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22화
122. 몬스터 헌팅 (4).
패닉 상태에 빠진 길로틴이 주저 앉았다.
그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본 다키스트는 이를 갈며 외쳤다.
“멍청한 놈!! 정신차려!!”
“우린 다 죽을거야아아!!!”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과하다 싶을 정도다.
훈련받은 병사가 이런 상황에서 공포에 질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키스트는 공격하던 흉상을 보 았다.
홍상이 가진 끔찍한 기운 때문에 길로틴이 질린 것이라 생각되었다.
전장의 공포는 전염되기 마련이 다.
다른 병사들도 길로틴의 패닉에 영향을 받은 듯 표정이 안좋아지고 있었다.
“계속 공격해!! 어서!!”
“하,하지만. 죽을 거야…… 우린 다 죽을 거야……“공자님께서 아직 싸우고 계신 다!! 무기를 들어!! 어서 흉상을 부 숴!!”
그가 필사적으로 외쳤을 때.
요한과 케리만이 다시 부딪혔다.
-쿠우우응!!
요한의 오러를 제대로 머금은 미 스릴 검은 창에 담긴 검은 기운을 간단히 튕겨냈다.
춤추듯 요한이 검을 휘두를 때마 다 케리만의 몸에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요한이 다시 케리만을 압도하기 시작하자 길로틴의 패닉이 풀렸다.
그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닦아내 고 다시 기둥을 공격했다.
“카아아아!!”
한참 밀리던 케리만이 포효했다.
그의 몸에 새겨져 있던 문신들에 서 빛이 번쩍였다.
검은 기운에 완전히 감싸진 케리 만이 허공에 떠오르고.
그가 창을 아래로 겨눈 순간 창 에 거대한 불길이 맺혔다.
이대로 가다간 패배한다.
그렇기에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 는 것이었다.
당연히 요한은 저 공격을 본 적 이 있었고,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도 알고 있었다.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불길을 쏘아내려던 케리만은 공 격을 하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적의를 품은 채 다시 일 어나려 하고 있었다.
- 카으…… 크아아아!!
“쯧. 저항했나.”
케리만은 천 년을 넘게 산 오우 거다.
그 시간을 살아오며 쌓인 정신 력.
거기에 오래된 자의 숙주라는 것 이 저항력을 높여주었다.
고작 다섯 개의 코어만으로는 케 리만을 완전히 질리게 할 수는 없 었다.
하지만 그 짧은 틈만으로도 충분 했다.
“하아압!!”
오러가 담긴 미스릴 검이 창을 쥔 케리만의 팔을 잘라냈다.
통나무 같은 팔과 함께 창이 떨 어지고.
그 안에 담긴 마법이 풀려버렸 다.
“크아아아아아!!!”
고통을 호소하며 케리만은 산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퍼걱 H다키스트의 필사적인 공격 덕분 일까?
그때 흉상 하나가 박살이 나버렸 다.
그 이후에 다른 병사들이 치던 흉상들도 하나둘씩 부서지기 시작 했다.
결국 다른 흉상들이 모두 부서지 자 요한은 씩 웃었다.
“흡!!”
케리만의 몸으로 흡수되던 기운 이 사라져버렸다.
약화된 케리만은 비틀거리며 몸 을 일으켰다.
그가 도망치기 위해 등을 돌린 순간.
요한은 빠르게 케리만의 목을 향 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거대한 오우거의 머리가 뚝 떨어 졌다.
천 년을 넘게 살아온 몬스터 로 드의 허망한 최후였다.
“해치웠나……?”
병사 하나가 중얼거리자 요한은 겝싸게 케리만의 심장에 몇번이나 검을 꽂았다.
확인사살까지 완벽하게 끝낸 요 한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승리의 여운을 만끽할 여유는 없 었다.
이정도 소란이 있었으면 필로틴 제국에서도 조사를 위해서라도 올 게 분명했다.
“케리만 시체 챙겨. 필로틴 제국 에서 오기 전에 빨리 뜨자.”
진짜 케리만을 잡을 줄은 몰랐 다.
다키스트와 병사들은 케리만의 시체와 요한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달성 했다.
그런데도 요한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심드렁할 뿐이었다.
그들이 멍하니 서 있자 요한은 이를 드러냈다.
“필로틴 제국 병사들이랑 상견례 할 거냐? 왜? 아예 정장까지 차려 입지?”
그의 입에서 나온 독설이 모두의 정신을 일깨웠다.
병사들은 황급히 케리만의 시체 를 잡았다.
“아,알겠습니다!”
오우거의 피나 뼈,두꺼운 가죽 은 장비품을 만들 재료가 된다.
아니,그것을 떠나서 케리만의 시체다.
지금까지 케리만에게 소중한 이 를 잃은 사람들은 많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케리만의 시 체는 챙겨가야 했다.
병사들과 다키스트가 시체를 챙 기는 사이 요한은 케리만의 은신처 로 들어갔다.
“어디 가십니까?”
요한이 케리만의 은신처로 들어 가려 하자 다키스트가 따라붙으려 했다.
그를 막은 요한은 무덤덤히 말했 다.
“들어오지 말고 밖에 있어.”
“음. 알겠습니다.”
아까 그만한 위엄을 보여 준 요 한이다.
혼자 간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기에 다키스트는 요한 을 따르지 않았다.
그를 두고 안으로 들어간 요한은 쓰게 웃었다.
“여긴 여전하구만.”
난장판인 동굴 안쪽에는 끔찍한 냄새와 더불어 수많은 해골들과 살 점들이 있었다.
인신공양의 흔적들이다.
그리고 동굴 가장 안쪽의 제단 위에는 인신공양의 대상이 된 석상 이 놓여져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한 형태의 불꽃의 석상이었다.
회귀 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과 같은 위대한 자의 석상.
요한은 말없이 석상을 응시했다.
‘회귀 전에는 그냥 봉인해놨었 지.’
그렇기에 얼굴 없는 자의 권능에 크게 밀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불의 흡혈귀와 얼굴 없는 자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이 차원에 얼굴 없는 자가 개입 할 가능성이 있으니 봉인하는 대신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낫다.
요한은 가방을 들었다.
가방에서 하이마스에게 선물로 받은 성물,그리고 성해포와 신성 의 궤를 꺼낸 그는 석상을 성해포 로 감쌌다.
그리고 성물과 함께 성궤 안에 넣었다.
‘이건 이정도면 되겠고.’
나머지는 주변 정리 뿐이다.
요한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 다.
제물로 바쳐진 사람과 몬스터의 흔적.
그리고 오래된 자를 숭배하는 이 들의 성물과 기물들.
그것들을 차분히 훑어보던 요한 은 미스릴 검을 들었다.
살아 있는 불꽃의 석상을 제외하 면 나머지는 의미없는 물건들이다.
‘여기는 내버려둬 봤자 도움이 안 되겠군.’
“흡!!”
미스릴 검을 휘둘러가며 요한은 내부를 완전히 파괴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아예 안쪽이 허물어지게 동굴 자체를 부숴버렸 다.
완전히 무너진 동굴을 그가 확인 했을 때 다키스트는 다급히 외쳤다.
“공자님! 다 옮겼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고.”
* * *필로틴 제국의 영역에서 나와 대 기하던 소대원들과 합류하고 나서 야 겨우 쉴 수 있게 되었다.
다들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진짜로 케리만을 잡을 줄이 야……옆에 놓여 있는 케리만의 시체를 봐도 믿기지 않았다.
“대단하십니다!”
“굉장합니다!”
병사들의 칭찬과 환호를 듣던 요 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그거고. 야. 너.”
“예?”
기뻐하던 분위기가 한 번에 가라 앉았다.
“넌 뭔데 아까 흉상 공격 안 했 냐? 너 때문에 다 죽을 뻔 했거 든?”
길로틴은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도 왜 그랬 는지 모르겠다.
“죄,죄송합니다.”
길로틴이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했지만.
요한에게 있어서 이건 기회였다.
“죄송하면 군 생활 끝나냐?”
‘이걸 빌미로 이놈을 괴롭히고 죽여 버리……말하던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 렸다.
-채애앵!!
그의 검에 무언가가 맞는 소리가 들렸다.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화살이 었다
그 화살이 튕겨 바위에 꽂힘과 동시에 수십 발의 화살들이 날아들 었다.
“피해!!”
요한의 외침에 병사들은 황급히 몸을 돌렸다.
“크억……!!"
“으어 억!!”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살비를 쉽 게 피할 수는 없었다.
소대의 몇몇 병사들이 화살에 맞 아 신음성을 토했다.
그 사이 다키스트는 요한이 튕겨 낸 화살로 시선을 돌렸다.
일반 화살과는 다른 화살이다.
거의 단창 수준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화살.
다키스트가 알기로 이런 화살을 쓰는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인왕 율경!? 필로틴 제국의 공 격이다!”
그의 외침이 터져 나온 순간.
오러가 담긴 세 발의 강철 화살 이 요한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오! 진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요한 은 빠르게 화살을 튕겨냈다.
첫발은 옆으로 쳐냈고.
두 번째는 부러트렸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달랐다.
“하아앗!!”
요한 정도로 소드 댄싱에 대한 깨달음이 있다면.
“크어 억!!”
튕겨내는 방향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었다.
화살이 날아온 곳에서 달려오는 필로틴 제국의 병사는 그가 튕겨낸 화살에 맞아 즉사해버렸다.
‘쯧. 일단 얘들부터 살려야겠군.’
저들과 싸우는 것은 문제가 되 지 않는다.
문제는 요한을 도우러 따라왔던 이들이다.
그냥 싸우면 저들은 다 죽는다.
특히나 상대가 인왕이라면 더 그렇다.
요한의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해 저들부터 죽일 것이 분명하니 말 이다.
그러니 일단 저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때 다키스트가 다급히 외쳤 다.
“길로틴!! 대열을 유지해라!!”
다른 병사들이 어떻게든 부상자 를 챙기고 대열을 유지하며 후퇴 하려는 것과 달리.
길로틴은 어느새 멀찌감치 도망 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다키스트가 강하게 외쳤지만 길로틴 이후에 한명 더 혼자 도망칠 뿐 이었다.
요한은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필로틴 제국 쪽에서 병 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후방에서 궁병들의 지원까지 있다.
거기에 가끔 날아오는 인왕의 철시까지.
누군가가 저들을 막아줘야 했 다.
“공자님!! 후퇴해야 합니다!”
기습에 의해 부상자가 많다.
당장 수도 크게 밀린다.
거기에 적에게는 인왕 율경이 있었다.
후퇴해야 한다는 것을 다키스트 가 알렸지만 요한은 움직이지 않 았다.
그저 힐링 포션을 꺼내 획 던질 뿐 이었다.
“부상자들에게 먹이고 상처에 뿌려.”
“공자님……!”
다키스트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 래졌다.
필로틴 제국의 영역에 있는 숲 쪽에서 또다시 일단의 무리가 튀 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들이었다.
적어도 유저 정도는 되어 보이 는 이들이 달려오자 요한은 검을 역수로 잡았다.
“짜증나게 시리.”
오른손에는 미스릴 검.
왼손에는 오러 블레이드.
전력으로 싸울 것임을 요한은 보여주고 있었다.
“와아아아!!”
달려들던 병사들을 향해 요한은 망설임 없이 힘껏 검을 내리그었 다.
훈련된 정병 셋이 그의 일격에 쓰러지자 병사들이 외쳤다.
“마,마스터다!!”
“제길!! 에슐론 님을 모셔!!”
또다시 철시가 쏘아졌다.
그것을 막기 위해 요한은 검을 휘둘렀고.
그사이 요한 근처에 있던 병사 들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의 자리를 기사들이 대체했다.
“죽어라! 이놈!!”
“너나 죽어.”
기사가 휘두르는 철퇴를 피해낸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단 일격에 가슴이 갈라진 기사 가 쓰러지자 요한은 척 검을 겨눴 다.
“조심해라!!”
“포위해서 잡아!!”
적병과 기사들이 자신을 둘러싸 자 요한은 씩 웃었다.
“와 봐.”
싸늘한 비웃음을 던진 요한은 견제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달려들 었다.
한 무리 양 떼 속에서 늑대가 날뛰는 것 같다.
“도대체가……케리만을 상대할 때도 보통 몸 놀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뭐란 말인가.
마치 춤추듯 움직이는 그의 몸 놀림에 다키스트는 후퇴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 았다.
그래도 무리다.
요한은 아까 케리만과도 혼자 싸우지 않았는가.
거기에 인왕 율경이라니.
또 그의 왼팔인 에슐론도 있는 듯싶었다.
다키스트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공자님! 후퇴하셔야 합니다!”
“됐으니까 너희나 먼저 빠져. 나 챙기려다 너희 다 죽는다.”
하지만 요한은 다키스트의 필사 적인 외침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오히려 더욱 미친 듯이 날될 뿐이었다.
“빨리 가서 애들이나 챙겨. 한 놈이라도 더 살려야지. 그리고 아 까 도망친 놈들도 반드시 찾아서 구해. 알았나? 반드시다. 반드시.”
‘길로틴 그놈을 엄한 곳에서 죽 게 할 수는 없지.’
함께 모여 피하는 것이라면 어 느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헨드릭 산맥은 병사 하 나가 혼자 돌아다닐 정도로 만만 한 곳은 아니다.
거기에 겁에 질린 채 쫓기는 와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험한 지형에서 발을 헛디딜 수 도 있었다.
몬스터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 었다.
길을 잃고 헤멜 수도 있었다.
‘기껏 찾았는데 그렇게 죽게 할 수는 없지.’
“고,공자님……무뚝뚝하게 말한 요한은 날아드 는 화살을 또 튕겨냈다.
그것을 본 다키스트와 남은 병 사들은 감동했다.
‘아…… 요한 공자님.’
‘저분이야말로 진정한 귀족이 다.’
귀족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백성 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귀족들의 의무이며 권리 였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누가 그러 겠는가.
귀족들은 자신들의 이권과 이득 만을 위해서 힘을 쓴다.
그런 것을 너무 오래 봐왔던 이 들에게 있어서 요한의 모습은 진 정한 귀족 그 자체였다.
물론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요한은 그저 이 상황조차도 이 용할 기회라고 생각할 뿐 이었으 니까.
‘잘하면 여기서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도 있겠군.’
율경이 없다면 모를까.
그가 있다면 다음을 생각해서 움직여야 했다.
그렇기에 요한은 웃으며 검을 꽉 잡았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