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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50화 (150/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50화

150. 귀환(1)

“광룡…… 아니, 제프리. 그만 하세요.”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은빛 고룡의 멱을 틀어쥔 광룡 제프리가 싸늘한 눈빛으로 은빛 용들의 왕을 바라봤다.

“지금 당장 놓지 않는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싸늘한 실버의 음성이 광룡을 향했다.

“흥. 가만히 안 있으면? 여기서 시원하게 붙어 볼까? 나에게 그 조잡한 환영이 통할 것 같나?”

자신감 넘치는 광룡의 대답에 실버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정말 끝까지…….”

실버는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단숨에 힘을 끌어 올렸다. 자신감 없는 태도와는 달리 날카롭고 강대하기 그지없는 힘이었다. 돌연 실버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고룡 두 마리도 분노를 전력으로 표출했다. 제프리에게 성난 어금니를 가감 없이 드러낸 용들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네놈이 감히……!”

단숨에 제프리를 둘러싼 은빛 용들을 확인한 실버가 말했다.

“광룡. 여기에 저만 있는 줄 아셨습니까?”

싸늘한 물음에 제프리의 냉소가 들려왔다.

“내가 그깟 고룡 세 마리도 동시에 상대 못 할 줄 아나?”

“저런 미친……!”

실버를 단순한 ‘고룡’ 취급을 하는 제프리의 태도에 은빛 용들은 광분했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크크큭.”

“웃어? 내 네놈을 당장……!”

광분한 고룡 한 마리가 날뛰기 시작했다. 단숨에 가슴을 부풀리고 브레스를 준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단순 강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힘들이 부딪치며 공기를 희박하게 만들었다. 돌연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중재 아닌 중재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실버였다.

“누가 세 마리만 있다고 했죠?”

실버의 물음에 제프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아, 저놈들?”

살기를 느끼고는 어느새 다가온 지젠의 붉은 용들. 붉은 고룡과 어린 드래곤들을 바라본 제프리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제프리는 전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그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본 실버는 당황하기는커녕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려 보였다.

“설마 제가 그것만 준비했을까 봐요?”

아름다운 미색 속에 담긴 자신감을 읽어 낸 제프리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게 무슨…….”

“도윤 씨!”

광룡이라 불리는 검은 용들의 왕의 기운을 감상하던 나는 갑작스러운 부름에 고개를 틀었다.

“아, 네.”

대답과 동시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단숨에 알아들었다. 이 상황에서 나를 부른다는 것은 한 가지 용무밖에 없겠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품에서 마고의 도깨비 보따리를 꺼내 들었다.

나를 응시한 광룡의 시선이 묘하게 변했다.

보따리에 머문 그의 시선이 조금 흔들리더니, 이내 광소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크핫! 크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어 대는 광룡.

제프리는 마고의 보따리를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한참.

웃음을 뚝 그친 광룡은 낮아진 음색으로 말했다.

“너희들……! 아주 미친 짓거리들을 하는구나.”

단숨에 우리가 하려는 짓을 파악한 광룡 제프리는 싸늘한 시선을 뱉어 냈다.

“광룡이라고 불리는 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썩 기분이 좋진 않군요.”

실버의 대답이 들려왔다.

제프리는 그런 실버의 대답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놈이냐?”

대답을 채 하기도 전.

광룡 제프리는 어느새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은빛 고룡의 멱을 놓고는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순식간에 자유를 얻은 고룡은 기침을 해 대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반면 나는 우악스러운 손이 내 목을 향하는 걸 바라봐야만 했다.

긴장감을 한참이나 끌어 올렸던 상태인지라, 나는 도깨비불을 이용해 가까스로 자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헉!”

이동한 자리에는 이미 광룡이 서 있었다.

폴리모프를 채 풀지도 않은 광룡은 웃는 얼굴로 나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제법이긴 하군.”

인정하는 듯 말하는 그의 말과는 달리, 말투에는 묘한 우월감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 이질적인 태도에 위화감이 들었다. 미간을 구기기 시작하자.

“크하하하하.”

다시 한번 광소가 터져 나왔다.

실버를 포함한 고룡들의 눈에 의문이 깃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인간을 키우려고 했나 궁금했는데 별것 아니군.”

돌연 나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실버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를 똑바로 응시한 제프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역시 쓰레기들의 밑에선 쓰레기들만 자라는 법이지.”

자신감 넘치는 말과 동시에 광룡 제프리의 폴리모프가 풀리기 시작했다.

쿠웅.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본체를 목도한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매일 세 마리의 왕과 대련을 나눌 때보다 더한 중압감이었다. 찌릿거리는 피부를 진정시킬 길이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피해라 인간.”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반면 그를 둘러싼 용들은 당장이라도 제프리를 공격할 기세였다.

은빛 용들이 모든 힘을 방출하자 대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강대한 힘이 부딪치고 부딪혀 숨 한 번 제대로 쉬기 힘든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 순간 검은 용의 아가리가 쫙 벌어졌다.

“브레스?”

미친놈. 여기서 브레스라니…… 나는 있는 힘껏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버지, 반 페르데이스, 그리고 어느새 나타난 암살이와 우마까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제프리가 입을 벌리는 모습을 보고는 다른 용들도 동시에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고룡과 왕들의 대결.

그것도 저렇게 많은 숫자의 용들이 동시에 브레스를 날린다면 이 일대가 초토화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나는 도깨비불로 합류한 박한별을 향해 말했다.

“더 멀리 떨어져야 합니다.”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박한별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은빛 용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터라, 더 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춘 채 상황을 지켜봤다.

아마 이 정도 거리라면 브레스로 인한 여파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으리라.

박한별의 바람과는 달리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흘러갔다.

그들의 입에 거대한 힘이 응축됐다.

단숨에 집중 공격을 통해 녀석을 제압할 생각인 듯했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했던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광룡 그러니까 제프리의 입에서 나온 것은 모든 것을 소멸해 시켜버릴 힘. 브레스가 아닌 다른 것이었으므로.

“꺼억.”

그의 입에서는 강대한 브레스가 아닌 다른 것이 나오고 있었다. 조금 더러운 것 같기도 한 녹진한 액체였다.

“저게 뭐지?”

“대체 입안에 뭐를…….”

모두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우리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그 안에서 나온 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찐득한 액체를 뒤집어쓴 채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흑의.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

칠흑 같은 검은 기운을 내뱉는 여리여리한 여인이었다.

익숙한 실루엣과 기운이었음에도 나는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천지현!!”

광룡의 입에서 나온 천지현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잘 있었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등장에 잠시 넋이 나가 있을 때였다. 천지현은 자연스레 뒤를 돌아 광룡을 마주 봤다.

“고마워. 스승.”

손을 척 들어 올리며 인사하는 천지현의 태도에는 애정이 묻어 있었다. 주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룡들은 경악했다.

“이게 무슨……!”

“저 인간은 간덩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인가?”

“대체 입에서 왜 나온 거지?”

천지현이 광룡에게 향했다는 것을 모르는 고룡들은 이런 종류의 감탄사들을 쏟아 내는 중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실버는 굳은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광룡은 천지현을 조용히 응시하더니 고개를 팩 돌렸다. 마치 아쉬움을 숨기는 어린아이의 태도같이.

“썩 꺼지거라.”

그 모습에 실버의 입이 떡 벌어졌다. 훈련 중에도 보지 못한 스승의 모습이었다. 광룡의 태도에 어지간히 놀란 모양.

“잘하고 올게.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내가 분명히 데려다주는 것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나는 단지 확인하러 왔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낮게 으르렁거리는 광룡의 태도에 위협을 느낀 이는 없었다. 그것은 마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독립시키는 부모의 마음처럼 보였다.

그 믿기 힘든 광경에 고룡들은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허, 이게 무슨.”

“우리가 아는 그 광룡이 맞는가?”

한참을 패닉 상태로 서 있던 고룡들은 이내 천지현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 광룡을 이런 순한 양으로 길들인 것이 설마 인간이냐며 혀를 내두르고 있던 것이다.

돌연 이상함을 느낀 광룡이 주위를 둘러봤다.

콰과과과과-!

이내 엄청난 살기가 피어올랐다.

엄청난 크기의 어금니를 들이밀며 고룡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뭘 보냐? 죽여 줄까?”

“아, 스승! 성질 좀 죽이고 사이좋게 지내라니까.”

“일없다. 일 없으면 썩 꺼지거라.”

“푸흐흐. 알겠어. 스승. 나 잘 다녀올게. 그동안 고마웠어.”

천지현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광룡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일순 제프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그는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애틋한 관계인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모든 용이 경악했다.

“이, 무슨!”

나는 애써 모른 척을 하며 다가오는 천지현을 환영했다.

“많이 강해졌는데?”

“당연하지. 너도 꽤 강해졌네?”

천지현을 똑바로 마주 본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힘. 절대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에게서 은근히 풍겨 나오는 힘은 광룡이라 불리는 검은 용들의 왕과 비슷한 것이었다. 광포하지만 조용한. 마치 흑운의 힘을 끊임없이 진화시킨 최종 형태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 뺏으려고?”

“간 보는 중이야.”

“쉽지 않을걸?”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바뀐 내 힘으로도 그녀에게서 이 힘을 뺏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드래곤들의 힘을 훔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때였다.

“네 녀석.”

살기 어린 광룡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제프리를 바라봤다. 제프리 역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한참을 침묵한 그는 눈으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복잡한 얼굴이 그의 음성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잘 부탁한다고. 또 자신의 소중한 제자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 그리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의지를 느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광룡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광룡은 스르르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어느새 흑발의 미남자로 변한 광룡 제프리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자,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눈에 들어왔다.

“잘 다녀오거라.”

그러나 그는 나를 바라봤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철저히 무시한 채 천지현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줬다.

한참을 대화한 그들은 이내 마지막 포옹을 끝으로 뒤돌아섰다.

제프리의 모습이 변화했다.

거대한 검은 용.

흉포하기 그지없는 힘을 흩뿌리는 최강의 용이 되어 있었다.

날개를 펄럭이는 광룡 제프리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꽂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버에게.

실버를 한참이나 응시하던 제프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제자가 더 강하다.”

그 어이없는 말을 끝으로…….

광룡 제프리는 멀리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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