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8화 (119/1,336)

#118

장일은 상자의 봉인을 일일이 확인하며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난 이 무림 던전의 관리자, 장원의 관리를 맡은 총관 장일이다. 그냥 장 총관이라고 부르면 된다."

장일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일행을 한명 한명 봤다.

"어때 평소에 들었던 던전이랑 이곳 던전은 아주 다르지?"

“...”

"몬스터나 마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들어오자마자 빡세게 구르지도 않고. 바로 제대로 된 장원으로 안내받고 말야?"

장일은 자랑스레 웃으며 땅을 가리켰다.

"이게 바로 여기 무림 던전의 특징이다. 안전한 각성 스팟."

"이 모든 게 처음 이 던전을 발견하고 이 장원을 세우신 철권 대협의 위업이지."

"그분 덕분에 여러분은 여기 이 안전한 장원에서 무공을 각성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주의사항 말해주고 무공 비급 나눠주겠다."

장일은 바로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

1. 무공 비급은 혼자서만 볼 것.

2. 무공 비급은 방 밖으로 가지고 나오지 말 것.

3. 허락 없이 혼자서 장원 밖으로 나가지 말 것.

4. 항상 방문을 제대로 잠그고, 타인의 방에 들어가지 말 것.

5. 각자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각성 여부와 상관없이 던전에서 나가야 한다.

///

"가능하면 각성할 때까지 있게 해주고 싶은데···. 알다시피 이 던전에는 입장 인원 제한이 있다. 다음 기수 사람들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양해해 줘라."

장일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하고, 탁자 위에 놓인 상자를 들었다.

"그럼 1번부터 나와라."

6명의 사람은 각자가 받은 번호가 적힌 상자를 받았다.

천문석은 4번이라고 적힌 상자를 내려다봤다.

입구가 단단히 봉인된 상자.

"그 봉인 뜯고 상자를 열면 안에서 숫자가 적힌 금·은·동 패가 나올 거다. 그게 각자에게 배정될 방의 열쇠다. 무공 비급은 그 패에 따라 여기서 지급해 줄 거다."

장일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급히 상자를 열었다.

"동패 1번. 젠장!"

"은패 3번···."

"난 금패다! 하하."

"왜 나는 은패야?!"

...

각자의 실망과 기쁨이 뒤섞인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천문석은 당황하고 있었다.

"...?"

천문석이 연 상자에서 나온 패는 검은 철패였다.

이 검은 철패에는 숫자가 적혀 있지 않았다.

철패의 양면에는 한 글자씩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철(鐵).

장(張).

이 글자를 보는 순간 떠오르는 이름.

'장철!'

특급 헌터 꼬맹이의 삼촌 장철,

장철의 이름이 적힌 패가 나왔다!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장철의 이름이 적힌 철패를 봤다.

---

상자에서 나온 패의 색깔에 따라 6명의 예비 각성자들의 희비가 갈릴 때.

장일이 넓은 탁자 위에 금속 상자를 올리고 자물쇠를 열었다.

금속 상자 안에는 수십 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이 책들에 꽂혔다.

아무 설명이 없었지만,

일행 모두는 알 수 있었다.

무공 비급이다!

장일은 일행의 뜨거운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하는 대로 이 책이 무공 비급이다. 이것도 철권 대협이 이 장원을 세우시면서 모아들이신 거다. 사실 이것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각성몽을 꾸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만···."

이때 1번 여자가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무공 비급 그냥 고르면 안 될까요? 수십 권이 넘는데···."

장일은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데. 던전 입구에 계측 장치 봤지? 이 던전을 안정된 상태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더라. 너희들이 익히는 무공만으로도 던전에 변수가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

1번 여자가 침묵할 때,

장일이 입을 열었다.

"패를 가지고 앞으로 나와라. 무공 비급 주고 방이 어디인지 안내해 줄게."

"동패 1번이에요."

"여기 무공 비급. 2층 동쪽 방이다."

"은패 3번이네요."

"은패 3번이면······. 음 이거네. 1층 북쪽 방이다."

"은패 1번입니다."

"은패 1번. 이게 바닥에 깔려있네. 1층 동쪽 방이다."

...

한명 한명 무공 비급을 받고,

자신이 있는 방의 위치를 안내받는 예비 각성자들.

그러나 이들은 자기 방으로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배정받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무공 비급의 표지에는 어떤 비급인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비급을 열어보고 희비가 갈리는 모습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때 의기양양한 외침이 들려왔다.

"금패 3번입니다!"

금패를 받은 유일한 남자.

이 남자는 장갑 버스에 간신히 탑승한 5번 남자였다.

"자 여기 있다. 금패 3번이면 1층 서쪽 방이다."

비급을 받자마자,

몸을 돌려 펼쳐보는 5번 남자.

순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웃음을 터져 나왔다.

하하하-

부러움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남자에게 쏟아질 때,

은패를 받은 6번 남자가 친구에게 질문했다.

"야. 너 무슨 비급 받았냐?"

5번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대답했다.

"뭐. 적당히 괜찮은 거 받았다."

"어느 문파야? 그것만 말해봐."

모두의 시선이 남자의 입에 모일 때.

한 단어가 들려왔다.

"무당."

순간 깜짝 놀라는 예비 각성자들.

무림 던전에 오기 전,

이들 모두는 빡세게 무협지를 읽었다.

당연히 무당이 어떤 문파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구파 일방 중에 최고를 고른다면 항상 들어가는 두 문파가 있다.

소림과 무당.

그리고 무공 대부분이 권각술인 소림보다,

검술에 치중한 무당의 무공이 헌터에게는 더 잘 맞았다.

5번 남자는 사실상 최고의 패를 고른 것이다.

"난 왜 이런 무공이···."

"좀 들어본 문파 무공도 아니네···."

"하- 정말 부럽네···."

"각성 던전도 수저를 따라가는 거야···?"

...

사방에서 탄식과 탄성이 터져 나올 때,

마지막 남은 천문석이 장일에게 다가갔다.

"저, 제 패가 좀 이상한데요?"

"응? 웬 철패야?"

의아한 눈으로 천문석이 건네주는 철패를 받는 장일.

장일은 철패의 앞뒤에 새겨진 문자를 보는 순간 굳었다.

"...!"

장일은 경악한 얼굴로 철패를 계속 돌려보다가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철권 대협!"

모두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철권 대협?"

"방금 들은 이름인데···."

"...이 장원을 만들었다는 사람?"

"갑자기, 그 사람은 왜···."

...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시선이 모일 때,

장일은 조심스레 철패를 돌려주며 천문석에게 물었다.

"철권 대협과는 어떤 관계 신지···?"

장일이 외친 순간에,

천문석은 이미 모든 걸 눈치챘다.

장철 = 철권 대협!

'이 장원을 만들었다는 철권 대협이 장철 헌터였구나!'

천문석은 철권 대협과의 관계를 짧게 설명했다.

"철권 대협의 조카가 제게 친동생 같은 아이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장철의 외조카인 특급 헌터가 매일 자신의 옥탑방에서 놀다가 집에 가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순간 장일의 눈이 부릅떠졌다.

"철권 대협의 가족분을 만나다니! 이런 영광이!"

"아니, 가족은···."

천문석이 재빨리 정정하려 했으나,

장일은 천문석의 손을 덥석 잡고 외쳤다.

"영광입니다! 말로만 듣던 철권 대협의 가족분이시라니!"

장일은 호감이 가득한 얼굴로 연신 탄성을 터트리더니,

비급이 담긴 금속 상자를 들고 앞장섰다.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가시죠."

"네? 어디로?"

천문석이 의아해하는 순간,

장일이 외쳤다.

"철권 대협의 철패를 가져오신 분을 수련 전각에 모실 수는 없죠! 장주님이 사용하시던 전각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그러나 장일은 천문석의 옷소매를 잡고 앞장섰다.

"어서 가시죠! 바로 모시겠습니다!"

천문석은 어, 어 하다가 장일에게 끌려 움직였다.

장일은 전각 입구로 걸어가다가 돌연 멈췄다.

"이런 제가 정신이 없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공지사항만 빠르게 전하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장일은 몸을 돌려 예비 각성자들을 봤다.

"오늘 밤과 내일 밤. 이 2일이 각성몽을 꿀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바로 방으로 가셔서 그 무공 비급으로 수련을 하시면 됩니다. 2일 동안은 이 전각은 폐쇄됩니다. 음식은 거기 중앙 탁자 아래에 있습니다. 그리고 2층 북쪽에 장서실이 있습니다. 거기에 있는 서적은 자유롭게 보시면 됩니다."

순간 한 사람이 다급히 손을 들고 외쳤다.

"저 질문···!"

"질문은 모레 아침에 받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빡세게 무공 익히고 잠들면 각성몽 꿀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첫 이틀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이틀 동안 50%가 넘는 사람이 각성몽을 꾸고 각성을 합니다!"

장일은 급히 말을 쏟아내고 바로 전각의 문을 열었다.

휘이잉-

찬바람이 쏟아지는 순간.

장일은 문 앞을 지키던 무사에게 지시했다.

"너, 바로 달려서 장주님이 쓰시던 방을 청소하라고 연락해라!"

"네? 네! 총관님!"

당황해서 반문하다가 바로 허리를 숙이고 달려가는 무사.

장일은 달려가는 무사를 일별하고 주위에 있는 무사들에게도 지시했다.

"이틀 동안 이 전각은 완전히 폐쇄한다. 두 개조를 더 편성하도록!"

"알겠습니다!"

분분히 외치고 사방으로 달리는 무사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장일은 앞장서서 천문석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

끼이익, 쾅-

전각 입구 문이 닫히고.

스르렁, 철컥-

거대한 자물쇠 채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순간 전각 안에 남겨진 5명의 예비 각성자 사이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니 쟤 뒤에 빽이 얼마나 센 거야···."

"다이아몬드 수저쯤 되나 보네요···."

"하-"

"에휴-"

깊은 침묵 속에서 한숨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은패를 받은 남자가 금패를 받은 친구에게 말했다.

"아니···. 쟤 뭐야? 뭐 10대 그룹 후계자쯤 되는 건가?"

"..."

금패를 받은 남자는 대답 없이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

"야, 야! 같이 가!"

친구가 부르지만, 대답도 없는 남자.

남자는 금패와 무당의 비급을 움켜쥔 채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지금 남자의 마음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친 사고로 이미 집에서는 내놓은 자식 취급.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회사에서 한자리를 맡으려 했으나,

몇 번이나 실망한 아버지는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내쳐졌다는 소문이 돌자,

그동안 친하게 달라붙던 사람들이 하나둘 연락을 끊었다.

그제야 남자는 깨달았다.

엄청난 재산과 사회적인 지위.

이 모든 건 자신의 것이 아닌 그룹 회장인 아버지의 후광으로 얻은 거다.

아버지의 후광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초라한 자신만 남는다.

순간 남자의 시선이 손에 들린 금패와 무공 비급을 향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무공을 각성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마지막 기회!

금성 그룹의 허무인처럼!

배다른 막내로 태어나 형과 누나들에게 엄청난 견제를 받은 허무인.

그러나 허무인이 금성 길드를 10대 길드 위치까지 올리자,

금성 그룹의 허 회장은 허무인을 직접 후계 경쟁자의 한 명으로 올렸다.

그룹 안에서 입지를 다질 수 없다면,

밖에서 입지를 다져서 안으로 들어간다!

금성 길드의 허무인처럼!

5번 남자가 굳은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걸어가자,

다른 예비 각성자들도 하나둘 자신의 방을 찾아 이동했다.

저마다의 절박한 사정이 있는 예비 각성자들.

이들은 천문석을 극진하게 대하는 장일을 본 후,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무공 비급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저 다이아몬드 수저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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