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3화
148. 사고를 쳤으면 벌을 받아야 .
지 (1)
밀은 지력을 상당히 잡아먹는 작 물이다.
그렇기에 휴경지를 이용해 키워 야 하는 작물이다.
그런 상황에서 밀의 생산량을 높 여야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현재의 농법인 삼포제 대신 4윤 작법을 도입하고 간단한 종자 개량 정도만 하면 된다.
실험 없이 바로 도입을 한다면 실패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행 착오는 이미 회귀 전에 끝냈다.
그렇기에 새로운 농법의 도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김매기를 제대로 시켜야 겠군.’
여름이라 그런지 밀밭에 잡초들 이 많다.
4윤작법의 도입,그리고 김매기 .
의 생활화.
이정도만 해도 올해와 내년의 생 산량은 그럭저럭 기대할 만할 것이 다.
땅을 만져보고,잡초를 뽑아가며 빠르게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정리 를 끝냈을 때 요한은 다가온 문관 에게 고개를 돌렸다.
“농업 관리관 이스겔. 맞지?”
“어버버…… 아, 안녀. 안녕하십 니까. 공자님.”
바그너 영지에 소속되어 있는 문 관인 이스겔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까 저택에 업무보고 하러 갔다 가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당분간 농업 개량업무를 요한이 맡는다는 이야기였다.
무서워서 말도 못 거는 자가 상 관으로 와버렸다.
가뜩이나 심약한 그는 덜덜 떨며 힘없이 말했다.
“자,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 다……“내가 뭐라고 했냐?”
“히익……한눈에 봐도 심약하기 그지없는 마른 남자는 덜덜 떨었다.
그를 잡은 요한은 손에 들고 있 던 잡초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페,페이논 풀이라는 흔히 볼 수 있는 풀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왜 밀밭에 이 런 잡초들이 남아 있냐는 거지.”
“여름에는…… 그게……여름에는 하루만 김매기를 쉬어 도 잡초가 무성히 자란다.
그것을 말하려던 이스겔은 요한 의 무시무시한 시선에 고개만 푹 숙였다.
"농노들 돌려서 잡초 전부 뽑아.”
지금 당장 자라고 있는 밀밭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비료를 조금 더 주고.
사제를 불러 축복을 하는 것이 다다.
그럼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이라 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따가 농지를 돌았는데 밀밭에 밀 외의 잡초가 있다. 그럼 알지?”
“히익……이 날씨에 사람들을 부려 김매기 를 해야 한다니.
당황한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농노나 영지민들이 불만을 표시 하면 말해. 내가 시킨 거라고.”
그나마 다행이다.
요한의 성격은 영지민들은 전부 알고 있으니 말이다.
경비대나 기사가 친인척이라고 떠들어대는 농부들도 요한의 명령 이면 순순히 따를 것이다.
이스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 은 바로 휴경지로 향했다.
‘휴경지는…… 그냥 휴경지군.’
무성히 나 있는 잡초들과 땅을 확인한 요한은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그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공자님.”
“뭐 하십니까?”
아단과 헤갈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들이 다가 오자 요한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농지 확인 중이었다. 그런데 너 희는 뭐하냐?”
"얼음 팔러 거리로 가고 있습니 다.”
“요새 얼음 가격이 깝짤하더군 요.”
“그래?”
“예. 덕분에 빌헬미나 님께 드릴 식재료가 늘어났습니다.”
얼음을 팔아서 버는 수입은 대부 분 빌헬미나의 식재료 구입으로 쓰 는 모양이다.
아단이 뿌듯해하자 요한은 손가 락을 튕겼다.
“잘됐네. 앞으로는 얼음은 농지에서 만들도록 해.”
“왜 그러십니까?”
“당분간 농노와 농부들을 열심히 굴려야 하니까. 일사병 관리 정도 는 해줘야겠지.”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거리의 상인들이 불만스러워하겠군 요.”
아단이 얼음을 만들어내는 과정 에서 한기가 퍼진다.
이 무더운 날씨에 만들어지는 한 기를 위해 사람들이 거리에 몰린다.
그것을 이용해 마을의 상인들은 몰린 사람들에게 쉽게 물건을 팔았 다.
하지만 요한이 직접 명령을 한 이상 그 호재도 이제는 끝이다.
“불만 있으면 나한테 와서 말하 라고 해.”
“그럼 불만 따위는 없겠군요.”
영지내에서 요한의 성격을 모르 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니 거리의 상인들도 군소리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그렇게 하고. 헤갈. 너 요 새 뭐하냐?”
“그냥 장비나 좀 만들고 있습니다만.”
“그럼 잘 됐다. 농기구 좀 만들 자.”
"만드는 거야 상관없습니다만. 어디에 쓰시려구요?”
"휴경지에 순무랑 클로버 심을 거야.”
헤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이곳이 휴경지였다.
황량하고,잡초 정도만 자라는 땅이다.
올해는 건드리지 않은 땅이라 그 런지 땅은 꽤 딱딱하고 말라 있었 다.
“이거 다 갈아엎어야 해.”
휴경지가 왜 휴경지겠는가.
농사를 짓지 않으며 최대한 지력 을 보존하려는 것이다.
그런 땅에 농작물을 심는다는 이 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요한을 겪어 본 헤갈이기 에 빠르게 수긍했다.
“그럼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 농 기구 만드는 거랑…… 농지에서 얼 음 만드는 겁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들이 돌아가자 요한은 바로 타 고다 상회에 들러 순무와 클로버 씨앗을 요청했다.
타고다 상회에서는 의아해했다.
순무와 클로버 씨앗을 대량으로 구매해 어디에다가 쓰려는 것일까.
하지만 요한은 타고다 상회의 은 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점주는 별다른 질문 없 이 바로 승낙했다.
그 후 요한은 바로 농지로 돌아갔다.
그를 기다리던 이스겔은 조심스 레 요한에게 물었다.
"농노들과 영지민들이 잡초 뽑기 에 매진하고 있긴 합니다만……날씨가 너무 덥다.
이렇게 일을 하다간 효율은 둘째 치고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많을 거다.
“아단에게 말 해놨어. 앞으로는 농지에서 얼음을 만들 거야. 그 한 기면 열사병은 피할 수 있겠지.”
거리에서 얼음을 만들어내는 아 단에 대해서는 이미 유명했다.
아단을 불러 농지에서 얼음을 만 든다면?
그 한기는 더위에 지친 농노와 농부들의 기운을 북돋워 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이스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 은 농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해 지고 나면 휴경지 개 간해야 해.”
“휴경지를요? 공자님. 저기……요한이 마스터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침대에만 누워 있던 그가 농사에 대해 뭘 알까.
이스겔은 걱정스러워하며 조언했 다.
“휴경지라는 것은 말 그대로 쉬 게 하기 위한 땅입니다.”
“그래서?”
“모든 땅에는 바론님의 은총이 있지요. 그 은총이……“나한테 신학 공부시키려는 거 냐? 휴경지에 계속 작물을 키우면 은총이 떨어진다는 것쯤은 알아.”
“그런데 휴경지 개간은 왜 하시 려는 겁니까?”
휴경지를 잘못 건드리면 내년 농 사가 힘들어진다.
만약 요한이 휴경지에 약초를 키 운다면?
그럼으로써 바론의 은총이 떨어 진다면?
그 피해는 바그너 영지의 농민들 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아무리 요한이 무섭다지만 영지 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거기에 클로버랑 순무를 키울 거야.”
“예? 그걸 왜요?”
“황금시대의 농법 중 하나야.”
물론 아니다.
황금시대의 농법 역시 지금과 같 은 삼포제였다.
클로버나 순무를 이용한 4윤작법 은 요한이 다른 차원에서 익힌 농 법 중 하나다.
그렇기에 지금 이 대륙에서는 이 농법을 아는 이들은 없었다.
“어…… 그,그렇습니까?”
“클로버와 순무에는 바론님의 은 총이 잔뜩 담겨 있지.”
처음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황금시대의 농법이라는데 뭐라고 하겠나.
이스겔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걸 많이 키우면 대지에 은총 이 차올라. 그정도라면 밀농사를 짓기에는 부족함이 없겠지.”
“신관님들께 축복을 받는 것보다 도?”
“그 정도는 아니고.”
“그렇습니까……“하지만 신관님들께 계속 축복을 내려달라고 할 수는 없잖냐.”
바그너 영지 신관인 바로미로 혼 자서는 영지 전체에 축복을 걸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밀이 자라는 밭에 축복을 거는 정도 뿐 이다.
“어쨌든 확실한 농법이니까 그냥 좀 해라. 응?”
만약 요한의 말대로 휴경지를 쓰 지 않을 수 있다면?
순무와 클로버의 생산까지 가능 하니 당연히 생산량은 늘어날 것이 다.
되기만 한다면 나쁜 방법은 아니 기에 이스겔은 살짝 기대감을 가졌 다.
“알겠습니다. 그럼 직할 농지에 만 적용하시는 겁니까?”
“일단은 그래야지.”
백작령에 소속된 다른 마을들에 시키기에는 작업 소요가 너무 컸다.
일단 여기서 성공하고 그 사례를 가지고 농법을 지시하면 다른 마을 에서도 알아서 잘 따라 할 것이다.
요한의 설명이 끝나자 이스겔은 빙긋 웃었다.
“공자님께서 이렇게 농법에 관심 을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농사가 잘돼야 영지민들이 잘 먹고 잘살지 않겠냐? 그래야 세금 걷을 때도 떳떳하고.”
퉁명스레 말하는 요한을 훑어보 던 이스겔은 흠칫 놀랐다.
그의 손과 바짓자락에 흙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요한이 직접 농지를 돌며 일일이 확인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공자님이 망나니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속정이 깊으신 분이구나.’
요한은 마스터다.
농사와는 관련이 없고 차후에도 기사가 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직접 농지를 돌고, 책을 뒤져 농법을 제시하다니.
실제 그의 농법은 처음 듣지만, 그래도 그 마음 씀씀이가 좋았다.
‘역시 소문만 믿기는 힘들다.’
“……뭐냐? 그 시선은?”
불과 아침에 만났을 때까지만 해 도 이스겔의 시선에는 공포만 있었 다.
하지만 지금의 시선은 달랐다.
약간이지만 존경과 호감이 담겨 있었다.
“부담스러우니까 그 시선은 치 워.”
“하하…… 알겠습니다.”
“다른 부분은 내가 틈나는 대로 와서 확인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두 도록.”
"예.”
“그럼 나는 훈련을 하고 있도록 하지. 문제 생기면 대장간으로 와.”
“알겠습니다!”
지시만 제대로 내려준다면 굳이 요한이 있을 필요는 없다.
이스겔은 강하게 대답한 후 농노 들과 영민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얼음을 농지에서 만들고,요한이 어느정도는 배포하겠다는 말에는 환호성.
휴경지의 경작 부분에 대해서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요한이 직접 지시했다는 말에 농노들과 영민들은 바로 수긍 했다.
‘그럼 훈련 시간은 만들었고. 나 머지는 치안 문젠가……치안 문제의 해결은 생산량 증대 보다 더 간단했다.
요한은 콧노래를 훙얼거리며 경 비대로 향했다.
"추,충"”
“공자님께서 오십니다!!”
요한이 들어오자 경비대의 병사 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장한 그들을 차례차례 훑어본 요한은 무기들과 방어구들을 살펴 보았다.
“당분간 내가 영지 치안관리를 맡게 되었다.
"헉……“치안관리의 생명은 경계근무 및순찰이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 지?”
“예에……경비병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 였다.
오늘부터 요한이 치안관리 업무 를 끝낼 때까지.
집에는 다 갔다고 봐야 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영지에서 문 제가 터졌다는 소리가 나오면 너희 는 나랑 같이 훈련하는 거다. 알았 나?”
“예!!”
‘제발 문제 생기지 마라.’
병사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생 각을 했을 때.
다급히 뛰며 안으로 들어온 병사 는 힘껏 외쳤다.
"큰일입니다!!”
달려들어 온 병사는 요한을 보고 딱딱히 굳었다.
"이야〜 즐거운 나날이 되겠구만. 무슨 훈련부터 할까? 응? 원하는 훈련 있으면 말해봐.”
병사들은 요한의 입가에 걸린 미 소를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