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미끼
한편 에드코르 제국 진영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는 마법사단으로 인해 어수선했다.
“저것이 어찌된 일이오?”
“대 에드코르 제국의 마법사단이 맥을 못 추고 돌아오다니!”
귀족들이 모두 어이없어 하고 있을 때 마법사단장이 하이븐 후작에게 급히 달려오며 말했다.
“적들에게 엄청난 정령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상급 정령입니다! 도저히 마법으로 그것을 뚫기가 어렵습니다. 어찌해야 하는지요? 명을 내려주십시오.”
하이븐 후작도 마스터급에 오른 검사인지라 상당히 먼 곳까지 볼 수 있었다. 그도 너무 먼 거리라서 자세히는 못 보았지만 노크리 성에 물의 막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도 보았다. 우선 너희가 상당히 지친것 같으니 쉬면서 서둘러 마나를 보충하라.”
“알겠습니다. 충!”
팔을 어깨 위까지 올리며 고개를 숙인 마법사단장이 서둘러 돌아갔다.
“상급 정령사라… 어찌 하는 일마다 족족 막힌단 말인가, 어찌!”
하이븐 후작은 진정 하늘이 에드코르 제국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 제국의 마법사단이라면 아무리 견고한 노크리 성이라도 쉽게 무너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법사단이라면 공성무기로서 최고였다. 그런데 일이 계속해서 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죽은 줄 알았던 스피어 마스터부터 해서, 떨어진 사기를 보충하기 위해 노크리 성의 공략을 하루 늦추었을 때 받은 그랜드 마스터급의 습격. 그리고 이번에는 상급 정령사까지 있었으니.
“진정 하늘은 히매인의 편이란 말인가…….”
엘던 백작이 급히 하이븐 후작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총사령관님, 어찌해야 하는지요?”
“흠…….”
엘던 백작의 물음에도 노크리 성만을 바라보는 하이븐 후작이었다. 엘던 백작도 노크리 성을 바라보며 하이븐 후작에게 말했다.
“저들에게 상급 정령사가 있다고는 하나 우리 마법사단이 지쳤듯이 그 역시 탈진해 있을 것입니다. 저들의 군사는 오합지졸로 10만도 채 되지가 않습니다. 사다리를 이용해 정공법을 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해전술을 펼치자는 말인가?”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하이븐 후작도 엘던 백작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그러한 생각으로 공격을 생각하고 있을 때 노크리 성에서도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운기를 마친 라이안이 이전보다 더욱 팔팔해진 모습으로 와이파른 백작의 앞에 나타났다.
“아니, 더 쉬지 않고 오는 것이냐?”
“헤헤, 이미 다 쉬었어요. 이제 또 한바탕 해야지요.”
“허허허, 체력보충 속도가 엄청나구나. 엄청나.”
“제가 원래 한 튼튼하거든요. 헤헤.”
“허허허!”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라이안이 팔팔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천군만마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듯 느껴지는 와이파른 백작이었다. 와이파른 백작이 그렇게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라이안이 웃으며 말했다.
“총사령관님, 총사령관님께 하나의 청이 있습니다.”
주위에 다른 병사들과 기사들이 있기에 말을 높이는 라이안이었다.
“청이라? 너의 청이라면 내가 못 들어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어려워 말고 말해 보거라.”
“제가 밖으로 나갈 것이니 성문을 열어주십시오. 제가 적들을 유인하여 끌어들이겠습니다.”
“뭐라?”
라이안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다가오던 팔튼이 놀라며 소리쳤다.
“헉! 라이안, 자네 미쳤는가?”
“어라? 야 너 저리 가. 이젠 친구를 미친놈 취급을 하네?”
팔튼이 놀라며 소리치자 라이안이 팔튼을 떠밀며 보내려고 했다.
“아, 아니 이보게? 자…잠시만 있어보게나 그만 밀고.”
“아, 글쎄 넌 저리 가라니까.”
그런 라이안을 보던 와이파른 백작이 황당해 하며 물어왔다.
“적들을 어떻게 유인하겠다는 것이냐?”
“적들이 오지는 않고 깨작거리니 전부 몰고 와야지요.”
“너 혼자서 말이냐? 그건 안 된다. 아무리 네가 마스터급에 이른다고는 하나 그건 너무 무모한 일이 아니냐?”
와이파른 백작의 말에 라이안이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글쎄요. 무모한지 아닌지는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지금까지 절 믿어주신 만큼 이번에도 절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전 제 목숨을 그리 소홀히 대하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충분히 자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성문을 열도록 해주십시오.”
“허허,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지.”
팔튼이 이 일을 허락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와이파른 백작을 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총사령관님! 이것은 기름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그리고, 으윽!”
더 말을 하려던 팔튼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신음소리를 내며 굳어버렸다.
“아, 정말 팔튼 너 왜 이렇게 시끄러워진 거야?”
라이안이 팔튼의 혈도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버렸던 것이다. 아혈까지 눌러 말을 못하게 만들었으니 그 모습이 상당히 웃겨 보였다.
와이파른 백작도 갑자기 동상이 되어버린 아들을 보며 당황하고 있을 때 라이안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면 움직이게 될 거에요.”
“어떻게 한 것이냐?”
“후훗, 사람의 몸에는 혈이라는 경락이 있지요. 어떠한 힘을 이용해 그곳에 충격을 주면 몸을 못 움직이게 할 수도 있고 말도 못하게 만들 수 있으며 한없이 웃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심하게는… 죽일 수도 있지요.”
“흠, 가끔 팔튼이 시끄럽기는 하지. 언제 시간 나면 나에게도 가르쳐 주겠느냐?”
“하하, 그렇게 하지요. 대신 지금은 저를 믿고 밖에 내보내 주세요.”
라이안의 그 말에 또 다시 고민모드로 돌아가는 와이파른 백작이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너만을 믿어왔는데 이제 더 이상 무엇을 의심하겠느냐. 위험한 순간에는 돌아온다는 약조만 해준다면 내 그것을 허락하겠다.”
“하하, 약속할게요. 위험할 때는 반드시 돌아올게요.”
그런 그들의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만 연신 돌리는 팔튼이었다. 눈으로만 ‘안 돼!’라고 소리치며.
* * *
노크리 성의 문이 열리며 거대한 물체가 밖으로 나가고 있었으니, 바로 포크레인이었다. 그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라이안이었고, 그는 회심의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에드코르 제국 진영에서도 노크리 성의 문이 열리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정공법을 펼치려고 하던 엘던 백작이 하이븐 후작에게 말했다.
“아니! 노크리 성의 성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들이 혹 항복을 해오는 것이 아닌지요?”
“그리 쉽게 항복할 리는 없을 것이오.”
“으음? 총사령관님! 저것을 보십시오. 무엇인가가 성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저것이 무엇인가?”
쿠구구구구구.
두두두두두두.
포크레인이 나오자 바로 성문이 닫혔다. 그리고 포크레인은 에드코르 제국의 진영으로 다가갔다.
마스터급인 하이븐 후작과 혁마소와 갈천혁의 습격에도 나서지 않던 블랙섀도우 기사단의 단장인 케드 단장이 검은색의 말을 타고 하이븐 후작에게 다가갔다.
“후작, 우리가 나가겠소.”
케드 단장의 말에 엘던 백작이 나서며 소리쳤다.
“이것 보시오! 케드 단장! 지금 바로 정공법으로 노크리 성을 함락하려던 중이오. 절대 그럴 수는 없소!”
엘던 백작의 말을 들었음에도 하이븐 후작만을 바라보는 케드 단장이었다.
“흠… 뜻대로 하시오.”
“아, 아니! 총사령관님! 하지만…….”
엘던 백작이 뭔가 따지고 들려고 했지만 하이븐 후작의 말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저곳에 스피어 마스터가 나왔소.”
“헉! 저 이상한 물체에 스피어 마스터가 있단 말입니까?”
“저자가 이상한 물체까지 가지고 나오면서 저렇게 혼자 나왔다면 무엇인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오. 이 또한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하니 저들에게 맡겨봅시다.”
“흠…….”
엘던 백작은 하이븐 후작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달려 나가는 블랙섀도우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두두.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약 30여 명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포크레인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케드 단장이 나서며 소리쳤다.
“나는 블랙섀도우 기사단의 단장인 케드라 한다!”
“블랙섀도우라… 그들이군.”
라이안도 예전 자신이 죽을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나의 형제들을 죽인 너를 처단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정정당당히 승부를 가리자!”
케드 단장의 말에 라이안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음, 그건 싫은데?”
“그것이 마스터급에 이른 자에게서 나올 소리냐! 히매인의 스피어 마스터는 겁쟁이였나 보구나!”
케드 단장의 목소리가 노크리 성까지 들린다면 이것은 히매인 왕국의 병사들로서 상당히 사기가 떨어질 법한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라이안은 달랐다.
“그래도 싫은데?”
“이, 이 자부심이라고는 눈 꼼 만큼도 없는 자 같으니!”
“쳇, 병신.”
“뭐! 뭐라!”
케드 단장은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블랙섀도우 기사단을 전멸시킨 자라면 어느 정도 기개가 있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저토록 가벼운 말을 쓰며 욕을 하는 것에 분노하는 케드 단장이었다.
“단장님! 더 이상 볼 것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자의 목을 베어 형제들에게 바쳐야 합니다!”
다른 단원들의 말에 케드 단장이 명을 내렸다.
“저토록 치졸한 자였다니! 자존심만은 지켜주려고 했거늘, 공격하라!”
블랙섀도우 기사단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으며 포크레인을 공격해 나갔다.
“와!”
“와!”
“죽여라!”
그러자 비웃으며 한마디 하는 라이안이었다.
“와! 너희나 죽어라!”
그리고는 곧바로 손을 놀려 포크레인을 조종했다.
가장 처음 줄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기사들을 향해 회전하며 삽을 휘두르자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5명의 기사들이 말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철퍼덕.
쿠궁! 쿠궁!
“크악!”
“크윽!”
다른 방향으로 기사들이 파고들자 뒤로 이동하며 또다시 포크레인의 삽으로 휘두르며 견제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는 포크레인의 삽에 기사들은 라이안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크윽! 어디서 저딴 것이!”
퍼벅!
“크악!”
또 한명의 기사가 포크레인의 삽에 맞아 쓰러졌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이 포크레인의 삽이 날아오면 그 삽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바빴다.
깡! 까강!
하지만 아무리 검기를 일으켜 삽을 쳐 보아도 포크레인의 삽에는 약간의 생채기만 났으니 기사들도 어떻게 할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중간 중간 케드 단장이 오러를 일으키며 포크레인의 삽을 공격하자 그것에도 살짝 파이는 부분이 늘어갔지만 그것도 거기까지였다.
순간 한 기사가 포크레인의 회전이 멈추는 찰나를 이용해 포크레인의 삽 부분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것을 본 기사들 중 2명도 그와 같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라이안이 잠깐 놀라는 듯하다가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어쭈? 이것들이! 으흐흐 그럼 놀이기구 한번 태워줘 볼까?”
라이안은 자신의 좌석을 지지대에 고정시켜 포크레인과 같이 회전하지 않게 조치했다. 역시 챠둠이 만든 포크레인은 일반 포크레인과 그 구조를 달리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위이이이잉.
갑자기 포크레인이 연속회전을 시작했고, 그 엄청난 회전에 주위에 있던 기사들도 접근할 수 없었다.
서서히 점점 속도를 붙여가는 회전 때문에 포크레인의 삽 부분에 달라붙어 있던 기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위이이이잉.
“크윽! 더 이상!…….”
“컥!”
“으윽!”
엄청난 회전속도에 그들이 달라붙어 있는 것에도 한계가 왔다. 결국 그들 중 한명의 기사가 먼 곳으로 날아갔다.
“으아악!”
원심력에 의해 날아가는 속도 또한 빨랐다. 그 방향은 노크리 성 쪽이었다.
쉬이이익.
퍼벅!
날아온 기사가 노크리 성의 벽에 부딪치는 모습에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조차 몸을 움찔거릴 정도였다.
“으윽, 무척 아프겠군.”
“저것을 보고 아플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저걸 보게. 성벽에 피가 터져 나와 묻어 있지 않은가? 저건 바로 즉사라네. 즉사.”
병사들이 말하고 있는 사이 잠시 성벽에 붙어 있던 병사가 서서히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졌음에도 잔 떨림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분명한 즉사였다.
“으아악!”
순차적으로 포크레인에 붙어있던 2명의 기사들 또한 먼 곳으로 날아갔다. 이쯤에서 떨어질 것을 예상한 라이안이 포크레인의 삽을 들어 올려 회전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날아간 기사는 상당히 먼 허허벌판에 떨어졌다.
먼 곳에서 떨어진지라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먼지만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떨어져 나간 기사는 상당히 운이 좋았다. 에드코르 제국의 진영으로 떨어져 병사들이 조금 다치기는 했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이이이이이.
회전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자 블랙섀도우 기사단 전원이 피가 흐를 정도로 이를 악물고 포크레인에 덤벼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 순간 케드 단장이 크게 분노하여 최대한의 마나를 끌어올리며 칼을 휘둘렀다. 덕분에 포크레인의 삽에 있는 5개의 날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라이안도 그것에는 놀라며 서둘러 후진을 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위험한데?’
케드 단장과 블랙섀도우 기사들이 금세 따라 붙었으나 뒤로 빠지면서 또 시작되는 회전에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포크레인은 계속해서 회전하며 노크리 성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팔튼은 라이안이 돌아오려고 하는 것을 알고 병사들로 하여금 화살을 겨누게 했다.
“모든 병사들은 활시위를 당겨라! 에드코르의 기사들이 다가오면 그들에게 화살을 날린다! 라이안을 엄호하라!”
점점 노크리 성에 다가오자 성벽에 있던 병사들이 팔튼의 명령에 화살을 날렸고, 더 이상 포크레인에 공격을 가할 수 없게 된 기사들은 울분을 참으며 돌아갔다.
케드 단장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분해 미칠 지경이었다. 단원들의 복수를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멀쩡히 있던 단원들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크윽! 비, 빌어먹을!”
멀쩡히 되돌아 갈 수 있었던 기사는 고작 15명이었다. 4명이 큰 중상을 당했고 나머지는 뇌진탕을 일으켰는지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 다른 시신들은 모두 수거할 수 있었으나 노크리 성의 벽에 부딪힌 기사의 시신은 수거할 수 없었다.
하이븐 후작은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며 역시나 위험한 물체라고 생각했다. 저토록 강한 기사들도 저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일반 병사들이었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컸겠는가,
케드 단장과 그의 블랙섀도우 기사단이 돌아왔지만 하이븐 후작은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참담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엘던 백작이 하이븐 후작에게 물었다.
“이제는 공격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엘던 백작, 점점 하나씩 늘어가는 이 변수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하이븐 후작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라이안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난 아무래도 철저한 준비를 한 이후에 공격을 해야 할 것 같소.”
“어찌하려고 하시는지요?”
“내일, 내일이면 타이탄이 도착하니 기사들과 타이탄의 계약을 마친 후 공성전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오.”
“…흠, 총사령관님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내일로 미뤄야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그렇게 에드코르 제국 병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져만 갔다.
한편, 노크리 성으로 돌아온 라이안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쳇! 내가 별로 그럴 듯한 미끼가 되지 못한 것 같네.”
팔튼과 헤인드 일행이 서둘러 내려와 라이안을 맞이했다.
“자네 무사한가?”
“라이안 오빠, 어디 다치지 않았어요?”
“이 친구야, 위험했지 않은가?”
“하하,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모두들.”
라이안은 항상 자신이 이들에게 걱정만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를 이어 와이파른 백작도 성벽에서 내려와 라이안에게 다가왔다.
“무사했구나.”
“죄송해서 어쩌죠? 전 저들이 저라는 미끼를 물고 모두 몰려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었나 봐요.”
“아니란다. 충분히 잘해 주었다. 저들의 동태를 살펴보니 오늘 하루도 어떻게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