지고.

쒜에에에엑-

음속 폭음이 공기를 찢어발기는.

당장이라도 초음속 탄환에 아작날 위급한 상황에 말이다.

이유는 하나.

지금 천문석의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가 변화하고 있었다!

아무 전조도 없이 지배력이 확장되고.

확장된 인지와 고양된 정신으로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신화 속 대지를 굽어 보는 거인이 된 듯.

하늘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끝없이 펼쳐진 대지의 맥동이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걸 보고

느껴질 리 없는 걸 느끼는 순간.

쿵, 쿵, 쿵-

천강흔의 맥동하고.

염동력 탄환이 그릴 궤적이 너무나 분명히 보였다!

기감, 직감을 넘어선 예지에 가까운 감각!

감각이 느껴지는 순간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몸은 이미 행동했다.

깡, 까깡, 깡-

비틀려 떨어지는 일수에,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염동력 탄환들!

너무나 쉽게 염동력 탄환을 튕겨 내는 순간.

한계를 넘어선 정신에 세계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리고 세계가 느려졌다.

허공을 날아오는 염동력 탄환이 느려지고.

귀를 찢을 듯한 음속 폭음마저 작아지다가 사라진다.

작열하는 태양이 어두워지고.

빛의 베일에 가려졌던 별빛이 드러난다.

멈춰진 세상 속.

천지를 울리는 세계의 노랫소리.

이 순간 노랫소리에 담겨 전해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느껴졌다.

쏟아지는 별빛이 멈추고, 불어오던 바람이 정지한다.

분수대의 물, 광장의 조각상, 홀로 서 있는 나무.

천지 만물, 모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탄생과 죽음처럼.

어떤 무인이든 단 한 번만 겪기에 제대로 인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 모든 걸 인지하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고 있었다.

천문석이 전생에 이미 한번 겪었던 일.

절정(絶頂)!

일류, 인간의 무를 넘어서.

절정, 멀고 먼 초인경에 도전하는 경지.

어이없게도 마혁진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이 순간.

천문석은 벽을 넘어 절정의 경지에 오르고 있었다.

*   *   *

어느새 느려지다 못해 정지한 듯한 세상.

천문석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찰나(刹那).

지금은 눈을 깜빡여 시야가 사라지는 때이고, 잠에 빠져들어 의식이 끊기는 순간이다.

절정의 벽을 넘어가는 이 찰나는 보통의 무인은 제대로 의식 할 수 없는 너무나도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이 짧은 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액체인 물이 끓어, 기체인 수증기가 되듯이.

일류, 인간의 무를 넘어.

절정, 길고 긴 초인경으로의 장도에 오르는 순간.

무인은 벽을 넘고, 무인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

높은 산에 올라 한눈에 내려다보듯이.

이해할 수 없던 무리(武理)를 이해하고, 펼칠 수 없던 무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찰나의 순간에, 영혼육백 모든 게 변화한다.

그러나 천문석에게 이 변화는 생경함이 아닌 익숙함이었다.

영육에 다졌던 터전이 드러나고, 혼백에 새겨진 업이 되살아났다.

깊은 땅속에 묻힌 유적이 모습을 드러내듯.

전생 천마가 쌓아 올린 무업(武業)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환희에 빠질 순간.

그러나 천문석은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뭐야, 뭐가 이리 뜬금없어!?’

처음 심법에 입문할 때도 뜬금없더니.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더 뜬금없었다.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중에 갑자기 경지를 넘어서다니!

게다가 이번 벽을 넘는 찰나의 순간은 또 왜 이리 긴 거야!?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며 영혼육백 본질을 관조했다.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 심상 공간에 자리한 기경팔맥을 도도히 흐르는 내력, 일기일원공!

일기일원공이 영육과 혼백을 잇고 있다.

영육에서는 각성력이 움직이고, 혼백에서는 천강흔이 맥동한다.

그리고 ‘각성력‘, ‘천강흔‘을 잇는 ‘일기일원공‘에 천지간 진기의 흐름, ‘영맥‘이 호응한다.

일기일원공(一氣一元功).

땅과 하늘을 잇는다는 이름 그대로.

지금 이 순간 일기일원공은 각성력과 천강흔, 영맥을 하나로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각성을 하면서 얻은 ‘각성력‘.

-4성에 간당간당한 내가 심법, ‘일기일원공‘.

-가끔은 있다는 것도 깜빡하는 ‘천강흔‘.

-천지간에 가득한 진기의 흐름 ‘영맥‘.

각성력, 일기일원공, 천강흔, 영맥.

단 하나도 극에 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이 모든 힘이 일기일원공으로 이어져 동시에 움직인다.

천문석은 스스로의 본질을 관조하는 순간 이 뜬금없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무림 던전에서 높은 경지의 적들과 싸운 경험.

-한 달여 사냥터를 전전하며 육체에 쌓인 실전.

-오늘 난장판을 만들다가 삼합회에서 문득 깨달은 각성.

이 모든 게 시너지를 일으켜 그릇이 채워졌고, 마혁진의 맹공을 받으며 한 번에 깨어나 절정의 벽을 넘는 원동력이 됐다!

절정, 마침내 초인경에 도전할 수 있는 경지.

무인이라면 누구나 꿈에라도 바랄 순간이다.

하지만 천문석은 어째선지 벽을 넘는 지금 무덤덤했다.

이미 한번 밟은 길이였기 때문일까?

건물주가 꿈인 현생 알바에겐 일류의 무력이면 충분했다.

절정, 초절정이 된다면 건물주의 꿈이 더 빨라지긴 하겠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았다.

당장 눈앞의 마혁진을 때려 주는 건 아주 쉬워지겠지만 말이다.

‘어, 잠깐!?’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한 가지 기억이 있었다.

절정, 초절정…… 벽을 넘는 순간.

하늘은 벽을 넘는 인간을 인지하고 바라본다.

이 순간만큼은 무심한 하늘도 잠시 그 두꺼운 베일을 걷고 천의(天意)를 드러낸다.

즉 지금이라면 가려지지 않은 올곧은 천의가 그려내는 삼생(三生)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보아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천의.

그러나 벽을 넘느라 인지와 정신이 끝없이 확장된 지금의 자신이라면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전생과 후생은 관심도 없다.

중요한 것은 현생(現生)!

전생의 스승님께 배운 수많은 잡기 중 하나 점치기!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적중률 99%로 운명을 점칠 수 있다!

천문석은 다급히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느려진 세상에서 너무나 천천히 움직이는 시선.

별빛이 그려내는 현생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빛!

마치 또 다른 태양이 뜬 것 같은 세 개의 거대한 빛이 현생의 자신 옆에서 빛나고.

깜빡깜빡 명멸하는 너무나 불길한 황금빛이 유성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천문석은 재빨리 황금빛의 정체를 파악하려 할 때.

뜬금없이 찰나의 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마혁진의 초음속 포탄이 쏘아졌다.

쒜에에에엑-

*   *   *

비처럼 쏟아지는 염동력 탄환을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치워 버리는 이세기!

그리고 이세기에게서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마혁진이 경악하는 순간, 이세기가 갑자기 시선을 돌려 하늘을 봤다.

‘지금이다!’

마혁진은 반사적으로 초음속의 포탄을 발사했다!

쐐에에에엑-

공간을 넘어 분수대에 처박히는 초음속의 포탄!

콰아아앙-

폭음이 터지는 순간,

대리석 조각상이 케이크처럼 뭉개지고, 분수대 물은 단숨에 기화해 자욱한 증기가 되어 사방에 깔렸다.

훅 올라오는 열기!

마혁진은 직감했다!

‘잡았다!’

고심한 게 우습게도 이세기와의 일대일 대결이 끝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머리 쓰는 게 천재적이라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 진작에 이럴 것을!”

마혁진은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돌렸다.

자욱한 증기로 가려진 광장.

염동력으로 몸을 띄우고 공간 좌표를 따서 빠져나가면 지긋지긋한 신동대문은 안녕이다!

이때 마혁진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진작에 해야 했는데?”

이세기!

소스라치게 놀라 염동력장을 폭발시키려는 순간.

툭-

어느새 등에 닿은 손!

이 손에서 순수한 각성력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마혁진의 지배력에 순수한 각성력은 단숨에 힘을 잃고 흩어진다.

“하, 이런 멍청한!”

마혁진이 재빨리 몸을 빼며 염동력을 폭발시키려는 할 때.

천지가 뒤집혔다.

초점이 맞지 않는 시야와 귀에서 쏘아지는 이명!

띠이이이잉-

마혁진은 자신이 서 있는지 누워 있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엄청난 현기증!

감각 자체가 사라진듯한 엄청난 현기증에 마혁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때 흔들리는 시야에 다리가 보이고.

곧 다람쥐 가면이 시야 가득 나타났다.

“이세기!”

마혁진이 피 끓는 외침을 토하는 순간.

천문석은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 검, 퐁퐁검을 연신 휘둘렀다.

탁, 탁, 탁-

아무 위력도 없는 나뭇가지 검이 마혁진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나 이 나뭇가지 검을 맞을 때마다.

퐁, 퐁, 퐁-

아주 미약한 소리와 진동이 머리로 파고들고.

천지가 뒤집히는 극심한 현기증이 밀려 왔다.

극심한 현기증에 공간 감각이 완전히 무너져 염동력을 통제할 수 없다!

마혁진은 통제되지 않는 염동력을 막무가내로 쏟아 내 이세기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염동력이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세기는 장난스레 나뭇가지 검을 휘둘렀고 염동력은 지배력을 잃고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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