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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88화 (189/1,336)

#188

"너, 회전목마 더 안 타?"

"..."

"유니콘 튜브 사줄까?"

"..."

"저기 바나나 슬라이드는 1시간만 줄 서면 탈 수 있다는데 그거 타러 갈까?"

"..."

특급 헌터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벤치 위에 말없이 쪼그려 앉아있었다.

이때 천문석의 눈에 사람이 별로 없는 텅 빈 풀이 보였다.

바로 옆, 와아아- 즐거운 비명이 들려오는 파도풀과는 상반된 풀이었다.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생각.

'...어, 이거? 될 거 같은데!'

천문석은 벌떡 일어나 특급 헌터의 어깨를 두들겼다.

"야, 가자! 내가 엄청 재밌는 거 해줄게!"

"...재밌는 거?"

의심스러운 눈으로 회전목마를 보는 특급 헌터.

"그거 아냐! 우선 이동하자."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텅 빈 풀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특급 헌터의 즐거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

...

천문석은 물로 흠뻑 젖은 특급 헌터에게 물었다.

"준비됐냐?"

"준비됐어!"

특급 헌터가 씩씩하게 외치는 순간.

이야압!

기합을 지르며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올리는 천문석!

특급 헌터는 몸을 동글게 만 채 반짝이는 눈으로 외쳤다.

"언제든지 발사해!"

천문석은 몸을 비틀며 일기일원공을 끌어 올렸다.

전신 경맥을 타고 도는 내력의 힘!

팔과 등 허리를 거쳐 발끝까지, 육체가 거대한 활이 되어 팽팽히 당겨진다!

순간 천문석은 가볍게 몸을 회전하며 외쳤다.

"발사!"

휘이이이잉-

엄청난 바람 소리와 함께.

특급 헌터가 풀 위 하늘을 날아갔다!

이야얍-

기합을 지르며 몸을 둥글게 말아 빙글빙글 회전하는 특급 헌터.

휘이이잉-

특급 헌터는 공중으로 이십여 미터를 날아 수면 위로 미끄러졌다.

촤아아악-

사방으로 뿌려지는 물보라와 하얗게 일어나는 파도.

우와아아아아-

꼬맹이들의 환호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뽈, 뽈, 뽈, 뽈-

특급 헌터는 능숙한 개헤엄으로 돌아오며 신나게 웃었다.

"우히히- 최고야! 이거 엄청 재밌어!"

이때 사방에서 몰려드는 꼬맹이들.

꼬맹이들은 특급 헌터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외쳤다.

"부럽다!"

"좋겠다!"

"재밌겠다!"

...

특급 헌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의젓하게 말했다.

"알바! 얘들도 해줘!"

"뭐?"

우와아아-

이 순간 터지는 환호성과 눈이 부실듯한 초롱초롱한 눈빛!

천문석은 이 눈빛을 보자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키즈카페, 파티 연회장!

만족을 모르는 꼬맹이들!

천문석은 직감했다.

인간 놀이기구가 될 위기다!

지금 시작하면 해질 때까지 던져줘야 할 것이다!

천문석이 주춤 물러서는 순간.

삐이이이-

안전요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왔다.

"위험합니다! 풀에서 사람을 던지시면 안 됩니다!"

"아···. 죄송합니다."

천문석이 고개를 숙이자,

특급 헌터는 바로 항의했다.

"그런 게 어딨어!"

"안돼요."

"이거 완전 재밌단 말야!"

"안돼요."

"누나도 하고 싶어서 그래? 먼저 시켜줄까?"

"안돼요."

...

특급 헌터가 계속 항의했지만,

안전요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던지는 건 위험해서 절대 안 됩니다. 풀에서는 물놀이만 하셔야 합니다!"

"잘생긴 멋진 부자 같은 누나! 한 번만 봐줘! 놀이기구는 사람이 너무 많단 말야!"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꼬맹이들의 원성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맞아! 너무 사람이 많아!"

"회전목마만 엄청 많이 탔단 말야!"

"파도풀도 사람 많다고 못 들어가게 하잖아!"

...

놀이기구를 타지 못한 꼬맹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안전요원을 둘러싼 채, 열심히 외치는 꼬맹이들!

"하게 해줘!"

"해줘라!"

"해줘라!"

...

특급 헌터가 외치자 주위의 꼬맹이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

천문석은 한발 물러서서 꼬맹이들에게 둘러싸인 안전요원을 봤다.

안전요원이 어떻게 대응할지 아주 흥미진진했다!

삐이, 삐, 삐, 삐-

이때 안전요원은 호루라기를 짧게 끊어 불더니, 입고 있는 재킷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재킷에서 나온 손에 들린 노란 카드.

탁, 탁, 탁-

안전요원은 번개같이 꼬맹이들의 구명조끼에 노란 카드를 붙이고,

한발 물러선 천문석의 조끼에도 노란 카드를 붙였다.

"경고. 옐로카드입니다! 한 번 더 경고를 받으면 레드카드. 워터파크 퇴장입니다!"

"..."

"..."

순간 특급 헌터와 꼬맹이들은 말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안전수칙을 꼭 준수하셔야 해요!"

안전요원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멀어졌다.

천문석은 감탄스러운 눈으로 멀어지는 안전요원을 봤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스티커 한 장으로 꼬맹이들을 단숨에 제압하다니!

이때 들려오는 물소리.

첨벙, 첨벙-

특급 헌터와 꼬맹이들 십여 명이 풀장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아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하나같이 실망한 얼굴을 한 꼬맹이들.

"...그거 재밌냐?"

"재미없어···."

천문석이 묻는 순간, 꼬맹이들 전체가 똑같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때 바로 옆 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즐거운 비명.

쏴아아아-

와아아아-

어느새 꼬맹이들은 부러워하는 눈으로 사람이 가득한 파도풀을 보고 있었다.

"파도풀 갈까?"

특급 헌터와 꼬맹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대답했다.

첨벙-

"저기 사람 많아서 입장 안 된데."

"줄 서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언니, 오빠. 형, 누나."

"삼촌. 이모. 아저씨."

"엄청! 엄청 많아!"

"그리고 하하하- 호호호- 하면서! 안 나와!"

첨벙! 첨벙! 첨벙!-

순간 분노의 물장구를 치며 일제히 외치는 꼬맹이들!

"안 나와!"

"절대 안 나와!"

"왜 안 나오는 거야!"

“우리도 파도풀에서 우와우와- 하고 싶단 말야!”

...

"..."

천문석은 파도풀을 다시 봤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파도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커플이었다!

순간 천문석은 벌떡 일어났다.

자신과 특급 헌터, 꼬맹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풀에서 분노의 물장구만 치는데!

커플로 놀러 와 재밌게 놀고 있다니!

참을 수 없었다!

천문석은 꼬맹이들에게 외쳤다.

"야, 모두 풀에 들어가라! 내가 재밌는 거 해줄게!"

"재밌는 거?"

천문석은 즐거운 비명이 들려오는 파도풀을 가리켰다.

"저거랑 비슷한 건데. 훨씬 훨씬 엄청난 거로 해줄게."

"...?"

의아한 얼굴로 하나둘 풀로 들어가는 꼬맹이들.

"알바 뭐 하려고? 우리 퇴장당하는 거 아냐?"

특급 헌터는 멀리서 눈을 번뜩이는 안전요원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야, 걱정할 것 없어. 전혀 눈치 못 채게 해치울 수 있다."

천문석은 장담하며 풀 안에 둥둥 떠 있는 꼬맹이들의 구명조끼를 확인했다.

"혹시, 높은데 무서워하거나 빠른 거 싫어하는 사람 있냐?"

일제히 고개를 휙휙 젓는 꼬맹이들.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 준비됐냐?"

"준비···?"

"된 거 같은데···?"

특급 헌터와 꼬맹이들은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봤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어차피 시작하면 바로 알게 된다.

"그럼. 시작한다!"

천문석은 전법륜인을 짚으며 말했다.

평소 초강력 딱밤을 때리는 용도로 사용한 전법륜인(轉法輪印).

그러나 사실 전법륜인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轉法)' 수인이었다.

그렇기에 조금만 응용하면 이런 것을 할 수 있었다.

천문석은 심상 공간에 상(象), 이미지를 그려내고.

심상 공간에 그려낸 이미지를 전법륜인을 통해 현상 공간에 펼쳐냈다.

파르르-

텅 빈 풀의 수면이 흔들리는 순간,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을 일으켰다.

일기일원공이 기경팔맥을 노도와 같이 흐르자.

형(形), 전법륜인으로 그려낸 이미지에,

공(功), 일기일원공으로 만들어낸 내력이 실렸다.

이는 증기기관에 가해지는 열기고,

타오르는 불에 쏟아지는 기름이다.

기경팔맥의 내력!

육체를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는 경맥을 흐르는 힘 내력.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내력을 움직이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심법(心法), 마음!

지금 천문석이 하는것 또한 심법이었다.

마음에 담긴 이미지로 내력을 움직여 펼쳐내는 심법!

심상 공간의 이미지와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합쳐지는 순간.

천문석이 마음에 그려낸 상, 이미지가 텅 빈 풀장에 펼쳐졌다.

폭풍우 치는 바다!

쿠르릉-

순간 잔잔한 풀에서 용트림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수면이 요동쳤다.

"어?"

"이거 뭐지?"

"몸이 막 떨리는데!?"

...

꼬맹이들이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볼 때.

천문석은 전법륜인을 짚은 손을 휘저으며 외쳤다.

"시작한다!"

쿠르르릉-

순간 풀 한쪽에서 치솟아 오르는 물기둥!

쏴아아아-

솟구친 물기둥이 부서져 비처럼 쏟아져 내릴 때.

풀 안 곳곳에서 물기둥이 치솟고,

파도가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곧 잔잔하던 풀 안에 엄청난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촤아아아-

크게 일어나 빙글빙글 회전하는 거대한 물살!

"우와! 저거 뭐야!"

"새로운 파도풀이야?!"

"와 이거! 장난 아닌데!"

깜짝 놀란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올 때.

특급 헌터와 꼬맹이들은 한곳에 뭉쳐 물살에 떠밀려 가고 있었다.

으아아-

으어억-

꼬맹이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다가 곧 깨달았다.

물속으로 빠지지도 사방으로 흩어지지도 않는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거센 물살을 타고 빙글빙글 돌다가 파도 위로 뚝 미끄러지는 몸!

꼬맹이들의 놀란 비명은 곧 즐거워하는 비명으로 변했다.

우와아아-

끼요요옷-

우히히힣-

"신난다! 최고야!"

"빨리! 더 빨리해줘!"

"더 세게! 더 세게 해줘!"

...

꼬맹이들의 즐거운 외침에,

천문석은 더욱 힘을 끌어냈다.

전생에 도달한 천외천의 무위는 잃었지만,

그 길을 걸었던 경험은 천문석의 혼백에 새겨져 있다.

홀로 끝없는 무저갱을 걸어 마굴의 끝에 도달하고,

12천 대천세계의 경계를 걸어 금을 밟고 미쳐버린 요마괴이를 쳐 죽였다.

삶과 죽음.

헤아릴 수없이 많은 생사의 간극을 넘나들며 연마되고 연마되어 찬란히 빛나던 영혼육백.

비록 영육은 스러졌으나,

혼백에 새겨진 업은 끝없이 이어지니!

'오라! 나의 업이여!'

이 순간 삼성(三成), 기초를 넘어 진정한 입문의 경지에 달한 일기일원공이 펼쳐졌다!

끝없이 변화하는 전법륜인의 수인을 짚으며,

심상 공간에 몰아치는 폭풍우에 일기일원공을 싣는다.

일기일원공의 요결은 이름 그 자체.

대지(一氣)에서 태어난 마음이 하늘(一元)에 닿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흐트러짐 없는 일심(一心)!

쿵, 쿵, 쿵-

어느새 전신에 천강흔이 드러난 천문석은 폭풍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폭풍우가 되어 몰아쳤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수인에 실려 풀장 안에 몰아치는 폭풍우.

이 순간 천문석은 폭풍우 그 자체였다!

여의(如意)!

뜻하는 대로 산처럼 솟구치는 파도와 거센 급류가 되어 소용돌이치는 물살!

넓은 풀 안 산산이 부서지는 물보라 하나까지 모든 게 천문석의 뜻대로 움직였다.

구우우우-

풀장 안의 물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꼬맹이들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십 미터가 훌쩍 넘는 높이로 치솟은 파도!

콰르르릉-

거대한 파도가 단숨에 무너지며,

꼬맹이들은 스키를 타듯 파도 위를 미끄러져 내렸다.

우와아아아-

꼬맹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이 터져 나온 순간.

으아악-

까야아-

주위의 사람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쿠르르릉-

파아아앙-

거세게 용트림하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저거 괜찮은거야?"

"위험한 거 아냐!?"

이때 안전요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다급히 달려와 사람들을 밀어냈다.

삐이이이-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초능력 각성자? 혹시 뽀미 아냐!?"

...

풀 주위에서 다급한 외침들이 터져 나왔다.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지만, 누구도 거세게 폭풍우 치는 풀 안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각성 헌터 없어요?!"

"염동력자! 염동력자! 없어요!?"

“누가 애들만 좀 빼내 봐요!!”

...

다급한 외침이 사바에서 터져 나올 때.

누군가 소리쳤다.

"잠깐만! 저 애들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닌데!? 들어봐!!"

깜짝 놀라 귀 기울이는 사람들.

콰르르릉-

촤아아아-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물살과 높게 솟구쳐 부서지는 파도!

구명조끼를 입은 꼬맹이들은 이 폭풍우 치는 물살과 파도를 타고 미끄러지면서.

우와아아아-

이야야야호-

즐거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

"..."

안전요원과 어른들은 멍한 얼굴로 환호성을 지르는 꼬맹이들을 봤다.

이때 누군가 말했다.

"엄마! 나도, 나도! 저거 할래! 엄청 재밌어 보여!"

그리고 한참이 지나 풀 안에 몰아치던 폭풍우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을 때.

워터파크 풀장에 폭풍우를 일으킨 철없는 어른과 재밌게 논 꼬맹이는 감쪽같이 사라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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