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12화
62. 확 다 불 싸질러버린다 (3).
봉화를 보고 병사들이 올라왔다.
그들에게 생존자들을 넘긴 요한 은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
산적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해모를 잡고,또 그쪽에서 얻은 정 보로 근처에 있는 오크 군락으로 향했다.
게론 영지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곳에 있던 오크 군락을 토벌하며 요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 혼자서 움직이니 오히려 효율이 더 좋네.’
“흡.”
낮은 기합성과 함께 검을 움직여 마지막 오크를 베어 넘긴 요한은 시체를 걷어차 치우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더 이상 이곳에 살아남은 오크는 없었다.
혹시 몰라 확인사살까지 끝낸 요 한은 식량창고에서 사슴 뒷다리 햄 을 가지고 다시 산을 타고 올랐다.
달리면서 햄을 뜯어 먹던 요한은 오크 군락지 근처 절벽에 도착하자 발길을 멈췄다.
“이 근처였지……?"
이곳은 오크들조차도 쉽게 접근 하지 못하는 위험한 지역이었다.
나뭇가지나 덩굴,뿌리들이 땅을 뚫고 있기 때문일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이 곳은 아직까지는 누구의 발길도 허 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현재 위치와 지형을 지도에 표시 를 해 놓은 요한은 다 먹은 생햄의 뼈를 절벽 아래로 획 던졌다.
-파각!!
“역시 있구나.”
절벽 밑으로 떨어지던 뼈가 안에 서 튀어나온 무언가에 맞아 산산이 조각난다.
그것을 본 요한은 짧게 혀를 차 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겨울이라서 동면하는 줄 알았더 니만.”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있어야 할 것이 있다고 불평불만 을 토해낼 정도로 요한은 어리석지 않았다.
“일부터 끝내고 가봐야겠네.”
* * *다른 차원의 어떤 종교에서.
창조주는 육 일간 천지창조를 한 후 마지막 칠 일째 휴식을 취했다 전해졌다.
그를 따라 할 생각은 없지만.
요한 역시 칠 일째 되는 날 즐거 운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육 일 동안 토벌할 만한 곳은 모 두 토벌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했지만 요한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아. 역시 쉽다. 쉬워. 이런 식으 로만 하면 일년도 더 하겠네.’
아무리 상대의 실력이 허접하다 고 하더라도 전투는 전투다.
당연히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싸워나갈수록 강해지는 것을 느 낄 수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쏜 가.
즐기는 자가 된 요한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저번에 봤던 절벽 앞에 멈춰 섰다.
“후우……추운 날씨 때문에 숨을 쉴 때마 다 하얀 입김이 모습을 보였다.
그 입김을 무시하며 챙겨 온 밧 줄을 근처의 바위에 꽉 묶었다.
몇 차례 당겨 안전을 확인한 그 는 밧줄을 손으로 몇 번 돌려 꽉 잡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확인을 마친 그는 상당한 높이의 절벽에서 아무렇지 않게 몸을 날렸 다.
절벽에서 떨어지며 가속도가 붙 어서 점점 세찬 바람이 얼굴을 후 려 쳤다.
하지만 요한은 두렵다기보다는 홍분감만 느껴졌다.
-쉬이이익!!
그렇게 절벽 밑으로 추락하던 요 한에게.
교묘히 가려져 숨겨진 동굴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빨갛고 길며 날카로운 것이다.
끈적한 점액이 잔뜩 묻어 있는 밧줄과 같은 것이 그의 팔을 잡고 당겼다.
그 힘에 몸이 동굴로 끌려들가자 요한은 쥐고 있던 밧줄을 슬쩍 놓 았다.
“하하!!”
빨려들어가는 반동을 이용해 튀 어나가며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것은 바 로 거대한 검은색 개구리의 혀였다.
자이언트 프로그.
단순히 개구리가 커진 것뿐이지 만 모험가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상 대하기 골치 아픈 몬스터였다.
몸에는 미끄러운 진액 때문에 무 기 공격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 는다.
거기에 굉장한 식욕은 어떤 것도 가리지 않는다.
어지간한 독은 통하지도 않는 데 다가 맷집도 강하다.
그리고 잡아도 특별히 좋은 재료 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크고 강한 개구리에 불과하 니 말이다.
모험가들이라면 싸우기보다 회피 하는 자이언트 프로그가 요한을 삼 키기 위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 입으로 빨려 들어가던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크게 휘둘렀다.
-서걱.
검은 피가 터져 나오며 두꺼운 혀가 잘려나갔다.
그 피를 피하며 요한은 그대로 동굴의 바닥을 걷어차 가속도를 더 했다.
-개굴! 개굴!!
혀가 잘린 고통.
그리고 그 혀를 자른 자의 손에 들린 불길한 오러 블레이드.
자이언트 프로그는 본능적인 공 포를 느끼며 몸을 웅크렸다.
그 순간 자이언트 프로그의 몸에 서 끈적한 점액이 샘솟았다.
어지간한 무기는 미끄러지게 할 수 있는 점액이다.
그것으로 자이언트 프로그는 몸 을 보호하려 했지만.
요한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서걱!!
강력한 일격이 자이언트 프로그 의 목 뒤로 관통했다.
그 고통에 자이언트 프로그가 발 광하기 전.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잡은 채 힘껏 내리그었다.
- 개굴…….
작은 단말마 한번만이 자이언트 프로그의 유언이 되었다.
반으로 갈라져 죽은 자이언트 프 로그의 시체가 동굴 바닥을 더럽히 고 있었다.
그것을 무시한 채 요한은 동굴 안쪽을 살폈다.
“어디……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동굴이 다.
특별한 경계심 없이 동굴 안쪽으 로 들어간 요한은 끝에 있는 커다 란 바위를 오러 블레이드로 잘라냈 다.
바위 뒤쪽에는 탈무의 던전처럼 커다란 석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어로 된 잠금장치는 없었다.
“흡.”
- 쿠구구궁…….
힘을 주어 밀자 두꺼운 석문이 열리고 통로가 드러났다.
탈무의 던전과는 다른 형태였다.
마른 수풀과 가지,잔디로 가득 찬 통로다.
말없이 통로를 응시하는 요한의 입가에는 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설마 헤그의 던전을 독식하게 될 줄이야.”
회귀 전에 헤그의 던전을 발견한 것은 드워프들의 의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야금술을 가지고 있는 요한이 었다.
하지만 이 차원의 광물에 대한 이해와 야금술은 정확히 알 수 없 었다.
제대로 배우려면 드워프들에게 배워야 한다.
결국 드워프들의 성지인 검은 무 쇠산에 들어선 요한은 그들의 의뢰 를 들어주며 야금술을 익혀나갔다.
그 의뢰 중 하나가 헤그의 던전 탐색이었다.
헤그는 황금시대 때 살았던 드워 프의 뛰어난 대장장이 겸 마법사였 다.
그는 궁극의 장비를 만들겠다며 검은 무쇠산의 보물인 최고급 미스 릴을 훔쳐버렸다.
그 이후로 드워프들은 헤그를 찾 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결국 황금시대가 끝난 이 후에도 그를 찾지 못했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 서야 검은 무쇠산은 헤그의 던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드워프 장로들이 떠들었던 설명 을 상기하며 요한은 통로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 순간 통로의 안쪽에서 아름다 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 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통로 안쪽에서 따사롭고 아름다 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듣는다면 기 분 좋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유혹과 간청이 담겨 있는 애절한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요한은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듯이.
영지를 떠나 올 때 챙겨 온 커다 란 기름통을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 내고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헤그의 던전은 다른 던전들과 달 탔다.
통로에 특별한 몬스터가 없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뭇 가지나 덩쿨이 많아 통행을 방해하 고 있었다.
그것들을 베어 넘기며 걷던 요한 은 넓은 공간이 나오자 발걸음을 멈췄다.
헤그가 만든 던전답게 던전 안에 는 꽤나 많은 대장장이 장비들이 있었다.
화로,모루,그 외에 물이 흘러나 오는 통로와 환기구.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나무 덩 굴과 두꺼운 뿌리로 덮여 있었다.
-아아아…… 당신이 오기를 기다 렸답니다.
그리고 넓은 방의 중심에는 던전 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였다.
천장을 뚫고 자리 잡은 고목은 오래된 다른 사물들과 다르게 푸르 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의 앞에는 녹색 머리의 미녀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요••…“.
살며시 내밀어 진 손.
그 손에서 누구든지 유혹할 수 있는 향이 흘러나왔다.
그 향을 맡던 요한은 들고 있던 기름통을 냅다 던졌다.
-좌악!!
위협적인 속도로 날아드는 나무 통이 허공에서 터져버렸다.
거목의 가지가 움직여 나무통을 잘라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탓에 안에 들어 있던 기름이 흩뿌려지며 주변으로 퍼졌 다.
-윽!? 이게…….
“드라이어드의 유혹에 넘어가는 건 멍청이들 뿐이지.”
회귀 전에 헤그의 던전에 왔을때도 그랬다.
드워프들과 모험가들이 들어갔지 만 그들 증 대부분이 저 여인.
드라이어드의 유혹에 넘어가 버 렸다.
헤그가 만들어낸 던전에 마수나 수호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록에 따르면 수많은 마수들이 그의 던전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회귀 전에도,그리고 지 금도.
헤그의 던전에서는 마수나 수호 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바로 저 드라이어드 다.
모두 저 드라이어드의 양분이 되 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드라이어드의 주변에는 꽤나 많은 백골들이 있었 다.
-그러지 말고 우리 이야기를■“얘기? 얘기 좋지.”
한 번 더 기름통을 던진다.
드라이어드는 아까와 다르게 나 뭇가지를 움직여 나무통을 잡아냈 지만.
요한이 던진 단검은 나무통을 그 대로 박살내버렸다.
-꺄악!!
두 통에 가득 담겨 있던 기름에 여인은 흠뻑 젖어버렸다.
드라이어드의 안색이 점점 무시 무시하게 변해가기 시작하자 요한 은 준비한 햇불에 불을 붙였다.
-헉!! 뭐,뭐 하려는 거에요? 그 러지 말아요. 그러지 말아요…….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드라 이어드는 다급히 외쳤다.
햇불을 든 채 그가 성큼성큼 다 가오자 드라이어드는 아까의 표정 을 지웠다.
모두를 유혹하는 달콤함은 사라 졌다.
그저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 의 독기만이 남았다.
-오지 마!! 죽어!!
수풀이 움직인다.
빠르게 날아드는 날카로운 나뭇 가지들이 요한의 몸을 노렸다.
하지만 요한은 그저 빠르게 뛰어 오를 뿐이 었다.
-쉬익!!
몸을 노리는 나뭇가지.
칼날과 같은 풀잎.
하지만 그것들이 요한의 움직임 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낸 그 의 모습에 드라이어드는 기겁했다.
-괴물!! 오지…….
또다시 시작된 공격들을 막거나 피한다.
여유롭게 전진한 요한은 어느새 기름이 묻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름으로 흥건히 젖은 곳 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햇불을 움 직였다.
-자,잠깐! 우리 대화로…… 대 화로 해결하자! 원하는 게 도대체 뭔데! 여기 불붙으면 너도 죽어!!
던전 내부는 이미 드라이어드가 지배하는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 다.
꽤나 많은 기름이 주변으로 흘러 들어 가며 바짝 마른 풀과 나뭇가 지에 퍼져 있었다.
거기에 불이 붙으면 어떻게 되겠 는가.
순식간에 이 던전 내부는 불바다 가 되어버린다.
드라이어드가 그것을 언급하자 요한은 담담히 말했다.
“미스릴 내놔.”
-미…… 미스릴? 그게 뭔…….
모르는 척 하는 그녀를 무시하며 요한은 다시 햇불을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불길이 기름에 붙을 것 같자 드라이어드는 강하게 외쳤 다.
-그건 내 거야니그녀의 앙칼진 외침에도 요한은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아. 그랬어?”
그리고 냉정히 말했다.
“이제는 아니야.”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