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권 22화
347. 싸움의 대가 (2).
요한이 이곳까지 오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는 다들 알 거다.
또한 아까 올드원들을 상대할 때 그가 특별한 힘을 써서 올드원들을 잡았다.
만약 그냥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 을까?
“혼자셨다면 돌파도 가능하셨겠 죠.”
덜컹거리는 썰매에 누워 있던 요 한은 육포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킬하이츠는 그를 내려다보며 히 죽 웃었다.
“물론 광왕께서 강하시다는 것쯤 은 압니다. 그래도 가끔은 타인에 게 기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 다.”
“나라고 해서 기대지 않는 건 아 냐.”
“그럼……?”
레미니는 깜짝 놀랐다.
오랜 노예생활을 하며 꽤나 눈치 가 좋았던 그녀였기에 알 수 있었 다.
요한은 남을 절대 쉽게 믿지 않 는다는 것을.
“무너질 게 뻔한 자리에 기댈 이 유는 없지.”
“하하……“나도 내 가족들이나 부하에게는 기대.”
“그렇습니까? 조금 아쉽군요.”
“왜. 너 내 부하 되고 싶냐?”
요한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킬하 이츠는 고개를 저었다.
“사양입니다. 저도 이제 금 등급모험가인데 누구 밑에 들어가긴 좀 그렇죠.”
“그래?”
“예. 아. 그리고 저기 몬스터들이 나타났군요.”
킬하이츠가 창을 들고 움직였다.
그가 나서서 싸우는 사이 레미니 는 요한을 빤히 바라보았다.
“뭘 봐?”
“저……“참고로 말하자면 난 노예 키울생각 없다.”
“저,일은 잘합니다.”
레미니가 항변하듯 말하자 요한 은 감탄했다.
“오. 그래? 농사지을 줄 아냐?”
“……아니요.”
“그럼 숲을 관리할 수 있어?”
“그,그건 좀……“요리는?”
“기본적인 것은……“힘 좀 있냐? 적어도 유저 정도 는 되어야 공사판에서 일 시키겠는 데.”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요한이 요구하는 것은 전부 그녀 가 하던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그런 것 말고……“그럼 뭐?”
“춤과 노래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거 자신 있는 놈들 내 밑에 많아. 그리고 남 춤추는 것에는 관 심 없다.”
노예들에게 춤과 노래를 시키는 것은 남부 쪽의 특징이다.
북부에서는 그런 것은 재주꾼이 나 악단,기예단을 부른다.
요한이 심드렁하게 답하자 엘프 노예는 좌절했다.
“그,그런가요.”
“일단 노동자로서 구를 생각이라 면 데려가 주지. 관심 있는 애들 있는지도 알아봐봐. 킬하이츠는 저 후계자만 관심 있는 것 같으니까.”
노예의 낙인이 찍힌 자들 중에는 노예생활을 거절할 자들도 있을 것 이다.
킬하이츠는 모험가 길드 쪽의 일 처리를 끝내면 노예든 뭐든 전부 풀어줄 생각이다.
그 이후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 다.
다시 잡혀서 노예가 되든.
아니면 탈주해서 다른 삶을 살 든.
“만약…… 노예로 살고 싶다고 한다면요……?”
“자기 삶 자기가 살겠다는데 누 가 말리냐?”
“자작님의 노예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요?”
그녀가 조심스레 말하자 요한은 씩 웃었다.
“노동자는 얼마든지 필요하니까 환영이다. 할 일이 많아. 특히 드워프는 더 환영이고.”
“에,엘프는요? 엘프는 어떤가 요?”
“숲을 다루거나 농작물을 키울 정도의 실력이 없으면 필요 없다.”
요한은 딱 잘라 거절한 후 눈을 감았다.
* * *“후우…… 드디어!!”
하루를 꼬박 이동해 도시에 도착 했다.
남부에 위치한 켈트론이라는 도 시였다.
그곳에 들어서자 생존자들 중 몇 몇은 겁에 질렸다.
“요한 자작님.”
“어?”
하루를 얌전히 누워 있었기 때문 일까?
몸이 대충 회복된 요한은 느긋하 게 답했다.
그에게 다가간 킬하이츠는 조심 스럽게 말했다.
“모험가 길드에 보고를 한 후에 저들의 처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 고 싶습니다.”
“어쩌게? 모험가 길드에서는 노 예를 받지 않잖아.”
임무 완료 보고로는 요한이 챙겨 온 용인의 창과 살려 온 토르가든 가문의 후계자 정도면 될 거다.
킬하이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현 상황에 대한 보고를 위해 말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다 행히 토르가든 가문의 후계자는 구 했으니 보상도 그들에게 받을 수 있구요.”
문제는 노예들이다.
저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난감 했다.
“저는 모험가라서 노예들을 돌볼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넘긴다고?”
“어젯밤에 노예들 중 대표가 찾 아왔습니다. 자유민이 되고 싶다는 자가 절반이고…… 열 명 정도는 율리아 영지에 가고 싶다더군요.”
“그러니까 나보고 재들 챙겨서 영지로 복귀하라는 거네?”
“아,아뇨. 보내는 것은 제가 해 도 됩니다. 그냥 허락을 받고 싶은 정도죠.”
“노예가 되려는 자들이 누군데?”
킬하이츠가 데리고 온 것은 엘프 하나,드워프 하나.
나머지는 전부 인간이었다.
“율리아 영지로 보내. 거기 가면 유아랑이라고 있을 거야. 개한테 맡기면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네 가 왜 거기까지 하는 거냐?”
킬하이츠도 금 등급에 오르고 나 면 모험가들의 선망을 받는 위치가 된다.
그런데 굳이 노예들을 처분하는 일까지 맡을 필요는 없었다.
의아해하는 요한에게 킬하이츠는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같이 온 정도 있고 해 서. 그 정도는 해주려는 겁니다. 아 무래도 뒷마무리는 제대로 해야 하 지 않겠습니까.”
«흐r그 ......."
“왜 그러십니까?”
“아니. 나중에 나랑 또 일이나 하자고.”
"하하하. 동료로 받아주신다면그렇게 하지요.”
장난스럽게 웃는 그를 보던 요한 은 몸을 돌렸다.
이제 곧 모험가 길드 지부 앞이 다.
여기까지 와줬으니 더는 함께 있 을 필요가 없었다.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 요한은 차분히 흔들며 말했다.
“광약 이기기 전까지는 꿈도 꾸 지 마라.”
느긋하게 말한 요한은 천천히 걸 었다.
그가 멀어지자 킬하이츠는 쓰게 웃었다.
“투왕 광약이라……그동안 꿈꿔왔던 금 등급 모험가 도 되었다.
한 가지 목표를 이뤘으니 다른 목표를 세워야 했다.
킬하이츠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 는 삼지창을 보았다.
혼자서는 끝낼 수 없었을지도 모 를 임무를 끝내게 도와준 자.
아무렇지 않게 이런 일을 하고 멀어지는 자.
그의 뒷모습을 보며 킬하이츠는 자신의 귀를 까딱거렸다.
“다음 목표가 생겼다.”
이로써 광약은 에밀리와 더불어 킬하이츠라는 잠재적 도전자를 가 지게 되었다.
* * *석상도 다 모았고 올드원들도 다 잡았다.
물론 올드원들의 뿌리를 박멸했 다고 자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잡아놨는데 뭘 더 어쩌겠나.
거기에 올드원 수장의 말에 따르 면 아직까지 죽음의 대지에는 접근 조차 못 한 듯싶었다.
그렇다면 됐다.
‘남은 건 돈이나 모으는 일뿐이 군.’
요한은 남쪽으로 더 내려가 남부 최대의 도시이자 불야성이라 불리 는 롤드몬에 도착했다.
“이야. 여기는 또 오래간만이네.”
“오우. 형씨. 초행이슈?”
롤드몬의 성문을 지나자 선해 보 이는 인상의 청년이 다가왔다.
“괜찮은 가게가 있는데. 어떠슈? 좋은 노예들 많수다. 흐흐……손바닥을 비비며 다가온 그에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호객꾼으로 보이는 그는 요한의 거절을 보며 바닥에 침을 뱉고 다 른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를 지켜보며 요한은 피식 웃었 다.
‘옛날 생각나네.’
요한도 한때는 저런 호객꾼 노릇 을 했었다.
첫 번째 코어를 만들고 나서 간 신히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살 아남기 위해서 별짓을 다 했었다.
“지금은 안 그래도 되지만…… 자. 그럼 가볼까.”
일단 검은 요새에서 얻었던 열다 섯 칸짜리 아공간 주머니를 처분하 자.
그리고 이 주변에 있는 돈 될 만 한 유적과 던전을 돌자.
그 정도면 목표로 한 돈은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어이! 형씨H 괜찮은 노예 있는 데 놀다 가!”
“하룻밤에 십 골드밖에 안 한다 고!!”
"혼자야? 잘해줄게시”
타지 사람으로 보이는 요한을 향 해 여기저기 호객꾼들이 붙었다.
그들을 무시하며 걸어간 그는 롤 드몬의 경매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아리따운 노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여인 들의 안내를 받아 안에 들어가자 고급스러운 책상에 앉아 있는 남자 가 그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롤드몬 제삼 경 매장 관리인 스이가츠라고 합니다.”
“요한 바그너다.”
“……광왕?”
아무리 남부라고 하더라도 천하 십강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히 알려 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 어 났다.
생각지도 못한 거물이 나타난 것 이다.
“시,실례했습니다! 귀인을 몰라 뵙고!! 연락이라도 주셨다면……“됐어. 물건 팔러 온 거야.”
굳이 시간 끌 필요 없었다.
요한은 바로 캡술을 꺼냈다.
“호오…… 이것은……열다섯 칸짜리 아공간 주머니를 확인한 스이가츠의 눈에 이채가 실 렸다.
이리저리 확인을 해 보고 그것이 진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현재 경매장에 등록된 열다섯 칸짜리 아공간 주머니의 최저 경매 가는 백만 골드입니다.”
“그건 얼마에 팔렸지?”
“백사십만 골드입니다. 음…… 요한 자작님께서 저희 경매장에 이 름을 빌려주신다면 경매장에서 바 로 이백만 골드에 매입하겠습니다.”
경매장의 이권을 탐하기 위해 많 은 자들이 달라붙는다.
그런데 경매장에 요한의 이름이 붙는다면?
경매장을 건드린 자는 즉시 광왕요한의 적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요한이 한 일들이 있으 니 어지간한 객기를 가진 자들 아 니면 덤비지 못할 터.
그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그 정도 는 웃으며 낼 수 있었다.
스이가츠가 기대하며 말하자 요 한은 고개를 저었다.
“오백만 골드에 사준다면 내 이 름도 빌려주지.”
“ —O 으o ......”•과연 요한의 이름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던 스이가츠는 살짝 손을 들었다.
“보스에게 문의해봐도 됩니까?”
“그래.”
안으로 들어간 그가 잠시 후 나 왔다.
스이가츠는 난감해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본 점에 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정도 거래는 스이가츠가 직접 할 수 없었다.
그가 간절히 애원하자 요한은 바 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지. 마차는 준비됐나?”
"예.”
요한이라는 거물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기뻤다.
스이가츠는 바로 그를 데리고 밖 으로 나갔다.
“가면서 즐기실 괜찮은 노예들 을......w“필요 없으니까 먹을 것이나 좀 챙겨.”
“아. 예.”
거의 헐벗은 아름다운 미녀들을 거부하고 요한은 요리만 받았다.
호화로운 마차에 올라타고 한 시 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롤드몬의 제일 경매장이었다.
제삼 경매장보다 몇 배는 크고 호화로운 경매장의 앞에는 배불뚝 이 마법사가 서 있었다.
“저분이 저희 경매장의 주인이신 파블로 님이십니다.”
“흠……“후…… 그대가 요한 바그너인 가?”
“그렇다면?”
“만나서 반갑군. 파블로 트라이 칸이다. 여기서 이야기할 것이 아 니군. 자. 들어가지.”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며 그가 앞 서 걸었다.
미녀들과 무사들의 수행을 받으 며 안으로 들어간 요한은 사 층의 커다란 방에 들어갔다.
그 방에 들어간 파블로는 다른 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고개를 조아 렸다.
“미천한 마법사. 파블로 트라이 칸이 무례에 대한 사죄를 드립니 다.”
“진짜 주인이 따로 있지? 나오라 고 그래.”
“예.”
조금 전까지 보이던 거만함은 온 데간데 없었다.
몸가짐을 바로 한 그는 안쪽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그곳으로 들어간 요한은 기다리 고 있는 남자를 보며 심드렁한 얼 굴로 말했다.
“여기서 또 보게 되는군.”
“그러게 말이야. 아. 전에 말고기 는 고마웠어. 그거 없었으면 굶어죽었을 거야. 하하.”
자리에서 일어난 거구의 남자는 씩 웃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도브다만 왕국 이후 처음이지? 광왕 요한.”
그는 예전,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 근처에서 만났던 패왕 가로무였 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