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97화 (198/1,336)

#197

거점 도시 신동대문 돌아가는 길.

처음 신동대문에 왔을 때 한적했던 비포장도로가 완전히 달라졌다.

마차와 수레, 개조 자전거와 장갑 SUV 그리고 각종 물자를 실은 마력엔진 트럭이 도로에 가득했다.

"무슨 차량이 이렇게 많아? ...확 달라졌는데."

천문석은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엠마.

“그러게 말야.”

이 순간 천문석은 문득 기억나는 게 있었다.

건 스미스 직원이 말했던 도로건설 소문!

전에 들었던 소문이 기억나자 도로 위에 가득한 행렬의 정체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도로건설 소문에 몰려든 헌터와 장사꾼, 유통업자들이다!

천문석의 시선이 도로 위에 늘어선 행렬을 훑었다.

마력석 트럭은 장사꾼이나 유통업자들이 가져온 엄청난 물자가 실려있을 테고,

마차와 수레, 개조 자전거를 탄 헌터들은 신동대문을 근거지로 활동하려는 이들이다.

그리고 도로 위에 드문드문 보이는 장갑 SUV와 장갑 버스들.

이곳에서 도로건설 소식을 듣고 신동대문에 기반을 닦기 위해 오는 헌터팀과 중, 대형 길드가 타고 있을 거다.

한적했던 도로가 일주일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감탄하는 순간 문득 의문이 들었다.

신서울과 도로를 건설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달라지는 게 가능한 건가?

이때 들려오는 엠마의 목소리.

“야, 앞에 마차 빠진다! 빨리 움직여!”

“엇!”

천문석은 재빨리 화물차를 움직여 마차를 따라 이동했다.

곧 신동대문 입구를 통과하는 화물차.

엠마는 신동대문 시가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 외쳤다.

“와- 거리도 완전히 변했는데? 이거 일주일 만에 이렇게 변하는 게 말이 되나?!”

감탄하는 엠마의 말대로였다.

휑했던 거리에는 헌터들이 가득하고,

문을 닫았던 상점들 대다수가 다시 영업하고 있다.

상품이 가득 들어찬 헌터 용품점과 다시 불이 켜진 편의점!

게다가 텅 비었던 상가 2층, 3층 창이 활짝 열려있고 손님으로 가득 찼다.

처음 도착했을 때 도로건설이 헛소문인가 생각하게 했던 신동대문의 을씨년스럽던 거리가 완전히 변했다!

천문석은 아직 이름도 모르는 맹호 건 스미스의 직원이 새삼 떠올랐다.

정보가 아주 빠르고 정확했다!

그렇다면 지금 거리에 외국계 헌터가 많이 보이는 것도 설명이 된다.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신동대문에 들어와 알게 된 헌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직접 겪은 일들이 조합됐다.

대한민국의 게이트 거점 도시 대부분은 한국의 대형 길드와 대기업, 한국 헌터들이 기득권을 꽉 잡고 있었다.

게이트 안정화, 거점 도시 건설 모두 한국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현대적인 헌터-길드 체계가 생겨난 나라도 한국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한국 헌터 업계는 그만큼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헌터는 생명을 걸고 마수와 몬스터를 잡는 사람들이다.

믿지 못하는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몬스터 사냥에 나설 수는 없었다.

그래서 헌터 업계의 거래는 일반적인 시장원리에 따르지 않는다.

인력 충원뿐 아니라 부동산, 사냥터, 사냥 거점, 마수의 정보 같은 헌터 업계의 이권은 대부분 안면 있는 사람에게 수의계약으로 넘어간다.

당연히 한국 헌터는 자신이 잘 아는 동료 혹은 동료의 소개를 받은 다른 한국 헌터에게 이권을 넘겼고.

이런 일이 십 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반복되면서 한국 헌터들의 이너서클은 점점 강화됐다.

그런데 게이트 거점 도시 신동대문에서 게이트가 사라지면서 이 이너서클에 금이 갔다.

갑자기 사라진 동대문 게이트로 게이트 거점 도시 신동대문의 수많은 부동산과 사냥터, 사냥 거점 같은 이권의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이 이권들을 한국에 제대로 된 거점이 없는 외국,

특히 중국과 일본의 기업과 길드에서 많이 사들였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게이트가 사라진 신동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국보다 사냥 인프라가 좋았으니까.

한국에는 더 좋은 조건의 거점 도시들이 있었지만,

이미 기존 길드들이 자리를 잡은 곳에 외국 길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리고 게이트는 사라졌지만, 신동대문은 신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게이트 거점 도시였고 신동대문 인근의 사냥터와 마석 광산, 사냥 거점은 그대로였다.

물류 유통에 문제가 있었지만,

중국과 일본의 기업과 길드들은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일본은 고정 게이트가 단 한 개도 없는 게이트 빈국이고,

중국은 인구에 비해 고정 게이트 수가 너무 적어 이세계 거점이 포화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남중국은 마경과 군벌화된 헌터들로 난장판,

북중국은 헌터가 국가에 징병 된 군인으로 월급쟁이다.

일본과 중국의 기업과 헌터들에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헌터업 인프라가 가장 좋고 치안도 최고수준인 매력적인 나라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의 기업과 헌터들은 한국에 진출하려 했지만.

그동안은 기존 한국 헌터 업계의 단단한 이너서클에 제대로 된 이세계 거점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런데 갑자기 신동대문의 게이트가 사라지며 가치가 폭락한 헌터업 이권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외국 기업과 헌터, 특히 중국과 일본의 기업과 헌터들은 엄청난 투자를 했고 도로건설 계획과 함께 대박을 터트렸다!

순간 천문석은 탄성을 터트렸다.

“하- 내가 먼저 사야 했는데!”

"뭘. 먼저 사?"

엠마의 물음에 천문석은 주위를 가리켰다.

"여기 부동산 말야! 엄청 오를 것 같지 않냐? 대박이 눈앞에 있었는데 놓쳤잖아! 하- 이거 아깝네!"

“...부동산?”

엠마는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천문석을 봤다.

초거대기업 재금 그룹의 숨겨진 실세를 모 실정도면, 일반인과는 다른 안목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게이트 거점 도시의 권력 구도가 변화하고 있는 지금 부동산 투기를 못 해서 아쉬워하다니!

엠마는 문득 타고 있는 화물차와 천문석을 번갈아 봤다.

지금 몰고 있는 차량도 헌터용 장갑 SUV 이런 게 아니라 그냥 화물용 탑차다!

그리고 이 순간 천문석에게서 너무나 강하게 느껴지는 짠돌이 감성!

이것만 봐서는 천문석 이 녀석은 순도 100% 사기꾼이다.

'하- 이 새끼 진짜 사기꾼 아냐?'

엠마는 게이트를 넘어온 후 몇 번이나 했던 의심을 다시 했다.

그러나 곧 의심은 사라졌다.

오늘 천문석은 랩터 백여 마리를 단숨에 무력화시켰고,

수백 마리의 몬스터와 마수가 뒤엉킨 전장을 상처 하나 없이 뚫고 나왔다.

구리협곡 마경, 중남미를 지배하는 마석 카르텔에서도 몇 명 본 적 없는 진짜 실력자!

이런 실력자가 사기꾼일 리는 없었다.

하아-

엠마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이 차라리 사기꾼이라면 바로 튀면 됐을 텐데···.’

사장 김철수,

부사장 천문석.

두 사람 모두 뭔가 이상했다.

사무실에서 김철수 사장과 매일 철야를 할 때는 그곳이 지옥인 줄 알았는데.

게이트를 넘어 천문석 부사장과 일을 하니 하루도 사건·사고 없이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마치 찾아오듯 매일 일어나는 사건·사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이때 천문석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엠마. 그래도 다행이다. 그렇지 않냐?"

"뭐가?"

엠마가 건성으로 묻는 순간,

천문석은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숙소 장기 계약한 거 말야. 숙박료 엄청 올랐을 거 아냐! 돈 굳었다. 하하하-"

휘이이, 휘-

웃음을 터트리며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휘파람을 부는 천문석.

"..."

엠마는 다시금 예리한 눈으로 천문석을 봤다.

‘하- 이 새끼 진짜 사기꾼 아냐?’

---

천문석이 운전하는 화물차는 신동대문 시가지 중심, 시청 앞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이 천문석이 장기 계약한 숙소였다.

평소라면 이런 호텔에 숙소를 잡는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만, 처음 신동대문에 도착했을 때는 텅텅 비어있어서 장기로 아주 싸게 계약했다.

천문석은 호텔 지하 주차장, 개인 주차 공간에 화물차를 세웠다.

이곳은 고가의 장비가 실린 헌터용 장갑 SUV 등을 보관하기 위한 출입문과 잠금장치가 달린 개인 주차 공간이었다.

천문석은 화물차에서 내려 개인 주차 공간 입구로 나왔다.

일주일 전 왔을 때 텅텅 비었던 주차 공간 대부분에 강화 셔터가 내려져 있고, 주차장 안을 총기로 무장한 경호원이 순찰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 엠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탁물 다 꺼냈어.”

그리고 목소리를 낮춰 다시 말하는 엠마.

“몬스터 부산품도 꺼낼까? 여기서 처분할 거야?”

“아니. 그건 돌아가면 김철수 사장님이 처리할 거다. 그보다 식량이랑 물 모두 꺼내자. 폐기하고 새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천문석은 엠마와 함께 화물차에서 식량과 물을 꺼내고 개인 주차 공간의 강화 셔터를 내려서 잠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에 내린 순간.

천문석은 로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방을 빌렸을 때 한두 명의 손님만 있어 휑했던 호텔 로비에 사람이 가득했다!

이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오셨군요. 손님!”

환한 얼굴의 지배인이 천문석을 반겼다.

어두웠던 얼굴이 완전히 펴진 지배인.

지배인은 카운터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바로 키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세탁물도 여기서 직원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천문석은 로비를 가리키며 슬쩍 물었다.

“손님 수가 확 늘었네요? 제가 떠날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는데.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네. 아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선지 정말 오랜만에 객실이 만실입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지배인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만 무성하던 신동대문과 신서울을 잇는 도로건설이 확정됐습니다. 지금 시청에 헌터부 도로건설단이 도착했습니다!"

---

해가 넘어간 늦은 저녁.

천문석은 간단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무장 상자를 어깨에 멘 채 신동대문의 시가지를 걷고 있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시가지 곳곳에서는,

지배인이 말했던 도로건설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헌터부 도로건설단이 도착···."

"...대형 길드 스카우터가···."

"...엄청난 해외 자본···."

귀에 들어오는 건 단편적인 이야기들뿐이지만,

신동대문에 대규모 개발 호재가 터진 것은 분명했다.

"하- 이거 생각할수록 아깝네."

천문석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신동대문의 침체하고 쇠락한 분위기가 며칠 사이에 완전히 변했다.

휑했던 거리에 가득한 헌터들과 불을 밝힌 상점들.

도로에도 어느새 마차와 수레, 마력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넘쳐난다.

이때 몇 번 지나가며 봤던 부동산 점포가 보였다.

잠겨있던 점포 안에는 손님들이 가득했고,

급매물이 잔뜩 붙어 있던 유리창은 깨끗해졌다.

역시 한국인은 부동산의 민족!

발 빠르게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

천문석은 문득 헌터 계좌에 들어있는 1억이 넘는 돈이 생각났다.

'이걸로 작은 상가라도 하나 사 볼까?'

해외 자본이 무더기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신동대문의 부동산 가격은 연일 폭등할 거다.

그러나 천문석은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때가 아니다.

신동대문 거점 도시로 돌아온 목적,

주변 지역의 이상 현상에 대한 정보 획득에 집중해야 했다.

천문석은 부동산을 지나쳐 헌터용 장비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장 상자에 담긴 강화 전투복과 강화 군화 같은 장비의 정비와 충전을 맡겼다.

"장비 직접 찾아가실 건가요? 아니면 숙소로 보내드릴까요?"

"정비 언제쯤 끝날까요?"

"지금 정비가 좀 밀려서···. 정비에 충전까지 끝나면 새벽 2시쯤 될 것 같습니다."

천문석은 바로 결정했다.

"수리한 장비. 무장 상자째로 호텔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이곳에 이름과 호수 남겨주시면 됩니다."

천문석은 호텔 이름과 호수를 남기고 곧 장비매장에서 나왔다.

이제 정보를 수집할 때였다.

천문석은 홀가분한 몸으로 헌터용 주점을 들렸고 안면이 있는 한 헌터를 만났다.

10명의 헌터로 이뤄진 사냥팀을 운영하는 김기태 헌터.

몇 번 사냥터에서 만났고 한 번은 기습 공격받은 걸 도와줘 안면을 튼 헌터였다.

천문석은 김기태에게 더 상세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헌터부 도로건설단? 걔네들은 며칠 전에 이미 도착했지.”

김기태는 피식 웃으며 2층 술집 창밖으로 보이는 시청을 가리켰다.

“지금 헌터 부대 장성, 대형 길드 수뇌부, 외국인 투자자 하나둘 이곳으로 오고 있다. 곧 대규모 투자 협정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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