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18화
193. 이길 줄 알았어 (2).
프란츠는 검을 꽉 잡은 채 긴장 했다.
하성제 때의 일이 생각났다.
승승장구해나가며 결승전에 올랐 을 때.
분명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생 각했었다.
그때의 자신감은 헤이로나를 만 남으로써 무너졌었다.
‘그때보다 난 더 강해졌어.’
이를 갈며 훈련했다.
광약과 대련했고,악기 연주를 연습하며 소드 댄싱을 단련했다.
그리고 익스퍼트에 올랐다.
‘하지만……불안감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 다.
프란츠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검 을 쥐었다.
요한에게 받은 청강검이었다.
이 좋은 검을 가지고도 헤이로나 에게 졌었다.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 거야.’
불안감을 더욱 억눌렀다.
억지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그의 팔은 떨리고 있었 다.
“프란츠 공자. 이제 나가셔야 합 니다.”
“아. 예.”
진행요원의 말에 프란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통로를 지나 대전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지난번 하성제 때는 관객들의 시 선에 기가 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공연을 시작하고 나서 사 람들의 시선에도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위축되지는 않았다.
그저 상대만을 볼 뿐.
반대쪽 통로에서 검은 로브를 입 은 마법사가 걸어 나왔다.
프란츠는 침을 꿀꺽 삼키며 검을 꽉 잡았다.
기사와 마법사의 대결.
수준이 비슷하다면 이런 대결에 서는 마법사가 유리하다.
쓸 수 있는 수가 기사보다 훨씬 많으니 말이다.
‘에릭 선배는 5 클래스의 마법사. 블링크도 쓸 수 있을뿐더러……여러 가지 정신계 상태 이상 마 법을 통해 움직임을 느리게 할 수 도 있었다.
‘분명 사용하는 전법은……처음에는 공포 유발 마법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항복하게 한다.
그것에 저항하면 그때부터 정신 계열의 마법을 건다.
그리고 그것 역시 저항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마법을 펼친 다.
‘일단 저항하는 것이 중요해.’
예선전에서 만났던 헤르듀크가 자신을 이긴 상이라며 마법 보호 호부를 빌려주었다.
왕자가 쓰는 호부라면 정신계열 마법을 저항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준비되셨습니까.”
“예.”
"준비됐습니다.”
아카데미의 교관이 오늘은 심판 이 되었다.
그의 신호에 요한과 에릭이 고개 를 끄덕이자 심판은 뒤로 물러났다.
준비가 되자 단상 위의 진행자가 외쳤다.
“지금부터 아카데미 추기제 대전 의 마지막 결투가 시작됩니다!!”
진행자가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프란츠는 그저 최대한 에릭에게 만 집중할 뿐.
그의 기세를 읽은 것일까?
에릭은 지팡이를 살짝 흔들었다.
빛이 모이고 있는 것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마법을 쓸 것으로 보였 다.
‘저항해내야 해.’
“……이! 시작하겠습니다!!”
-지이이잉!!!
거대한 종이 울리는 소리와 동시 에 프란츠는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에릭 역시 수많은 기사들 과 싸워 본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에릭은 프란츠의 돌진 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피어.”
시동어와 함께 에릭의 지팡이에서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한번 걸리면 공포에 질려 지속시 간이 끝날 때까지 도망만 다녀야 하는 마법이었다.
“큭……!”
순간 프란츠의 눈앞에 어둠이 몰 려왔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칼날 같은 공포.
그것이 몸을 수차례 찔러대기 시 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 따위야!!”
예전에 요한과 싸웠을 때가 떠올 탔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요한을 찾았 을 때.
요한이 한마디 했었던 것이 떠올 탔다.
그때 느꼈던 공포와 비교한다면 이런 공포 따위.
그저 우스울 뿐이다.
“흡•III••”
기합성을 터트린 프란츠는 빠르 게 피어를 저항해내었다.
그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자 에릭의 눈에 이채가 실렸다.
하지만 그의 다음 마법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히컵!!”
딸꾹질을 하게 하는 마법.
전투 도중에 갑작스러운 딸꾹질 은 집중력을 흔듦과 동시에 검의 움직임을 막는다.
간단한 정신계 마법이지만 발동 속도가 빠르고,허를 찌르기에 좋 다.
하지만 이 정도는 헤르듀크의 호 부로 막아낼 수 있었다.
“쯧.”
어느새 프란츠가 근처까지 다가 왔다.
에릭은 혀를 차며 블링크를 써 거리를 벌렸다.
다시 몇 차례 정신계 마법과 상 태 이상 마법을 걸었지만.
프란츠는 호부와 더불어 근성으 로 버려냈다.
“대단하구만. 일 학년이.”
준결승전의 상대였던 헤이로나도 대단했다.
하지만 프란츠의 근성만큼은 정 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정신계 마법을 근성으로 버텨낼 줄은 몰랐다.”
나직이 말한 에릭은 지팡이를 내 밀었다.
그 순간 지팡이의 끝에 얼음 덩 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이스 볼트.
얼음 화살을 쏘아내 프란츠의 움 직임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아이스 볼트!!”
다섯 발의 얼음 화살이 프란츠의 몸을 노렸다.
그것을.
프란츠는 이를 갈며 쳐내었다.
“허……!”
관객석에서도 감탄이 터져 나왔 다.
저 빠른 얼음 화살을 전부 쳐낼 줄이야.
능숙하게 검을 회수한 프란츠가 다시 돌격하자 에릭은 웃었다.
아이스 볼트는 그저 견제용.
진짜는 이거였다.
“아이스 월.”
-쩌저저정!!!
거대한 얼음벽이 프란츠와 에릭 의 사이를 가렸다.
돌진하던 기세가 얼음벽에 의해 막힐 것이다.
그사이 다른 마법을 쓰면 된다.
그리 생각한 에릭이 지팡이를 들 어 올렸을 때.
맑고 쾌청한 하늘에 그림자가 생 겼다.
“아니!?”
아니다.
하늘에 생긴 그림자가 아니다.
돌진하는 기세 그대로 얼음벽을 밟고 뛰어오른 프란츠가 태양을 가 린 것이다.
놀란 에릭의 머리를 향해 청강검 이 떨어졌다.
푸른 오러가 실린 검이 보호막을 깨트리자 에릭은 당황하며 뒤로 물 러 났다.
“어떻게……?”
아이스 월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 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놀라는 에릭을 보며 프란츠는 계 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갔다.
‘광약과의 대련이 힘이 되어줬 어.’
광약과 싸우며 발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웠다.
소드 댄싱은 동적인 검법.
그런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더불어 정확한 스텝이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밟아야 미끄러지지 않고.
또 어떤 것을 밟아야 안정적인 지.
그것을 배웠기에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아아압!!”
승기가 프란츠에게 흘러가고 있 었다.
한번 꼬였기 때문일까?
에릭은 필사적으로 회피하거나 보호막을 펼치는 데만 급급했다.
“큭……!! 어린 녀석이!! 날 이기 기에는 아직 멀었다!!”
포효한 에릭이 지팡이를 땅에 내 리 찍었다.
그 순간 그의 지팡이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은 프란츠 가 주춤거렸고.
그 틈을 에릭은 놓치지 않았다.
“블링크!!”
블링크로 거리를 벌려 멀어진 그 를 보며 프란츠는 입술을 깨물었다.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아 쉽다.
하지만.
‘아쉽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어. 계속 몰아붙여야 해.’
피어,정신계 마법,그리고 아이 스 볼트와 아이스 월.
거기다가 블링크를 두 번이나 썼 다.
에릭이 뛰어난 마법사라지만 그 에게도 마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 다.
그의 마력이 회복되는 것을 가만 히 둬서는 안 된다.
계속 공격하고 공격하여.
에릭의 마력이 끝나기를 기다려 야 한다.
‘아니…… 한 가지 방법은 남아 있어.’
프란츠는 최대한 빠르게 에릭에 게 달려들었다.
무시무시한 기세를 보이는 그에 게 에릭은 또다시 몇 가지 마법을 쏘아냈다.
하지만 프란츠는 그 마법들을 튕겨내거나,피해가며 거리를 좁혔 다.
또다시 거리가 좁혀진 순간 에릭 은 지팡이를 내밀었다.
"아이스 월!!”
아까와 똑같은 얼음벽이 완성되 었다.
프란츠가 그 얼음벽을 타고 올라 가 뛰어내리며 공격하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에릭은 지팡이를 내밀었다.
“아쿠아 볼!!”
-쿠웅!!
거대한 물길의 공이 프란츠의 몸 에 직격했다.
허공에 있느라 피하지 못한 그가 물의 공에 맞고 튕겨 나가자 에릭 은 안도했다.
하지만 프란츠는 비틀거리며 일 어나고 있었다.
“아니!?”
아쿠아 볼에 직격당했는데 저렇게 일어날 줄이야.
비록 파이어 볼이나 썬더 볼 같 은 추가 효과는 없더라도.
단순한 위력으로 따진다면 아쿠 아 볼이 훨씬 강하다.
전신을 해머로 두들겨 맞은 것 같을 텐데.
프란츠는 천천히 검을 겨누며 싸 울 의지를 보였다.
“너…… 안 아프냐?”
"아픔니다. 그래도•…"
‘형님에게 맞은 것보다야!!’
요한이나 광약과 대련을 할 때 얼마나 맞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고통의 역치가 크게 높아져 있었다.
그런 프란트가 아쿠아 볼 한 대 맞았다고 쓰러질 리 없잖은가.
전의를 다지는 프란츠를 보며 에 릭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 에릭에게.
프란츠는 다시 돌진했다.
홀딱 젖은 채 우직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소 같았다.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에릭은 지팡이를 들었다.
“이 정도로 끝내고 싶었다만.”
한숨을 내쉰 그가 마법을 준비했 다.
젖은 그에게 쏘기에는 미안한 마 법이다.
하지만 프란츠의 근성을 생각한 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 다.
-파지지지직H에릭의 지팡이에 황금색 전격이 차올랐다.
젖은 이에게 뇌전 마법을 쓴다는 것.
한 대만 잘못 맞아도 바로 기절 할 정도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라이트닝 볼트!!”
일곱 발의 라이트닝 볼트가 프란 츠에게 쏘아졌다.
아까• 아시스 롤트보다• 훨씬 빠•르 고 강력한 힘이 실렸다.
그것을.
프란츠는 아무렇지 않게 튕겨내 버렸다.
“카윽!!”
하지만 프란츠의 검이 미스릴 검 도 아니다.
전격 화살은 그의 검에 그대로 꽂혔고 물을 타 프란츠의 몸을 감 싸버 렸다.
순간 프란츠의 몸이 금빛으로 번 쩍 였다.
하지만 그래도 프란츠는 멈추지 않았다.
“네 녀석은 트롤이냐!?”
프란츠가 버려낸 것에 당황한 에 릭은 또다시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란츠도 그것을 노렸다.
“블링크!!”
“뭣이!?”
기사인 프란츠가 어떻게 블링크 를 쓸 수 있단 말인가.
블링크로 위치를 이동한 에릭은 자신도 모르게 관객석을 보았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남자.
현재 캐슬 오브 로디악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요한이 씩 웃고 있었다.
“이런 제길.”
-서걱!!
에릭의 지팡이가 잘려버렸다.
매개체인 수정구가 바닥을 굴러 버린다.
그리고 내려간 검이 뱀처럼 치솟 으며 에릭의 목을 노렸다.
“ ,,“항복이십니까?”
목 바로 옆에 푸른 오러가 닿아 있었다.
여기저기 화상을 입은 흔적.
그리고 아까 아쿠아 볼로 인해 멍든 몸.
고통이 상당할텐데도 프란츠의 눈에는 승리에 대한 열망밖에 없었다.
그를 마주하던 에릭은 쥐고 있던 반토막난 지팡이를 떨꿨다.
"졌다. 네가 이겼다.”
항복선언.
에릭이 시합을 포기하자 프란츠 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승자니 프란츠 바그너!!”
“와아아아아!!!”
승부가 갈렸다.
프란츠는 그제야 털썩 주저앉았 다.
워터 볼에 맞은 것.
그리고 라이트닝 볼트로 인해 감 전당한 것.
그 고통들이 그제야 몰려오고 있 었다.
“아,아이고 죽겠다.”
“참나. 대단하네.”
솔직히 졌지만 잘 싸웠다.
에릭은 자신의 싸움에 좋은 평가 를 할 수 있었다.
“블링크는 어떻게 쓴 거지?”
“아. 형님께 받은 아티팩트 로……“허. 블링크 부츠!? 그걸 주셨다 고?”
저 귀한 보물을 줄 줄은 몰랐다.
놀라는 에릭에게 프란츠는 쓰게 웃었다.
“그런데 이거 블링크 부츠. 사용 이 쉽지가 않더군요.”
“그러겠지. 제대로 훈련하지 않 으면 블링크 범위를 조정하기 힘드 니까. 한 번이라도 제대로 쓴 것이 용하네.”
“하하…… 그래서 아까 못 쓴 겁 니다.”
에릭의 첫 번째 블링크 때 쓰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지금의 프란츠는 블링크 부츠를 한 번밖에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었 다.
에릭이 반격할 수 없을 절호의 기회를.
사제들과 치유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에릭은 웃으며 물었다.
“잘도 버렸네. 난 라이트닝 볼트 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이 정도 정신력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에릭이 웃으며 말하자 프란츠는 한숨을 쉬었다.
‘이만큼 받았는데 지면…… 진짜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지……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