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21화
121. 몬스터 헌팅 (3).
식사가 끝나고 요한 일행은 바로 출발했다.
산을 타고,숲을 지나고,냇가를 넘는다.
그 과정에서 몇 차례 몬스터와의 조우가 있었다.
하지만 다키스트와 병사들이 전 투를 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요한이 나서는 것으로 충분 했기 때문이다.
“이정도면 저희는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그저 요한을 쫓아가기만 하던 길 로틴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질문에 요한은 발걸음을 멈 췄다.
“너희가 해줘야 할 일이 있거 ■든.”
“혹시 케리만의 미끼입니까? 하 하하……요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지그시 그를 응시하기만 할“저,정말입니까?”
길로틴과 병사들의 안색이 파랗 게 물들었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키득거렸다.
“그럴 리가. 그리 어려운 것 아 니니까 조금 있다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된다.”
“조금 있다가요?”
“그래. 거의 다 왔으니까.”
요한은 언덕 밑을 가리켰다.
그 방향을 본 다키스트의 표정이 굳었다.
저 언덕 밑은 필로틴 제국의 영 역이었다.
“저기는…… 필로틴 제국의 영역 입니다.”
“그래서?”
“예?”
“오히려 필로틴 제국 놈들이 감 사해야겠지. 그들 영역에 있는 몬 스터 잡아주는 거니까. 아. 그리고 열한명만 따라와.”
요한은 소대원 중 직접 인원을 선발했다.
당연히 그 안에는 길로틴도 포함 되어 있었다.
열명을 모두 선발한 요한이 내려 가자 다키스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근처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만난 몬스터들은 요한 이 쉽게 잡았다.
그런 요한이 있으니 케리만도 어 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잡고 빠져나가자고 생각한 다키스트는 병사들을 이끌 고 요한을 따랐다.
그렇게 언덕 밑으로 내려가자 다 키스트는 의아해했다.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 입니까?”
“그래. 여기가 케리만의 은신처 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잖습니까.”
“없어 보이는 것뿐이지. 자. 다들 이리로 들어가자고.”
들어가고 자시고 뭐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당황한 이들을 데리고 요한은 한 걸음 걸었다.
다키스트와 병사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모두 경악했다.
"이건……!?”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언덕 에 커다란 동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동굴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과 인간의 뻣조각들 이 남아 있었다.
그제야 다키스트는 이곳이 케리 만의 소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두명만으로 여길 들어 올 수 있는 걸 보니 케리만이 있나보네."
“여길…… 어떻게 아신 겁니까?”
다키스트는 두려워하며 물었다.
케리만이 두렵기보다는.
이것을 알고 있는 요한이 두려웠 다.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그를 향해 요한은 시큰둥히 답했다.
“책 봐라. 책. 황금시대 마법사 연대기 사 권.”
»“그리고 환상 속의 궁전 이 권. 거기에 열셋이 길을 열 것이다. 라 는 말이 있다. 여기는 그것과 같은 곳이야.”
황금시대 마법사 연대기는 모르 겠지만 환상 속의 궁전은 다키스트 도 아는 책이었다.
그 책들은 분명 황금시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것을 요한이 언급하는 이유가 뭘까.
순식간에 그것을 알아차린 다키 스트는 깜짝 놀랐다.
“황금시대 마법사 연대기라 면…… 그럼 케리만이 황금시대의 몬스터란 말씀이십니까?”
“아니.”
요한은 검을 당겨 잡으며 안쪽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크아아아아아!!
산을 흔드는 거대한 포효와 함께 동굴에서 커다란 불덩어리가 터져 나왔다.
“케리만은 암흑시대 말기에 태어 난 몬스터지.”
“예?”
암흑시대부터 지금까지면.
천 년 이상의 삶을 살았다는 것 이다.
일개 몬스터가 그 정도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놀라는 다키스트에게 웃어 보이 며 요한은 날아오는 불덩이를 그대 로 튕겨냈다.
* * *암흑시대 말기는 혼란의 시기였 다.
그 암흑시대를 이끄는 것이 바로오래된 자의 신앙이었다.
태고부터 존재했던 자들을 숭배 하는 신앙.
하지만 인신 공양을 중시하는 오 래된 자의 신앙은 위대한 다섯 영 응에 의해서 끝나게 되었다.
“천 년이나…… 아무리 오우거라 고 하더라도 그게 가능합니까?”
동굴 속으로 튕겨 들어간 불덩어 리가 안에서 폭발한다.
그것을 지켜보며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해.”
“어떻게 그게 됩니까?”
“케리만은 오래된 자의 숙주이니 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낸 요한 을 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었다.
-쿠응!!!
불길이 치솟는 동굴 안쪽에서 울 림이 들렸다.
무언가가 나오고 있었다.
다키스트는 황급히 무기를 뽑았 다.
“전원! 전투 준비!!”
-쿠우우웅!!!
땅이 울리는 소리가 계속된다.
불타는 동굴에서부터 울려오는 소리가 가까워졌을 때.
요한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나오면 너 희는 싸우지 마.”
“예? 하지만……“아까 여기를 왜 발견하지 못했 다고 생각하냐?”
“그건……요한이 아니었다면 이곳은 발견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과연 여기는 뭐란 말인가.
“마법…… 은 아니지요?”
“그래.”
“그럼 뭡니까?”
"말했잖아. 케리만은 오래된 자의 숙주라고. 여기가 오래된 자의 유 적이야. 좀 있으면 너희가 싸워야 할 대가 될테니까 그때나 움직여."
진동음이 강해지며 불길에서 거 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오우거 였다.
하지만 일반 오우거와는 달랐다.
일반 오우거보다 머리 세 개는 더 크고 덩치도 훨씬 크다.
몸은 짙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 고 두꺼운 가죽에는 보는 것만으로 도 기분이 나빠지는 흉측한 문신들 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저 모습.
모를리 없다.
“케리만!!”
-크아아아아아!!!
한 자루 창을 들고 있는 블랙 오 우거,케리만이 포효하자 요한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케리만과 마주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회귀 전에 케리만과 총 네 번 만 났었다.
처음 요한을 만났을 때 케리만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덤볐었다.
하지만 그에게 패배하고 도망쳤 었다.
그 이후로 케리만은 요한을 보자 마자 전력으로 도망쳤다.
오래된 자의 숙주가 되며 얻은 지성이 본능을 누른 것이다.
하지만,그것은 회귀 전의 이야 기.
지금의 케리만은 요한을 처음 보 는 것이다.
당연히 요한의 힘을 알리 없었기 에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회귀 전에는 놓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번에 잡아주지!!”
-카아아아!!
창에 검은 기운이 서렸다.
요한의 머리를 향해 케리만은 창 을 휘둘렀다.
강한 기세가 담겨 있지만 요한은 간단히 막아냈다.
-크워어어어!!
그가 막을 줄 알았던 것일까?
케리만의 흉측한 얼굴이 일그러 졌다.
그리고 그의 창에서 거대한 불길 이 치솟았다.
아까 쏘아냈던 불길이었다.
하지만 아까도 튕겨낸 불덩어리 에 요한이 맞겠나.
그는 불덩어리를 케리만에게 다 시 튕겨내버렸다.
-크어어어!?
자신이 쏜 불길이 오히려 자신을 덮치자 케리만은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그 불길은 케리만의 두꺼 운 가죽을 태우지 못하고 금방 꺼 져버렸다.
-크어어어어!!!
“하하하하"!”
포효하는 케리만.
광소하는 요한.
둘은 서로를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둘렀다.
검은 기운과 붉은 기운이 수십 번이나 마주친다.
그것을 다키스트와 병사들은 멍 하니 지켜보았다.
“맙소사……“저 케리만을 혼자서……이곳까지 오며 요한이 몬스터를 쓰러트린 것을 봤었다.
그때도 굉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요한의 전력이 아니 었을 줄은 몰랐다.
"고,공자님이 유리하시다!!”
내질러지는 창을 피해낸 요한이 케리만의 다리를 베었다.
오러가 실린 검이 두꺼운 다리를 깊숙이 베어 넘기자 케리만의 자세 가 흐트러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요한은 케리 만의 가슴을 갈랐다.
-크어어어어!!!
피가 튀며 고통 섞인 비명이 터 져 나왔다.
그것을 들은 다키스트와 병사들 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간 헨드릭 산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케리만이다.
그 케리만의 죽음이 보이고 있었 다.
-크어어어어!!!
“이페이즈다!!”
“예?”
뒤로 훌쩍 뛴 케리만이 창을 바 닥에 내리꽂았다.
그 사이 요한도 미스릴 검으로 장비를 교체했다.
“다키스트H 나설 차례다!!”
"무,무슨……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이 흔들렸다.
당황한 다키스트와 병사들이 어 쩔 줄 몰라 하는 사이.
바닥에서 열하나의 흉상이 모습 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
박쥐 날개에 원통형 몸을 지닌 흉측한 괴물들의 흉상이었다.
그 흉상을 보자마자 다키스트와 병사들은 어지럼증을 느꼈다.
"으......«이 자리에서 피하고 싶다.
당장 저 흉상을 멀리하고 싶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욕망이 그들 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때.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요한이 거칠게 외쳤다.
그것만으로도 어지럼증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뭐,뭘 해야 합니까!?”
“흉상을 부숴!”
흉상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 다.
그 기운은 케리만에게 연결되었 고 케리만의 몸은 점점 커지기 시 작했다.
-카아아아악!!!
몸이 더 커지고 요한과 싸우며 생긴 상처들이 사라졌다.
흉상으로부터 힘을 받는 케리만 은 요한에게 흉측하게 웃었다.
다시 붙어 보斗고.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키스트는 당황하며 요한을 보 았다.
흉상을 부수며 케리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그의 걱정을 눈치팬 요한은 검 을 까딱거렸다.
“이놈은 내가 잡고 있지.”
혼자서 가능할까?
아까보다 더욱 강해진 것 같은 데?
다키스트는 당황하며 케리만을 보았지만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까는 그저 기분이 나빴을 뿐 이다.
하지만 이제는 케리만을 보는 것조차 두려웠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것도 느끼 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웃으며 검을 휘두르기만 할 뿐이었다.
-챙! 챙! 챙 H커다란 덩치도 무색하게 케리만 은 빠르고 정교하게 창을 휘두르 고 있었다.
자신이었다면 일 초 만에 죽었 을 케리만을.
요한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혼자 서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압도하지는 못 했다.
다키스트는 입술을 꽉 깨물었 다.
아까와 상황이 다른 이유는 단 하나.
케리만에게 힘을 보내고 있는 흉상 때문이다.
“흉상을 부숴라!!”
다키스트의 명령까지 떨어지자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흉상을 공격하기 시작하 자 케리만에게 보내지던 기운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 크으으......II기운이 약해진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까?
케리만은 신음성을 토해내며 슬 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저건 저놈들에게 맡겨두고회귀 전 케리만을 상대할 때 저 흉상들이 제일 골칫거리였다.
세워져 있으면 케리만에게 계속 힘을 보낸다.
그것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케리 만의 계속 힘을 얻는다.
그렇기에 열한 명만을 따로 데 리고 온 것이었다.
케리만도 흉상이 계속 공격당하 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요한을 떨쳐내고 병사 들을 공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한은 케리만을 확실히 잡고 있었다.
“흡!!”
- 캬아아아!!
머리를 노린 창을 피해내고.
두꺼운 팔까지 흘려낸 요한은 케리만의 가슴을 베었다.
하지만 얇다.
아까와는 다르게 요한의 공격은 느리고 약했다.
케리만은 자신의 승리를 예감했 다.
더욱 빠르게 케리만이 요한을 공격하자 근처 흉상을 치던 길로 틴이 비명을 내질렀다.
“으,으아악!! 우,우린 다…… 다 죽을 거야!”
흉상을 공격하던 길로틴이 파랗 게 질린 채 손을 멈췄다.
그것을 본 요한은 인상을 찌푸 렸다.
‘일부로 밀리는 척 좀 했다고 저항에 실패하다니. 예나 지금이 나 한심하긴 마찬가지군.’
-크근 근 I- ■ ■■ ■ ■■ ....
요한의 검이 자신의 가죽을 베 지 못한다는 것 때문일까?
케리만은 여유롭게 요한에게 다 가갔다.
그를 바라보던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와라. 흉상 무너지면 한 방에 죽여줄테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