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57화 (56/57)

제57장 인간들의 생존이 걸린 전쟁

샤린이 에드코르 제국으로 떠나고 라이안과 10인의 영웅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실력 증진에 최대한 힘을 쏟았다.

라이안이 하는 일은 기사들을 하나씩 불러 혈도를 뚫어주고 그들이 마나를 한곳에 모아 그 마나들을 활용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라이안에게 왔다간 기사들은 보다 높은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실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다.

갈천혁과 혁마소는 훈련을 하는 병사들을 둘러보며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골라 따로 훈련시켰다.

어차피 샤린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현재 포스안 제국은 자주 출몰하는 마물들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포스안 제국의 군사들을 총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사천사장이었던 로빈슨이었다.

그는 다른 성기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었다.

언제 라이안이 출병을 해야 한다고 할지 몰랐기에 항상 대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로빈슨도 라이안이 발크르스 마왕과 전투했던 장면을 보고선 라이안에게 빠져버린 상태였다. 아니, 라이안의 진정한 무위는 오히려 로빈슨이 퍼트린 것이었다.

누가 있어 사천사장의 말을 믿지 않겠는가.

훈련에 열중하던 로빈슨은 훈련장의 문을 열고 달려오는 병사를 보았고 병사는 숨이 가쁜 것을 참으며 말했다.

“하아… 하아… 큰일 났습니다. 또 마물이 출몰했습니다!”

“뭐라, 그곳이 어디냐!”

“마을의 동쪽 지부입니다!”

“알았다!”

로빈슨이 마물이 나타난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수십의 병사들이 찢겨죽어 있었고 그중에는 일반인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이 사악한 마물!”

로빈슨은 자신의 검에 갓블레이드를 시전해 마물에게 달려들었고 단칼에 마물의 몸 전체를 가르고 그 뒤로 착지했다.

“쿠아아악!”

몸이 양 갈래로 갈린 채 쓰러진 마물은 곧 검은 연기로 화하며 가루로 변했다.

로빈슨은 검을 집어넣은 채 신성력의 결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라이안 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입니까.”

라이안 역시도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시 포스안 제국으로 마물이 들어갔습니다.”

챠둠의 목소리였다.

챠둠은 인공위성으로 포스안 제국으로 들어오는 무엇인가를 확인할 때마다 라이안에게 그것을 알렸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로군. 제길, 샤린이 빨리 와줘야 할 텐데.”

라이안은 에드코르 제국으로 떠난 샤린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벌써 떠난 지 열흘이 넘게 지났음에도 샤린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라이안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챠둠에게 말했다.

“최대한 병력의 손실을 입지 않게 만들어야 해. 챠둠, 네가 포스안 제국으로 가줘. 네가 가서 포스안 제국으로 들어오는 마물들을 처리해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놀랄 것입니다.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요.”

챠둠이 마물을 공격하려면 광선포를 써야 했고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광선포에 차츰 의심을 하게 될 것이 뻔했다.

“상관없어. 그들에게는 놀라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문제니까. 부탁해.”

“알겠습니다.”

라이안이 삼 마왕이 있던 제루이판 왕국과 이 마왕이 있던 히매인 왕국을 정리했기에 이제 마계에서 온 모든 존재들은 에드코르 제국으로 집중되었다.

에드코르 제국의 아래쪽에 있는 칸보리치 동맹은 가끔씩 갈천혁과 혁마소가 나가 중급마족들을 사냥하고 다녔고 이제 어느 정도 깨끗해진 상황이었다.

라이안이 일을 벌이는 사이 발크르스 마왕도 드디어 그러한 움직임을 감지했다.

“인간들이 칸보리치 동맹쪽에 몰려 있다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드래곤들과 뜻을 달리하던 골드 드래곤이 도와주고 있는 듯싶습니다.”

역시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칸드였다.

“크그그극, 아무래도 이제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대륙에 있는 모든 마족들과 마물들을 모아라. 모두 모이는 즉시 포스안 제국을 몰아친다. 크흐흐.”

칸드는 발크르스 마왕의 명에 따라 제루이판 왕국에 있는 모든 마족들을 모으려 했다. 그러나 그가 알게 된 것은 이미 그 일대에는 마족의 씨가 말랐으며 히매인 왕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칸드는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발크르스 마왕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뭐라! 이 마왕과 삼 마왕이 갖고 있던 전력이 모두 전멸했다고!”

“그렇습니다. 그곳은 이미 엄청난 전투가 벌어진 흔적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발크르스 마왕은 곧 인상을 굳히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힘을 모으는 사이 그 라이안이라는 인간이 비어 있는 그곳들을 공격했었나보군. 후후후, 그래. 그래야지.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군. 하지만 결과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끝없는 절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발크르스 마왕은 자신의 강해진 힘을 믿고 있었기에 자신 있었다.

한편 샤린은 마족들과 섞여들며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마왕과 삼 마왕이 이곳에 오자마자 사라졌다는 것이다.

샤린은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랐지만 지금 움직이려는 마왕군을 보고 빨리 라이안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샤린이 돌아오고 있는 사이 라이안은 챠둠으로부터 마왕군의 움직임을 전해 들었다.

“주인님, 지금 마족들과 마물들이 모두 포스안 제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정말이야? 이런, 제길!”

라이안은 서둘러 타미르안의 레어에 있는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을 모았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높아진 힘을 통해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10인의 영웅들이 그들의 앞에 섰으며 라이안이 높은 곳에 올라가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아직 때가 아님은 알고 있으나 지금 발크르스 마왕의 군대가 포스안 제국으로 진군 중이라고 한다. 어차피 포스안 제국의 군대를 잃으면 우리 또한 희망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우리는 포스안 제국을 돕기 위해 마왕군의 허리를 친다. 모두 자신 있는가!”

라이안의 물음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미리 말해두었던 것처럼 일제히 대답했다.

“대륙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라이안은 마치 자신이 마나를 실어 말하는 것과 비슷한 크기로 말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혁마소가 그런 그들을 보며 웃었다.

“이제야 오합지졸들이 조금 그럴 듯해 보이는군.”

라이안은 아래로 내려와 10인의 영웅들에게 말했다.

“모두 몸조심해 주세요. 이기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 포스안 제국으로 가서 발크르스 마왕이 신성력의 결계를 무너뜨리기 전에 신성력의 결계를 깨뜨려 대륙에 퍼지게 만들어야 하니 군대는 맡기고 가겠습니다.”

“조심하거라.”

“라이안 오빠, 몸조심 하세요.”

“라이안, 이번에는 걱정시키지 않겠지?”

헤인드의 말에 라이안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라이안이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 포스안 제국으로 가려고 할 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샤린이었다.

“잠깐만요!”

라이안이 샤린의 목소리를 듣고는 크게 기뻐했다.

“샤린, 무사했구나!”

“미안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이미 출병하려고 했군요. 어떻게 알았죠?”

“후훗, 우리에게는 하늘에서 도와주는 복병이 있잖아.”

“아, 챠둠이로군요. 라이안, 말해줄 것이 있어요. 제가 발크르스 마왕의 마성에서 알아낸 것은 다른 마왕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뿐이었어요. 저도 둘러보며 잘 살펴보았지만 정말로 찾을 수가 없었고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라이안은 뭔가 의심 가는 것이 있는지 샤린에게 물었다.

“설마, 샤린이 강해진 방법을 말하는 거야?”

라이안의 물음에 샤린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계의 율법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이곳이라면…….”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샤린의 어깨를 만져주며 라이안이 말했다.

“고마워, 정말 좋은 정보야.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라면 더욱 힘들겠지만… 차라리 셋보다는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 나아.”

샤린은 불안했다.

발크르스 마왕이 만약 마왕들의 힘까지 흡수했다면 마신에 비등한 힘을 손에 넣었을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 * *

발크르스 마왕의 마왕군은 그 진군 속도가 엄청났다.

포스안 제국까지 가는 데에는 며칠이 걸리겠지만 그것은 대륙의 운명이 단 며칠뿐이라는 것과 같았다.

라이안이 포스안 제국의 국경이 있는 성으로 텔레포트했을 때에는 하늘에 챠둠의 전함이 떠 있었고 간간이 광선포를 쏘고 있었다. 이는 그 정도로 마물들이 계속해서 침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라이안이 하늘에서 나타나 서서히 내려오자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본 로빈슨이 달려와 인사했다.

“라이안 님, 드디어 오셨군요!”

라이안은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아는 체 하자 물었다.

“저를 아시나요?”

“그렇습니다. 라이안 님이 발크르스 마왕과 싸우고 있는 것을 저 역시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이곳의 책임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포스안 제국의 사천사장을 맡고 있는 로빈슨이라고 합니다. 부족하나마 현재 포스안 제국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싸울 수 있는 병력이 어떻게 됩니까?”

“신호만 준다면 각 가정에 있는 아낙들도 무기를 들고 나올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까지 라이안 님이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이 싸울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연했다.

어차피 기사들과 병사들이 죽고 나면 자신들 역시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기에 단 하나의 돌을 집을 수 있는 힘까지 모아 싸움에 임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결속력이었다.

“지금 당장 전투태세를 갖춰주세요. 그리고 저를 신성력의 결계 중심인 신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로빈슨은 기사들에게 몇 가지 명령을 내렸고 라이안을 신상이 있는 곳까지 안내했다.

로빈슨이 안내한 곳에는 수많은 성물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그 중앙에 하나의 커다란 여신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성력은 그 여신상으로부터 위로 커다란 기둥과도 같은 신성력을 내뿜고 있었고 그 신성력이 주위로 퍼져나가 포스안 제국을 감싸고 있는 듯 보였다.

라이안이 다가가려고 할 때 로빈슨이 서둘러 말렸다.

“신성력을 가진 사람도 라피네 신님의 신상이 있는 곳까지는 다가갈 수 없습니다. 심한 반발력으로 무엇인가 아무것도 다가갈 수 없게 막는 것 같았습니다.”

라이안은 로빈슨을 한 번 쳐다보다니 아랑곳하지 않고 신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빛이 있는 곳을 손으로 만졌다.

“이런.”

그런데 더 이상 손이 빛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라이안의 머릿속으로 메르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를 이용하세요.’

“메르지아, 너를?”

메르지아의 말을 들으며 생각난 것이 있었다.

‘흠. 혼돈의 구슬이 마계의 문을 열었듯 메르지아가 신성력의 결계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라이안은 우선 메르지아의 말대로 메르지아를 뽑았고 곧 검의 날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메르지아가 전혀 저항 없이 빛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역시, 혼돈의 물건에는 주신의 힘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있단 말인가?”

라이안은 카오스가 메르지아와 하나가 되는 방법을 찾으라고 했던 것을 기억했으나 도저히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라이안은 곧 메르지아를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 로빈슨에게로 다가갔다.

“혹, 제가 퍼트린 소문은 들으셨는지요?”

“그렇습니다. 신성력의 결계를 깨어 그 신성력을 대륙 전체에 퍼트린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이제 내일이나 모래쯤 발크르스 마왕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미 포스안 제국 밖에서 마족과 마물들에게 대항해 싸우던 10인의 영웅도 지금 이곳 포스안 제국으로 오기 위해 떠났습니다.”

“아니, 10인의 영웅이 말입니까?”

“그들은 모두 저의 가족들과 친구들입니다. 마왕군이 이곳까지 왔을 때 우리는 저 신상을 깨뜨려 신성력을 대륙에 퍼트릴 것이며, 마족들과 마물들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군사들이 그 신성력의 물결을 타고 전진해야 합니다. 10인의 영웅들은 마왕군의 허리를 치게 될 것입니다.”

로빈슨은 라이안의 말을 들으며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발크르스 마왕은 상대하실 수 있겠습니까?”

라이안이 앞으로 걸어가려고 할 때 로빈슨이 걱정된다는 말투로 물었고 라이안은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최선을 다해 막겠습니다.”

라이안은 다시 앞으로 걸어갔고 라이안이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않자 로빈슨은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신상을 보며 중얼거렸다.

“라피네 신이시어, 우리를 보살펴 주시옵소서.”

라피네 신께 기도하는 로빈슨이었지만 라피네 신이 그의 기도를 듣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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