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21화
196. 좋은 선물은 반드시 보답해 .
야지 (2)
“뭔 큰일? 너희 나 없는 사이에 사고 쳤니?”
요한은 쏙 경비대원들을 바라보 았다.
그 시선에 움찔한 경비대원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있는 줄 모르고 외친 경비 대원은 움찔했다.
“헉! 요,요한 공자님?”
“너 어디서 봤던 녀석 같은 데……?”
당황한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 리던 요한은 손가락을 튕겼다.
저번에 솔라와 마세츠 때 달려왔 었던 병사였다.
“그래. 이번에는 뭐냐? 마스터끼 리 와서 싸우고 있냐?”
“그,그건 아닙니다. 테올 마을에 특이한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합니 다!”
테올 마을은 바그너 영지의 직할 령에 포함된 마을이다.
산 근처라 훈련을 하기도 좋아 기사단이나 병사들이 자주 가는 곳 이다.
기사나 병사들이 자주 가는 곳이 라 어지간하면 몬스터가 나올 일이 없는 곳.
그런 곳에서 몬스터라니?
요한뿐만 아니라 경비대도 의아 해했다.
“뭔 몬스터?”
“심연의 주시자입니다!”
병사의 외침에 경비대원들의 안 색이 하얗게 물들었다.
"아니 그게 왜 나타나!?”
경비대원들이 당황하는 것도 이 해는 간다.
심연의 주시자는 소환 마법을 통 해서만 나타나는 일종의 소환수다.
사람을 잡아먹는 데다가 교활하 여 상아탑에서도 소환을 금지한 몬 스터 중 하나였다.
이런 것이 소환된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소환술사가 미쳤든가.
아니면 미친 척하고 다른 영지에 테러를 하기 위함.
“갑자기 미친 소환술사가 나타날 리 없으니 그냥 테러하러 왔나 보 네.”
“어떻게 합니까? 소환해제를 노 리고 대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 까?”
심연의 주시자는 꽤나 강하고. 또 허기를 채우면 스스로 소환을 해제해버린다.
그렇기에 대부분 영주들은 그냥 영지민이나 농노,노예를 먹이로 줘버린다.
운만 좋으면 몇십 명 정도의 희 생으로 일을 끝낼 수 있으니 말이 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무기나 챙 겨.”
“잡으러 가시는 겁니까?”
“잡아야지. 남의 동네 테러하러 왔는데 그걸 그냥 놔줘? 너희들은 그 마을 가서 조사나 해.”
“무슨 조사를 합니까?”
“소환술사가 근처에 있을 거다. 수상한 놈들은 다 잡아놔.”
“예!!”
요한은 경비대를 이끌고 곧장 테 올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한 그는 덜덜 떨고 있는 경비병들에게 물었다.
“심연의 주시자. 어디서 발견했 지?”
“ —O— ...... ——O•— —O• .......”
완전히 겁에 질린 듯 보였다.
심연의 주시자의 몸에는 수십 개 의 눈이 있다.
그 눈 하나하나가 피어 마법과 동급.
일반인이 그 피어를 버텨내는 것 은 불가능이나 다름없었다.
훈련받은 경비병이라고 해봐야 일반인 수준이니 저리 질린 것도 이해가 갔다.
“좀 쉬게 해둬.”
“예.”
“뭐 아는 거 있는 애들 없어!?”
요한이 거칠게 외치자 구석에 있 던 사람들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하얗게 질려 있던 남자가 일어나 자 요한은 고개를 갸웃거 렸다.
“어? 너 어디서 봤더라.”
진흙투성이 갑옷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요,요한 공자님……“어…… 어!? 너!? 이야. 너 오래 간만이다. 잘 지내…… 지는 못한 것 같네.”
그는 예전에 초심의 유적에서 함 께 돌아다녔던 모험가.
헤로도톤이었다.
“그런데 왜 너 혼자냐?”
“야민은 상아탑으로 공부를 위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미나도 수행 을 위해서 신전으로 갔고……초심의 유적 이후 실력 부족을 깨닫고 더 수행하기 위해 파티가 해산되었다.
모험자의 파티가 실력 향상을 위 해 해산되는 경우는 자주 있는 경 우다.
그렇기에 요한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냐? 그런데 넌?”
“저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모 험가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 저 이번에 적석 됐습니다.”
“오. 대단한데? 어떻게?”
“그게…… 요,요한 공자님을 동 경하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훈련하 다 보니.”
“에이. 뭘 또 동경씩이나.”
헤로도톤에게 자질은 있었다.
고작 일 년 만에 청석에서 적석 이 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은 헤로도 톤이 그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 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여기 있냐?”
“그게……이제부터가 본론이다.
헤로도톤은 자신이 받았던 의뢰 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검은 소환사. 에로도 파사를 쫓 고 있었습니다.”
"그건 또 누구야?”
“소환술로 각 지역에서 테러를 일삼는 자이지요.”
“그래? 그런데?”
“제가 그자에 처치 의뢰를 받은 것은 게이돈 영지에서였습니다.”
요한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 렸다.
그것을 본 헤로도톤은 황급히 고 개를 저었다.
“무,물론 요한 공자님을 치라거 나. 그런 의뢰를 받은 것은 아닙니 다. 그냥 수행을 하다 보니 그곳으 로 동선이 연결된 것뿐입니다.”
“좋아. 그래서?”
“그곳에서 에로도의 정보를 얻 고,흑석 급 모험가 네 분과 파티 를 맺었습니다.”
흑석 급 모험가 넷,적석 급 하 나.
그 정도면 될 것이라고 모험가 길드에서 판단했다.
계속해서 안전한 모험만 해서는 상위 등급으로 올라갈 수 없다.
헤로도톤도 계속해서 의뢰에 성 공했기에.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 각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헤로도톤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때를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왔 다.
“에로도는 저희와 마주치자마자 바로 몬스터를 소환했습니다. 그리 고……추가로 곧장 심연의 주시자를 소 환해 냈다.
이후 흑석 급 모험가인 헤로도톤 의 파티를 먹으라는 명령만 내리고 도망쳐 버 렸다.
“심연의 주시자가 여기서 소환된 이유는 너희들 때문이라는 거네.”
“……죄송합니다. 저희가 좀 더 빨랐다면……헤로도톤은 헬쑥한 표정으로 말 했다.
심연의 주시자는 꽤나 상급의 소 환수다.
소환 자체에 꽤나 시간이 걸리는 소환수다.
즉 소환을 막을 수도 있었던 것 이다.
“죄송합니다……실력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조금만 더 잘 싸울 수 있었어도.
연계만 잘할 수 있었어도.
심연의 주시자가 소환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헤로도톤은 하얗게 질린 채 자책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놈이 바그너 성내에서 소환 안 한 게 어디냐.”
최악의 경우 심연의 주시자에게 수십,아니 수백 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요한은 무덤덤하게 말한 후 헤로 도톤의 어깨를 잡았다.
“그게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 지?”
“예……“사망자는?”
“……제 파티원들이 전부……헤로도톤은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모험가들만 죽고 병사나 자경대원들,촌민들은 죽지 않은 듯 보였다.
“야. 하온달.”
“예!”
경비대원 중에 정신력이 좋은 이 들을 추려내려던 하온달은 황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출동 명령을 기다리는 그에게 요 한은 무심히 말했다.
“주변 수색해. 외부인 다 잡아내 고.”
“알겠습니다.”
요한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추수철에 가까워서 그런지 마을 에서도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축제에는 흥을 돋우는 이들 이 필요하다.
즉 유랑 재주꾼이라든가,집시 음악대가 주변에서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개들도 다 잡아와.”
"알겠습니다.”
“그럼 난 간다.”
“예…… 예? 잠깐. 요한 공자님. 혼자 가시려는 겁니까?”
“그럼 누구 데려갈까?”
“아니 그래도……“됐어. 별거 없는 놈일 테니까.”
심연의 주시자는 상급 소환수다.
그 정도의 소환술사는 적어도 동 등급.
안정적으로는 은 등급 모험가가 참여한 파티가 잡아야 한다.
석급의 하위 모험가가 잡을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거다.
그럼 왜 모험가 길드에서는 그 모험가에 대한 평가를 석급으로 조 정한 것일까?
‘그놈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뭔가 새로운 걸 가졌기 때문이겠지. 참나.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쓰게 웃으며 요한은 고개를 저었 다.
‘어쨌든 그놈을 잡으면 물어볼 것이 많군.’
단순하게 미쳐서 이런 짓을 한 것인지.
아니면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것인 지.
그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심연의 주시자가 있는 위치나 말해봐. 하온달! 지도 가져와라! 지 도!”
“……제가! 제가 모시겠습니다!”
“어? 너 움직일 수 있겠냐?”
이제 막 심연의 주시자에게서 도 망쳐 나온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다시 심연의 주시자를 만 나러 간다?
그것도 동료들을 참혹하게 살해 하고 잡아먹은 괴물을?
어지간한 근성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무섭기는 하지만……아직도 손이 떨리던 헤로도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자,잠시지 만 파티원이었습니다. 그들 모두좋은 사람들이었어요.”
빠득 이를 간 그는 검을 잡고 요 한을 보았다.
초심의 유적에서 누구도 두려워 하지 않던 요한을 동경했다.
그런 요한의 앞에서 겁에 질린 채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복수를 해야 합니다.”
헤로도톤은 눈을 빛냈다.
그가 의지를 다지는 것을 본 요 한은 씩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아니.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네.”
‘재능도 있고 근성도 있어.’
충분히 커질 수 있는 싹수가 있 다.
그런데도 요한이 헤로도톤의 이 름을 회귀 전에는 몰랐다는 이유가 뭘까?
‘그냥 내버려두면 근시일 내에 죽겠군.’
어쩌면 에로도를 쫓다가 죽은 것 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요한의 검을 마주했고,그에 대한 동경심을 품 었다.
그 동경심이 그를 강하게 해주었 을 것이고 헤로도톤의 목숨을 살려 준 것일지도 몰랐다.
“일단 데리고 가긴 가겠는데. 심 연의 주시자에게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둬라.”
“예!!”
다부지게 대답한 그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를 따르려는 요한의 뒤로 하온 달이 다가갔다.
“공자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그 에로도라는 소환술사. 어쩌 면 공자님을 노리고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한도 생각하고 있는 일을 하온 달은 신중히 말했다.
지금 당장 요한에게 가장 적대적 인 자가 누구겠는가.
바로 로만 후작이다.
지금은 헤고만 공국과 싸우느라 바빠 직접 보내지는 못하겠지만.
소환술사로 테러 정도는 얼마든 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나 프란츠를 노려봤자 의 미는 없을 테니…… 적당한 테러로 혼란을 노리는 거다?”
“예. 영지전이 있기 전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니 말입니다.”
“뭐. 바쁜 와중에 이런 선물을 보내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어쩌시려는 겁니까?”
“일단 그놈부터 잡고 얘기하자 고.”
‘모험가 길드의 기준보다 에로도 가 강한 이유가 내 생각대로라면. 좋은 선물을 안겨줄 수 있겠어.’
요한은 생각을 마친 후 씩 웃었 다.
“넌 주변 탐색이나 잘해. 소환사 는 소환수와 멀리 떨어질 수 없다 는 거 알지? 분명 이 주변에 있을 거다.”
“아. 예.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 오.”
하온달의 배응을 받으며 요한은 헤로도톤과 함께 산으로 올랐다.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기분 나쁜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이 감각은 또 오래간만이군.’
회귀 전에도 심연의 주시자와 몇 번이나 상대한 적이 있었다.
이 끈적한 기분.
심연의 주시자가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요한은 웃으며 미스릴 검을 잡았 다.
"야. 너 힘든 거 아니냐? 그냥 위치만 말하고 빠지지?”
“괜찮…… 습니다.”
심연의 지배자가 놓친 먹잇감 중 하나가 바로 헤로도톤이다.
그를 먹기 위해서라도 심연의 지 배자는 나타날 것이다.
요한은 어깨를 으쏙이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럼 좀 더 버텨.”
“예?”
“나타났으니까.”
언덕배기에서 몸 전체가 검은 인 간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크己 己己..... II낮은 신음성과 함께 검은 몸에서 수십 개의 눈이 나타나 안광을 번 뜩였다.
"히 익!”
놀란 헤로도톤이 주저앉았다.
하지만 요한은 그에게 신경도 쓰 지 않은 채 심연의 주시자에게 검 을 겨누며 말했다.
“야. 너 왜 눈 그렇게 뜨냐? 눈 안 까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