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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01화 (101/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01화

101. 양양(2)

투두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헬기가 떠 있는 곳은 서핑으로 유명한 강원도 해변 상공이었다.

“저긴가 보네요.”

“그러게요. 예쁜 바다에 저런 녀석들이라니.”

박한별은 발밑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구겼다. 오물로 뒤덮인 형체. 척 보기에도 혐오스러운 녀석들이 해변 곳곳을 누비며 닥치는 대로 인간들을 덮치는 중이었다.

“으아아악!!”

“살려 줘!!”

강력한 헬기의 소음을 뚫고 비명이 들려왔다.

“한별 씨도 처음 보는 겁니까?”

“네, 저도 처음 봐요.”

발밑에 보이는 몬스터는 나름 레이드 경험이 풍부한 박한별 역시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아마 페이즈 2가 시작되면서 새로이 출현한 몬스터겠지.

“그럼 일단 내려가 볼까요?”

“그러죠.”

우리는 당장 상공 아래로 떨어질 준비를 끝마쳤다.

헬기 밖으로 몸을 던지려는 찰나.

“도윤 씨.”

박한별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나는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호기롭게 따라붙은 한 명의 플레이어. 최민곤이라 자신을 소개한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서 안전장치 없이 뛰어내리려는 우리를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저희 구해 주시려면 마나도 아껴야 할 테니 천천히 내려오시죠.”

오는 내내 은근히 자기가 없으면 당신들은 다 죽을 거라며 능력을 과시하던 최민곤은 완전히 황당해하는 얼굴이었다.

“너무 위험…….”

“그럼 갑니다.”

“네.”

말을 마친 우리는 싱긋 웃으며 헬기 밖으로 몸을 날렸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고 신선한 콧바람이 상쾌하게 들어오길 잠시, 우리는 상상치도 못한 악취에 미간을 구겨야만 했다.

“윽!”

쿠웅.

바닥에 착지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코를 틀어막는 일이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심각한 악취. 우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오물 덩어리를 바라봤다.

“저놈이 범인 같은데요?”

“그러게요. 제가 빨리 처리하고 오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코를 틀어막은 박한별은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러고는 질퍽한 오물 덩어리의 앞에 나타나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럼 나도 다른 녀석들을 상대해 볼…….”

한 방에 모든 것이 정리될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

당연히 산산조각 공중 분해될 줄 알았던 오물 덩어리는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당황해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박한별 역시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은 것이 황당했는지, 긴장을 끌어올리며 거리를 벌리는 모습이었다.

박한별의 근처에 다다른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그렇다면…….”

푸른 불꽃을 발화시킨 그녀는 거대한 오물 덩어리를 향해 커다란 도깨비불을 쐈다.

그 사이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송곳 모양의 오물이 산화되어 날아갔고 푸른 불꽃은 계속해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빠른 속도로 녀석을 향해 나아간 도깨비불이 몬스터의 살갗에 닿았다.

화륵-!

타오르는 청화의 불꽃.

오물 덩어리는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구오오오.”

고온과 저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도깨비불을 맛본 정체불명의 몬스터는 그제야, 오물 속에 감추어 두었던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우리를 죽일 듯 노려보는 몬스터.

그러나, 그분노가 온전히 느껴지기도 전에 녀석은 산화하고 말았다.

무려 신화급 스킬 청화를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던 것이다.

“……키라칸라고 뜨는데요?”

녀석을 잡고 알림음을 확인한 박한별이 나를 보며 말했다.

“키라칸이라……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저도요. 녀석들은 물리 공격이 아니라 마법이나 속성 관련 공격만 통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일단,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으니 빠르게 정리하고 이곳으로 모이죠.”

“좋아요.”

의견을 나눈 우리는 재빨리 흩어졌다.

나는 북쪽으로 박한별은 남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뛰어다니며 녀석들을 처리해 나갔다. 달리면서 눈에 보이는 족족 녀석들을 향해 뇌전을 뿌려 댔다.

[키라칸을 처리하셨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키라칸을 처리하셨습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음을 들은 나는 왠지 모를 안도감에 휩싸였다. 상태창 내에 뜬 나의 레벨은 오류.

오류라고 표기되긴 했지만, 레벨이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강해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나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알림음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반드시 레벨이 오른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털어 내며, 속도를 올렸다. 사냥을 시작한 후, 마주친 시신은 대부분 부패 되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어 보였다.

아마 녀석들의 외피는 강력한 산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움직임이 느리긴 하지만, 공격이 빠르고 날카롭다.”

녀석들은 집요할 정도로 하반신을 노려왔다.

이유인즉슨, 움직임을 봉쇄한 후, 천천히 다가가 부패시키려는 의도였다.

“물리 공격도 통하지 않으니, 까다롭긴 했겠군.”

키라칸에 의해 목숨을 잃은 대부분은 플레이어처럼 보였다. 겉보기엔 만만해 보였으니, 해 볼 만하다 느꼈겠지.

나는 뼈조차 제대로 남지 않은 한 구의 시신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지막 남은 키라칸을 처치했다.

키라칸에게 덮쳐지기 직전, 목숨을 구한 플레이어 한 명이 나를 바라봤다.

“가, 감사합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네는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역시, 보물은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었다.

활력의 힘을 눈에 깃들어 본 녀석의 상태창은 그저 그런 것이었다. 나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에게 말했다.

“빨리 몸을 피하세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목숨을 건진 플레이어는 다시는 녀석과 마주치기 싫다는 질린 표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절뚝거리는 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보자, 다시 한번 그 녀석이 생각났다.

앞으로 천외천이 될 보물 같은 존재.

서현우.

몸빵과 힐이 모두 가능한 힐러. 사기급 능력치 조합을 가진 그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반드시 영입하고야 만다.”

의지를 다진 나는 박한별과 처음 떨어졌던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헌터 협회 직원 최민곤이었다.

그는 떡 벌어진 입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벌써 모두 해치운 겁니까?”

“일단 저놈들은요.”

나는 새까만 재가 되어 타오르고 있는 키라칸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민곤은 헬리콥터 안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모두 관찰했는지, 넋이 나간 채로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정말 제가 올 필요가 없었네요.”

“저희는 분명 말했습니다.”

“솔직히…… 허세인 줄 알았죠.”

생각을 필터 없이 말하는 최민곤을 보고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이도 적지 않게 먹은 것 같은 양반이…….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키라칸을 모두 해치운 박한별이 돌아왔다.

“뭐야…… 제가 꼴등인가요?”

그녀는 불만족스럽다는 듯, 볼에 바람을 넣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저희가 내기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박한별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우리가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기 때문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어느새 표정을 푼 박한별이 의아하다는 눈으로 나에게 말했다.

“뭐가요?”

“몬스터의 난이도요. 꽤 까다롭긴 했지만, 길드 몇 개가 전멸할 만큼 높은 난이도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녀의 의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키라칸은 까다롭긴 했지만, 그만큼 약점도 확실했다. 녀석의 약점은 다름 아닌 마법. 마법 공격에 극도로 취약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길드라도 마법 공격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있을 터.

생각해 보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았다.

“그것도 그러네요. 키라칸의 사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피해요!”

갑작스러운 살기에 나는 최민곤을 밀어냈다.

푹. 푹. 푹.

동시에 몸을 날린 나와 박한별은 모래사장에 박힌 가느다랗고 날카로운 작살을 바라봤다.

정확히 우리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들어온 공격.

나는 오소소 올라오는 닭살을 애써 무시한 채 바다 쪽을 바라봤다.

쏴아아아~!

거친 파도를 헤치고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빠르게 접근하는 중이었다.

날카로운 공격을 피한 박한별 역시 벌떡 일어나 다가오는 녀석들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상어 떼를 말처럼 이용하며 다가오는 녀석들은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실력의 소유자였다.

저 먼 거리에서 우리의 급소를 정확히 노린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도망가세요!”

나는 최민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최민곤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죽기 싫으면 빨리 가라고!!”

한 번 더 소리치고 나서야, 녀석은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위험하면 부르세요.”

조용히 말한 최민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신이 자랑하는 텔레포트 마법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것이다. 사람을 구하기 위한 능력으로는 최고의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잡념을 떨친 나는 다가오는 몬스터 무리를 주시했다. 녀석들 역시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로운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건방진 새끼들.”

흑운으로 몸을 감싼 나는 그 안에서 힘을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 * *

시체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비명이 음악처럼 깔리는 곳.

마계.

그곳에 멀쩡히 살아 있는 인간 한 명이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주인을 뵙습니다.”

인사를 받은 이는 다름 아닌 사슴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은 눈의 사슴 형상을 띄고 있는 악마였지만.

“실망스럽구나, 인간이여.”

악마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죽어야겠지.”

무정하기 그지없는 대답. 화들짝 놀란 인간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죽어도 좋으나, 지구에 저만큼 실력 좋은 인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위대하신 주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스럽습니다.”

“네놈만큼 실력이 좋은 녀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여전히 무정한 대답에 인간은 고개를 더욱 조아리며 말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던 악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인간은 과도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리며 연신 머리를 찍어댔다.

“내가 어떤 기회를 주면 되겠느냐?”

“힘을 나누어 주시옵소서.”

“뻔뻔하기 그지없구나.”

“대의를 위한 작은 투자라고 생각해 주시지요.”

인간의 대답을 들은 사슴은 거멓게 죽은 눈으로 인간을 가만히 바라봤다. 형형한 눈빛에도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인간.

“…….”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사슴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에게 권능을 하나 하사하지.”

“감사합니다, 주인이시여.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는 인간을 향해 악마는 혀를 차며 말했다.

“쯧,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럼……?”

“들었다. 페이즈 2가 시작되어 레벨 시스템이 도입되었다고?”

“예, 저도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인간의 대답에,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큭, 크크크그그.”

기괴하고 소름 돋는 웃음소리.

인간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주인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슴의 형상을 한 악마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이 귀에 닿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고 사악한 얼굴로.

“시험을 통과해 봐라. 통과만 한다면 지금껏 맛보지 못한 강대한 힘을 줄 테니.”

“시험이라니…… 그게 무슨……?”

“살아남아 봐라.”

“네?”

딱-!

악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백 마리의 악마들이 튀어나와 인간을 덮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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