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전투를 위한 준비
타미르안은 사람들을 옮기기 위해 마법진을 만들었다.
타미르안이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마법진을 이용해 옮길 수 있는 사람의 최대 인원수는 백 명 정도였다. 그러니 6만 명의 사람을 옮기려면 텔레포트만 6백 번을 시도해야 했다.
레어에는 이미 에나와 이미화가 가 있어서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텔레포트로 이동해 오는 사람들마다 오자마자 놀라며 검을 뽑아 들 수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다.
바로 샤린의 하얀 옷들을 입고 있는 마물들 때문이었다.
에나가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 마물들이 이제 익숙해졌는지 발로 차며 저리가라고 했었지만 마물들은 텔레포트로 이동해 오는 사람들이 신기한지 다시 오곤 했다.
아직 제루이판 왕국의 성의 한 방에는 10인의 영웅들 중 8명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그나마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라드이라였다.
라드이라는 자신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손길을 느끼며 편안해했고 곧 눈을 뜨려고 했다.
눈앞은 희미했고 곧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정신이 들어?”
“흠. 네, 고맙습니다.”
그러나 라드이라는 눈이 선명한 시력을 되찾자 화들짝 놀라며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일어나 극도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헉! 마, 마족!”
꽈당탕.
라드이라가 움직이는 바람에 여기저기의 의자들이 넘어졌고 다른 사람들을 살피고 있던 갈천혁이 서둘러 다가오며 설명했다.
“진정하거라, 라드이라야.”
“할아버지, 마족입니다. 조심하세요!”
라드이라는 서둘러 검을 찾았지만 검은 샤린의 발아래에 있었다.
샤린이 라드이라의 시선을 느끼며 검을 들었고 곧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응? 이거 줘?”
“샤린, 멈추거라. 그 녀석에게 그것을 주면 당장이라도 검을 뽑고 너를 공격할 것이다.”
라드이라는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했는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샤린과 갈천혁을 번갈아보았고 갈천혁은 라드이라의 어깨를 잡으며 설명했다.
라이안을 따르기로 한 샤린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지만 라드이라는 여전히 샤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족은 거짓말을 잘하며 음흉한 놈들입니다. 언제 우리를 배신할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흠. 나도 아직 샤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너를 다치게 한 마족은 샤린이 죽였고 라이안을 잘 따르는 듯하더구나. 또한 라이안이 샤린을 신뢰하는 것으로 보아 괜찮지 않나 싶구나.”
“하지만…….”
라드이라의 태도에 샤린이 토라진 표정을 하며 말했다.
“치. 여태 간호해 주었더니 보답이 그거야? 이거 너무 한 것 아니야?”
샤린의 말에 라드이라가 갈천혁을 보았고 갈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샤린의 말이 맞다. 그러니 어서 사과하고 고맙다고 하여라.”
“흠.”
역시나 라드이라는 샤린을 좋게 봐줄 수 없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샤린이 먼저 갈천혁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그냥 놔두세요. 신성력을 사용하는 인간이라 가장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뭐, 차차 나아지겠지요.”
“허허허, 내가 여성 마족은 처음 보지만 샤린은 이해심도 많은 것 같구나.”
갈천혁은 라드이라를 이끌고 정신을 잃고 누워 있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데려갔다.
“타미르안이 마법으로 겉에 입은 큰 상처는 치료했지만 내상을 치료하지는 못한 듯싶구나. 네가 신성력으로 이들을 치료해 주어야겠다.”
라드이라는 가장 호되게 당한 아크포민 공작에게 다가갔고 곧 무릎을 꿇으며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라드이라의 손에서 신성력이 일어나자 샤린은 인상을 찡그렸고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신성력이 샤린에게는 독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샤린은 이전보다는 버틸 만하다고 생각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사람들을 신성력으로 치료해준 라드이라는 상당히 지친 듯 이마에 땀을 흘리며 한쪽에 앉아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정도의 신성력을 사용했다고 지칠 라드이라가 아니었으나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그로서는 상당히 무리를 한 것이었다.
막 이마에 난 땀을 훔치려던 라드이라에게 샤린이 다가가 수건을 주었다.
라드이라는 샤린에 대한 좋은 감정이 없었지만 수건은 받아들어 땀을 닦았다.
“고맙다.”
“어머, 드디어 고맙다고 하는 거야?”
샤린의 말에 라드이라가 샤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아직 너를 믿지 못한다. 레어에서 우리와 싸웠던 것이 네가 아니더냐? 그게 바로 얼마 전인데 지금 네가 우리 편이 되었다는 것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 게다가 마족인 너를.”
라드이라의 말에 샤린은 살며시 웃으며 옆에 앉았다.
“라이안은 인간이지만 굽힐 수밖에 없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마족들에게는 인간을 홀릴 수 있는 매혹적인 매력이 있지만 라이안의 매력은 마족인 나조차 끌리게 만들거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샤린의 얼굴을 보며 라드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미소에 빠져 있었다.
순간 라드이라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지? 이 여자는 마족이야. 보통의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
라드이라는 순간 샤린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고자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라드이라의 이상한 행동에 샤린이 물었다.
“왜 그래? 아직도 몸이 안 좋아?”
“아니다. 난 신경 쓰지 말도록.”
그 말과 함께 라드이라는 밖으로 나갔고, 갈천혁이 그런 라드이라를 보며 샤린에게 말했다.
“라드이라의 행동에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거라.”
“마음 상하지 않아요. 후훗, 오히려 귀여운 걸요?”
갈천혁과 샤린이 나머지 사람들을 간호하는 동안 한 명 두 명씩 정신을 차렸고 그들의 반응은 역시나 라드이라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럴 때마다 샤린은 갈천혁을 보며 어색하게 두 손을 양옆으로 살짝 올릴 뿐이었다.
* * *
병사들이 기사들의 통솔에 따르며 100명씩 짝을 지어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때 갑자기 성 전체의 빛을 가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으음?”
한 병사가 갑자기 어두워진 것이 이상해 아주 느리게 하늘을 보았고 곧 경악했다.
“으악! 저게 뭐야!
“뭐? 어억!”
“성 위에 무엇인가 떠 있다!”
“비상! 수상한 물체가 성 위에 있다!”
“모두 경계태세를 갖춰라!”
병사들이 시끄럽게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타미르안은 병사들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하늘에 떠 있는 물체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챠둠.”
하늘에 떠 있는 물체는 다름 아닌 라이안의 구출로 아공간에서 나올 수 있었던 챠둠의 전함이었다.
라이안이 챠둠으로부터 떨어지며 하늘에서 내려오자 병사들은 그를 확인할 수 있었고 곧 다시 소리를 질렀다.
“검은 사신이시다!”
“놀라지 마라. 우리의 영웅 검은 사신이시다!”
라이안은 내려오던 것을 멈추고 마나를 실은 큰 소리로 성 전체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나는 그대들이 검은 사신이라 부르는 라이안이오. 지금 아마 우리가 어디로 이동하며 왜 자리를 옮기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오. 지금 그것을 설명하고자 하니 잘 들어주시오.”
라이안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현재 이 대륙은 발크르스 마왕으로 인해 정복당했고 포스안 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마족들과 마물들로 들끓고 있소. 하지만 포스안 제국 또한 안전하지 못하오. 신성력의 결계가 약해져 마물들이 하나 둘씩 포스안 제국으로 넘어오고 있으며 신성력의 결계는 곧 사라질 것이오.”
여기까지 듣고 있던 병사들이 어수선해졌다.
“뭐야? 그럼, 이제 더 이상 인간이 대륙에 발붙일 곳이 없어진단 말이야?”
“빌어먹을. 싸우다가 안 되면 포스안 제국으로 도망치는 거 아니었어?”
“아니, 지금 라이안 님 말씀 못 들었어. 거기도 곧 마물들로 가득 찰 것이라잖아!”
주위가 시끄러워지자 라이안이 다시 소리쳤다.
“모두 조용히 해주시오!”
또 다시 조용해진 성안이었고 라이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제 장소를 옮겨 본격적으로 대륙을 되찾을 전쟁을 치를 것이오. 포스안 제국 또한 그러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없소. 우리는 최대한 약해지기 전의 신성력 결계를 이용해야 하오. 그것을 깨트려 신성력이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가 마물들이 약해져 있는 사이 우리 인간들은 모든 힘을 합쳐 그들을 무찌를 것이오!”
라이안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말을 멈추었는데도 어느 누구의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발크르스 마왕은 내가 맡을 것이다. 전사들이여! 나를 도와 대륙을 구하겠는가!”
라이안이 말투를 바꾸며 강하게 말하자 병사들과 기사들은 제각기 말했다.
“그대를 따르겠습니다!”
“검은 사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들의 말은 곧 하나가 되었고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검은 사신을 따르리라!”
“검은 사신을 따르리라!”
라이안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외침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언제 나왔는지 밖으로 나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혁마소와 친구들을 보았고 곧 그곳의 땅에 내려섰다.
“모두들 몸들은 괜찮아졌어?”
물음에 헤인드가 라이안에게 다가가 버럭 안으며 말했다.
“이 자식, 사람 걱정만 시키고.”
디로안 역시도 다가가며 같이 라이안을 안았다.
“네놈이 죽은 줄 알았지 않느냐? 소식이나 좀 빨리 전하지!”
“라이안 오빠.”
“라이안.”
“형님.”
모두가 너 나 할 것 없이 라이안에게 다가왔고 손과 어깨를 잡으며 그 기쁨을 함께했다.
챠둠은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을 전함에 실어 타미르안의 레어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라 몇 번이나 성과 레어를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그래도 확실히 타미르안의 마법으로 텔레포트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이 많이 단축될 수 있었다.
타미르안의 레어에 모든 사람들이 이동되었지만 6만 명이 넘는 터라 레어에 그 사람들을 모두 들이지는 못했다.
레어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병사들이 서로 합심해 타미르안의 레어 밖에 진영을 갖추고 천막을 쳤고 그들의 얼굴에는 이전과 다르게 희망을 빛이 어렸다.
* * *
라이안은 타미르안의 레어에서 10인의 영웅들과 함께 있었다.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메르지아가 가르쳐 주더라고요. 신성력의 결계를 파괴하면 그 뭉쳐 있던 신성력이 대륙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며 그동안 마물들은 급격히 약해질 것이라고요.”
라이안의 말에 갈천혁이 말했다.
“우리도 대항하다가 안 되면 포스안 제국으로 피하려고 했었는데 설마 신성력의 결계가 약해지고 있을 줄이야.”
갈천혁의 말에 라이안은 이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벌써 얼마 전 포스안 제국의 한 마을에 켈베로스가 나타났었어요. 결계의 흐름이 잠시 약해진 틈을 이용해 들어왔었던 것이죠. 만약 제가 그곳에 없었다면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마도 켈베로스의 먹이가 되었을 거예요. 그러한 일 때문에 메르지아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지만요.”
타미르안이 라이안이 들고 있는 메르지아를 보며 말했다.
“설마, 혼돈의 검 메르지아가 정말로 이 대륙에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말하는 도중에 고대의 문언이 생각나는 타미르안이었다.
‘혼돈의 검 메르지아는 혼돈의 신 카오스의 물건. 오로지 카오스만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고 있거늘. 그것을 라이안이 어째서…….’
의구심을 품던 타미르안은 라이안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 역시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있음을 알았다.
타미르안이 그러한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에나가 탁자에 놓여 있는 메르지아를 만지며 말했다.
“루시의 영혼이 이곳에 들어 있다는 건가요?”
에나의 물음에 라이안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맞으면서도 아닌 것 같아. 메르지아는 루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보다 더 먼 과거의 기억을 같이 가지고 있어, 보다 많은. 루시와 있었던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지.”
“그렇군요.”
에나는 메르지아를 부드럽게 만졌다.
그때였다.
‘오랜만이야, 에나.’
“어머!”
“왜 그래?”
에나의 놀람에 라이안이 물었고 에나가 대답했다.
“지금 제가 메르지아를 만진 순간 루시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마치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에나의 말에 라이안은 메르지아를 손에 잡으며 말했다.
“메르지아는 자신을 건드린 사람과 정신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 나와도 그런 식으로 대화를 하거든.”
모두가 라이안의 말에 신기함을 느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들도 루시에 대한 것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라이안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었는지 다시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지금 우리 인간들의 전력은 발크르스 마왕의 전력에 비하면 너무도 약해요. 냉철하게 말하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지요. 샤린?”
라이안이 이름을 부르자 샤린이 한 장의 지도를 펴며 설명했다.
“우선 이곳과 이곳, 이렇게 제가 검은색으로 표시한 곳은 상급마족들이 있는 곳이에요. 약 12곳을 표시했어요. 그리고 검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바로 마왕들의 은신처이고요.”
“그것을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지?”
라드이라는 아직도 샤린을 믿지 못하는지 그 정보에 대해 불신하며 물었다.
그러나 샤린은 그런 라드이라에게 윙크까지 날리며 말했다.
“표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제가 표시한 곳은 에드코르 제국에서 이곳까지의 경로에요. 제가 이곳까지 와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던 것은 그 이전에 좋은 자리를 다른 상급마족들이 먼저 차지했기 때문이죠.”
샤린의 윙크를 받은 라드이라는 목까지 붉어졌고 다른 사람들이 샤린과 라드이라를 번갈아보며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혁마소는 지도를 살피며 말했다.
“그렇다면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상급마족들이 있는 위치는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6명은 여기쯤 있겠군.”
혁마소가 손을 댄 곳은 바로 히매인 왕국이었다.
에드코르 제국의 아래쪽부터 칸보리치 동맹까지는 샤린이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다른 사람들 역시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말했다.
“우선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마왕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는 것이죠. 각계격파가 가능하니까요. 우선 우리는 제루이판 왕국의 삼 마왕부터 시작해서 히매인 왕국의 이 마왕을 차례로 공격할 겁니다. 물론 최소로 빠르게 움직여야죠.”
지도를 한참이나 보고 있던 헤인드가 곧 지도의 노란 점들을 보며 물었다.
“여기 이 노란 점들은 뭐지?”
헤인드의 물음에 샤린이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저도 또렷하게 생각이 안 나지만 대충 기억나는 곳만 표시한 거예요. 바로 중급마족과 마주쳤던 곳들이죠.”
샤린의 말에 헤인드가 크게 놀라며 물었다.
“그럼, 이 노란 점들이 모두 중급마족들이란 말이야?!”
“맞아요.”
샤린은 쉽게 대답했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심하게 굳어졌다.
라이안이 그들을 보며 중급마족의 실력을 설명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중급마족은 모두 현경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갈 할아버지나 혁 할아버지가 일 대 일로 상대하기는 무리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힘들다는 것이죠. 보아하니 라드이라는 하나 정도 이길 수 있겠군요. 그 외에는…….”
헤인드와 디로안 그리고 이즈리스 남작 이 세 명은 현재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중원으로 따지면 화경이었고 현경 바로 아래의 경지였다.
그들로서는 현재 중급 마족도 상대하기 벅찼다.
물론 이들이 이토록 빠르게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드래곤 하트의 효능과 심법 때문이었으나 지금보다 큰 힘을 빠르게 얻기는 힘들었다.
라이안이 힘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우선은 갈 할아버지와 혁 할아버지 그리고 타미르안이 같이 가는 것으로 해요. 우리는 삼 마왕 하비마고를 공격합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항마칠검을 가르쳐 주도록 해. 그러면 보다 마물들과 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이어 라이안은 에나와 이미화를 보았다.
“에나와 엄마는 밖에 있는 병사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온도조절 마법진을 곳곳에 설치해 주세요. 아프거나 병든 사람이 있으면 서둘러 라드이라에게 보여주시고요.”
“그렇게 하마.”
“알겠어요, 라이안 오빠.”
라이안은 곧 뒤에 있는 갈천혁과 혁마소의 손을 잡았고 타미르안 역시 라이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럼 우린 갔다 올게.”
“무운을 비네.”
“반드시 성공하게나.”
헤인드와 디로안이 한마디씩 했고 라이안은 곧 텔레포트로 밝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헤인드는 지도를 보며 걱정에 휩싸였다.
“휴우. 중급마족이 이렇게 많다면 두 마왕들을 처리한다 해도 승산이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헤인드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메르지아가 말했던 신성력의 결계였다.
신성력의 결계가 깨지고 그것에 담겨 있던 신성력이 대륙 전체에 퍼져 나가면 모든 마족들과 마물들이 한순간 힘이 줄어들 것을 알았다면 지금과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이안이 이들에게 그 파장을 말해주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 신성력의 결계가 얼마나 효능이 있을지 자세히 몰랐기 때문이었다.
약해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모르고 있는 지금 괜히 쓸데없는 희망을 갖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각자 맡은 바 임무를 하기 위해 자리를 벗어났고 샤린은 지도를 보며 나름대로 움직이고자 마음먹었다.
라이안에게 더 큰 도움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