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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31화 (23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31화>

우와아아아아-

마혁진이 승부를 받아들이는 순간.

광장이 무너지는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야! 이게 몇 년 만이야!?”

“1세대 헌터가 깃발 꽂는 건. 이태성 길드장 이후로 처음일걸?”

“비공식적으로 강철 해머가 몇 번 꽂은 적 있잖아.”

“야! 바로 ‘깃발전!’ 준비하자! 이 열기가 식기 전에 끝장을 보자!”

환호성으로 들썩이는 광장, 베테랑 헌터들이 재빨리 움직여 깃발전을 준비했다.

-싸울 공간을 만들어 주고.

“야, 뒤로 물러서! 공간 틔워라!”

“더, 더 물러나! 초능력 각성자는 이 정도 공간으로 안 돼!”

-당연하단 듯이 칠판을 가져와 돈을 걸었다.

“배당률 얼마야!?”

“지금 배당률 다람쥐 3.5, 마혁진 1.2.”

“야, 뭐야! 마혁진 왜 이리 배당이 낮아?”

“그럼 다람쥐한테 걸던가?”

순간 피식 웃는 두 헌터.

응원하는 것과 돈을 거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마혁진에 100만원!”

“나도 마혁진에 300만원이다.”

“난 다람쥐 10분 버틴다에 10만원!”

“새끼야! 쪼잔하게 더 걸어!”

……

어느새 광장의 패싸움은 완전히 멈췄고.

헌터들은 칠성파와 야쿠자, 신동대문의 헌터들로 갈려 환호했다.

“보스! 박살 내버리세요!”

“이세기! 넌 오늘 여기서 끝이다!”

“다람쥐! 힘을 내서 버텨라!”

“야 최소 30분은 버텨야 해! 내 전 재산 다 걸었다!”

……

이때 광장 주위를 감싼 장갑 버스 성벽 위에서 놀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1세대 헌터!”

칠성파 보스의 정체를 알게 된 정소라 중위가 깜짝 놀라 외쳤다.

“선배님! 저거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1세대 헌터와의 일대일 대결이라니!”

이찬호 수석 보안관은 고개를 저었다.

“깃발전은 게이트 전쟁 때부터 이어진 치안청에서도 인정하는 관행이라…… 막을 수가 없다.”

정소라 중위는 재빨리 주위를 확인했다.

치안청이 안 된다면, 타격대를 출동시켜서라도 막아야 한다!

광장 북쪽을 막은 장갑 버스 위.

김 중령과 타격대 대원들이 같이 모여 있다.

“잠시만! 방법을 찾겠습니다! 시간을 끌어 주세요!”

정소라 중위는 장갑 버스 지붕 위를 달려 타격대로 향했다.

“정소라 중위 왔나?”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김 중령.

정소라 중위는 김 중령에게 바로 외쳤다.

“1세대 헌터 그것도 범죄 용의자랑 일대일로 싸우게 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당장 칠성파 보스 마혁진을 체포해야 합니다.”

김 중령은 고개를 돌려 대기 중인 타격대를 봤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배님들. 당장 마혁진을 체포해야 할까요?”

완전무장한 채 대기 중인 타격 대원들은 서로를 봤다.

“깃발을 꽂자고 했는데 체포하자고?”

“그건 좀 그런데…….”

이때 타격대 선임이 앞으로 나섰다.

“마혁진. 저놈이 얍삽한 새끼는 맞는데. 아직 용의자잖아? 그리고 깃발 꽂는 건 대장님도 인정하신 관습이다.”

“맞아. 전에 대장님도 빡치면 깃발부터 꽂자고 했어.”

“대장님이랑 깃발 꽂아서 얻어터진 헌터가 하나둘이 아니지?”

“그렇지. 찬호도 대장님이랑 깃발전해서 얻어터졌잖아…….”

“찬호? 우리 동기 중에 찬호가 있었나?”

“3차 역습 때 통신선 들고 뛰던 애 아니냐?”

“걔는 서울대 호석이지. 부동산 전문가.”

“호석이가 부동산 전문가가 됐어? 걔 무슨 박사 아니었나?”

“찬호는 걔잖아. 임시로 배속됐던 연락장교.”

“아, 서울 수복 작전 때 통신 장교로 왔던 녀석!”

“맞아. 수류탄 기가 막히게 던졌던 찬호.”

순간 사방에서 터지는 웃음소리.

크하하하-

으흐흐흐-

“아, 그 깃발전!”

“찬호 미친 새끼! 도망치며 돌 던지기로 대장이랑 싸웠다니까!”

“걔는 그럴 만했지. 그 녀석 수류탄 던지는 솜씨가 완전 미쳤잖아!?”

“그렇지! 어떻게 마수가 잠깐 입을 벌리는 순간에 그 안으로 집어넣냐!?”

“그러면 뭐하냐? 결국, 대장한테 잡혀서 작살나게 빠따를 맞았는데.”

크하하하-

으흐흐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지고.

타격대 선임은 웃음 띤 얼굴로 정소라 중위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버려 둬 보자고. 1세대 헌터에게 깃발 꽂자고 했으면 뭐가 있겠지? 뭐 없으면 어쩔 수 없고.”

김 중령은 그것 보라는 듯 정소라 중위를 봤다.

“…….”

치안청, 타격대 모두 움직일 생각이 없다.

정소라 중위는 마혁진 앞에선 헌터를 봤다.

돌아가는 상황에 당황한 듯 주위를 돌아보는 다람쥐 가면을 쓴 헌터.

마혁진이 아무리 조폭 두목이라고 해도 1세대 헌터 게다가 고등급의 염동력자다.

일대일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 벌어질 참사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때 광장에서 함성이 터졌다.

우와아아아-

한 헌터가 장대에 찢어진 천을 달고 나와 다람쥐 가면과 마혁진의 중간, 분수대 조각상에 꽂아 넣었다.

“이제 곧 시작이군.”

타격대 선임이 말하는 순간, 광장의 환호성은 빠르게 사라지고.

쿵, 쿵, 쿵-

수많은 헌터들이 발을 구르며 방패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전장의 북소리처럼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진동과 소리가 점점 커졌다.

쿵, 쿵, 쿵, 쿵-

고조되는 흥분과 끓어오르는 가슴!

광장에 가득한 헌터들뿐만 아니라,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창과 테라스, 지붕.

모든 곳에 인파가 모여들었다!

수많은 인파는 숨소리조차 죽이고 깃발이 꽂힌 광장 중앙 분수대를 바라봤다.

이들의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는 분수대를 사이에 두고 마혁진과 다람쥐 가면을 쓴 천문석이 마주 보고 있었다.

천문석은 급변하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방금까진 모든 게 자신의 계획대로 됐다.

그러나 결집한 군중의 의지는 마지막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몸을 빼려는 순간 터져 나온 도를아십니까 놈들의 외침.

이게 결정타가 됐다.

자신이 굴리던 스노우볼이 일으킨 눈사태에 스스로가 휩쓸려 버렸다!

자신과 마혁진 사이에 박혀 있는 깃발.

깃발전, 마혁진과의 일대일 끝장 대결이 이제 곧 시작된다!

쿵, 쿵, 쿵, 쿵-

사방에서 들려오는 피 끓는 소리와 진동 속에서.

천문석은 허탈하게 웃다가 입을 열었다.

“하하하- 시바…….”

이 순간 문득 느껴지는 생경한 시선.

고개를 돌리자 열기마저 느껴지는 군중 속에 있는 두 헌터가 보였다.

최설과 엠마.

두 사람은 누군가를 열심히 찾아다닌 듯 엉망이 된 모습으로 광장 가장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최설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엠마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천문석은 엠마의 입 모양을 바로 알아봤다.

‘내가. 너. 운. 없다고. 했지?’

“…….”

이 순간 누군가 외쳤다.

“깃발전! 시작한다!”

발 구르는 소리가 뚝 사라지고, 천문석과 마혁진의 일대일, 끝장 대결이 시작됐다!

*   *   *

허탈한 모습, 난감해하는 표정, 방심한 듯 늘어진 자세.

대결이 시작되기 전 천문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결이 시작되는 순간.

천문석의 모습은 완전히 변했다.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마혁진을 향해 돌진하는 천문석.

천문석은 내력을 휘감고 분수대 조각상으로 시야를 가리고 달렸다!

깜빡-

마혁진의 모습이 분수대 조각상으로 가려지는 순간.

천문석은 왼팔을 하늘을 향해 펼쳤다.

차르르륵-

채찍이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철 구렁이!

내력이 실린 강철 구렁이가 공기를 찢었다.

콰아아앙-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마혁진은 이미 준비하던 염동력장을 끌어올렸다.

과아아앙-

사방에 흩어진 잡동사니와 박살 난 판석이 순간적으로 하늘로 솟아 올라 염동력으로 압착되어 둥글게 변했다.

훙, 훙, 훙-

마혁진 주위를 회전하는 잡동사니별들!

깡, 까깡, 깡-

이 별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강철 구렁이 채찍을 막아 냈다.

이 순간 분수대에서 폭발하듯 치솟는 물보라!

촤아아악-

치솟은 물보라가 마혁진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하-

마혁진은 코웃음을 치며 염동력의 벽을 만들어 냈다.

쏴아아아-

물보라가 좌우로 갈라지는 순간!

그 뒤에서 다람쥐 가면을 쓴 적이 나타났다.

이세기!

마혁진은 뒤로 뛰면서 각성력을 끌어올려 이세기 앞에 염동력장을 만들어 냈다.

엄청난 기세로 돌진하던 이세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염동력장에 들어오자.

늪에 빠진 듯 돌진력이 죽고, 움직임이 확 느려졌다.

이 순간 마혁진의 주위를 돌고 있던 잡동사니별에 염동력이 실리고!

기이이잉-

포탄이 되어 쏘아졌다!

파아아앙-

깡-

이세기가 다급히 강화 해머를 휘둘러 막아 냈으나 이건 시작일뿐!

기이이잉-

팡, 팡, 파아앙-

폭음과 함께 연속으로 쏘아지는 염동력 포탄!

쾅, 깡, 깡깡-

충돌음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돌진력이 완전히 죽은 이세기는 수세에 몰려 연신 뒤로 물러났다.

“고작 그 실력으로!”

마혁진은 분노한 외침을 터트리며 염동력 장을 밀어붙였다.

염동력장에 갇혀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 내는 이세기!

승기가 완전히 넘어왔지만, 마혁진은 방심하지 않았다.

상대는 계략과 모략의 천재.

방심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여력을 남기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염동력 전투의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고 사방으로 염동력을 뻗어 곳곳에 흩어진 잡동사니를 모아들인다!

부서진 판석, 구겨진 캔, 부러진 대나무조각.

중력에 끌려 오는 유성처럼 주위로 모여든 잡동사니를 염동력으로 압착한다.

꽈지지직-

단단히 압착되어 위성처럼 주위를 회전하는 잡동사니의 별!

이 탄환에 각성력을 실어 염동력장에 갇힌 적에게 쏘아낸다!

염동력장, 염동력 탄환.

마혁진이 1세대 헌터로 이름을 날리게 해 준 기술이었다.

파아앙-

까앙-

막는 순간 탄환에 실린 물리력과 각성력에 축축 늘어지는 이세기의 팔과 느려지는 다리!

압도적인 우세!

마혁진은 쉴 새 없이 이세기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어느새 광장 중앙 분수대까지 이세기가 밀려났을 때.

이세기는 엉망이 된 모습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제 끝이다! 이세기!”

마혁진은 염동력장을 압축했다.

갑자기 공기의 밀도가 높아진 것처럼.

몸의 움직임이 급격히 느려지는 이세기!

팡, 팡, 파아앙-

깡, 까강, 깡-

이세기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염동력 탄환을 막느라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

마혁진은 쉴 새 없이 자잘한 염동력 탄환을 쏘아내며 커다란 한방을 준비했다!

이 순간 마혁진의 전신을 돌던 잡동사니별 하나가 머리 위로 이동했다.

그리고 슬링을 돌리듯 잡동사니별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잉-

훙, 훙, 훙-

잡동사니별은 염동력에 잡힌 채 점점 빠르게 회전했고 곧 흐릿한 잔상만 남겼다.

이 순간 음속 폭음이 터져 나왔다!

쒜에에에엑-

광장의 헌터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귀를 막고 연신 뒤로 물러났다.

쾅, 쾅, 쾅-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유리창이 연쇄적으로 박살 나고.

쿠르르릉-

광장을 두른 성벽, 장갑 버스마저 요동친다!

음속 폭음에 당장이라도 찢어질 듯한 고막과 북처럼 진동하는 몸!

군중심리에 휩싸여 마혁진에게 야유를 보내던 헌터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압도적인 위용!

이것이 게이트 전쟁을 승리로 이끈 1세대 헌터의 힘.

마혁진은 진짜 1세대 헌터였다!

광장 끝 장갑 버스까지 밀려난 헌터들.

장갑 버스 위의 기동대와 진압 부대.

그리고 그 뒤 건물의 구경꾼들.

이 대결을 보는 모든 사람은 직감했다.

다람쥐 가면 헌터가 승리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

마혁진의 초음속 탄환이 쏘아지는 순간.

다람쥐 가면 헌터는 흔적도 남지 않고 박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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