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11화
61. 확 다 불 싸질러버린다 (2).
파울과 병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요한 일행은 남쪽으로 향했다.
눈이 많이 내린 길을 걸어 도착 한 마을에 짐을 풀자마자 요한은 지도를 펼쳤다.
“포로 발견하면 봉화 올릴 테니 까 와서 데려가.”
“하지만 공자님. 식량은……“현지 조달해야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지금 당장 말해 마른 육포라도……“됐어. 몸만 무겁다. 산적이든 몬 스터든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은 비축했을거야.”
“그건 험한 음식이잖습니까.”
걱정하는 하온달을 향해 요한은 웃었다.
물론 요한이 미식가이고,먹는 것에 엄격하긴 했다.
그래도 없는 상황에서 투덜거릴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없는데 어쩌겠냐.”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알겠습니 다.”
“그리고 야스진. 이 마을도 이제 바그너 영지에 포함될 마을이다.”
“예.”
“그러니 영지민들의 상태를 확인 하고 병에 걸린 자가 있으면 치료 해.”
“알겠습니다.”
그 외에도 하온달과 파울에게 몇 가지 명령을 내린 요한은 검만 챙 겨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파울은 심각하게 걱정했다.
“겨울 산은 위험합니다. 산적들 이나 몬스터도 무시 못할 텐 데……“글쎄. 겨울 산이 요한 공자님을 위험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온달의 중얼거림에 파울은 의 아해했다.
그런 그를 향해 하온달은 어깨를 으쓱였다.
“요한 공자님은 우리 같은 일반 인들과는 다른 분인지라……얼마 전 요한과 함께 설산으로 토벌을 갔을 때 봤던 기사(奇事)를 떠올리며 하온달은 밖으로 나갔다.
하온달과 파울이 걱정하는 사이 요한은 말없이 눈을 밟으며 산을 올랐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지형도와 주변의 지형을 번갈아 가며 확인한 요한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이 근처일 텐데……진을 친다면 이 근처에서 요격을 할 것이다.
지형을 다시 확인하며 걸어 올라 가던 요한은 씩 웃었다.
-파악!!
요한이 서 있던 자리 근처에 한 대의 화살이 꽂혔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오 는 거냐!!”
바위와 나무로 가려진 곳에서 가 죽옷을 입은 험상궂은 남자들이 내 려 왔다.
수는 약 열댓 명.
그들은 요한을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꽤 잘 사는 놈 같은 데……“그 망토. 꽤나 비싸 보이는군.”
“검도 좋아 보이는데.”
“뭣도 모르는 애송이가 산중수행 이라도 하러 올라오는 거냐?”
“하하하! 좋다. 이 어르신들이 네 놈의 수행 상대가 되어주마! 그 대 가는 네놈이 가진 모든 것이다!!”
쫓기고 쫓겨 이 근처에 정착한 산적들치고는 꽤나 광오하다.
그들을 무심히 바라보던 요한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청강검!?”
“흐흐흐…… 비싼 검을 들고 있……그리고 그 순간.
요한은 왼손에 오러 블레이드를 뽑고 오른손의 검에 오러를 먹였다.
새하얀 눈밭과 전혀 어울리지 않 은 불길한 적색을 본 산적들의 안 색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
“마…… 마스터!!”
“잘됐네. 처음 만난 게 말 통하 는 산적들이라서.”
경악한 산적들을 향해 요한은 가 법게 몸을 날렸다.
마치 유령처럼.
눈밭을 미끄러지듯 치고 올라가 는 그의 속도에 경악한 산적들 중 하나는 보고 말았다.
“맙…… 소사.”
그가 이동한 눈길 위에는 그의 발자국이 찍혀 있지 않았다.
과거 무림에서 익히고 그 깨달음 을 유지해 환생할 때마다 써먹는 이동법인 답설무흔(路雪無療)이었 다.
푹푹 발이 들어가는 눈밭이다.
하지만 요한의 달리는 속도는 평 지에서 달리는 것과 같았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눈밭을 질주 한 요한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산 적들에게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 다.
산적들과의 전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봤자 산적은 산적이다.
고작해야 산적이 요한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산적들과의 전투가 끝나자 요한 은 인질로 잡힌 영지민과 농노들을 챙겼다.
그들과 함께 살아남은 산적들을 끌고 근처의 동굴로 들어간 요한은 여유롭게 식사를 준비했다.
“흠흠〜”
콧노래를 훙얼거리며 식사 준비 를 하는 그를.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긴장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참히 산적들을 베 어 넘기던 요한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즐겁게 식사 준 비를 하고 있다.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좋아.”
모닥불에 굽던 육포가 바삭바삭 하게 익자 요한은 그대로 입에 넣 었다.
깝짤한 맛이 제법 구미를 당긴 다.
거기에 치즈 덩어리를 그대로 씹 고,물을 들이마신다.
딱딱한 빵을 쏙쏙 썰어 구운 치 즈를 바르고,육포를 끼운 후 우물 거렸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 던 요한은 고개를 들었다.
“크...... 으으......
그의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 꿇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 근처에 자리를 잡은 산적대의 두목이 었다.
꼴에 두목이라고 끝까지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요한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의 끝은 요한에게 반 죽음이 되도록 두드려 맞은 것.
하지만 자존심 때문일까?
아직 살아남은 부하들 때문인지 그는 요한에 대한 적개심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주변에 너 같은 놈들 또 없냐?”
“크……“어쭈? 씹냐?”
“아아아악!! 이…… 이 악독한 놈!!”
불에 달군 쇠꼬챙이가 허벅지에 파고들자 그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를 향해 요한은 차분히 말했 다.
“산적질을 했으면 토벌될 각오도 했어야지.”
“개…… 자식……“어허.”
“끄아아아아아악!!”
또다시 파고드는 쇠꼬챙이가 살 을 태웠다.
비명을 내지르는 그를 향해 요한 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왜. 아파? 그러길래 왜 산적질 을 했냐?”
“크아……“남들이 고생한 결과를 수금이라 도 하는 것처럼 그냥 가져갈 때는 좋았지?”
“개…… 개 같은……“사람들 납치해서 네 멋대로 패 고,죽이고 즐길 때는 이런 일 생 길 줄 몰랐나?”
요한의 뒤에는 오들오들 떨고 있 는 여인들 몇몇과 고문과 폭력의 희생양이 된 남자들이 있었다.
얼마 전에 리곤 마을을 습격했을 때 끌려 온 농노와 촌민들이었다.
이제 저들도 바그너 영지의 일원 이다.
그렇다면 저들도 가진 원한을 조 금이나마 풀어줘야 영주에 대한 충 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요한은 웃으며 산적두목을 고문 해나갔다.
“빨리 말해. 곱게 죽여줄 테니까. 아니면 재들한테 칼 준다.”
요한의 말을 들은 농노와 촌민들 의 눈에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그냥 죽이지 않겠다.
최대한 고통을 주겠다.
우리가 당한 고통의 십분의 일이 라도 겪게 헤주겠다.
눈빛만 봐도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산적 두목은 부들부들 떨다가 벌 떡 일어났다.
“내 이런 수치를 받을 바에는 죽 는 게 낫…… 카아아악!!”
“꼭 죽어 본 적도 없는 것들이 죽음에 초탈한 척한다니까.”
“끄악!! 끄아아아악!!”
“같잖게 말이지.”
72번이나 죽어 본 요한이다..
그런 요한 앞에서 죽음을 언급한 다?
말 그대로 같잖은 소리다.
요한은 다른 꼬챙이를 들어 산적 두목의 허벅지에 내리꽂았다.
달궈진 쇠꼬챙이가 허벅지를 아 예 관통했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 다.
산적 두목의 반항이 심하기는 했 지만 딱히 상관은 없었다.
정보를 내어 줄 이들은 아직 많 이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얘는 알아서 처리해라.”
“괘…… 괜찮습니까?”
“아직 남았잖아?”
산적 두목 뒤에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있는 두 명의 다른 산적들이 있었다.
산적이 되었을 때 잡히면 처형당 한다는 것쯤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괴물에게 잡힐 것이 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눈앞에 있는 젊은 남자는.
그 어떤 괴물보다 잔인하고.
그 어떤 악당보다 악독했다.
“그럼 너. 거기 눈에 상처 있는 놈.”
“제,제발 살려……“그런 소리 말고. 빨리 말해. 이 근처에 다른 산적들 있냐?”
“이,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해모라는 도적이……“해모? 그놈이 여기 있었나?”
회귀 전에 모험가 생활을 하다가 현상금 때문에 잡았던 놈이다.
나름 실력은 있지만 성품이 저열 한 놈이었다.
그를 떠올린 요한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거 내가 코어를 얻기 전의 일 은 유리가 해준 바그너 영지의 이 야기만 아니…… 쯧. 정보를 좀 모 을 필요가 있겠군.’
유적이나 던전,보물들이 있는 곳이나 얻는 법이야 그렇다고 치더 라도.
사람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거의 알 수 없었다.
그런 만큼 행동에 제약이 생기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 해야 할 것 이다.
‘이건 수도에 갔을 때 해결하자.’
봄이 되면 프란츠의 입학 때문에 라도 수도에 가야 한다.
마침 수도에 아는 정보 단체가 있으니 그들을 접수하면 된다.
요한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 각하며 그에게 물었다.
“다른 곳은?”
“마. 말씀드리면 사…… 살려……“설마 살려주겠냐. 그냥 곱게 죽 여주겠다는 거지.”
요한은 뒤를 가리켰다.
분노에 차 있던 이들이 산적 두 목을 끔찍하게 해체하고 있었다.
달콤한 복수의 맛을 본 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무기를 들자 산적들 은 오금이 저려왔다.
“그…… 그럼……요한은 목탄과 지도를 획 던졌 다.
그것을 받은 둘은 덜덜 떨고 눈 물을 흘리며 힘겹게 자신들이 아는 장소를 적었다.
표시된 지도를 되돌려 받은 요한 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일격에 한 명씩.
약속대로 그들의 목을 쳐 깔끔하 게 죽여 준 요한은 아쉬워하는 이 들에게 물었다.
“아쉽나? 그래도 너무 욕심부리 지 마라.”
“예.”
저 무서운 산적들을 혼자 잡은 요한이 다.
상대가 어리다고 하더라도 무시 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요 한은 모닥불 앞에 앉았다.
“치즈 좀 더 가져와 봐.”
“예……농노 중 하나가 움직여 치즈를 가져와 옆에 놓아주었다.
단검으로 치즈를 잘라 구워 먹으 며 요한은 지도를 살폈다.
‘현재 확인된 곳만 해도 스무 곳 정도. 더 있을 걸 생각하면.’
대충 시간 계산을 마친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처리한다 해도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요한은 농노 중 하나를 잡고 물 었다.
“너희들 외에도 잡혀간 자들이 있나?”
“이,있긴 합니다만……“한 놈이라도 더 구하려면 놀 여 유는 없겠네. 내려가는 것은 알아 서 할 수 있겠지?”
“그게……산길은 위험하고 돌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그들이 걱정스러워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요한은 치즈를 구우며 말 했다.
“정 가기 힘들면 봉화 을려.”
하온달과 파울에게 명령한 것 중 하나를 요한이 말하자 농노들은 안 도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농노생활 끝내고 도망치고 싶으면, 지금이 기회다.”
“예?”
“말리지는 않을 테니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가.”
요한에게 리곤 마을이 바그너 영 지에 통합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 다.
농노는 영주의 재산이나 다름없 다.
그런데도 요한이 마음대로 하라 는 말에 농노들은 크게 놀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그들의 기 대감을 한 번에 무너트렸다.
“물론 도망치는 놈들은 보호할 생각 없으니까 알아서 잘 살아남아 보고.”
“ ,,“살아남을 자신 있으면 도망쳐야 지. 막지는 않을테니. 가라.”
몬스터와 산적으로 득실거리는 산에서 힘없는 농노가 도망쳐봐야 뭐가 되겠는가.
몬스터의 밥이 되거나 산적들의 노예가 될 뿐이다.
그들이 고개를 젓자 요한은 커다 란 빵을 크게 베어 물었다.
“도망 안 칠거면 봉화 올리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