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23화
73. 이 정도면 비벼볼 만하다.
(3)
그의 대답에 요한은 뒤통수를 긁 적거 렸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머뭇거리던 요한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주신다면야 감사히 받지요.”
‘이정도면 지금 현자의 돌을 만 들 수도 있겠다.’
필요한 금을 예상보다 빨리 모두 모았다.
그럼 남은 것은 금을 합치는 작 업 뿐.
윌카스트 백작이 허락하자 요한 은 금화를 들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 월카스트 백작은 얼 굴을 감싸 쥐었다.
“바론님이시여…… 부디 요한이 다시 절맥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저택에서 나온 요한은 늘 하던 것처럼 과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 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어이…… 아니 이것들은 진 짜……대장간 안에는 헤갈과 유아랑이 서로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주변에 술병이 굴러다니는 것이 어제 또 술을 퍼마시고 잠든 모양 이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던 요한은 삽을 들고 나가 밖에서 눈을 크게 퍼 그 들에게 뿌렸다.
“앗! 차가워!!”
“어푸! 뭐,뭐야!?”
난데없이 눈 벼락을 맞게 된 둘 이 벌떡 일어나자 요한은 가져 온 상자를 툭 쳤다.
“헤갈. 녹일 것 더 생겼다.
“어…… 예.”
크게 하품을 하며 정신을 차린 헤갈은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가 일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은 유아랑은 긴 의자에 엎드렸다.
“으하아암…… 바쁘구만……“너도 바쁠 거야. 약초 지금 확 인할거야. 정신 차려.”
“어…… 예. 뭐. 지금 쓰셔도 좋 을 정도로 잘 키웠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약초 재배 에 집중을 한 유아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약초는 아주 잘 자라 있었다.
유아랑의 밭으로 간 요한은 필요 한 약초들을 전부 확인했다.
필요한 만큼 모두 제대로 자라 있었다.
“이거 뽑아도 괜찮지?”
“예. 물론입니다.”
유아랑이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 은 바로 블러디 만드라고라를 뽑았 다.
이리저리 만드라고라를 확인한 요한은 만족스레 웃었다.
“최고급이군.”
“정성을 다해 길렀습니다.”
뿌듯해한 유아랑은 다른 약초들 도 보여주었다.
그가 자부하는 것처럼 모든 약초 들이 최고급이었다.
“전부 뽑아서 다듬어.”
“알겠습니다.”
그가 순순히 명령을 따르자 요한 은 힐끔 대장간 쪽을 보았다.
‘원래는 미스릴 검 만들고 나서 현자의 돌을 제작할 생각이었지 만…… 금이 다 모였으니 굳이 미 룰 필요는 없겠지.’
“다 됐습니다.”
“담고 따라와.”
“예.”
요한과 함께 약초를 챙긴 유아랑 은 그의 뒤를 쫓았다.
성큼성큼 산길을 타고 동굴 근처 에 도착하자 그는 의아해했다.
“여긴 어딥니까?”
“탈무의 던전.”
“던전!? 그,그런데 이대로 가도……“이미 공략 끝냈다. 겁먹지 마 라.”
하긴 요한이 누군가.
이미 그가 알고 있는 던전이라면 공략은 완벽하게 끝났을 것이다.
그를 따라 던전 안에 들어간 유 아랑은 감탄했다.
“황금시대의 던전 같군요. 여기 수호자도 보통 놈이 아니었을 텐 데……“보통 놈이 아니기는 했지.”
탈무의 던전을 둘러보던 유아랑 은 수레에 있던 약초들을 내려놓았 다.
꽤나 많이 쌓인 약초들을 보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끝입니까?”
“그래. 네가 해줘야 할 일은 이 걸로 끝이다.”
“그렇군요.”
“그동안 고생 많았다. 뭐 줄 건 없고…… 나중에 던전 탐험할 때 한번 데려가 주지.”
“어!? 그게 정말이십니까!?”
모험가들에게 던전 탐험은 명성 을 높임과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그런 곳에 요한이 함께 해준다면 말 그대로 날로 먹는 것이다.
유아랑은 꽤나 기뻐했고 요한은 그의 어깨를 툭 토닥였다.
“목숨 값 이상으로 잘해줬으니 까.”
그가 나가자 유아랑은 기분이 묘 해졌다.
‘내 목숨값이 저 약초들 키우는 것보다 못하다는 건가……?’
하지만 그 의문에 답해 줄 요한 은 벌써 나가버렸다.
힐끔거리며 탈무의 연구실을 이 리저리 살피던 유아랑은 황급히 그 의 뒤를 쫓았다.
약초를 가져다 놓고 수련을 한 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쯤.
헤갈은 금화를 모두 녹여 금괴로 만들어냈다.
“바로 다음 작업 들어가겠습니 다. 공자님. 금을……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금덩 어리를 꺼내 내려놓았다.
그것을 틀 위에 올린 후 금괴들 을 녹여 황금 덩어리에 쏟는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고 조심 해가며 그가 작업을 하기 시작했을 때.
“공자님. 여기 계십니까?”
뒤쪽에서 아단의 목소리가 들렸 다.
“오. 아단. 웬일이냐?”
“빌헬미나님께서 가져가라고 하 셨습니다.”
아단이 내민 바구니 안에는 빌헬 미나의 샌드위치가 잔뜩 들어 있었 다.
그것을 보며 입맛을 다신 요한은 아단의 손에 들려 있는 지팡이를 가리켰다.
그의 지팡이는 평소 그가 쓰던 것이 아니었다.
훨씬 좋아보이고, 강대한 마력도 담긴 것처럼 보였다.
“그 지팡이도 빌려주셨나.”
“예. 화염 마법을 쓸 때 도움이 될 거라면서.”
도움 수준이 아닐 것이다.
저 지팡이는 빌헬미나가 상아탑 의 로드 시절 썼던 그 지팡이였다.
마력을 크게 상승시켜주는 꽤나 귀한 것인데 그것을 아단에게 빌려 준 것이다.
“공자님께 도움이 되길 바라신다 고 하셨습니다.”
“그래?”
요한을 위해 마법을 써줄 수는 없지만 마법 도구 정도는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야. 아단. 마침 잘 왔다. 저거 식히는 것 좀 도왔으면 하는데.”
밖에 있는 눈을 퍼와 빠르게 식 히려던 헤갈이 요청하자 아단은 주 문을 외우고 지팡이를 틀에 가져갔 다.
그와 동시에 강한 한기가 몰아쳐 틀을 감쌌다.
“됐다.”
순식간에 굳어 하나의 덩어리가 된 황금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요한은 바구니를 챙겨 들었다.
“나 볼일만 보고 오면 바로 미스 릴 검 만들자. 준비해둬.”
“알겠습니다!”
“미스릴 검!? 그게 무슨 소리 야!?”
“미스릴이라니……“■方玄方"1■1■ ......”.
둘의 경악을 무시하며 헤갈은 뿌 듯해했다.
서로를 향해 소리치는 그들을 두 고 요한은 곧장 탈무의 연구실로 향했다.
“후……탈무의 연구실에 있는 제단 위에 황금을 놓고 그 위에 준비한 시약 을 뿌린다.
약초들은 짓이겨 즙을 짜낸 후 필요한 양만큼 따로 모아 약액을 만들었다.
그 외에 틈틈이 구한 재료들을 넣은 요한은 마법진을 그리기 위한 백석을 잡았다.
“흐흠〜 흥〜”
정교하고 세밀한 마법진을 빠르 게 그려낸 요한은 만족스레 웃고 모든 재료를 황금 위에 놓고 마지 막 재료를 꺼냈다.
리치의 마력이 담긴 라이프 베슬 을 꺼내 황금 위에 올린 요한은 마 법진에 손을 가져갔다.
약간의 오러를 주입하자 마법진 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은 황금과 다른 재 료들,라이프 베슬과 연결되었다.
점점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빛이 강해진다.
그것을 요한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쿠우우응!!
연구실을 가득 메울 정도의 빛이 터져 나오며 굉음이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은 라이프 베슬로 완전히 흡수 되었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다른 모든 재료는 검게 타버렸고,금은 커다란 납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재료의 성질을 흡수 한 라이프 베슬은 황금빛 돌로 변 해 있었다.
“됐다……현자의 돌.
가치를 아는 사람은 목숨을 내주 고서라도 얻고 싶어 하는 보물이 만들어졌다.
“바로 시작해야겠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요한은 현자 의 돌을 손에 쥔 채 집중했다.
그 순간 현자의 돌에 있던 황금 색 기운이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크윽……막대한 힘을 몸 안에 받아들이며 요한은 곧장 벽을 제거했다.
“쿨럭……!!"
현자의 돌이 고통을 대부분 막아 주고 있지만 그 여파를 버티는 것 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몸이 갈라지고 뼈가 끊어지는 고 통이 시작되었다.
육체가 개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고통을 요한은 이를 악문 채 버려 냈다.
“크으으윽......쿨럭! 커억........!”
그래도 회귀 전보다는 쉬웠다.
그때보다 많은 훈련을 했고,많 이 먹어 육체를 강화했다.
당연히 육체의 내구성도 늘어나 있었기에 반동을 버텨내는 것이 불 가능하지 않았다.
“카악…… 윽……!!”
하지만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 다.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근육이 뒤틀리는 고통.
뼈가 부러지고 갈라지는 듯한 고 통.
그러면서 요한의 몸은 점점 더 단단해졌고 그의 안에 새로운 오러 로드가 생성되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심장 근처에 있던 네 개의 코어는 새롭게 만들어진 코어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다섯 번째의 코어가 완전 히 자리잡았다.
그것을 느끼며 요한은 치솟는 피 를 꿀꺽 삼켰다.
단순히 피를 삼키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고통이 찾아온다.
“커억……실제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지 만 요한에게는 영겁 같은 시간이 흘렀다.
순식간에 옷이 피와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허억…… 허억……땀을 뻘뻘 홀리며 입에 고여있는 피를 뱉어낸 요한은 천천히 바닥으 로 쓰러졌다.
그리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만족 스레 웃었다.
“……이 정도면 천하십강과도 비 벼볼 만하겠네.”
천장을 향해 뻗은 손에는 전보다 더욱 선명하고,강렬한 오러 블레 이드가 쥐어져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해제한 요한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코어를 만드느라 체력을 너무 소 모했다.
허기짐이 계속해서 속을 자극하 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테이블로 다가간 요 한은 빌헬미나가 챙겨 준 바구니를 열었다.
바구니 안에 있는 마멀레이드를 꺼내고 물을 끓인 그는 컵에 듬뿍 담아 차를 끓였다.
“배…… 고파…… 죽겠다……그리고 바구니 밑에 가득 들어 있는 샌드위치를 꺼냈다.
얇게 썬 햄과 치킨 슬라이스,거 기에 싱싱한 상추와 과일이 잔뜩 들어 있는,빌헬미나 특제 샌드위 치였다.
보는 것만으로 침이 넘어가는 샌 드위치를 요한은 게눈 감추듯 입에 밀어 넣었다.
커다란 샌드위치 하나를 먹고도 요한은 멈추지 않았다.
바구니 안에 가득 담겨 있는 샌드위치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요한은 한마디 말도 없이 꾸역꾸 역 먹기만 했다.
샌드위치로 가득 차 있던 바구니 를 텅 비우고 나서야 요한은 간신 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와…… 진짜 배고파서 죽을 뻔 했네.”
배가 차니 들뜬 마음이 가라앉았 다.
요한은 따뜻한 차를 홀짝거리며 자신의 안을 관조했다.
다섯 번째 코어는 심장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좋아.”
육체 역시 제대로 강화되었고 새 롭게 새겨진 오러로드 역시 정상적 으로 작동한다.
만족한 요한은 연구실의 물로 씻 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야 곧 장 밖으로 나갔다.
코어가 만들어지고 육체가 강화 된 덕분일까?
몸이 한결 더 가벼웠다.
느긋하게 걸어 대장간 근처에 도 착하자마자 요한은 헤갈에게 말했 다.
“준비해.”
“예?”
“이제 시작할 거다.”
“어!? 그렇습니까!? 그럼 저 목 욕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명장들은 작품을 만들 때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
그것은 드워프들도 동일한 것이 기에 헤갈도 준비가 필요했다.
그가 나가자 요한도 가부좌를 틀 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마음을 비울 때는 명상만큼 좋은 것은 없다.
청명한 물처럼 흔들림 없는 상태 를 유지하며 그가 명상을 끝냈을 때.
새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헤갈이 대장간으로 들어왔다.
“바로 시작하지요. 유아랑과 아 단도 불렀습니다.”
“그래? 유아랑. 저택에 가서 내 가 갈 때까지 찾지 말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미스릴을 제련하여 검을 만드는 작업이다.
요한도 참가하기로 한 이상 검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건 요한이 장갑을 끼자 아단은 감탄했다.
“공자님. 근육이 더 붙으신 것 같습니다?”
그의 칭찬에 요한은 자신도 모르 게 미소지었다.
“그렇지?”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