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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91화 (191/225)

191화. 시작된 전쟁 (4)

먼저 엘프들의 마을에 도착한 루카스는 주변에 탐색 마법을 넓게 펼쳐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이가 있다면 어떻게든 끝까지 지켜야 했다.

‘하나… 둘… 고작 여덟인가.’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살아남은 이가 있다는 사실 정도였다.

루카스는 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속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이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

마치 커다란 무덤같이 생긴 것 앞에 선 루카스가 마력으로 한쪽 벽을 허물었다.

바싹 마른 흙더미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운이 좋았군.”

벽이 무너지고 루카스가 나타나자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누, 누구세요…….”

그들은 성인 세 명 정도가 겨우 누울 수 있는 흙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꼭 붙어 앉아있었다.

느껴지는 기운은 흙과 물의 정령이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다른 이들은 모두 죽은 건가.”

“…….”

누구도 말이 없었다.

모여있는 엘프들은 총 여덟. 그중 어린아이가 넷이었다.

‘이들을 지키려고…….’

엘프들은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하자 전력을 다해 싸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어린 동족과 나이가 들거나 아픈 이들.

그리고 정령술에 능한 전사 하나를 가뒀을 것이다.

이들을 보호하려고 말이다.

“가지.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하다.”

“우, 우리 엄마는요?”

아이의 투명한 푸른 눈이 루카스를 향했다.

“미안하구나.”

전사 하나가 아이 앞을 막아섰다.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동족들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래.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니다. 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마. 그러니 나를 한 번 믿어주겠나.”

완벽한 적대심. 루카스 역시 그 적대심을 당장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

루카스가 팔을 내밀었다.

“정말 믿어도 되는 겁니까.”

전사의 금빛 눈동자가 루카스를 향했다.

“그래주게.”

고개를 끄덕이자 전사가 먼저 조심스레 루카스의 팔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서로의 손을 엮어 맞잡자 루카스는 곧장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남은 이들이 제 등 뒤로 보이는 참담한 풍경을 보지 않길 바랐기에.

***

첫 번째 엘프들의 마을에 이어 다른 엘프들의 마을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동족의 희생이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픽시들의 마을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작은 몸집 덕분에 몸을 숨기기가 쉬웠고 덕분에 대부분의 픽시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픽시들의 마을 역시 쑥대밭이 되었기에 그들을 그대로 그곳에 남겨놓을 수는 없었다.

“어……? 은인님?”

루카스가 나타나자 그를 알아본 알린이 먼저 다가왔다.

“알린. 괜찮으냐.”

루카스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후다닥 날아온 알린이, 목에 찰싹 달라붙어 제 서러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흐에에엥! 은인님! 우리 다 타서 뒈질 뻔했다고요오!”

그러자 숨어있던 다른 픽시들도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다 안다.”

“호에엥! 은인님이 그때 걸어준 알람 마법이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거라고요!”

알린은 엉엉 울면서도 속사포처럼 말을 뱉어냈다.

“예. 다들 무사하십니까.”

“저희는 모두 괜찮습니다. 물론 실종된 동족이 몇 있긴 하지만…… 그쪽 상황은 어떠신지요. 드래곤님들은 모두 무사하십니까.”

족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드래곤들은…… 절반 정도 죽었습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루카스의 말을 들은 픽시들이 모두 놀란 표정이 되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 중엔 ‘마족의 편에 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든지 하는 말들이 종종 들려왔다.

사실 루카스는 그들의 말에 반대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도 타라스의 편에 서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예.”

“세, 세상에나…… 드래곤님들이 절반이나 당하셨다니…….”

족장은 희망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타버린 나무 기둥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럼 우리는 어떡해요? 은인님. 우리도 다 죽어요? 아니죠? 뭔가 방법이 있는 거죠? 그렇죠?”

알린의 질문에 모든 픽시들의 시선이 루카스의 입으로 향했다.

작게 숨을 고른 루카스가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방법이 있든 없든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드래곤들은 픽시들을 아니, 모든 이종족을 지킬 겁니다.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자 픽시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드래곤들을 믿어주십시오.”

루카스가 진심으로 말했다. 지금은 그들의 믿음과 도움이 절실했으니까.

“나는 은인님 믿어요! 그리고 나도 싸울게! 내가 얼마나 빠른지 잘 알죠? 내가 어? 샥 숨어있다가 저주를 파파팍!”

알린이 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작은 팔다리를 파닥였다.

“저, 저도 도울게요. 저는 빠르진 않지만…… 저주는 자신 있거든요.”

다른 픽시도 말을 거들었다.

“나도 돕겠소! 나도 저주에는 자신 있거든!”

픽시들의 뜻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요. 우리 모두 도웁시다! 큰 도움은 아닐지라도 말이오!”

“그래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픽시 손이라도 있는 게 조금 더 낫지 않겠어요?”

고마웠다. 그들을 지키지 못했던 세월이 무수히도 많건만 픽시들은 다시 한번 믿음을 내비친 것뿐만 아니라 저들도 싸우겠다며 나서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가슴에 따뜻한 무언가가 일었다.

“은인님! 은인님은 걱정하지 마요. 내가 은인님은 지켜줄 테니까! 내가 파팟! 파파팟! 어? 딱! 알죠?”

“그래. 고맙다.”

알린을 보며 미소 지은 루카스가 그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 숲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

루카스는 그 뒤로도 겨울 여우족을 비롯한 다른 여우족들 역시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엘프들보다 더욱 처참한 상태였다.

살아남은 이들은 훨씬 적었으며, 드래곤을 향한 불신이 하늘을 찔렀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그들에게 사정하다시피 해 안전지대로 옮겨주었다.

그들의 멸족은 막아야 했으니.

안타까운 종족들은 그들뿐이 아니었다.

토토족들은 땅굴을 파고 사는 습성이 있는 만큼 피해도 막심했다.

불타버린 대지는 땅굴 속에 숨은 토토족들을 태우고, 질식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살아남은 몇몇 토토족들은 마을이 아닌 바깥에 나가있던 종족들이었다.

루카스는 모든 마을을 돌며 살아남은 종족들을 모으고 안전지대로 옮기는 일을 진행했다.

이그노스에 남아있던 드워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드워프들이 세이렌의 영역에 있었기에 한시름 덜었지만, 이그노스에 남아있던 드워프들은 역시나 피해를 입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

마지막으로 이그노스에 들른 루카스는 남아있는 드워프들을 모아 세이렌 영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열이 넘으니 마법으론 조금 힘들 수도 있겠군.’

세이렌의 영역이 깊은 바닷속에 위치한 만큼, 준비는 필수였다.

“오늘 우리도 그곳에 가는 거요?”

드워프 하나가 물어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다른 안전지대에서 대기하는 게 낫겠네. 그쪽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대부분의 드워프들이 가있는 만큼, 기에스티오가 준비한 목걸이의 재고가 없을 수도 있었다.

“알겠소. 그들은 모두 무사한 거요?”

“무사하다.”

이곳에 오기 전 기에스티오에게 연락했었고, 그들 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

“다행이군요.”

“이제 가지.”

-파앗!

드워프들까지 모두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

홀로 남은 루카스는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마레 호수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몬스터들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것인지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곳곳에 불탄 흔적이 보였으며, 잔잔한 호수 위엔 참사를 피하지 못한 몬스터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

이곳을 찾아 심신의 안정을 조금이라도 찾았으면 좋았으련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잔잔한 마음까지는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앞으로 마주할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을 뿐이었다.

팔에 새겨진 작은 하트를 잠시 바라보던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사… 사랑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

상황이 이런데 이런 주문까지 외워야 하는 게 몸서리치게 싫었다.

“사랑…….”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주문을 외우려던 때였다.

-두둥! 둥!

웅장한 북소리가 하늘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새하얀 빛줄기가 지상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

-둥! 두둥!

빛무리가 내려오는 곳에서 새하얀 날개를 단 천사들이 먼저 길을 열었다.

-둥! 두두둥!

그 뒤를 비추는 찬란한 금빛.

[자기야!!!]

새하얀 빛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그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참아야 한다.’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당장에라도 도움 요청을 무르고싶은 심정이었다.

[미안! 내가 많이 늦었지이이~!]

지상에 내려선 아모레가 찬란한 금발을 뒤로 휙 넘기며 총총 뛰어왔다.

“오랜만이군.”

[어머, 자기도 나 보고 싶었구나?]

루카스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아모레가 팔뚝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

[내가 진즉에 오고 싶었거든? 그런데 나도 사정이 쪼~ 끔 생겨서 말이야.]

아모레가 한쪽 눈을 찡긋하자, 루카스의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양옆에 선 천사들은 아모레의 모습이 익숙한 듯 위엄 넘치는 표정을 잘도 유지했다.

“도움이 필요하다. 이미 알겠지만.”

[어머, 그럼. 알지. 알고말고~]

“신계는 지금 어떤가.”

루카스의 질문에 아모레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지금 그것 때문에 난리도 아니야. 신계도 쑥대밭이 되었거든.]

예상은 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든 이종족이 멸족 직전에 놓였는데, 신들 중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됐으니까.

[타라스 편에 서지 않았던 하급 신들은 모두 소멸됐어.]

“……그게 정말인가?”

[어머, 자기도 참!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할까 봐? 그랬다간 우리의 사랑에 금이 갈 텐데!]

심각한 상황에서도 아모레의 호들갑은 멈추질 않았다.

“…….”

[그리고 중급 신들도 뭐, 상황은 좋지 않아. 아, 지금 쯤이면 사제들도 알려나?]

더 심각한 일이 있는 듯했다.

[헤르도네가 소멸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쁨의 여신인 헤르도네가 소멸했다니?

헤르도네는 상급 신 중에서도 가장 강한 신이라 봐도 무방했다.

신도 수가 제일 많았으며, 역사 역시 가장 길었다. 그런데 소멸이라니?

[그래서 우리도 출혈이 컸지. 헤르도네도 소멸하고 뭐…… 아스탈도 타라스 편에 섰으니 말이야.]

최악이었다. 전쟁의 신인 아스탈이 돌아섰다니.

그렇다면 이번 전쟁은 졌다고 봐야 했다.

[예상한 거 아니었어? 그게 아니라면 드래곤들이 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겠어?]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마. 나 아모레가 아직 남아있잖아!]

사랑의 신 아모레. 그 역시 강한 신이었지만, 지금 타라스가 가진 전력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령계도 뒤집혔어.]

“아…….”

[하지만 정령계는 곧 회복될 거야. 그들을 건든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지. 감히 자연을 건들다니. 쯧!]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정령왕들이 드래곤을 도와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자기야. 나 지금 가봐야겠다. 사실 지금도 전쟁 중이거든.]

아모레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는 주물럭거리던 루카스의 팔을 놓아줬다.

[그래도 자기가 부르면 언제든 올게. 그리고 하나 말해줄 게 있는데…….]

아모레가 하늘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 주문 사실 구라야. 다음부턴 그냥 내 이름만 불러도 돼.]

“씨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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