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9화
134. 전 아니라서 (1).
식량을 추가로 보급받은 메이가 다시 준비를 알렸다.
짐을 챙겨 나온 요한이 걸어나가 자 다키스트가 그에게 다가갔다.
“공자님. 가시는 겁니까?”
"그래. 잘 있어라.”
“……저는.”
“너는 뭐. 나 따라오려고? 그냥 여기 있는 게 낫지 않겠냐?”
다키스트는 꽤나 복잡한 표정이 었다.
그를 마주하던 요한은 어깨를 으 쓱였다.
“네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귀족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누군가를 따른 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그렇지요.”
“그리고 너는 나의 단편적인 모 습만 봤어.”
“그렇다고 해서 제가 본 것이 사 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장님 다섯이 코끼리를 만지면어떻게 되는 줄 아나?”
누군가는 거대한 기둥처럼 생겼 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긴 뱀처럼 생겼다고 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뾰족한 뼈만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볼 수 있는 것은 단편적인 것뿐이지. 너 내가 바그너 영지에 서 뭐라고 불리는지 모르지?”
“예. 망나니 공자라고……. 하지 만 어떤 이들은 훌륭한 인격자라고 하더군요.”
“만약 내가 진짜 망나니라면 어쩌려는 거냐?”
“제가 본 것만을 믿을 겁니다.”
“그래?”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 다.
“그럼 의무 복무 기간 끝나면 바 그너 영지로 와라. 레인저 캡틴 정 도라면 써먹을 곳은 많겠지.”
요한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다키 스트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의무 복무 기간은 오 년 남 았다.
오 년 후에는 전역이 가능하고 그때부터는 누구를 따라도 상관없 다.
‘회귀 전에는 타로트의 밑에 남 았었지.’
하지만 과연 지금도 그리될까?
다키스트의 얼굴에 남은 흥분을 확인한 요한은 몸을 돌렸다.
그가 멀어지자 떠나가던 요한을 바라보던 다키스트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런데 코끼리가 뭐지?”
복귀하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 다.
물론 몬스터가 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기사들도 많고 병사들도 있었다.
거기에 헨드릭 산맥에서 몬스터 토벌을 못 한 벌충이라도 하려는 듯 요한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덕분에 큰 문제 없이 그들은 수 도로 복귀할 수 있었다.
"후…… 이제야 좀 쉴 수 있겠 군.”
수도의 성문을 통과하자 헤르듀 크는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아무리 마차를 타고 갔다고 하더 라도 여행은 피곤한 일이다.
“이봐. 요한. 오늘 간단한 환영파 티를 열 예정인데……“안 갑니다.”
"그럴 줄 알았다.”
딱히 얻을 것도 없는데 가서 뭐 하겠나.
국왕 주최의 파티라면 모를까 굳 이 왕자 주최의 파티까지 갈 생각 은 없었다.
‘얼른 토도 백작을 만나서 아공 간 주머니나 받아야지.’
요한이 히죽거리자 마고 후작은 그의 속내를 눈치챘다.
"그렇게 좋나?”
“그럼 안 좋겠습니까?”
무려 열 칸짜리 아공간 주머니 다.
물론 회귀 전에 쓰던 스무 칸짜 리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하지만 지금은 열 칸도 감지덕지 였다.
‘회귀 전에는 열 칸짜리를 오 년 후에 얻었으니까…… 이정도면 꽤 빠른 편이지.’
“그럼 왕자님. 저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도에 도착한 만큼 굳이 함께 다닐 필요는 없었다.
국왕에게 보고는 헤르듀크만 하 면 된다.
마고 후작이 마차에서 내리려 하 자 요한은 야스진의 등을 툭 쳤다.
“너도 가라.”
“어? 공자님께선 안 가십니까?”
“토도 백작은 지금쯤 왕궁에서 체류하고 있을 거야. 난 만나고 바 로 복귀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케리만의 사 체는 어떻게 합니까?”
“왕궁에서 공개 전시한 후 해체 할 거야. 뼈 가져다줄 테니까 가공 소나 알아봐.”
케리만의 사체는 가공해서 여러 부위로 나눠야 했다.
그 중 반지를 만들 뼈 조금 챙겨 놓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 었다.
“예"”
기뻐하며 야스진이 내리자 헤르 듀크는 피식 웃었다.
"아랫사람을 잘 챙기는군.”
“이래저래 고생하는 녀석이니까 요.”
“그런 것도 생각하나?”
“저를 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뚱한 얼굴로 대꾸하는 요한을 향 해 헤르듀크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 다.
“음…… 망나니?”
“진짜 망나니짓 해볼까요?”
농담을 건네는 헤르듀크에게 요 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를 향해 한 차례 웃은 헤르듀 크는 넌지시 말했다.
"왕궁에서 나가면 귀족원에서 널 찾을거다."
"그러겠죠."
요한이 펠론 백작을 죽인 일로 분명 로만 후작이 귀족원에 요청했 을 것이다.
물론 그가 와 있지는 않겠지만.
귀족원의 원로 중에는 로만 후작 의 입김이 닿아 있는 이들이 많다.
분명 그 일을 가지고 시비를 걸 게 분명했다.
"원한다면 도와주지."
"괜찮습니다."
심드렁한 요한의 대답에 헤르듀 크는 쓰게 웃었다.
그 사이 마차는 왕궁에 도착하여 멈췄다.
“객실 쪽으로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궁내부원을 아무나 잡 고 물어보게.”
“예.”
헤르듀크도 떠나고 요한은 궁성 에 홀로 남았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요한은 궁내 부원 하나를 잡고 물었다.
“토도 백작님께선 어디 계시나?”
“안내하겠습니다.”
궁내부원의 안내를 받아 객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뭐야?”
객실 앞에는 기사 두 명이 서 있 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성철쇄 기사단 으로 보였다.
유노의 일로 요한과 적대관계가 된 기사단이다.
그들은 요한을 보자 살짝 묵례한 후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요한 공자님이시군요.”
“여기가 도브다만 왕국의 토도 백작님의 방인가?”
“그렇습니다만…… 지금 선객이 와계십니다.”
“그래? 길어질 것 같나?”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기다리지.”
요한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자 기 사들은 난감해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걸린 다.
요한은 들고 있던 창을 움직였 다.
“안에서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건……기사들은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그때 안쪽에서 큰 비명이 들렸 다.
"까아아아악!?”
그것을 들은 요한은 피식 웃었 다.
“안에서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들어가 봐도 되겠 지?”
“안됩니다.”
기사들은 당황하면서도 방문을 지켰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차갑게 웃었 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더L”
요한의 얼굴에 차가운 웃음이 그 려지자 기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허락 구하는 거로 보여?”
간단히 기사 둘을 무력화시킨 요 한은 방문을 걷어찼다.
-쾅!!
잠겨 있던 문의 걸쇠가 일격에 박살이 나버렸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 어간 요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안의 광경은 예상과는 달랐다.
얼굴을 감싸쥐고 신음하는 금발 의 청년.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당황하고 있는 헤이로나.
마지막으로 소파에 앉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중년인이 있었다.
“나,나마스 왕자님…… 괜찮으 십니까?”
‘‘ o 1-O.......”
그를 바라보던 헤이로나는 요한 에게 눈을 돌렸다.
"요한 공자님! 어,어쩌죠?”
“때렸냐?”
“그건 아닌데요…… 그냥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뭔 말?”
“……무슨 말을 했더라.”
딱히 심한 말을 한 기억은 없었 다.
헤이로나가 자기가 했던 말을 되 짚어보자 요한은 손사래를 쳤다.
“됐고.”
요한은 나마스에게 다가갔다.
그는 요한이 다가오자 흐리멍덩 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도…… 날 차남이라고 멸시하 려는 거냐……?”
“그럴 생각 없습니다. 나마스 왕 자님.”
“넌…… 넌 요한이구나. 넌…… 장남이지……“절 아십니까?”
“그야……“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죠. 어이!!”
바깥에 있던 기사들이 다급히 들 어왔다.
그들은 시무룩해져 있는 나마스 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아…… 결국.”
“뭐, 뭔데요?”
“그게……헤이로나의 질문에 기사들은 대 답하기를 망설였다.
그들이 힐끔 본 요한은 헤이로나 를 막았다.
“남의 나라 왕자님의 사정을 굳 이 캐묻고 싶냐?”
“예? 무슨 사정인데요?”
아직도 헤이로나는 왜 나마스가 저리됐는지 모르고 있었다.
요한은 나마스와 기사들을 번갈 아 본 후 손사래를 쳤다.
"이쪽은 내가 맡지.”
“부탁드리겠습니다!”
비록 요한에게 맞기는 했지만 덕 분에 나마스의 비밀을 지킬 수 있 었다.
기사들이 그를 부축해 데리고 나 가자 헤이로나는 의아해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저러시는 건 지……“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아공간 주머니 를 얻는 거지.’
헤이로나를 지나친 요한은 중년 인의 앞에 앉았다.
“토도 엘도만 백작님 되십니까?”
“그렇소만…… 뉘신지?”
이제야 요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토도 백작은 의아해했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요 한은 담담히 말했다.
“요한 바그너입니다.”
“요한…… 신성 요한?”
로드만 왕국에 오고 나서 토도 백작도 요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 다.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절맥을 스스로 치유하고 마스터에 오른 자.
헤이로나에게도 들었기에 토도 백작은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 다.
“말씀은 많이 들었소.”
“그렇습니까?”
“그런데…… 우리 헤이와 뭔가 아시는 사이 같구려.”
경계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콧방 귀를 뀌었다.
연애 따위는 근손실을 부르는 쓸 데없는 것이다.
마왕을 잡는 것.
그리고 회귀 전 거슬렸던 놈들을 잡는 것.
그 외의 것에 요한은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토도 백작의 말은 요한에 게 가당치 않은 것에 불과했다.
“헤이로나에게는 관심 없습니다.”
“그,그렇소? 우리 헤이가 어디 가서 빠지지는 않는 아인데……“이거나 받으시지요.”
그의 말을 끊으며 요한은 천으로 감싼 창을 내밀었다.
"이것은……!!?”
천을 풀어 창을 확인한 토도 백 작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눈에 물기가 차오르자 헤이 로나는 고개를 갸웃거 렸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이걸…… 이걸 어디서 구하셨 쇠?”
창을 옆으로 내려 둔 토도 백작 은 요한을 꽉 잡았다.
그의 눈에 담겨 있는 증오와 회 한을 요한은 가볍게 읽을 수 있었 다.
“케리만을 잡고 구했습니다.”
“케리만을!?”
토도 백작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 다.
그의 모습에 헤이로나는 당황했 다.
“아버지. 케리만이라면 헨드릭 산맥의 그 몬스터 로드를 말하는 거죠? 그게 왜……“정말로…… 정말로 케리만을 잡 았단 말이오?”
토도 백작의 목소리는 물기에 잠 겨 있었다.
그를 마주하던 요한은 심드렁히 답했다.
“지금 왕궁에 케리만의 사체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화,확인해봐도 되겠소!?”
“물론.”
토도 백작은 요한도 내버려 둔 채 빠르게 뛰었다.
그가 멀어지자 요한은 앞에 놓여 있는 잔과 다과,빵을 보았다.
누군가 손댄 흔적은 없었다.
“이거 안 마신 거지?”
“예"•… 그렇긴 한데. 뭐에요?”
“뭐야. 넌 모르나?”
식은 차를 홀짝거리던 요한은 테 이블에 놓인 디저트용 빵을 뜯었 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리에 앉아 먹 기 시작하자 헤이로나는 심각한 어 조로 답했다.
“예. 몰라요.”
“그래?”
다시 차를 홀짝거린 요한은 쿠키 에 손을 가져갔다.
그가 다섯 개 째의 쿠키를 먹는 것을 본 헤이로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 쿠키 제가 구운 쿠키거든 요?”
“그래서?”
“대답해주시지 않으실 거면 드시 지 마세요.”
헤이로나가 쿠키 접시를 빼앗자 요한은 빵 접시로 손을 내밀었다.
그가 빵만 먹자 헤이로나는 한숨 을 쉬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요한은 빙긋 웃었다.
“왜? 빵도 네가 구웠다고 해보시 지?”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