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8화 (29/1,336)

# 29

비정규직 천마 - #028

────────────────

#028

파스스스-

천문석이 발광 신호탄을 점화한 순간,

이세영 교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마지막 학생을 내려보내고,

비장한 모습으로 발광 신호탄을 당긴 천문석!

천문석은 빛과 열을 뿜어내는 발광 신호탄을 크게 흔들고,

탈출 방향 반대쪽으로 신호탄을 움직인다.

눈 폭풍에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말은 필요 없었다.

군인 이세영은 제자의 의도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열기를 찾아 움직이는 냉기 포자,

언제 열릴지 모르는 강화 철문 뒤의 늑대.

이세영 교장은 직감했다.

천문석은 발광 신호탄을 들고···.

냉기 포자와 늑대를 끌어들이는 미끼가 되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려는 목적은 뻔했다.

학생들이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

이세영 교장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이트 전쟁.

그 참혹한 전쟁 동안 수없이 본 광경이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도 무덤덤해지지도 않는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지금 당장이라도 옥상으로 올라가, 천문석 저 멍청한 제자를 강제로라도 끌고 내려오고 싶었다.

기이이익-

탁-

그러나 류세연이 땅에 도착하는 순간.

낙동강 전선의 군인 이세영은 무의식중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뭉치게 하고,

땅에 내려선 류세연을 일으켜 세워 완강 고리를 벗긴다.

완강 고리가 벗겨지는 동안에도 류세연은 넋이 나간 듯 옥상을 바라봤다.

"세연아. 문석이···."

이세영 교장이 말한 순간,

류세연이 옥상을 향해 외쳤다.

“오빠! 다쳐서 집에 오면! 가만 안 둘 거야! 월세 세 배로! 올릴 거야!”

"..."

크게 소리친 류세연은 몸을 돌리고, 말없이 움직였다.

깊은 한숨을 내쉰 이세영 교장.

이세영 교장은 천문석에게 후레쉬로 커다란 원을 만들어 작별인사를 했고,

류세연은 등을 돌린 채 완강기 줄을 풀어 학생들의 하네스 고리에 연결하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위아래로 신호탄을 흔들더니 난간에서 사라졌다.

"..."

이세영 교장은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바로 움직였다.

제자가 만들어준 기회를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학생들과 균열 영향권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저 멍청한 제자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리라!

선두의 이세영 교장과 10여 명의 학생.

그리고 후미의 류세연은 완강기 줄로 서로를 이은 채 눈보라 속으로 걸어갔다.

휘이이잉-

거센 눈보라 속으로 들어가며,

이세영 교장과 류세연은 문득 몸을 돌려 옥상 난간을 바라봤다.

천문석.

몇 년 만에 만난 제자,

십 년이 넘는 세월 알고 지낸 옥탑방 오빠를 마음에 새기려는 듯.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옥상 난간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다가 눈보라 속으로 들어갔다.

---

류세연이 눈보라 속으로 들어갈 때,

천문석은 발광 신호탄을 들고 옥상의 눈보라 속을 달리고 있었다.

푹, 푸욱-

어느새 무릎까지 쌓인 눈.

바람은 더 강해져, 야시경의 렌즈가 아니었다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

휘잉, 휘이잉-

쿵, 쿵, 콰아앙-

거센 바람 소리 사이로 들리는 충돌음.

천문석은 흔들리는 강화 철문을 지나, 탈출 경로 반대쪽 난간에 도착했다.

탁, 탁, 탁, 탁-

천문석은 난간의 눈을 주먹으로 내리쳐 다지고, 발광 신호탄을 당겨 꽂았다.

1, 2미터 간격을 두고 난간 위에 줄줄이 꽂힌 발광 신호탄.

파스스스스-

줄줄이 늘어선 발광 신호탄에서 쏟아지는 불꽃이 난간 너머로 긴 꼬리를 만들었다.

거센 눈 폭풍 속에서도 신호탄 불꽃이 만들어내는 빛의 꼬리는 선명하게 보였다.

천문석은 발광 신호탄 몇 개를 당겨 난간 너머로도 던졌다.

휙, 휙, 휙-

난간 너머로 던져진 발광 신호탄이 거센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날아가는 발광 신호탄은 혜성처럼 긴 불꽃의 꼬리를 만들어냈다.

"...!"

순간 천문석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날아가는 발광 신호탄을 따라 거대한 푸른 불꽃의 궤적이 눈보라 속에서 생겨났다!

푸른 불꽃의 궤적!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었다.

엄청난 수!

너무나 많아서 거대한 구름처럼 보이는 냉기 포자였다!

거대한 냉기 포자 구름은 먹잇감을 쫓는 군집 생명체처럼 열과 빛을 뿜는 발광 신호탄을 따라 순식간에 멀어졌다.

천문석은 천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엄청난 냉기를 품은 눈 폭풍이 아니었다면 이미 냉기 포자 구름에 삼켜졌을 거다.

저 정도 규모의 냉기 포자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다.

조잡한 냉기 포자 채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천문석은 재빨리 움직여 난간에 꽂아둔 발광 신호탄을 모조리 던져 버렸다.

휘이잉-

파스스스스스-

발광 신호탄들은 거센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멀어졌다.

천문석은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다시 옥상을 가로질러 달리며 생각했다.

운이 좋았다.

때마침 불어온 눈 폭풍.

옥상에서 구조대를 기다리지 않은 것.

급조한 계획으로 발광 신호탄을 던진 것.

이 모든 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정말 운이 좋았다.

냉기 포자 구름은 발광 신호탄에 낚였고,

강화 철문을 뚫은 늑대들도 신호탄 불빛에 낚일 것이다.

이 눈보라 속 이질적인 발광 신호탄 불빛은 늑대들에게 좋은 목표일 테니까.

혹시라도 몇몇 늑대가 흩어져서 일행의 뒤에 붙어도.

각성자 이세영 선생님의 소총과 헌터 장비를 갖춘 자신이라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 전력으로 길을 뚫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밧줄이 걸려있는 난간에 돌아온 순간.

천문석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굳어 버렸다.

"..."

난간 아래, 밧줄이 드리워진 땅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문석은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다들 어디로 간 거야?"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대지 그 어느 곳에도 류세연과 이세영 선생님,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천문석은 밧줄을 잡고 난간에 올라 소리쳤다.

"류세연-!"

"선생님-!"

휘이이잉-

그러나 천문석의 외침은 거센 바람에 삼켜질 뿐이었다.

"..."

당황스러웠다.

류세연이나 이세영 선생님 모두,

자신을 버려두고 갈 사람이 아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주위를 살피며 말하는 순간.

번개처럼 머리에 떠오른 게 있었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던 류세연의 이상한 외침!

언제나 헛다리를 잘 짚던 이세영 선생님!

설마, 설마···?

류세연 이 녀석···.

나중에 보자는 말을.

이세영 선생님···.

발광 신호탄을 흔드는 모습을.

설마!

'내가! 뒤에 남아서 미끼가 되겠다!'

이런 의미로 받아들인 건가?!

"아···. 선생님···."

"류세연···. 이 어이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천문석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탄식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어이없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다.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천문석은 밧줄을 타고 내려가기 위해 방검복에 완강 고리를 연결했다.

이 순간 들려오는 굉음.

콰아앙, 쾅-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잘 버티던 강화 철문이 문틀째로 벽에서 떨어져 나와 눈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울음소리.

깨애엥, 깽, 깽-

강화 철문에 돌진하던 늑대 몇 마리가 뻥 뚫린 문 안에서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눈밭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옥상을 가로질러 난간에 충돌하는 순간.

텅, 텅, 텅-

늑대들은 다시 반대로 데굴데굴 굴러 뚫린 문 안으로 돌아갔다.

깨애에, 깽, 깽-

뻥 뚫린 문 안에서 당황스러워하는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하는 몰입감.

"너희들···. 개그맨이냐?"

천문석은 탱탱볼 늑대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실소를 흘리던 중 깨달았다.

강화 철문 자체는 멀쩡한데,

철문을 고정한 문틀이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아니 지하 통로 벽은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더니!

정작 학교 옥상의 강화 철문은 부실시공이라고!?

"하- 국가 예산이 이렇게 녹았구나···!"

천문석이 탄식하는 순간,

들려오는 귀에 익은 하울링 소리.

우으으으-

떨어져 나간 문 뒤에서 늑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강화 철문에 몸을 던졌는지,

혀를 빼물고 헉헉거리고 몸에서 하얀 증기를 내뿜는 늑대들.

가뜩이나 패잔병 꼴이던 늑대들은 이제 불쌍하게까지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불쌍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그러나 천문석은 저 늑대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밧줄을 타고 여기서 뛰어내리면,

저 늑대들은 닭 쫓던 개꼴이 되니까.

우으으으-

마지막 하울링을 들으며,

천문석은 재빨리 완강 고리를 밧줄에 걸고 아래로 뛰려다···.

멈췄다.

난간에 선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다시 늑대를 봤다.

옥상에 나타난 늑대들은 반대쪽 난간 너머에서 전해지는 신호탄 불빛과 이쪽 난간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

천문석은 문제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타이밍이 어긋났다.

지금 자신이 밧줄을 타고 내려가면,

저 늑대들은 발광 신호탄에 낚이는 게 아니라 자신을 뒤쫓아 1층으로 내려와 흩어질 거다.

흩어진 늑대가 눈보라를 뚫는 류세연과 선생님, 학생들을 덮치면?

천문석은 밧줄에 걸려던 완강 고리를 풀고 난간에서 옥상으로 내려섰다.

휘잉, 휘이잉-

문득 거센 바람이 느껴질 때,

천문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휘몰아치는 눈 폭풍.

날아가며 불꽃을 뿌리는 신호탄.

신호탄 불꽃을 뒤쫓는 냉기 포자 구름.

그리고 하늘에 드리워진 균열의 푸른빛 아래,

광기 어린 붉은 눈의 늑대무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뒤로 물러설 곳은 없다.

자신과 늑대무리는,

여기서 싸워야 한다!

---

그러나 다음 순간 천문석은 심각한 표정을 지우고 피식 웃었다.

'분위기 잡기는!'

심각하거나 비장한 상황이 아니다.

여기서 저 늑대무리와 목숨을 걸고 끝장을 볼 필요는 없었다.

천문석은 힐끔 난간 너머 눈 폭풍이 몰아치는 설원, 탈출로 방향을 봤다.

이미 냉기 포자 구름은 발광 신호탄에 낚인 상태고,

학생들에게 위협적이던 늑대무리는 지금 눈앞에 있다.

자신은 시간만 끌어주면 된다.

이세영 선생님과 류세연이 학생들을 데리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말이다.

천문석은 문 뒤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늑대들을 기다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오로라처럼 하늘에 드리워진 균열의 푸른빛.

이 푸른빛에서 엄청난 힘의 흐름이 느껴졌다.

전생의 영맥을 흐르는 기와 비슷한 힘의 흐름.

그러나 전생의 자연 지기가 차가운 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힘의 흐름은 탄산이 가득 섞인 콜라 같은 자극적인 느낌이었다.

자극적인 힘의 흐름이 의지를 가진 듯 하늘에서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몬스터와 마석, 게이트와 던전, 균열을 만들어내는 이세계의 힘 '마력'일 것이다.

문득 든 생각에 천문석은 지구에 드리워진 힘의 흐름,

이세계의 '마력'을 마음으로 불러봤다.

‘와라.’

휘이잉-

그러나 거센 바람과 눈보라는 여전하고,

드리워진 균열의 푸른빛 또한 미동도 없다.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지구의 기와 마찬가지로 이세계의 마력 또한 자신의 부름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괜찮다.

뜻을 세웠던 대로 행하면 될 뿐이다.

내력이 없다면 외력으로,

상승의 무리가 안 된다면 평범한 무리에 혼을 실으면 된다.

적을 이기는데 반드시 상승 무공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천문석은 자연스럽게 손을 내려 전술 벨트에 걸린 강화 해머를 쥐었다.

이 순간, 몸을 낮게 숙여 눈 속을 은밀히 기어온 늑대가 튀어 올랐다.

크아앙-

늑대가 뛰어오르는 동시에 쏘아지는 강화 해머!

터어엉-

천문석의 강화 해머가 늑대를 때린 순간.

전투가 시작됐다!

크아앙-

포효와 함께 붉은 송곳니를 앞세운 늑대가 돌진할 때,

불쑥 옆에서 튀어나온 정글도가 늑대 머리로 날아갔다.

예리함도 힘도 실리지 않은 밋밋한 공격.

까앙-

늑대는 밋밋하게 날아오는 정글도를 입으로 물고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천문석은 늑대가 끄는 힘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낮춘 채 끌려갔다.

휘잉-

크아앙-

천문석이 있던 위치를 스쳐 지나가는 늑대들.

정글도를 물고 끌어당기던 늑대가 예상외의 상황에 당혹해할 때.

콰앙-

정글도를 물고 있는 늑대 입으로 떨어지는 강화 해머!

붉은 송곳니가 부러져 날아가고.

늑대는 입안이 피투성이가 되어 발광했다.

이 타이밍 천문석은 늑대를 발로 올려 찼다.

파앙-

강화 전투복의 운동 능력보조를 받은 힘이 실린 발차기!

늑대는 단숨에 공중으로 튀어 올랐고,

천문석은 늑대 털을 움켜잡아 앞세우고 반전했다.

그리고 돌진!

왼손의 늑대 방패,

오른손의 강화 해머.

탄성 있는 늑대를 방패 삼아 단숨에 늑대무리를 꿰뚫고 다시 한번 반전한다.

크아앙-

텅, 텅, 텅-

사방에서 포효하며 달려드는 늑대의 공격을 늑대 방패로 막으며 기회를 기다리길 한참.

바로 지금!

낮게 몸을 숙여 달려드는 놈의 꼬리를 짓밟고!

깨애앵-

왼손의 늑대를 다가오는 놈들에게 던져 뒤엉키게 하고 짓밟은 꼬리를 잡아 재빨리 뒤로 빠진다.

순식간에 늑대무리에서 멀어지는 순간.

발로 늑대 목을 짓밟고, 정글도를 늑대 심장 부위에 찌르고 해머를 내려쳤다.

콰앙-

꼬리를 잡혀 끌려온 늑대는 정글도에 심장이 꿰뚫려 단숨에 죽었다.

산속 산책로를 달릴 때는 숨어들 수풀과 나무가 많고, 시간에 쫓겨 쓸 수 없었던 전투법.

지금은 높게 쌓인 눈과 거센 바람에 체고가 낮고 털이 많은 늑대의 기동력이 확 죽었다.

옥상의 공간은 산책로보다 넓었지만, 탁 트여 오히려 숨을 공간이 없고,

시간에 쫓기던 전과 달리 지금 시간은 자신의 편이다.

시간을 끌수록 류세연과 선생님, 학생들은 안전해지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학생들이 빠져나갈 때까지 시간을 끄는 건 간단했다.

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정글도에 꿰어 죽은 늑대를 방패 삼아 들어 올리고 다시 돌진했다.

크아앙-

텅, 텅, 텅-

천문석과 늑대무리가 다시 한번 뒤엉켜 어우러졌다.

---

휘이잉, 휭-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학교 옥상에서 천문석과 늑대무리가 싸우고 있을 때,

학교 1층 강화 철문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엄청난 눈보라 속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네 발로 걷는 그림자.

거대한 백곰이었다.

킁, 킁-

백곰은 천천히 걸으며 냄새를 맡았다.

익숙한 먹잇감 늑대 냄새.

그리고 그 속에 섞여 맥동하는 마석의 느낌!

마석을 지닌 늑대가 섞인 늑대무리가 이곳을 지나갔다.

백곰은 이 늑대들을 수도 없이 잡아먹었고 마석을 품은 늑대까지 느꼈다.

평소의 백곰이라면 늑대가 움직인 흔적을 쫓아 깨진 창을 넘어 건물 안으로 달렸을 것이다.

마석을 지닌 마수는 본능적으로 다른 마석에 끌리고,

적을 죽여 마석을 삼키려는 강한 충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백곰은 늑대 흔적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직선으로 걸어간 백곰은 1층 강화 철문 앞에 멈추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단숨에 2층을 넘어 쑥 올라가는 머리.

거대한 백곰은 두 발로 선 채 건물 옥상을 올려다봤다.

눈보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강풍으로 냄새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백곰은 느낄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가슴 속 마석이 맥동한다.

늑대의 자잘한 마석을 감지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무겁고 힘차게 뛰는 마석!

백곰은 지금껏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힘의 마석을 느꼈다!

휘익-

백곰의 앞발이 아무렇게나 휘둘러지고.

콰아앙-

학교 1층의 강화 철문이 문틀째로 떨어져 나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거대한 백곰은 마석이 느껴지는 장소, 옥상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