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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15화 (115/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15화

115. 변화(5)

[왕의 권위] - 전설

-신하의 충성심이 매우 강해집니다.

-신하의 특성, 스킬, 칭호 중 하나를 원하는 대로 가져와 습득할 수 있습니다. (0/5)

새로 얻은 스킬의 상세 정보를 살펴본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신하라는 단어가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왕의 권위’는 결국 내 수족들의 능력을 하나 골라 습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암살이, 우마, 반 페르데이스.

내가 가진 녀석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능력을 지닌 녀석들이 없었다. 우마 녀석은 생뚱맞게도 만독불침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고, 암살이와 반 페르데이스가 가진 특성 역시 말하자면 입만 아플 정도로 대단한 것들이었다. 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릴 수 없었다.

“흐흐흐. 대박이잖아?”

대박.

한마디로 말하고, 두 마디로 말해도 대박이 틀림없었다. 나는 방방 뛰며 소리치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는 중이었다.

‘대박이네, 대박이야. 새롭게 얻을 수 있는 특성이 세 개나…… 어라?’

나는 눈을 비볐다.

비비고 또 비벼봤지만, 내가 본 숫자는 그대로였다.

“이게 왜…….”

분명 보이는 숫자는 다섯이었다.

“신하가 다섯?”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명 옆에 붙어 있는 숫자는 분명 신하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일 터였다.

‘그런데 왜 다섯이…….’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박한별의 물음이 들려왔다.

“도윤 씨, 괜찮아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순간 스쳐 가는 생각.

“설마……!?”

“갑자기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빤히…….”

나는 박한별을 바라보며 스킬 ‘왕의 권위’를 사용했다.

[박한별]

레벨: 68

칭호: 이매망량(魑魅魍魎) - 신화 (해금 중), 위대한 모험가 –유니크, 이름 모를 구원자 - 유니크

특성: 야차(夜叉) - 전설, 도깨비의 후예 - 전설

스킬: 도깨비불[청화(靑火)] - 신화

그녀의 찬란한 상태창이 온전히 보이더니 알림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신하 ‘박한별’의 능력 중 어느 것을 습득하시겠습니까?]

믿기 힘든 알림에 헛숨이 새어 나왔다. 박한별이 내 신하라니…….

“말도 안 돼…….”

“도윤 씨, 어디 아파요?”

박한별은 걱정되는 얼굴로 내 이마를 짚었다.

“아, 괜찮습니다.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박한별의 손을 조심스럽게 치운 나는 내 가설이 맞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여기서 ‘신하’는 내 소환수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시스템은 내가 수장으로 있는 천외천(天外天), 그 속에 속한 자들도 모두 내 신하로 보고 있었다.

나는 스킬 ‘왕의 권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완전 개사기잖아?’

어떻게 활용하기에 따라서 신화급,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스킬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일단, 한계나 조건은 차근차근 알아가 보기로 하고…….’

뛰는 가슴으로 새로 얻은 칭호를 살피기 시작했다. 새로 얻은 칭호가 있는 곳으로 눈길을 옮기자, 상세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운명을 바꾼 자] - 전설

-일생에 딱 한 번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단출하기 그지없는 설명창.

“……끝?”

나는 간략하다 못해 성의 없는 상세 내용을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원래 상태창이 불친절하기로 유명하긴 했지만, 이건 좀 심한 경우였다.

“뭐 이딴……!”

등급으로 보아, 좋아해야 하는 것이 옳았지만, 설명을 보고 있자니 욕이 나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빤히 칭호 창을 바라보던 나는 깊게 한숨을 내뱉고는 상태창을 닫았다.

지금 아무리 열 받아 봐야, 도움 될 게 없었다.

“정말 무슨 일 있어요?”

순식간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나를 본 박한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보상을 확인했습니다.”

“아…….”

박한별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실망했어요. 유니크급 칭호였는데 별 내용이 없었거든요. 두루뭉술한 내용만 쓰여 있고, 능력도 전혀 적혀 있지 않고…….”

“한별 씨도 그랬습니까?”

내 대답에 조금 놀란 박한별이 되물었다.

“설마, 도윤 씨도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으로 얻은 칭호는 하나같이 불친절한 내용이었다.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조금 인상을 찡그리다 다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칭호야 어찌 됐건 사기급 스킬을 얻지 않았는가. 그 어느 때보다 기쁜 일이었다. 푸흐흐 웃기 시작하자, 박한별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 * *

우리는 처음 둘러봤던 시장으로 향했다. 그 안에서 박한별이 원하는 물건들을 몇 가지 사 줄 생각이었다. 물론 눈에 띄는 물건이 있으면 내 것도 좀 살 생각이기도 했고.

시장 안은 처음과는 달리 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아예 인기척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어인들이 모두 광장에 나가 전투를 벌인 것은 아니었는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도 꽤 있었다.

우리는 여태껏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상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직 장사합니까?”

“나라가 망해 가는데 장사가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골라 보시우.”

시장에 있는 어인들은 아직 끝난 전쟁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우리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왔으니까.’

나는 메기수염을 길게 기른 어인에게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틀리안은 지켜졌습니다. 훌륭한 영웅에 의해서요.”

“그게 무슨…….”

메기수염의 어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이내 미친 사람을 보듯 나를 바라봤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말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슴이 터져라, 달려온 어인 하나가 고래고래 소리친 탓이었다.

“전쟁이 끝났다!! 애커만의 후예 지테일이 전쟁을 일으킨 주범을 잡고 아틀리안을 구했다!!”

호외를 뿌리듯 달리며 소리치는 어인을 본 상인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참말이냐?”

“내 눈으로 직접 봤다, 이것아!”

소리치는 어인의 모습을 본 상인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무심한 듯 자리를 지키며 서 있기는 했지만, 내심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특히 내 앞에 서 있던 어인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였다.

“크하하하하핫! 내 그럴 줄 알았지. 어이 손님. 원하는 게 있으면 골라 보게, 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로 주지!”

“정말입니까?”

“그럼, 그럼!”

호탕하게 웃는 어인을 본 나는 미리 봐 두었던 물건 몇 가지를 골랐다.

박한별 역시 눈을 빛내며 손을 뻗기 시작했다.

* * *

몇 가지 물건을 얻어 낸 우리는 아틀리안을 쭉 구경한 뒤 천천히 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인들에게 둘러싸인 지테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늦었군.”

“바쁜 분이신데 우리가 기다려야지.”

싱긋 웃는 지테일의 손을 맞잡은 나는 녀석을 바라봤다.

금빛 무구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나하나 굉장한 가치를 지닌 유물들이 모두 모여 완벽한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제법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 같은 모습이었다. 그 강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아름답지 않은가? 이것이 내 선조가 남긴 물건일세.”

무게를 잡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지테일은 자연스럽게 말투가 바뀌어 있었다.

썩 보기 싫은 정도가 아니라, 신경 쓰지 않기로 한 나는 지테일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뭘 주려고 이렇게 남아 있으라고 한 거지? 파티라도 벌여 줄 건가?”

장난기 넘치는 물음에 지테일이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겠나? 얼마든지 열어 줄 수는 있네만.”

“사양하지. 시장에서 먹어 본 어인들의 간식은 최악이었거든.”

나와 박한별은 그동안 시장에서 물건만 산 게 아니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갖가지 경험들을 했다. 그중에는 물론 먹을거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럽게 맛없었지.’

한입 베어 물자마자 뱉어 버린 어인식 꼬치를 생각한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허허허. 입맛에 안 맞다니 유감이군.”

잠시 뜸 들인 지테일이 갑작스레 표정을 굳히더니 주변을 물리기 시작했다.

“잠시 자리 좀 만들어 주게.”

지테일의 부탁에 주변의 어인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와 박한별은 입을 다문 체 지테일을 바라봤다.

드넓은 중앙박물관에 남아 있는 것은 우리 셋뿐이었다.

“엉망이군.”

전투로 인해 망가져 버린 박물관. 그 처참한 광경을 본 지테일은 작게 인상을 구겼다.

“…….”

“그래도 다행이야. 이것들을 지킬 수 있어서.”

몸에 두른 애커만의 유물. 휘황찬란한 자태를 뽐내는 무구들을 쓰다듬은 지테일이 말했다.

“다시 한번 고맙네.”

진심 어린 말에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괜히 툴툴대는 말투로 대답했다.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지켜.”

냉담하게 대답하는 나를 어린애 보듯 흘겨본 박한별이 말했다.

“그나저나 주시겠다는 것이 뭔가요?”

박한별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째, 점점 참을성이 없어지는 기분이란 말이야…….’

특성의 영향인지, 박한별은 점점 참을성 없고 즉흥적인 도깨비 같은 성격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지테일을 바라봤다.

나도 내심 궁금하긴 했다.

어떤 대단한 물건을 주려고 우리를 이 시간까지 남아 있으라고 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금방 들을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지테일이 말했다.

“애커만의 유물을 주지.”

“뭐?”

“뭐라고요?”

우리는 믿을 수 없는 말에 눈을 끔뻑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일로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인들이 애커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를 얼마나 동경하는지……

애커만의 유물들은 배가 아플 정도로 탐이 나는 물건들이었지만 가질 생각이 드는 물건은 아니었다.

어인들에게 애커만의 유물은 국보나 다름없었으니까.

“지테일씨! 왜 그런 결정을…… 저희는 받을 수 없어요.”

“그래, 그건 어인들의 대장인 네가 사용해야 한다. 어차피 애커만의 유물들은 내가 갖고 있어도 사용할 수도 없고.”

실제로 나는 애커만의 유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애커만의 나침반을 가졌을 때, 적합자가 아니라는 문구가 계속해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의 반발에 지테일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무구들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미쳤다고 이것들을…….”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지테일. 지테일의 의중을 읽을 수 없던 우리는 의아함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묻는 수밖에 없었다.

“알아들을 수가 없군.”

“그러면……?”

“일단 따라오게!”

지테일은 대답 대신 우리를 한 곳으로 이끌었다. 복도를 지나 박물관장실로.

박물관장실을 지나, 지하로 이어진 비밀통로로 우리를 이끌었다.

깜깜한 계단. 우리를 한참이나 이끌던 지테일이 어느 순간 우뚝 멈춰 섰다.

그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나는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 하는 느낌이었다.

“지상에 올라가면 내가 사용할…….”

“……!”

“이 자식이! 약속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재빨리 기세를 끌어올렸다. 지테일은 현재 애커만의 유물들로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상태였다. 지금 여기서 그가 180도 입장을 바꾼다면 지형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가 당할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재빨리 거리를 벌린 나는 녀석을 노려봤다.

박한별 역시 거리를 벌린 뒤, 청화의 불꽃을 불러일으킨 상태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들려오는 말은 차분하기 그지없는 음성이었다.

“허,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지테일은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들어 올렸다.

“…….”

“지상에 올라가면 내가 사용하려고 했는데 이젠 못 올라가니, 너희들을 준다고 한 거다.”

“그게 무슨…….”

“크큭. 예민하긴.”

우리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 지테일이 하늘 위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츠팟-!

일순 지하 통로에 불이 들어왔다.

환한 내부가 눈에 들어오고, 계단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그 끝에 조그만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만화나 게임에서나 볼법한 보물 상자가 평평한 바위 위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상자를 향해 다가간 지테일이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애커만의 마지막 유물이다.”

상자 안에는 금빛 물결을 내뿜는 보물 지도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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