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권 6화
381. 여기까지 왔는데 (3).
“제가 무슨 고민을 할 줄 아시 고……“그 윌르크 죽은 것 때문에 골치 아플 것 아니야.”
정확히 봤다.
문제는 그 골치 아픈 일을 만들 어낸 자가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긴 한데…… 그걸 왜 요한 자작님께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거 그냥 내가 했다고 해.”
“……예?”
“모험가 길드에 말해. 내가 윌르 크 죽였다고.”
"아니 하지만 그렇게 되면……모험가 길드가 요한에게 페널티 를 입히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가 알기로 지금 바그너 영지에 는 모험가 길드 지부가 있었다.
그뿐인가?
요한의 밑에는 동 등급 이하의 모험가들이 다수 포진되어 일하고 있었다.
어쩌면 길드에서 그들 전원을 빼려 할지도 몰랐다.
“그리되면 바그너 가문에도 누가 되지 않겠습니까?”
"누 안되니까 괜찮아.”
"지금 자작님께서는 모험가 길드 와 척을 지시겠다…… 뭐 그런 말 씀이 십니까?”
헤르만이 조심스럽게 묻자 요한 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딱히 모험가 길드와 싸울 일은 없을 거 야. 왜냐하면.”
그는 목에 걸려 있는 모험가의 표식을 보여주었다.
"나도 모험가거든. 모험가들끼리 서로 시비가 붙어서 싸웠다는 것으 로 치자고.”
“허……물론 모험가들끼리 서로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목숨까지 대 놓고 빼앗는 경우는 드물다.
이럴 때 페널티가 어떤 것인지 헤르만은 알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모험가의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그걸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해?”
딱히 모험가 신분에 이제는 연연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나라에 갈 때 조금 편하다 는 것.
그리고 모험가 길드의 의뢰를 받 을 수 있다는 것.
현재 요한이 모험가의 신분을 유 지하며 얻을 메리트는 그 정도뿐이 었다.
"그렇지는 않지만……“뒷일은 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길드에 말해. 정 뭐하면 내가 길드 본부로 간다고 하고.”
“……그렇다면야.”
“그리고.”
요한은 탁자를 잡았다.
돌로 만들어진 탁자를 천천히 뜯 어낸 그는 헤르만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으르렁거렸다.
“이번 일로 헬링스 자작에게 피 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네. 그자 는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누가요?”
“헬링스 자작.”
“어……그런 정보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정보가 있었다면 헬 링스 자작은 건드릴 생각도 안 했 을 것이다.
헤르만이 알기로 헬링스 자작은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니다.
물론 요리를 좀 하긴 하지만 그 저 그것 뿐이다.
그런 그가 요한과 친구라니.
"나이 차이가 꽤 나는 것으로 압 니다만……“친구가 되는데 나이가 무슨 상 관이야. 서로 마음이 맞고 뜻이 맞 으면 친구가 되는 거지. 안 그렇습 니까? 레이몬?”
"난 네 친구가 아니다.”
레이몬이 딱 잘라 부정하자 요한 은 히죽 웃었다.
"아무튼 여기 있는 백왕도 헬링 스 자작과 친구야.”
“……예!?”
놀람이 이어진다.
당황한 그를 향해 웃은 요한은 미나도 당겼다.
“얘도 헬링스 자작을 존경하고 있지.”
“……성녀님께서도요!?”
"그리고 레이몬도 그를 마음에들어 하셨지.”
"그럼 에밀리 부단장님께서는••…?”
“나중에 로드만 왕국으로 초청할 까 생각 중이다.”
아니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성격 더러운 광왕 요한을 반하게 하고 마찬가지로 성격 지저분한 백 왕 플로란스의 친구다.
거기에 상아탑의 로드인 암왕 레 이몬도 마음에 들어 하는 데다가 성녀마저도 따른다.
거기에 로드만 왕국의 로디악 기 사단 부단장이 초청을 생각할 정도 의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헬링스 자작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 어 버렸다.
“뭐 이런 참된 호걸이…… 아니 헬링스 자작님이 어떤 분이시길 래……헤르만의 중얼거림을 들은 레이 몬은 한숨을 쉬었다.
‘요리를 정말 잘하지.’
* * *트링키 영지에서 며칠 더 머무르 고 싶었다.
솔직히 장어요리가 너무 맛있었 다.
아침에 나온 장어 수프를 떠올리 며 플로란스는 입맛을 다셨다.
“돌아올 때 들르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그러니까.”
"장어 계란말이가 끝내줬지.”
그 푹신함과 진한 맛.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린다.
레이몬이 그 맛을 떠올리며 입맛 을 다시자 에밀리는 빠르게 동의했 다.
"정말 로드만 왕국에 초빙해서 요리를 부탁해야겠습니다. 이 정도 면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 지금까 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신 기합니다.”
그들이 한마디씩 하자 요한은 턱 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마차의 창문을 통해 미나가 고개 를 빼꼼히 내밀고 물었다.
그녀를 향해 요한은 기대감에 가 득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헬링스 자작은 미식클럽에 가입 되어 있다고 했잖아.”
“그랬죠?”
"그리고 미식클럽에는 헬링스 자 작 수준의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 들이 모였고.”
그럼 그들은 어떤 요리를 할까?
그리고 얼마나 맛있을까?
헬링스 자작의 요리를 떠올린 이 들이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요한. 미식클럽에 가입할 것이 라고 했지? 넌 무슨 요리를 할 줄아냐?”
“제가 또 고기 요리는 기가막히 게 하죠.”
"네가 구운 고기들이 그렇게 끝 내준다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 데.”
“에이. 당연히 재료도 시간도 장 비도 없어서 그런거고. 제가 작정 하고 만들면 진짜 잘 만듭니다.”
작정하고 안 만들어서 그렇지.
요한이 으스대자 레이몬은 어이 없어했다.
"그런 게 가능하면 나도 좀 해줘 봐라.”
“예예. 일 다 끝나면요. 아 이제 숲이다.”
슬슬 갈라질 때가 되었다.
요한은 미나를 힐끔 보며 말했 다.
"그럼 우리는 이쪽으로 가야 하 니까 나중에 또 보자고.”
“아…… 예.”
요한 일행은 플로란스가 쓰는 숲 의 길을 통해 갈 예정이다.
그러면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이 있는 곳까지는 요한 일행이 먼저 도착하게 된다.
“저희도 숲의 길을 쓸 수는 없는 겁니까?”
"쓸 수는 있지만 숲에서 마차를 타기는 힘들 거야.”
벌써 노루로 변한 플로란스는 고 개를 저었다.
조금 무리한다면 미나까지는 태 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성기사들은 힘들고 마차는 턱도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들이 숲의 길 을 쓴다면 길을 잃고 헤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어딘지도 모를 숲에서 조난을 당할 거다.”
플로란스는 따라오고 싶어 하는 성기사들과 미나에게 으름장을 놓 았다.
그런 그들을 보던 레이몬은 지팡 이를 까딱거렸다.
"정 뭐하면 성녀님만 함께 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건 안 됩니다.”
미나를 호위하는 성기사들은 결 사반대를 선언했다.
당연한 일이다.
바론 교단의 성녀를 성기사들이 호위하지 않으면 누가 호위한단 말 인가.
“하지만 저번에는 모험가분들께 서 호위해주셨잖아요.”
미나가 웃으며 말하자 성기사들 은 입을 다물었다.
그거야 교단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은 가.
“요한 자작님께서 함께 하시는 데다가 에밀리 부단장님도 계시는 데……미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살짝 달 라붙었다.
"자리도 좀 억지로 타면 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야. 좁아.”
요한이 대놓고 불편하다고 하자 플로란스는 피식 웃었다.
"요금만 낸다면 가능하지.”
“너 진짜 부업으로 그거 하려고 그러는 거냐?”
그냥 농담으로 말하는 줄 알았는 데.
요한이 황당해하자 플로란스는 당당하게 답했다.
“바론 교단과는 친해져서 나쁠 것 없지. 그리고 헤이로나와 프란 츠가 결혼할 때 성녀가 참가해준다 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스승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전부 해주고 싶었다.
플로란스는 당당했고 요한은 인 상을 구겼다.
"바그너 후작가 후계자의 결혼식 인데 바론 교단에서 안 오겠냐?”
"헤이로나의 손님으로 부를 거 다. 그리고 재를 데리고 가고 말고 는 내가 정할 것 아닌가?”
태워주는 사람은 플로란스지 요 한이 아니다.
그녀는 뚱하니 말한 후 고개를 돌려 미나에게 말했다.
"프란츠와 헤이로나의 결혼 때 네가 헤이로나 측의 손님으로 와준 다면 너 하나 정도는 데리고 갈 수 있다.”
미나는 황급히 요한의 눈치를 살 폈다.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요한이 그것을 막지는 않았 다.
"그,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미나가 다가오 자 에밀리는 그녀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어휴. 성녀님. 살 좀 찌셔야겠어 요.”
"노력하고 있는데요…… 저는 아 무리 먹어도 잘 안 찌는 체질이라 서요.”
미나의 말을 들은 에밀리는 그녀 를 집어 던질까 한순간 고민했다.
그것을 눈치첸 레이몬은 에밀리 의 어깨를 잡았다.
“홍분하지 말게나.”
* * *드루이드의 길을 이용해서 간다 고 하더라도 단번에 갈 수 있는 것 은 아니다.
밤이 되자 플로란스는 하이벌 숲 의 한가운데에서 발을 멈췄다.
“어휴. 힘들다.”
네 명이나 태우고 달렸더니 몸이 뻐근하다.
피로해 하던 그녀가 자리에 앉아 쉬자 에밀리는 숲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여기서 쉬었다가 가야겠 군요. 마른 나무를 주워가지고 오 겠습니다.”
"그럼 나는 식사 준비를 하지.”
"오늘도 고기다!”
철저한 업무분담이 이뤄지고 있 었다.
에밀리는 장작을 구해온다.
레이몬은 불을 피운다.
그리고 요한은 식사를 준비한다.
미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말했다.
"요리는 제가 할까요?”
"됐고 재 다리나 주물러줘. 노루 로 변해서 달리는 것도 꽤 힘든 일 일 테니까.”
그의 말을 듣고 미나는 플로란스 에게 다가갔다.
스스로 팔을 주무르던 플로란스 는 미나가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에 게 팔을 내밀었다.
“살다 살다 바론교의 성녀에게 안마를 받을 줄은 몰랐군.”
“뭐 어떠냐?”
씩 웃은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서 철판을 꺼냈다.
숙성시킨 고기를 꺼내 양념을 하 고 구울 준비를 하려는 찰나.
장작을 구해 온 에밀리는 황당해 하며 말했다.
“이것 봐봐!”
"뭔데 그렇게 흥분했냐?”
그녀는 떡하니 나뭇가지를 내밀 었다.
그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본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크어어어어……요정 하나가 나뭇가지에 묶인 채 코까지 골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던 요한은 에밀리 의 손에 들려 있는 나뭇가지를 크 게 흔들었다.
“우와아아아앗!!”
큰 비명을 내지르던 요정이 번쩍 눈을 떴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변을 둘러 보던 그녀는 당황하다 외쳤다.
"왜 내가 잡혀 있는 거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파헬벨. 넌 또 왜 여기 있는 거냐?”
“어라? 요한?”
나뭇가지에 묶여 있던 파헬벨은히죽 웃었다.
전에 만난 이후로 엘마나 빌헬미 나와도 꽤 친해진 요정이다.
"넌 왜 여기 있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아!! 맞다!! 지금 이럴 때가 아 니지니 요한! 나부터 풀어줘!!”
"뭔데?”
“큰일났어!!”
“그러니까 뭐냐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요한이 심드 렁하게 묻자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 다.
"여왕님이 잡히셨어!!”
“티타니아? 그 여자가 왜 잡혀? 아니 여왕이 왜 요정의 숲에서 기 어 나와 있어?”
여기가 요정의 숲은 아니지 않은 가.
황당해하는 요한에게 파헬벨은 무척이나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여왕님께서 갑자기 잠든 자를 깨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숲에 서 나가셨어. 그리고……“그리고 잡혔다?”
파헬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아니 개는 왜 또 기어 나와 서…… 하. 진짜.”
"요한!! 여왕님은 네 반려잖아!!! 여왕님을 구해줘! 응!?”
파헬벨의 외침을 들은 에밀리는 움찔했고 요한은 이를 갈며 그녀를 꽉 쥐었다.
“누가 반려냐. 응?”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