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29화 (28/57)

제29장 최대 위기!

라이안이 자이라 영지에서 출발한 후 잠시 멈추어 혈기공을 운기했던 지점.

두 마족과 섀도우 기사들이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이곳에 엄청난 마나의 흔적이 남아있군. 마치 드래곤이 드래곤 하트에서 브레스라도 모았던 것처럼…….”

“바테르, 그 말은 라이안이라는 자가 마나를 속성으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야?”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이미 그는 자신이 가고자 했던 곳에 도착한지 오래일 것이다. 마나를 속성으로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토록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던 점과 대기에 퍼져 있는 상당량의 마나파동이 이해되는군.”

“이거… 그런 인간이 늘어난다면 우리 마족들도 중간계를 쉽게 보기 힘들겠는 걸?”

바테르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쪽이다. 아마도 그가 계속해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면 머지않아 그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캐드 단장은 그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테르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렸다.

섀도우 기사들 또한 캐드 단장을 뒤따랐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펠랜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저들과 라이안이라는 인간이 싸우는 모습이 기대되는 걸?”

그 말과 함께 펠랜의 신형과 바테르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라이안 일행의 오두막집으로 달려오는 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헤인드와 디로안이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은 무거운 팔지를 던지고 받는 것이 무척이나 힘에 겨운지 놓치기도 했다.

“헉헉…헉헉…….”

쿵!

“헉헉…헉헉… 겨우… 다 왔다… 헉헉…….”

헤인드가 마지막으로 던진 팔지를 미처 받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그 뒤를 따라온 디로안 역시 헤인드와 다를 바 없었다.

라이안은 그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오두막집에서 나왔다.

태양을 찾던 라이안은 이미 태양이 산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해가 졌군. 역시나 라드이라는 아직 인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헤인드와 디로안에게 라이안은 서둘러 말했다.

“그렇게 쉬고 있는 것보다 운기를 하는 편이 체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더 빠를 거야. 소비된 마나도 맑고 깨끗하게 바꿀 수 있고.”

지쳐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헤인드와 디로안은 라이안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흐느적거리며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라드이라는 그들이 운기를 마치기 전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운기를 마친 헤인드와 디로안이 깊은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휴우… 이제야 살 것 같네…….”

“으… 아직도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군…….”

디로안은 들어 올리는 팔조차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라이안은 라드이라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디로안에게 물었다.

“디로안, 라드이라는 언제쯤 올 것 같아?”

“흠… 글쎄… 우리가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 겨우 산 중간쯤 올라왔지, 아마?”

라이안은 체력이 미약한 신관으로서 그 정도의 노력을 하는 라드이라가 대견스러웠다.

라이안은 운디네를 불러 고생스러운 수련을 마치고 온 그들의 몸을 씻겨 주고 식사도 하게 해주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죽은 듯 쓰러져 잠에 들었지만 라이안은 끝까지 라드이라를 기다렸다.

세 개의 달 중 마지막 달이 하늘 중간에 걸려 있는 시간…….

멀리서부터 계속해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쿠궁!

쿵!

라이안이 눈에 마나를 집중하자 라드이라의 모습이 보였다.

라드이라는 팔지를 겨우 던지며 비틀거렸다. 다른 손으로 팔지를 받으려고 했으나 라드이라의 손에 닿자마자 땅에 떨어져버렸다.

라이안은 그러한 라드이라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주먹을 꽉 쥐며 그것을 참았다.

그리고 결국 라드이라는 라이안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때서야 라이안은 급히 라드이라에게 다가가 마나를 흘려보내 그의 체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한참 후에야 라드이라의 호흡이 안정을 찾았다. 라이안은 그런 라드이라를 보며 말했다.

“수고 했어, 라드이라. 네가 이 정도까지 잘해낼 줄은 몰랐어. 아주 잘했어.”

하지만 라드이라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를 이상하게 느낀 라이안은 라드이라를 일으켰다. 그리고 곧 라드이라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벌써 기절해 있었군. 후훗. 기절해 있는 사람에게 음식을 먹일 수도 없고… 이거 장난으로 했던 말이지만 정말로 꼴찌는 저녁을 못 먹게 됐는데?”

아침에 일어난 라드이라는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많은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자 붕대를 찾아 손에 감았다. 매끈했던 손바닥이 물집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자신의 신성력으로 치료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붕대는 감은 것은 스스로의 의지였다.

그날 아침도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헤인드와 디로안의 발에 각각 발지가 채워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라드이라도 같이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라이안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무리하면 몸만 망가져.”

라드이라는 그제야 고집을 꺾었다.

그날 저녁 오히려 일찍 돌아온 것은 라드이라였다. 전날의 헤인드와 디로안처럼 힘겨워 보였으나 눈빛만을 더욱 강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이토록 빨리 올 수 있었던 것은 출발 전에 라이안에게 전해들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신성력을 마나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간 것이다.

그래서 헤인드와 디로안보다 늦게 출발한 그가 그들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라이안은 헤인드와 디로안을 기다렸지만 그들은 새벽이 되어도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라이안이 그들을 찾아 나섰다.

나무의 끝과 끝을 가볍게 밟으며 경공을 펼치던 라이안은 곧 바닥에 기절해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에서는 내려왔지만 집까지 올 수 있는 기력은 모두 소진한 것 같군. 하여간 미련하다니까. 뭐… 그래서 이러한 수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후훗.”

두 사람을 들쳐 업은 라이안은 다시 경공을 펼치며 오두막집으로 이동했다.

* * *

짹짹짹!

새들의 지저귀며 아침을 알렸다.

어김없이 일찍 일어난 사람은 라이안 뿐이었다.

“오늘도 날씨가 무척이나 좋은 걸?”

상쾌함에 하늘을 보던 라이안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 배고파… 밥 줘…….”

헤인드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바닥을 기어서 나오고 있는 소리였다.

“하…하하… 하긴 배고플 만도 하지. 천하의 먹보가 그렇게 고생하고도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잤으니…….”

그날 아침, 라이안이 자이라 영지에서 가지고 왔던 음식들은 헤인드와 디로안의 전쟁과도 같은 식사에 모두 동이 나고 말았다.

식사를 마친 뒤 또다시 오두막집의 앞뜰에 모인 세 사람.

라드이라를 제외한 두 사람은 멀리 있는 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 까마득하군.”

“또 저길 가야 하나… 오늘도 저녁 먹기는 틀렸군.”

그런 그들의 한숨을 들은 라이안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지금 고생했던 과정은 나중에 너희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거야. 한 동안은 이 수련에 집중하자고. 알았지?”

“빌어먹을… 죽기야 하겠어? 좋아!”

“그래! 한다, 해! 죽어라고 해서 강해지고 만다!”

이제는 포기인지 오기인지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때!

큰 소리가 다기에 울려 퍼졌다.

콰과과광!

그러한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던 라이안은 한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진법이 깨졌다. 누군가 진법을 힘으로 깨부쉈군.”

라이안이 설치했던 진법은 몬스터의 침입만을 막기 위해 설치해두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힘으로 깨부술 정도로 허술한 진법도 아니었다.

불안함을 느낀 라이안은 급히 에나와 루시 공주를 불렀다.

“루시! 에나! 당장 오두막집에서 나와!”

루시와 에나가 라이안의 말에 오두막집에서 나오며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그녀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피해!”

“끼약!”

“아악!”

콰광!

파사사삭!

라이안은 급히 경공을 펼쳐 그녀들의 허리를 안고는 뒤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산산조각 나며 날아오는 나무들로 하여금 일행들을 보호하려고 호신강기를 펼쳤다.

팟파밧팟팟!

날아오던 나무들은 라이안의 호신강기에 부딪치며 더욱 강하게 튕겨 나갔다.

그 일대를 감싸버린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을 무렵 라이안의 눈에 들어오는 자들이 있었으니…….

“아니, 저들은!”

라이안도 익히 알고 있는 옷차림이었다.

바로 두 마족과 함께 온 섀도우 기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그들은 이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더욱 강력해졌음은 물론 파괴본능만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눈을 비롯한 몸 어느 곳 하나 살기를 느낄 수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 어두운 기운… 그렇다면 자이라 영지에서 느꼈던 어두운 기운이 바로 이들이었단 말인가!”

천천히 먼지 사이로 걸어오는 그들의 입에서는 괴기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흐흐, 드디어…….”

“찾았다… 드디어 죽일 수 있게 되었구나…….”

우선은 친구들을 보호해야 했다.

“모두 물러서!”

라이안은 일행을 모두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런 뒤 적들로 하여금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도록 옆쪽으로 걸으며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듯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덮쳐드는 그들의 눈에서는 검은 광기가 휘날렸다.

라이안은 그들의 기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자신 있게 그들에게 달려들었고 공중에서 창을 한 바퀴 휘돌리다 가장 먼저 덤벼오는 자를 베어갔다.

그러나!

꽝!

“이, 이럴 수가! 이들이 소드마스터였단 말인가!”

그들의 검에는 어느새 검은 오러와도 같은 것들이 검의 절반씩 솟아올라 있었다.

라이안이 놀라워하고 있는 사이 그들의 협공이 계속되었다.

펑! 퍼벙!

퍼벙!

그들의 협공은 그야말로 절묘했다.

이전 세계의 강호인들이 절진을 펼친 듯 쉽사리 빠져 나오기 힘든 상황을 만든 것이다.

라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느 틈에 이들이 이토록 강해졌단 말인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라이안은 바람의 기운을 발끝에 모아 쏘아냈다.

“풍신퇴(風神腿)!”

강기가 포함된 바람이 가장 앞에 있던 몇몇을 뒤덮었으나 그들은 서로 뭉쳐 강기를 막아냈다.

퍼버버벙!

“젠장, 그것을 막다니!”

강기를 막은 자들이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그 뒤에 있던 자들이 어느새 양쪽에서 나타나 라이안을 덮쳤다.

“빌어먹을! 환환미종보!”

라이안의 신형이 여러 명으로 갈리며 흩어졌다.

절대 환보 환마의 환환미종보가 라이안의 절체정명의 순간을 막았다.

라이안이 꾸준히 이것을 수련했다면 백 명의 환영을 만들었으리라.

다섯 갈래로 퍼져나간 라이안의 신형을 각기 다섯이 따랐다.

하지만 진짜는 라이안의 오른쪽 사선으로 뻗어나간 단 하나!

다른 자들이 환상으로 만들어진 라이안의 신형을 가르고 있을 때, 그 진짜 라이안은 천근추로 발을 고정 시키며 창을 휘둘렀다.

“청룡일섬!”

푸하악!

“끼아아아악!”

어깨부터 허리선까지 베어진 자의 입에서 악귀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길, 더럽게 시끄럽네. 그런데 이놈들 장난이 아니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소름 돋는 울부짖음을 토했던 기사는 순식간에 연기를 내뿜으며 검은 해골로 화했다.

라이안은 성급히 이들을 상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최대한 멀리 도망쳐! 오래는 못 버텨!”

“하지만, 라이안!”

“우리끼리는 못 가네!”

“오빠! 우리도 도울게요!”

헤인드와 디로안, 그리고 에나까지 라이안에게 오며 도움을 주려고 했으나 라이안이 그들을 막았다.

“멍청한 짓 하…….”

퍼벙!

펑!

언제 다가왔는지 벌써 세 명이 동시에 라이안을 덮쳐왔다.

라이안의 금빛 오러와 정체불명의 검은 기운들이 부딪치며 주위로 뻗어나갔다.

“크윽! 이들은 마스터급 이상이란 말이야! 금방 뒤쫓아 갈 것이니 빨리 가!”

“하지만!”

헤인드가 공격당하고 있는 라이안을 돕기 위해 나서려 하자 디로안이 팔로 그를 막았다.

“헤인드! 분하지만 라이안조차 힘겨워 하는 자들을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그렇다고 또다시 라이안을 두고 간단 말인가!”

“맞아요, 디로안 오빠! 다시는 라이안 오빠 혼자만 두고 갈 수 없어요!”

에나까지 찢어지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이전에도 분명히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라이안은 죽을 뻔 했었다.

‘어찌 또다시 등을 돌린단 말인가!’

이것은 헤인드와 에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때의 절망감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디로안의 심정도 마찬가지였으나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 냉철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이번뿐이다! 이번뿐이란 말이다… 빌어먹을! 억울하지만… 크윽, 방해만 되는 상황에 어쩐단 말이냐!”

“잇!”

헤인드는 디로안의 팔을 뿌리치려 그의 팔을 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그러나 디로안의 처절한 목소리에 차마 떨려오는 팔을 치고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주춤거리는 그들에게 또다시 라이안의 힘겨운 음성이 들려왔다.

“이, 바보들아! 디로안의 말을 들어!”

퍼벙!

펑!

라이안은 공격당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을 빨리 피신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말했다.

“크윽, 너희가 이곳에 있으면 나 또한 여기서 빠져 나갈 수가 없잖아! 바보들아!”

“아……!”

“그렇구나!”

“그래, 라이안의 달리는 속도는 나는 새보다 빠르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피하자.”

이미 라이안의 초광속을 견식한 그들이었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안을 믿기로 한 것이다.

헤인드는 격렬히 싸우고 있는 라이안에게 크게 소리쳤다.

“우리가 가기로 했던 장소로 미리 가 있겠네! 알겠나?”

“빨리가! 청룡풍파!”

푸하아아!

휘리리릭!

라이안이 청룡창의 오초인 청룡풍파를 펼치자 엄청난 크기의 회오리가 그들을 휩쓸었다.

회오리의 바람과 강기 그리고 흙먼지까지 둘러싸인 그곳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뚫고 한명의 기사가 팔이 잘리고 허리도 반이나 갈린 채 헤인드 일행에게 달려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독한 놈!”

라이안은 급히 자신의 창에 강기를 씌워 날려 보냈다.

수아아앙!

퍼벅!

“끼아아아악!”

라이안의 창에 의해 가슴 전체가 뚫려버린 기사는 처음 죽었던 자와 동일하게 소름 돋는 비명을 지르며 검은 해골로 변해갔다.

뒤를 돌아본 라이안은 남은 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쳇! 힘든 싸움이 되겠군.”

그들의 몸은 검은 오로라로 보호되는 것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주위를 최대한 어지럽히고 친구들과 합류해야 한다.’

라이안은 전투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강식장갑을 착용하며 앞으로 치고 달렸다.

철컥 척!

파밧!

섀도우 기사들의 중앙으로 뛰어든 라이안은 퍼져 있는 그들이 자신에게 최대한 달려들도록 유도했다.

라이안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절벽 위에서는 두 명의 인영이 여유롭게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테르, 저거 신기하다.”

“그렇군.”

“후웅, 바테르는 너무 심심해.”

어린 소녀와도 같은 목소리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에게 투정을 부렸다.

“내가 이래서 바테르랑은 같이 안 다니려고 그랬어. 치…….”

“저자를 없애는 것이 우리 임무다. 노는 것은 나중에 해라, 팰렌.”

“푸우! 바테르 미워! 저딴 인간 죽이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아냐? 그러지 말고 우리 인간 세상 좀 구경하자, 응?”

투정부리는 펠랜에게 화를 낼만도 했지만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은 눈동자의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백하다 싶을 정도의 검푸른 피부…….

바로 두 마족이었다.

바테르는 자신의 옷을 붙잡고 흔드는 팰렌을 바라보았다.

“임무가 끝난 다음 놀아도 늦지 않다, 팰렌.”

“히잉, 지금 저기를 보면 알잖아. 저들만으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가 인간 따위의 명령을 받고 그 일을 해야 하냐고!”

팰렌이 말하는 인간 따위는 오리닌 황제를 뜻했다.

바테르는 섀도우 기사들의 뒤쪽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긴, 저자만 나서도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지.”

바테르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팰렌은 금방 표정이 밝아지며 소리쳤다.

“그렇지! 굳이 우리까지 나설 필요는 없겠지?”

“좋다. 네 뜻대로 하자.”

“아하하, 앞으로 팰렌은 바테르 안 미워할게!”

바테르는 조금 걱정이 됐지만 뒤쪽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캐드 단장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바테르는 그가 절대 실패할 확률이 없다고 생각하며 등을 돌렸다.

스팟!

그러고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두 마족이었다.

섀도우 기사들의 뒤쪽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사람은 바로 블랙섀도우 기사단의 단장이었던 캐드였다.

그는 갑자기 사라진 바테르와 팰렌의 움직임을 느꼈는지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앞에 보이는 라이안에게 시선을 옮겼다.

라이안은 점점 지쳐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의 두 명을 처리한 것 외에는 더 이상 그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으니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제길, 움직임이 아까보다 더 좋아지다니. 이들의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는 건가?”

그랬다.

섀도우 기사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라이안의 움직임을 따라오고 있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섀도우 기사들의 완벽한 합공에 라이안은 겨우 막아내기에 급했다.

하지만 그들이 전부 라이안에게 달려들어 합공하게 만든 것은 라이안의 의도였다.

‘이제 충분하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라이안은 그 순간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아래에 있는 그들에게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청룡창의 오의인 멸천뢰를 펼치려 했다.

“이것으로 끝이다! 멸천…….”

꽈과광!

“크헉!”

멸천뢰를 펼치려던 라이안은 섀도우 기사들의 뒤쪽에서 날아오는 검은 기운의 공격으로 인해 그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콰지지지직!

라이안이 몇 개의 나무에 부딪히자 나무들이 부서져나갔다. 그와 함께 그 주위에 있던 먼지까지 떠올랐으나, 그 먼지들은 갑자기 나타난 캐드 단장의 손짓으로 인해 모두 다른 곳으로 휘날려갔다.

쉬아아아아악!

“크윽, 제길… 뭐, 뭐야 도대체…….”

부서진 나무들 사이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라이안은 눈앞에 나타난 캐드 단장을 확인했다.

“하아, 역시 당신이었군. 하긴… 이들이 왔는데 당신이 안 올 리가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

“너를 죽이기 위해 마족에게 영혼까지 팔아넘겼다.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높낮이가 없는 캐드 단장의 목소리에 라이안이 답했다.

“이봐, 애초에 잘못한 사람들은 당신들이야. 먼저 공격한 사람은 당신들이라고!”

“우리는 기사로서 조국에 충성을 다했을 뿐이다.”

“후훗, 역시나 말이 안 통하는군. 자신의 신념은 답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거짓이란 말인가?”

“우린 죽어간 형제들의 복수를 해야 한다.”

“쳇! 엄청 강해진 것 같군, 당신… 한 번 싸워볼까?”

자세를 잡은 라이안이 창을 앞으로 내밀자 캐드 단장의 뒤에 있던 섀도우 기사들이 나서려했다. 하지만 캐드 단장을 손을 올려 그들을 저지했다.

“나서지 마라.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라이안은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으나 머리를 식히며 그 말을 삼켰다.

안 그래도 상대하기 힘든 자들이었다.

‘이자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따로 상대해야 내가 유리해진다.’

라이안이 느끼기에는 눈앞의 캐드 단장은 그 뒤에 있는 자들보다 한 단계 정도 강해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캐드 단장이 검을 뽑자 견디기 힘든 압력이 순식간에 라이안을 뒤덮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휘이이이잉!

수아아아아!

“크윽! 엄청난 기세다! 이정도로 강해졌단 말인가?”

라이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았다.

‘어찌 인간이 이토록 빠르게 강해진단 말인가!’

“받아라! 형제들의 원수!”

캐드 단장이 라이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치 검은 연기가 라이안에게 빨려드는 것 같았다.

촤아아아악!

급히 창을 들어 막은 라이안의 발이 뒤로 끌렸다. 이내 팔까지 부들부들 떨었다.

‘제, 젠장! 엄청난 힘이다. 빌어먹을… 내 몸만 다 나았더라도 저 정도는 단번에 무찌를 수 있었을 것을!’

하지만 안타까워한다고 해서 좋지 않은 몸이 다시 되돌아 올 리 만무했다.

‘하지만 발은 내가 더 빠르다. 우선 피하는 것이……!’

라이안은 급히 도망가서 친구들과 합류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이미 그보다 먼저 블랙섀도우 기사들이 라이안과 캐드 단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크흐! 쉽지 않군.’

라이안은 쓴 웃음을 삼키고 캐드 단장과 대결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안의 친구들은 라이안이 싸우기 좋게 최대한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루시 공주와 에나는 라이안의 마지막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헤인드와 디로안 또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크흑, 강해지리라… 누구보다 강해지리라…….”

디로안의 거친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헤인드도 이를 갈았다.

빠드드득!

“그래! 강해지자, 디로안. 죽을힘을 다해 강해지는 거야… 죽을힘을 다해…….”

콰과과광!

도망치는 그들의 발에도 대지의 파동이 느껴질 만큼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루시 공주가 몸을 멈춰버렸다.

“라, 라이안!”

디로안은 그런 루시 공주를 보고는 되돌아와 그녀를 말렸다.

“안 돼요, 루시! 우린 지금 도망가야 해요!”

“어떻게… 어떻게 라이안만 두고 간단 말이에요! 당신들이 그러고도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루시 공주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는 있었으나 라이안을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결국 디로안의 가슴을 찢는 말을 해버렸다.

“루시도 봐서 알잖아요!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루시 공주는 ‘하지만’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라이안이 싸우는 방향만 바라봤다.

그런 그녀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디로안이 루시 공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루시…….”

퍽!

“디, 디로안 오빠!”

“이보게, 디로안!”

디로안이 루시 공주의 목을 쳐 기절을 시켜버린 것이다.

그것을 본 일행들은 화들짝 놀랐다.

디로안은 울부짖으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싸우고 싶지만! 크흐흐흑…….”

그때 또 한 번 대지가 떨렸다.

콰과과과광!

헤인드가 멀리서 뿜어져 올라오는 먼지를 보고는 디로안에게 소리쳤다.

“어서 루시를 업어!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해!”

헤인드의 말에 디로안이 아무 말 없이 루시 공주를 안아 들었다.

그들은 또다시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 * *

한편 이즈리스 남작의 거처에 생각보다 오래 있게 되었던 갈천혁과 혁마소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즈리스 남작에게 이별을 고하고는 떠나기로 마음먹고 저택을 나섰다.

“이렇게 가시니 너무 아쉽습니다…….”

“허허허, 우리의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들를 터이니 기다리고 있거라…….”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신다 하여도 꼭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갈천혁은 이즈리스 남작의 말에서 깊은 정을 느꼈다.

“멀리 나오지 않아도 되니 그만 들어가거라. 어서…….”

“가시는 것까지만 보고 가겠습니다.”

“허허… 거, 사람하고는…….”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혁마소가 지겨운 듯 소리쳤다.

“아, 그만하고 가자, 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갈천혁은 그런 혁마소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이즈리스 남작에게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며 돌아섰다.

이즈리스 남작은 그동안의 고마움에 갈천혁이 떠나가는 것을 보며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때!

갈천혁과 혁마소가 급히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들의 눈에서는 금광과 혈광이 번뜩였다.

“느꼈느냐!”

“느꼈다!”

무엇을 느꼈단 말인가.

“분명하다… 분명해! 크하하하!”

“허허허허허! 정운이다! 정운의 기운이야!”

“그렇지! 정운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지!”

“얼른 가세나! 거리가 먼 것 같으니 언제 기운이 사라질 지 알 수 없다.”

“좋다! 가자!”

대화를 마친 그들은 각각 몸에 오러를 생성시키고는 하늘을 부유하듯 날아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던 이즈리스 남작과 그곳의 기사들은 신과도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이즈리스 남작은 목덜미가 싸늘해져 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지, 진정… 진정 저 분들이 인간이란 말인가…….”

이즈리스 남작의 중얼거림을 들은 기사들은 혹 갈천혁과 혁마소가 드래곤은 아니었나 의심했다.

“크하하하하.”

“크허허허허.”

갈천혁과 혁마소는 어느 정도 날아오르더니 빛과도 같은 속도로 사라져 갔다.

큰 웃음소리만을 남긴 채…….

<5권에 계속>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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