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30화 (29/57)

제30장 격돌 그리고 위기

창! 차장!

“크윽!”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단 말인가! 하앗!”

퍼벙.

접전 끝에 크게 실망한 캐드 단장은 검 끝에 마기를 모아 내리쳤다.

라이안은 그것을 겨우 흘려보내며 뒤로 피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내가 약해지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하는군. 당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생각도 안 하고 말이야. 퉤!”

라이안은 내상으로 인해 핏물 섞인 침을 뱉어내며 생각했다.

‘이대로 간다면 마나의 소비가 너무 심해진다. 저자의 공격을 그대로 다 받아낸다면 조금의 승산도 없어. 어떻게 해서든 저자의 공격을 피하면서 힘을 비축해야만 해.’

라이안은 환환미종보를 시전해 캐드 단장의 시선을 최대한 분산시키고자 마음먹었다.

그 순간 캐드 단장이 라이안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빠르게 공격해왔다.

“전투 중에 무슨 잡생각을 하는 것인가!”

스악! 스윽!

대기조차 찢을 듯 날아오는 검.

라이안은 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그 바람에 긴 머리카락이 조금 잘려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실로 위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환환미종보!”

“또 그것이냐! 그깟 환영으로 무엇을 하겠단 말인가!”

라이안이 환환미종보를 시전하여 5명으로 늘어났지만 곧 캐드 단장의 마기를 싫은 검파가 모든 환영을 쓸고 지나갔다. 그중 진짜인 라이안은 운룡대구식의 경공으로 몸을 틀어 겨우 그것을 피할 수 있었다.

“크윽, 젠장!”

몸을 트는 순간 라이안은 얼굴을 찡그리며 캐드 단장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없다! 어디……!”

“여기다!”

퍼벙!

“크헉!”

라이안이 몸을 틀어 검파를 피할 때 이미 캐드 단장은 몸을 띄워 라이안의 위로 이동한 상태였다. 따라서 라이안이 캐드 단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하지만 간신히 창을 이용해 등 뒤를 막아 몸이 두 동강 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충격은 고스란히 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라이안은 커다란 소음을 내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수아아아앙! 콰광!

“크헉!”

스으으으으.

라이안이 떨어진 주변으로 상당한 양의 흙먼지가 날렸다. 하지만 자욱하던 흙먼지도 땅에 내려선 캐드 단장이 손을 휘젓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흙먼지가 사라지자 라이안이 땅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창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그의 입가에서는 계속해서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라이안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내상이 너무 심하다. 환영 또한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텐데 잘 안 되는구나.’

환환미종보의 극의를 깨닫는다면 환영으로 공격을 피할 수도 공격할 수도 있었으나 환환미종보 또한 잠깐의 기억으로 생각해낸 보법이었다.

극의를 깨닫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몸으로 깨우치는 수밖에… 환환미종보와 유운유령신법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회피에 집중해야 한다.’

창으로 몸을 지탱해 일어나는 라이안. 그는 지금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식장갑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겠군.’

그나마 가식장갑이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강식장갑 덕택에 그나마 마나의 양을 최소화하여 사용함으로써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내상으로 인해 마나의 흐름이 서서히 불규칙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라이안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남은 힘으로는 이제 주위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블랙섀도우 기사들을 상대하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버틴다. 그리고 퇴로를 확보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챠둠이나 타미르안이 있었다면 이 정도 위험은 순식간에 타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챠둠과의 연락이 두절된 이상 그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었다.

라이안은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저들이 내 친구들을 쫓아가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구나. 하긴, 저들의 목표는 나 하나뿐이니까…….’

라이안은 최악의 순간에서도 자신의 친구들을 걱정했다.

‘얼마나 도망갔으려나… 그래도 헤인드와 디로안이 경공을 익히고 있으니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캐드 단장은 라이안에게 서서히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너 따위를 가지고 놀 기분도 안 드는군. 이만 죽어줘야겠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말인가?”

“잘 아는군.”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후후후, 과연 그것이 네 생각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캐드 단장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캐드 단장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마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길, 저 녀석! 그동안은 힘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군.’

어마어마한 마기에 라이안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이제 끝인가… 챠둠… 타미르안…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이냐… 제길…….’

절망감에 빠져들기 직전 라이안의 머리에 순식간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으니!

타미르안의 레어에서 떠나올 때의 상황이었다.

“이것을 받게나.”

“어? 이건 뭐야? 구슬… 같은데?”

“위험한 순간에 이것을 손으로 눌러 깨뜨리면 한 순간에 이곳으로 오도록 만든 일종의 스크롤 같은 것이라네.”

“스크롤은 종이가 아니었던가?”

“어험, 난 위대한 골드드래곤이라네. 드래곤이 무엇인들 못 만들겠는가?”

그 기억을 떠올린 라이안의 얼굴에 순식간에 희열이 섞인 미소가 번졌다.

“그래. 타미르안, 넌 진정 대단한 드래곤이야. 하하하!”

라이안이 캐드 단장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자 캐드 단장은 검을 땅으로 내리며 소리쳤다.

“그것이 네 마지막 웃음이 될 것이다! 흐아압!”

캐드 단장이 번개같이 라이안에게 달려들었다.

라이안은 캐드 단장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마기를 바라보며 서둘러 자신의 주머니에서 구슬 한 개를 꺼냈다.

캐드 단장의 검이 막 라이안의 머리를 가를 찰나! 무엇인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석!

콰과과과광!

쑤하아아아아!

순간 라이안의 뒤쪽에 있던 섀도우 기사들조차 서둘러 몸을 피했다. 아마 조금만 늦었어도 캐드 단장의 마기에 휩쓸려 시신조차 건질 수 없을 뻔했다.

또다시 숲은 흙먼지로 가득했다. 섀도우 기사단원들은 라이안이 죽었다는 생각에 광소를 터뜨렸다.

“드디어… 크흐흐흐… 드디어 죽었다.”

“형제들이어, 기뻐하라. 드디어 너희의 복수를 했구나…….”

“크하하하하!”

그들이 그렇게 광소를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을 때 캐드 단장의 성난 고함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아! 이 죽일 노오오옴!”

캐드 단장은 마지막으로 라이안의 머리를 가르려던 찰나에 하나의 음성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내 패배야… 하지만… 기다려라. 다음에 만날 때에는 너희의 목숨을 거두러 올 것이니까.”

라이안은 그러한 말을 남기고 사라져갔다.

캐드 단장의 고함에 섀도우 기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고, 성난 캐드 단장의 목소리는 몬스터의 초원 전체를 울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는 곧 블랙섀도우 기사들을 둘러보며 명령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그와 같이 있던 자들을 잡아야 한다! 서둘러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블랙섀도우 기사들은 서로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몇몇 기사는 단장에게 라이안을 죽인 것이 아니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보다는 명령에 따르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들은 조금 전의 그 광분한 고함으로 상황을 나름 짐작할 수 있었다. 라이안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블랙섀도우 기사들이 검은 연기를 뿌리며 헤인드와 그 외의 친구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것들이라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놈을 잡을 수 있다. 제길, 쥐새끼 같은 놈!”

잠시 화를 누르며 머뭇거리던 캐드 단장이 자신의 수하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그의 신형은 곧 땅으로 꺼지듯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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