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0화 (121/1,336)

#120

천문석은 마음의 결정을 한 후.

수천의 바람이 노래하듯 달리는 공간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휘이이잉-

수천의 바람이 전신을 타고 도는 순간.

천문석의 정신이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 닿았다.

이 순간 단숨에 심상 공간을 뛰어넘어,

혼백에 새겨진 전생의 경지를 움켜잡는다!

지금 필요한 전생의 경지는,

정사마 수백의 무공을 섭렵한.

‘대종사의 안목!’

쿵, 쿵, 쿵-

전생의 경지에 닿는 순간.

하늘이 기울어지고 땅이 치솟는다.

인과를 뒤집는 역천(逆天)!

천지가 뒤집히는 아찔한 현기증 속에서.

천문석은 기울었던 하늘의 저울이 수평이 되는 걸 느꼈다.

이 순간 이성에 달한 일기일원공을 운공하며,

생사가 반전하는 팔문의 경계를 조심조심 밟아 나아간다.

맑은 물속에 물감이 풀려나가듯.

'대종사의 안목'이 현생의 육체에 자리 잡았다.

정신이 명징하게 깨어나고,

천문석의 움직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조심조심 생사의 간극을 밟던 발걸음이 거침없이 변하고,

유려하게 흐르던 일기일원공의 행공이 거칠어진다.

단숨에 쏟아져 바위를 깨뜨리는 급류처럼,

생사의 간극을 거침없이 뛰어넘어 나아가는 순간.

일기일원공과 창천검의 뜻이 담긴 거친 일 검이 떨어졌다!

콰르릉-

순간 광폭한 바람이 불고,

검에서 불쑥 치솟아 오르는 강기!

강기가 치솟는 순간.

천문석은 거칠게 보법을 밟아 전진하며 매걸음 검을 펼쳤다!

쪼개고,

비틀고,

당겨서,

내려친다!

콰르릉, 쿵, 쿵, 쿵-

정교함이라고는 없는 강검이 끝없이 이어진다.

창천검의 정수 창천무흔,

흔적 없는 바람은 거친 폭풍이 되어 사방으로 몰아쳤다.

버려야 얻을 수 있는 법!

천문석은 검을 내려치며,

창천검의 요결을 하나하나 버렸다.

유려함과 섬세함.

부드러움과 면면부절.

창천검에 겹겹이 쌓아 올려진 요결을 버린다.

천문석이 펼치는 창천검은 점점 투박해지고, 단순해졌다.

그러나 검이 단순해질수록 더 강해지는 강기!

검에 맺히는 강기가 강해질수록,

천문석의 정신도 비상하고 있었다.

유형화된 강기의 진정한 효능,

압도적인 전투 감각이 깨어나고 있었다.

어느새 천문석은 주위 10장 안의 공간을 지배했다.

'대종사의 안목'과 '초인경에 달한 검사의 검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새로운 경지에 천문석이 도달하는 순간.

천문석의 검은 어느새 너무나 간결해졌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단순한 직선!

단순한 일 검이 떨어질 때마다,

강기의 도도한 빛이 공간을 가른다!

이 단순한 일 검에 담긴 요결은 단 하나.

‘끊을 단(斷)!’

천문석이 창천검에서 남긴 단 하나의 요결은 ‘끊을 단’이었다.

‘끊을 단’

일격에 마수와 몬스터의 육체를 끊을 요결이고!

검혼과 감응해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기운 강기를 만들어낼 요결이었다!

휭, 휭, 휭-

간결해진 일 검을 내려치며,

천문석은 이제 때가 됐음을 깨달았다.

그릇에 물이 가득 담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릇에서 물이 넘치게 할 마지막 한 방울의 물!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끊을 단’의 요결이 검혼에 스며들게 된다.

누구나 '끊을 단'의 요결만 익히면 이 검혼에 담긴 힘, 검강을 뽑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이 검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는 것이다!

이 순간 천문석은 온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전심전력!

모든 힘과 마음을 모아 단숨에 해치운다!

천문석은 남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모두 끌어올려 검에 담았다.

휘이잉-

가볍게 검을 들어 허공으로 돌리는 순간,

검에서 요동치는 일기일원공의 내력에 일심으로 모은 요결을 담는다!

‘끊을 단!’

벼락같이 떨어지는 일 검!

끊을 단의 요결을 담은 마지막 검이 떨어져 내리며.

검혼이 요동쳤다!

된다!

되고 있었다!

검혼에 ‘끊을 단’의 요결이 담기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의 전신에서 선명한 천강흔이 드러났다.

파스스슥-

그리고 하얀빛이 천강흔을 타고 번개처럼 흘러,

끊을 단의 요결을 튕겨내고 검혼으로 빨려 들어갔다.

"...!"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이건 또 뭐야!?"

천강흔이 드러나는 순간 거기에 어린 하얀빛.

생경한 하얀빛이 검혼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검혼에는 ‘끊을 단’의 요결이 담겨야 하는데.

생경한 힘을 담은 하얀빛이 그 자리를 낼름 차지해 버린 것이다!

경악한 천문석은 재빨리 검혼에 마음을 두고 검을 휘둘렀다.

퐁, 퐁, 퐁-

순간 검의 궤적을 따라 물결치듯 흘러나오는 소리와 진동!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하늘 고래!

작아진 하늘 고래가 열심히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하늘을 날 때 나던 소리와 진동이었다!

퐁, 퐁, 퐁-

그 소리와 진동이 천검의 검혼이 담긴,

자신의 롱소드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나와?!"

---

천문석이 뽑아낸 전생의 경지.

'대종사의 안목'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천문석은 여전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퐁, 퐁, 퐁-

"..."

퐁, 퐁, 퐁-

"......"

검을 움직일 때마다 주위로 퍼져나가는 경쾌하고 즐거운 소리와 진동.

삑삑이 신발을 신고 달리는 것처럼.

강기를 머금은 검의 궤적을 따라서 퐁, 퐁, 퐁- 즐거운 소리와 진동이 물결치듯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즐거운 소리와 진동이 닿는 곳의 상황이 머릿속에 박혀 들었다.

공기의 질감과 온도,

벽과 바닥의 형태와 거기에 깔리 작은 모래 하나까지 모두 알 수 있었다.

"..."

천문석은 말없이 롱소드를 살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늘 고래의 힘이 천강흔에 깃들어 있었다.

천강흔에 깃든 이 하늘 고래의 힘은,

검혼에 요결을 심는 마지막 순간에 검혼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 결과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기운,

강기를 뿜어내는 롱소드에 추가 기능이 더해졌다.

하늘 고래의 마음을 심상에 그리며 검을 내려칠 때마다.

퐁, 퐁, 퐁-

듣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경쾌하고 즐거운 소리와 진동이 울려 퍼지게 된 것이다.

"하늘 고래···. 이 녀석···."

어이없었지만,

천문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늘 고래의 선물 덕분에,

세상에 둘도 없을 검이 탄생했다.

[강기 + 퐁, 퐁, 퐁-]

무시무시한 강기.

그리고 즐거운 소리와 진동이 같이 나오는.

이 세상에 유일한 '삑삑이 검강 롱소드'가 탄생한 것이다!

“...”

천문석은 검강을 유심히 살폈다.

다행히 검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이 검강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검혼에 심어진 하늘 고래의 힘을 깨워야 한다는 건데···.

이것도 문제가 없었다.

깨우는 방법이 오히려 ‘끊을 단’의 요결보다 쉽고 간단했다.

검혼에 하늘 고래의 마음,

아득한 '그리움'을 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검강이 생겨나고,

즐거운 소리와 진동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퐁, 퐁, 퐁-

"...이거 팔리겠지···?"

어쩐지 매우 불안했다.

---

아직 이른 저녁,

검혼을 깨운 천문석은 장원을 나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전생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

천문석은 호위 무사에게 이 도시의 이름과 위치를 묻고.

마도 18문의 비밀 분타의 이름도 넌지시 물었지만, 아무 소득을 얻지 못했다.

문득 든 생각에 천문석은 길을 안내하는 호위 무사에게 다시금 물었다.

"그래서 장가장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올해 봄에 들어왔습니다."

깍듯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젊은 호위 무사.

이 젊은 호위 무사는 장일이 천문석의 길잡이를 겸해 붙여준 사람이었다.

얼핏 봐도 천문석보다 2, 3살 정도 어려 보이는 외모.

장일 총관이 고심해서 붙여 줬음을 알 수 있었다.

천문석은 덕분에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혹시 이 도시 토박이냐?"

"아뇨. 토박이는 아닌데. 이곳 백호 무관에서 어린 시절부터 수련했습니다."

“그럼 이 도시 지리를 잘 알겠네?”

“원하시는 곳 어디든 바로 모시겠습니다!”

젊은 무사가 우렁차게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물었다.

"이 근처에서 정보가 제일 빠삭한 곳이 어디냐?"

"네···? 정보요?"

생각도 못 한 질문에 젊은 무사는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7일 단위로 장가장을 찾는 기이한 손님들.

젊은 무사는 그동안 이 기이한 손님들의 안내를 몇 번이나 했었다.

보통 이 손님들이 장원 밖으로 나오면 찾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주루나 기루.

가끔 도박장이나 뱃놀이를 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손님은 특이하게도 정보가 빠삭한 곳을 찾았다.

"...하오문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동전 몇 푼 던져주면 한 시진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텐데···."

젊은 무사가 적당히 대답하자,

천문석은 바로 되물었다.

"...하오문? 걔네들 엄청 몸 사리지 않냐? 거기서 마도 18문의 정보도 취급하냐?"

"...!"

경악하여 주위부터 살피는 젊은 무사!

주시하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무사는 재빨리 천문석을 외진 골목으로 인도했다.

젊은 무사는 으슥한 골목에서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입을 열었다.

"절대, 절대로! 그 이름을 이런 길거리에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됩니다!"

"뭐, 마도 18문?"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젊은 무사는 경기라도 일으킬 듯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외쳤다.

"아니! 말하면 안 된다니까요!"

"아니···. 왜? 욕하는 것도 아니고 묻는 것도 안 된다고? 그런 거로는 뭐라고 안 할 텐데?"

의아해하는 천문석에게 젊은 무사는 바로 대답했다.

"거기 얼마 전에 피바람이 불었어요! 지금 바짝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천문석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마도 18문에 피바람이 불었다면.

100이면 100!

서열을 걸고 벌이는 마도 쟁투가 벌어진 것이다!

누가 새로 천마에 올랐는지만 알면,

천마가 나온 일문을 훑어 마도 18문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강호의 정보에 뛰어난 개방도 불가능한 일이나.

무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도 18문의 뒷사정을 잘 아는 천문석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야, 그거 자세히 좀 말해봐. 누가 천마에 올랐냐?"

젊은 무사는 주위를 다시 한번 살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 피바람은 하루 만에 끝났다고 합니다. 이번에 지존에 오른 그분의 일문은 이렇게 불린다고 하네요.”

순간 긴장되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하는 젊은 무사.

“하늘에 묻는다.”

"..."

순간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됐다.

하늘에 묻는다.

천문(天問).

마도 18문 중에서 ‘천문’이라 불릴 일문은 단 하나뿐이다.

천문사(天問寺).

전생의 스승님께 속아서 들어간 자신의 사문이었다.

그러나 전생의 천문석은 천마가 된 후 그 누구도 제자로 받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천문사에는 제자에게 가르칠만한 무공이 없었다.

천문석이 스승님께 배운 것도 사냥, 요리, 수인, 염불, 부적 그리기 같은 것들뿐이었다.

자신이 천마가 된 것은 그냥 우연과 재수 없음이 겹친 결과일 뿐이었다.

그런 천문사에서 다시 천마가 나왔다니!

천문석은 차게 식은 눈으로 젊은 무사를 봤다.

‘이런 허술한 녀석! 어디서 헛소문을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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