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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85화 (85/225)
  • 85화. 어마어마한 썅X (2)

    “꺄악! 꺄아아악!”

    루카스에게 붙잡혀 텔레포트당한 여자는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래. 이번만큼은 내가 끝까지 들어주지. 이유가 뭐였는지 말이야.”

    “너 이 개자식! 우리 아버지가 누군 줄 알아?!”

    여자가 악에 받쳐 소리치자, 루카스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그걸 왜 나한테 묻지? 아, 혹시 네 어머니께서 말씀을 안 해 주시던가?”

    인간들은 참 이상했다. 어째서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는 와중에도, 제 부모가 누군지 아느냐고 상대에게 묻는가.

    “그, 그게 무슨……!”

    그제야 루카스의 말이 이해가 됐는지, 여자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거다. 그러니 다른 선택지를 주지.”

    “…….”

    “첫 번째는 내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고 편히 죽는다. 두 번째는 끝까지 발악하며 지옥 체험판을 경험해 본다.”

    루카스가 싱긋 웃자, 여자는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흐어어엉! 제발 살려주세요. 가진 거 다 드릴게요. 목숨만, 목숨만은… 제발 살려주세요…….”

    그 모습이 어찌나 측은한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루카스가 영락없는 악인이었다.

    “하하. 웃기지도 않는군. 가진 것을 다 주겠다라…….”

    “네, 네! 다 드릴게요. 진짜 다 드릴 테니 제발,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여자는 허겁지겁 바닥을 기며 하나밖에 남지 않은 제 손을 허공에 싹싹 비벼댔다.

    “너는 어땠는가?”

    “……예?”

    “남의 것을 수없이 다 빼앗았을 때. 그때 기분이 어떠했는가.”

    “그, 그게…….”

    루카스의 말에 여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저, 저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자가 말을 고르던 중이었다.

    “아니, 되었다. 어차피 지금의 너는 한낱 내 노리갯감에 지나지 않는데, 이름을 들어서 뭘 하겠는가?”

    그녀의 말을 칼같이 잘라낸 루카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여자를 내려봤다.

    “자, 그래서 대답은 뭐지? 첫 번째인가, 두 번째인가?”

    “제, 제발… 제발…….”

    다시 시작된 루카스의 잔인한 질문.

    “고르지 못하겠나 보군. 그렇다면 겪으면서 골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으… 으아… 꺄아아악!!!”

    루카스의 손가락 끝에 빛이 모여들었다.

    ***

    결국 그녀가 선택한 선택지는 3번. ‘맞으며 실토한다.’였다.

    그녀를 조지며 잠시 구석에 놓아둔 케이지를 집어 든 루카스가 쓴 숨을 삼켰다.

    “아직 그대로군…….”

    알린은 미친 남작 부인의 지하 던전에서 탈출했을 때와 같이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상태였다.

    아무리 용감한 픽시라 한들 이렇게나 겁이 많은 종족이었다.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픽시의 몸은 옅게 떨리고 있었다.

    제 귀를 막은 손엔 어찌나 힘을 준 것인지, 작은 손끝을 비롯해 머리통까지 새빨갰다.

    -달칵.

    케이지 문을 연 루카스가 손을 넣어 픽시를 조심스레 만졌다.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루카스의 손이 닿자 알린은 제 머리를 미친 듯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쉬쉬쉬…….”

    루카스는 괜찮다는 듯 작게 소리 내며 알린의 몸을 손으로 감싸 안았다.

    “으아… 아아아… 은인님?”

    그러자 알린이 고개를 살짝 들어 루카스를 바라봤다.

    “그래, 이제 다 끝났다.”

    “흐어엉! 은인님! 나 씨X 존X게 무서워 가지고오!”

    루카스의 가슴팍에 와락 매달린 알린은 속사포처럼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악마 같은 계집은 콱 혼내주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아니, 근데 어쩜 그렇게 나쁜X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세기의 학살자 아니냐고요!”

    루카스는 그런 알린의 말을 가만히 들으며 작은 머리통을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은인님은 정말 친절하시네요. 나는 아까 은인님 화내는 거 보고 진짜 무서웠는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아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라. 나는 무서운 사람이고, 잔인한 사람이다. 그러니 인간은 누구도 믿지 마라.”

    루카스가 일갈하자 머쓱해진 알린이 고개를 살짝 떨구며 끄덕였다.

    “그래. 인간은 믿지 마라.”

    “네. 은인님!”

    씩씩한 알린의 대답에 루카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 이제 오래 산 것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군.’

    ***

    알린을 데리고 픽시들의 마을로 돌아온 루카스는 먼저 족장을 찾았다.

    “호오! 은인님. 벌써 돌아오신 겁니까!”

    “예.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를 않았습니다.”

    루카스의 말에 족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희 일족은…….”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제가 참을성이 조금 부족했던 탓에 뒤를 더 캐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괜찮습니다. 그저 은인님께서 몸 성히 돌아오셨으니 말입니다. 일족의 문제는 저희끼리 해결해야 옳은데, 은인님께 자꾸 짐을 지우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족장이 작은 머리를 꾸벅 숙여 보였다.

    “하지만 인간에게 잡혀간 이종족들이 있다면, 언제든 제가 나서서 구하겠습니다. 그러니 족장께서는 남은 일족들을 잘 보호해 주십시오.”

    “오오… 정말이지…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바로 돌아올 테니, 주변에 어린 일족과 심신이 약한 이들은 오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루카스의 당부에 불길함을 느낀 족장은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켜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포트했던 루카스가 돌아왔다.

    “금방 돌아오…….”

    루카스를 반기려 자리에서 일어나던 족장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미안합니다.”

    루카스의 손에 들린 커다란 양탄자.

    그곳에 전시된 일족의 시체.

    “크흐윽… 이게 무슨…….”

    “수습해서 가져올까 했으나…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일부러 루카스는 그들의 참담한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었다.

    인간을 너무나 믿는 순수한 이들이었기에.

    ‘차라리 적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일족을 잃어왔던 오랜 과거에도, 인간을 믿어주는 그들이었기에.

    ‘가면을 쓰고 접근하는 자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것보다는.’

    그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흐어어어어!”

    펼쳐진 커다란 양탄자 위에 꿇어앉은 족장이 오열했다.

    “살아있던 일족들입니다.”

    루카스는 그들 역시도 케이지에서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데려왔다.

    케이지 문은 열려있었지만, 그들은 안에서 미동도 없이 그저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철장에 머리를 박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으아아아아!!! 세링!!! 세링!!!”

    케이지에 다가선 족장이 허겁지겁 문을 열더니, 넋이 나간 암컷 픽시에게로 달려들었다.

    “내 딸… 내 딸!!!”

    족장이 오래전 잃어버린 딸이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거늘… 죽은 줄로만…….”

    족장의 오열이 숲을 울렸을 때, 이미 수많은 픽시들이 나무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세링’이라는 잃어버린 딸 이름이 나오자, 참지 못한 일족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세, 세링? 세링이라고?”

    “토라… 토라!!! 토라!!!”

    “으아아앙!!! 누나!!!”

    어떤 이들은 태피스트리에 날개가 꽂힌 채 싸늘하게 식어버린 일족에게 다가가 울부짖었으며.

    “버나슨… 버나슨이니……?”

    어떤 이는 철창에 하염없이 머리를 들이박는 일족에게 다가섰다.

    고요한 숲은 슬픔이 내려앉았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이…….”

    녹음이 짙던 그곳엔 침음이 짙어졌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절대!!!”

    평화롭던 그곳은 증오로 잠식되어 갔다.

    “일족들은 들으라!!!”

    제 딸을 끌어안은 늙은 족장의 갈라진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지금부터 인간은 우리의 적이다!!!”

    선전포고를 하듯 터져 나온 족장의 울분.

    “인간은… 우리의 적이다!!!”

    그에 다른 일족들 역시 뜻을 더하자, 적은 공연해졌다.

    ‘그래. 이게 낫다.’

    그 모습을 돌아보는 루카스의 얼굴에도 슬픔이 묻어났다.

    인간의 몸을 빌어 살며, 다른 종족이 인간을 미워하게 두는 것이 편안한 아이러니.

    지금 루카스는 그것이 슬펐다.

    ‘그래도… 이게 나아.’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돌아섰다.

    ***

    다른 이종족 역시 상황은 비슷했으나, 그중 단연 심각한 것은 겨울 여우족이었다.

    그들은 거처부터가 찾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

    철창에 갇혀있던 겨울 여우족을 겨우 구슬려 얻어낸 위치.

    “크르르… 우리 일족에게 나쁜 짓을 했다간…….”

    “봤다시피 나는 드래곤의 계약자다. 네 일족에게 그런 짓을 했다간 내 계약자 역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잘 알지 않나?”

    그를 구슬리는 데 성공한 최후의 수단은, 아만의 이름을 팔아먹는 것이었다.

    겨울 여우족을 비롯한 다른 수인형 종족들은 자신들의 왕인 드래곤의 가호를 받는다 믿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왕의 계약자 역시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인간을 믿지 않으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족장을 불러와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

    그들의 거처로 보이는 설산 속 동굴 앞.

    루카스는 이곳에서 그들의 족장을 기다리는 것을 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예로 보이는 겨울 여우족 셋과 함께 족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 아이를 돌려보내 주셨다지요.”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만, 저 역시 그대를 온전히 믿을 수는 없군요.”

    “그렇기에 저 또한 감사합니다. 인간을 믿지 말아주십시오.”

    족장의 방어적인 태도에 루카스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족장은 의외라는 듯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저는 블루 드래곤 아마록 테리디어의 계약자입니다. 먼저 이건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당신의 일족을 해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요.”

    제 손등을 내밀어 문장을 보이는 루카스의 부드러운 어투에도 족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루카스가 먼저 이렇게 믿어줄 것을 이야기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걸 보면 눈이 돌 텐데…….’

    그들의 울분이 제게 쏟아질까 싶어서였다.

    아니, 그들이 내는 화쯤은 그저 몸을 돌려 텔레포트하는 것으로 피할 수 있겠지만, 루카스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만의 이름에 똥칠을 할 수는 없으니.’

    괜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

    루카스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자, 여우족 기사들이 방어 태세를 갖췄다.

    그러자 족장이 한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어차피 마법사다. 우리를 공격하려 했으면 저런 사사로운 짓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족장의 말에 기사들은 수긍하며 한발 물러섰다.

    “일족을 구한 곳에 있던 것입니다. 다른 유해는 없었습니다.”

    루카스가 꺼내 든 것을 본 겨울 여우족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 이것은… 이것은…….”

    “인간의 짓입니다.”

    루카스가 꺼낸 것은 겨울 여우족의 눈동자가 촘촘히 박힌 장식품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짓을……!!!”

    그들은 루카스의 손에서 그것을 감히 받아 들 생각도 들지 않는지, 그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인간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십시오.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

    “으아아아아! 도대체 얼마나 더!!! 얼마나 더 우리가 숨어야 하는가!!!”

    족장의 분노가 설산을 뒤흔들었다.

    “당장 내려가 인간들의 목을 쳐야 합니다!”

    분노한 기사의 목소리가 눈발에 흩날렸다.

    “복수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제가 돕겠으니, 지금은 몸을 숨기세요.”

    루카스의 차분한 목소리가 분노를 눌러 내리자, 서릿발같이 차가운 눈길이 그를 향했다.

    “네놈 또한 인간이 아닌가.”

    “그러니 돕겠다는 거다. 그런 거지 같은 인간들 때문에 나까지 미움받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

    “루카스 로드리고. 내 이름을 기억해라. 너희가 청하는 도움을 무시하는 일은 없을 테니. 하지만, 복수는 때를 기다려라.”

    그 말을 끝으로 루카스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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