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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1화 (102/1,336)

#101

킥, 키킥-

번쩍 눈을 뜬 새끼 다람쥐!

새끼 다람쥐는 곧 자신의 상황을 파악했다.

육포를 핥다가 너무 행복해서 깜빡 잠들었다!

새끼 다람쥐는 반사적으로 육포를 핥으려다가 우뚝 멈췄다.

자신도 모르게 핥으려 하다니!?

‘이건 너무나 위험한 음식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했다.

새끼 다람쥐는 두 팔을 펼쳐 빛의 날개막을 만들어냈다.

파스스슥-

팔과 몸통 사이,

빛나는 날개막 속으로 육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때,

새끼 다람쥐는 도토리 숲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도약했다.

파슥-

빛이 번뜩인 순간,

새끼 다람쥐가 사라졌다.

그리고 배낭 밖 허공,

옥탑방에서 나타났다.

"...?"

새끼 다람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도토리 숲으로 도약했는데?

엉뚱한 장소!

'여기는 어디지?!'

다시 한번 빛의 날개막이 강해지고.

파슥-

섬광과 함께 도약한 순간.

새끼 다람쥐는 1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

당황한 표정의 새끼 다람쥐는 연이은 도약을 했다.

파슥, 파슥, 파스슥-

옥탑방 거실 안에서 빙빙 도는 새끼 다람쥐.

매번 도약할 때마다 이동 거리는 짧아졌다.

그리고.

팟-

새끼 다람쥐는 힘이 빠져 창문 앞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왜? 도토리 숲으로 도약이 안 되지?!'

의문을 가진 순간.

새끼 다람쥐는 몸 안에 빛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킥, 키킥-

깜짝 놀라는 새끼 다람쥐.

순간 하나의 이미지가 불쑥 튀어나왔다.

도토리 숲처럼 커다래진 하늘고래!

새끼 다람쥐는 깨달았다.

케페니안의 빛을 하늘 고래한테 줬었다!

보물 도토리를 찾으려고!

그런데···.

보물 도토리도 못 찾고.

빛도 모두 사라지고.

하늘 고래도 없어졌다!

킥, 키키킥-

새끼 다람쥐는 다급히 창밖을 봤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록달록한 빛들.

창밖 그 어디에도 익숙한 숲은 보이지 않았다.

'내 도토리 숲!'

이 순간 새끼 다람쥐는 깨달았다.

힘을 잃고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미아가 됐다!

킥, 키키킥-

'이런 멍청한 하늘 고래!'

새끼 다람쥐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을 향해 분통을 터트린 순간.

"...진짜라니까. 하- 내가 하늘 고래 사진을 찍어놨어야 했는데···. 너는 믿지···."

“...미안.”

“봐봐. 특급 헌터도 못 믿잖아!”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힘을 잃은 새끼 다람쥐는 다급히 으슥한 곳으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탁-

살짝 열렸던 신발장이 닫히고 잠시 후.

옥탑방 현관문이 열리고 천문석과 류세연, 특급 헌터가 나타났다.

---

류세연과 꼬맹이가 잠든 늦은 밤,

천문석은 조용히 옥상으로 나왔다.

잠든 두 사람을 생각하는 천문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친한 오누이처럼,

같은 침대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잠든 두 사람.

대자로 팔다리를 뻗은 류세연 옆,

똑같이 대자로 팔다리를 뻗고 잠든 특급 헌터다 있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이 사진을 장민에게 보내주면 아주 좋아할 거란 감이 왔다.

웃으며 옥상에 그려진 자전거 트랙을 지나 난간으로 걸어가는 천문석.

휘이이-

문득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올 때,

하늘의 별과 지상의 별을 번갈아 본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는 문명의 빛을 보며,

천문석은 지난 4일의 여정을 생각했다.

짧은 시간, 수많은 실전을 격전을 치르고 기연을 얻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

강적 마스터 급 오크.

검, 창, 방패로 싸웠고,

마지막은 권으로 겨뤘다.

홀로 하는 수련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실전 경험을 얻었다.

거대한 배가 나아가면 그 뒤로 커다란 파도가 생겨나듯이.

연속된 실전과 마스터 급 오크와의 생사결이 파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천문석은 파문이 생겨난 마음을 관조했다.

생사를 넘어 이어지는 혼백.

이 혼백에 새겨진 전생 천마의 수많은 무공.

이 무공들은 천문석이 이미 알고 있던 무공들이었다.

그러나 알고 있다고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건 마치 읽을 수 있으나,

이해하지 못하는 난해한 '법전'을 앞에 놓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난해한 법전.

평범한 사람이 처음 법전을 읽으면,

한글로 쓰인 내용인데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법전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앞과 뒤의 내용이 이어지고 그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 줄의 문장에 담긴 뜻과 행간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법전은 달라진 것이 없으나,

읽는 사람이 성장하는 순간 이해할 수 없던 내용이 적혀있던 책은 완전히 다른 책이 된다.

이처럼 한번 도달했던 경지의 무공이라 하여도,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했다.

생사팔문의 보법을 훔쳐냈을 때처럼,

하늘의 저울에 대가를 올리거나.

다시 한번 경지에 도달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연속된 실전과 마스터 급 오크와의 생사결,

이성에 달한 일기일원공이 만들어낸 파문이 혼백에 새겨진 무공들에도 미치고 있었다.

간질간질한 뇌리,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자신감.

천문석은 직감했다.

거듭된 마장을 피하지 않고 헤쳐 나오며,

하늘의 저울에 큼직한 무게추가 잇달아 올라갔다.

자신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하늘의 저울!

지금이라면 혼백에 새겨진 무공 중,

경지를 넘어선 무공을 하나 정도는 깨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무공은 이미 가진 무공으로도 충분했다.

일기일원공.

생사팔문의 보법.

굉천수, 마종권, 구인창.

경신법이 아쉬웠지만,

그건 수련으로 익히면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지는 이미 정해졌다.

검혼!

천검 이세기의 검혼이 담긴 검이 완성되고 있다.

처음 검혼을 얻었을 때 계획했던 것을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검강을 뿜어내는 검!’

이걸 해내려면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연으로 일기일원공이 이성에 달했고,

지금 이 순간 하늘의 저울추가 기울어져 전생의 경지를 잠시지만 사용할 수 있다.

어이없게도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천검의 검혼.

이성의 내력.

전생의 경지.

이 세 가지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충분하다.

문득, 주먹을 쥔 천문석은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 가득 펼쳐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

하늘의 별에서는 여전히 천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는 것은 오직 하나.

무심함.

그러나 천문석은 확신했다.

검혼이 담긴 검이 완성되고,

자신의 계획대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

무심한 하늘의 별들은 지상을 비추리라.

초절정,

초인경의 시작.

강기의 빛이 뻗어 나오는 지상을!

전생 천마의 오연한 눈빛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의 별들을 훑었다.

---

오연한 눈빛으로 하늘의 별 앞에서 선언한 전생 천마 천문석!

천문석은 그 후 2일 동안 놀았다.

선풍기 너머 현관 밖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얍! 얍! 이얍!"

활짝 열린 현관문 밖,

옥상에는 특급헌터 꼬맹이가 있었다.

천문석은 고개만 돌려 말했다.

"꼬맹이. 너 정말 열심이구나."

오늘도 특급 헌터 꼬맹이는 목장갑을 끼고 빈 화분에 나무를 심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작은 나무를 화분에 넣고 흙을 퍼 담는 꼬맹이.

어느새 빈 화분이 거의 다 나무로 채워지고,

텅 비었던 옥상은 정원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때 현관으로 다가오는 꼬맹이.

밀짚모자 아래 땀이 가득한 꼬맹이 얼굴이 보였다.

꼬맹이는 현관 옆 푸른 잎이 가득한 화분을 가리켰다.

"알바. 이거 밖에 내놔도 돼? 햇빛 받게 해주려고."

천문석은 손을 흔들며 귀찮은 듯 말했다.

"특급 헌터. 하고 싶은 거 다 해."

"알았어! 이얍. 이야얍-"

크게 대답하고 화분을 질질 끌고 나가는 꼬맹이.

꼬맹이는 덥지도 않은지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천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물었다.

"넌 그게 재밌냐?"

"일을 재미로 하나 뭐."

"...뭐?"

생각도 못 한 대답에 천문석은 반문했다.

"일이라고?"

"맞아. 이거 내 일이야."

"그게 무슨 말인데···? 누가 시킨 거야?"

"시킨 거 아니고. 자전거 트랙 만들고, 방 하나 주는 대신에. 내가 옥상 예쁘게 만들어 주기로 계약했어. 이거 끝나고 옥상 청소도 하고 알바 기록도···."

"계약? 류세연이랑?"

“맞아!”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꼬맹이.

천문석은 어이없어했다.

"아니···. 애한테 뭘 시킨 거야?"

이때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각.

툭-

커다란 쟁반을 든 류세연이 주방에서 나오면서 천문석의 다리를 건드렸다.

"삼촌. 특급 헌터가 열심히 일하는데. 일반 헌터로 뭐 느껴지는 게 없습니까?"

"..."

천문석은 말없이 데굴 굴러 류세연을 피했다.

툭-

다시 한번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각.

"나···. 너무 힘들다. 이번엔 진짜야. 배송 경주 엄청 빡셌어. 좀 쉬어야 한다. 원래 휴식도 일이야."

류세연은 말없이 현관 밖을 가리켰다.

"이얍, 얍 얍!"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어느새 나무를 다 옮기고,

빗자루로 뒷정리를 하는 꼬맹이가 보였다.

"...진짜 열심히 하긴 하는구나···."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천문석.

억울했다.

꼬맹이가 너무 열심히 하니,

자신이 게으름뱅이처럼 보이지 않는가?

사실은 매일 밤 빡세게 수련하고 있는데!

이때 류세연이 외쳤다.

"특급 헌터! 손 씻고 와서 화채 먹어!"

와아아-

신나게 달려오는 특급 헌터.

천문석도 벌떡 일어나 앉았다.

거실에 상이 펼쳐지고,

얼음이 동동 떠 있는 화채가 나뉘었다.

수박이 가득 쌓인 꼬맹이 그릇.

수박이 조금 쌓인 자신의 그릇.

"...?"

류세연은 대법관처럼 엄격하게 말했다.

"특급 헌터는 열심히 일했으니까 많이 먹어."

"특급 헌터는 감사한다!"

"삼촌은 빈둥거렸으니까 조금만 먹어."

"...그 수박 내가 사 온 건데···."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그릇에 놓이는 수박 한 조각.

특급 헌터가 수박을 나눠주며 의젓하게 말했다.

"알바! 이것도 먹어!"

"와- 어쩌면 이렇게 의젓할까? 누구랑 다르게 말야?"

우히히-

카카카-

순간 웃음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와 류세연.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손이 잇달아 부딪혔다.

짝, 짜짝, 짝짝짝-

현란하게 맞부딪히는 손바닥!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천문석이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낄 때,

꼬맹이 숟가락으로 화채를 먹으며 말했다.

"알바. 친구들은 언제 부를까?"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천문석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키즈 카페 친구들을 이곳으로 부르겠다는 것.

아니 꼭 불러야 하나?

이 순간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목욕탕을 다녀오고 2일째,

꼬맹이를 매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넌 집에 안 가냐? 매일 여기 있어도 괜찮아?"

"낮에도 집 갔다 왔는데?"

"갔다 왔다고? 혼자서?"

류세연이 거실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건물 밖에 경호원 아저씨 있어. 아침에 경호원 아저씨랑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왔어."

"...제임스?"

화채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꼬맹이.

꼬맹이는 다시금 물었다.

"지금 친구들 불러도 될까?"

천문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부르지 말고 우리가 가자."

"키즈 카페로?!"

깜짝 놀라 외치는 꼬맹이.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바일 때는 출근할 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키즈 카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천문석은 류세연에게 물었다.

"너도 같이 갈래?"

"아니. 난 오늘 신체검사 받아야 해서 안 돼."

"신체검사?"

"재금 아카데미에서 신체검사 일정 잡혔다고 연락 왔거든."

"그거 혼자 가도 되는 거야?"

"보호자로 교장 선생님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

"이세영 선생님?"

고개를 끄덕이는 류세연.

"선생님 바쁘신 거 아냐?"

"아니. 심심했는데. 잘 됐다고 좋아하시던데."

"...지금 학기 중 아니었나?"

류세연은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학교 날아갔잖아."

"아. 그렇지."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가 사라져서 지금 교장 선생님 상황이 애매해졌어."

"..."

천문석은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일반 선생님도 아니고 정년이 임박한 교장 선생님,

기존 학교에 새로 발령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이가 있으신데···. 너 따라다니면 힘드실 텐데?"

"선생님 되게 좋아하시던데? 아까도 전화 왔어. 차 가지고 직접 오신다고."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

"그래도 선생님 힘들지 않게. 말 잘 들어라."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류세연.

"하- 내가 어린앤가? 삼촌은 뭘 모른다니까."

"맞아! 알바는 뭘 모른다니까! 하하."

순간 류세연과 꼬맹이의 손바닥이 다시 부딪쳤다.

짝, 짝짝, 짜짝짝-

그리고 신나게 웃는 두 사람.

하하하-

우히히-

외로웠던 아이 류세연,

언제나 씩씩한 특급 헌터 꼬맹이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진짜 남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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