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25화
200. 증거 있냐 (1).
“사람을 죽이겠다는 건가?”
“만약 엘마로 사람 죽이고 다니 면 얘 금방 토벌될걸?”
헤그의 유적에 있던 드라이어드 정도라면 모를까.
그 정도가 아니라면 토벌대에 의 해서 쉽게 드라이어드는 쉽게 토벌 된다.
아직 어린 엘마가 게이돈 영지에 있는 사람들을 잡아먹는다?
열 명도 잡지 못하고 성마 기사 단에 의해서 죽고 말 것이다.
“그럼?”
“굳이 동물 안 먹어도 괜찮아. 양분이야 넘쳐날 텐데.”
요한은 엘마를 어깨에 올렸다.
그의 어깨에 자리 잡은 엘마는 살짝 눈을 감고 요한의 목에 머리 를 기댔다.
요한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은 모 양이다.
"가자고.”
“……그래.”
요한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대충 은 눈치챘다.
그는 엘마를 이용해 게이돈 영지 내에 있는 밭의 양분을 흡수할 생 각일 것이다.
이미 추수를 한 곳이라면 모르겠 지만.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곳이라 면?
그곳의 양분을 흡수하는 것만으 로도 게이돈 영지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막아야 하나 생각했지만 플로란 스는 곧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나랑은 상관이 없 군?
요한이 무슨 짓을 하든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요 한이 백색병을 막는 것.
그리고 그녀에게 내려온 계시를 바꾸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말없이 요한의 뒤를 따랐다.
* * *게이돈 영지의 영주 직할령 중 하나인 타힐리 마을.
그곳은 게이돈 영지가 자랑하는 대곡창지대를 관리하는 마을이었다.
한 해 생산량만 해도 밀이 수만 석이나 난다.
그 마을 근처에 있는 숲에서 요 한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
“어이. 뭐 하느라 이제 오냐?”
“그,그게. 검문이 좀 심해졌습니 다.”
“그래?”
“그런데 공자님께서는 어떻게 오 신 겁니까?”
“어떻게 오긴. 걸어왔지.”
“거,검문이 심할 텐데……“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근처까지는 플로란스의 도움을 받고.
이후는 도둑 길드의 도움을 받았 을 뿐이다.
이미 로만 후작의 영지인 게이돈 영지에 도둑 길드의 도둑들은 꽤나 침투해 있었다.
그들은 신분을 숨기고 농노나 농 민으로 살아가며 정보를 모으고 있 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요한은 쉽게 대곡창지대까지 올 수 있었다.
"너희들. 추수 감사 축제 때문에 순회공연하지?”
“예? 예.”
집시 노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건 왜……?”
"나도 집시에 좀 받아달라고.”
“위,위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게. 저희는 유랑 재주꾼으로 움 직이는지 라……집시들이 유랑을 허가받는 것은 이런 축제에서 구경거리가 되어주 기 위해서다.
한해 고생을 한 농민들과 농노들 에게 포상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추수 시기에는 집시들 에게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행증을 준다.
물론 그 관례를 무시하고 집시들 을 잡아내는 영주들도 많지만 말이 다.
“집시로 분장한 첩자들이 다른영지에 가는 경우는…… 그게. 마,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첩자들과 집시들을 가려내는 방 법 중 하나가 재주를 얼마나 제대 로 펼치느냐였다.
어설픈 재주를 부린다?
그럼 바로 경비대가 출동하여 신 원 조회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부분의 첩자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
“첩자들 중에도 재주 잘 부리는 놈들 많은데 뭐.”
“일단 크게 걸러낼 수 있는 정도 잖습니까.”
숙련된 첩자는 어지간한 재주꾼 이상으로 재주를 부린다.
하지만 그런 첩자는 나라에서 키 우는 특급 첩자 정도뿐.
첩자들의 대부분은 간단한 재주 만을 부릴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 다.
“요새 검문이 강화되어서 특별한 재주가 없으면……“기다려봐.”
요한은 준비해 둔 기름통을 들었 다.
기름을 입에 머금고,그는 작은 햇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푸화아아악!!
불길을 뿜어낸다.
그걸로 모자라 불붙은 솜 덩어리 를 입으로 삼켜 꺼버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것도 가능해.”
요한은 준비한 바구니를 열고 피 리를 불었다.
-삐리리리리리〜좋은 피리 소리와 함께 바구니에 서 뱀이 춤추듯 움직였다. 그것을 본 집시 노인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공자님?”
“음?”
“할 일 없으시면 나중에 저희랑 재주 팔러 다니시지 않으시겠습니 까? 아니면 제자라도……귀족가의 공자가 천민들이나 하 는 재주를 이렇게 잘 부릴 줄은 몰 탔다.
집시 노인의 말에 요한은 피식 웃었다.
“일 잘 풀리면 나중에 가르쳐줄 게.”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으......W................... •불 뿜는 차력 같은 것은 다른 차 원에서.
그리고 뱀을 훈련하는 것은 회귀 전 노예 생활을 할 때 익힌 것이 다.
요한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고개 를 저었다.
“뭐 그게 중요한가? 아무튼 나도 재주 할 테니까. 적당히 껴서 같이 가자고.”
“알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걸릴 일은 없을 것 이다.
신분 위조까지 확실히 되어 있다 면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
요한이 통행증과 신분증을 내밀 자 집시 노인은 그를 데리고 집시 의 마차로 향했다.
“히익……요한이 진짜 온 것을 본 집시들 은 놀랐다.
하지만 잘만 연기하면 일 인당 천 골드다.
거기에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날 수도 없었다.
“잘 해보자고.”
집시의 마차에 올라탄 요한이 짙 은 화장품으로 분장을 시작하자.
집시들은 노인을 보았다.
하지만 노인은 그저 자신 있게 웃을 뿐이었다.
“자. 가보자고. 오늘은 타힐리 마 을부터 공연해야 하니까.”
* * *헤본 남작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마음이 가볍다.
결국 헤고만 공국에서 휴전을 요 청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받아주며 로만 후작은 막 대한 전쟁 배상금을 얻게 되었다.
거기에 현재까지 점령한 헤고만 공국의 영토도 획득했고.
이번 전쟁이 로만 후작에게 큰 기회가 되어주었다.
‘이대로만 가면 된다. 이대로만 가면……올해 게이돈 영지의 농사는 대부 분 평작 이상.
특히 로만 후작이 보유하고 있는 다섯 곳의 대곡창지대는 풍작에 가 까운 평작이다.
이 정도면.
올겨울을 나고 봄부터 전쟁을 시 작해도 내년을 버틸 수 있을 것이 다.
‘이걸로 펠론 백작님의 원수를 갚을 수 있고……월카스트 백작을 짓밟고,마고 후작을 쓰러트릴 수 있다.
그럼 로만 후작이 명실상부한 로 드만 왕국 최고의 귀족이 되는 것 이다.
그 정도가 된다면 귀족원도 로만 후작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아니,귀족원뿐인가?
근래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로드 만 왕가도 로만 후작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할 거다.
앞으로 싸울 일을 생각하며 집무 실 문을 연 헤본 남작은 빙긋 웃었 다.
“내가 첫 번째인가.”
집무실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가장 먼저 온 것에 기뻐하던 그 가 가볍게 몸을 비틀었을 때 또다 시 문이 열렸다.
“앗. 어서 오십시오. 로이스 자작 님.”
성마 기사단의 부단장이며 현재 게이돈 영지를 지키고 있는 로이스 자작.
그는 정돈된 수염을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자네는 늘 출근이 빠르군.”
“주군을 위한 일인데 어찌 놀 수 있겠습니까.”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제대로 싸울 수 있지. 아. 자네 차 마실 텐 가? 내가 끓여주지.”
추수가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로이스 자작은 꽤나 즐거워하며 예상 수입 보고서를 들었다.
그에게 웃어 보인 헤본 남작은 고개를 저었다.
“차는 제가 끓이지요. 대곡창지 대에서 들어올 예상 생산량의 확인 을 부탁드립니다.”
“그래. 어디 보자……여느 때와 같은 평온한 아침이 다.
하지만,그런 그들의 생각이 깨 진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크,큰일입니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란이냐.”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는 것이냐.”
헤본 남작이 묻자 성마 기사단의 단원은 창백하게 물든 얼굴로 말했 다.
“타힐리 마을,그리고 로겐 마을,저론 마을의 경작지가……그 세 마을은 게이돈 영지의 직 할령이며,게이돈 영지 최대의 곡 창지대가 있는 곳이다.
“뭐!? 대곡창지대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
불안감이 엄습한 헤본 남작이 다 급히 물었다.
그의 외침에 기사는 빠르게 대답 했다.
“밀이…… 모두 말라버렸습니다. 대곡창지대의 밀이 전부 말라버렸 습니다!”
“……뭐?”
그 보고에 두 귀족의 얼굴이 하 얗게 물들었다.
* * *농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며칠 전 까지는 괜찮았다고 했다.
아니,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었다.
“며칠 전부터 좀 작물들이 말라 가기는 했지만…… 원래 추수 전에는 이러는지라……그냥 별일 아니라고만 생각했었 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말라가 는 작물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놀라 밀을 베어 보니 대부분의 밀이 쭉정이만 남아 있었다.
이삭의 안쪽에 성글게 여물어야 할 알갱이가 아무것도 없었다.
무려 곡창지대에 있는 대부분의 밀이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로이스 자작도 아카데미를 졸업 하여 농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농작물이 이렇게 말라버 리는 경우는 없었다.
“다른 곳은!? 다른 곳은 어떻 지!?”
“일단 보고된 세 마을 외의 다른 마을도 지금 조사 중입니다.”
수확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린 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단 말인가.
헤본 남작은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저주일 가능성이 크다. 일단 사제님들을 모셔서 확인해보도록.”
만약 누군가가 곡창지대에 저주 를 건 것이라면?
사제들의 신성력으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로이스 자작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그의 명령 이후 찾아온 사제들은 말라버린 곡창지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황급히 신성력으로 저주의 흔적 을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저주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도대체 뭐란 말이야!!”
버럭 화를 낸 로이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가 검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 자 헤본 남작은 빠르게 이성을 되 찾았다.
“지금 당장 전 병력을 이동하여 수상한 자들이 마을에 들어가지 못 하게 막도록. 그리고 모든 축제를 금지시키고.”
“예!”
로만 후작이 보유한 대곡창 지대 는 다섯.
그중 셋이 이렇게 되었다면?
다른 지역도 이렇지 않을 것이라 는 보장은 없었다.
헤본 남작은 빠득 이를 갈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 *집시들이 다른 마을로 가려는 것을 요한은 무덤덤하게 막았다.
“이 정도면 됐어. 너희는 바그너 영지로 돌아가도록.”
“예? 이거면 됩니까?”
“그래.”
저론 마을에서 꽤나 깝짤하게 벌 었다.
로만 후작의 대곡창지대가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수입이 굉장했다.
하루 만에 무려 이천 골드나 벌 었다.
좀 더 벌고 싶었던 집시 노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공자님. 아직 대곡창지대가 있 는 마을은 남았습니다. 게이돈 성 에 가기는 힘들더라도……“그럼 나는 빠질 테니 너희끼리 만 가라. 괜히 잡히기 싫거든.”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때 였다.
마을에 물건을 사러 갔던 집시는 허겁지겁 달려와 외쳤다.
“큰일입니다! 큰일!”
“무슨 일인데?”
“지금 병사들과 기사들이 떠돌이 들 잡는다고 난리에요!”
집시 노인은 요한을 획 보았다.
딱히 요한이 뭘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집시들과 함께 곡창지대를 돌고 마을에서 재주만 부렸을 뿐이 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일까.
“바그너 영지로 가 있어. 일 끝 날 때까지는 내가 보호해주지.”
“예? 예…… 가,감사합니다.”
돈도 좋지만 괜히 위험한 곳에 남을 필요는 없다.
집시들이 짐을 챙기고 마차를 탄 채 줄행랑을 펼쳤다.
멀어지는 그들을 지켜보던 요한 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후드로 가려져 있던 그의 머리 위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손바닥 만 한 크기였던 엘마가.
“배부르다〜”
팔뚝만큼 커진 채 배부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