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새로운 빌런 (7)
“하, 하하하…….”
장수진은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다.
“라일 님이 너 따위에게 당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장수진은 어이없어하며 코웃음을 쳤다.
“아 그래 녀석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나 보네”
“당연. 이 세상에서 라일 님보다 강한 존재는 없어.”
“그 강한 존재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장수진이 대답을 못 하고 있자 짜르는 피식 웃었다.
“데이터 세계에 갇혀서 허우적대고 있다. 제발 좀 깨닫고 인정해라. 이 머저리 같은 놈아!!!”
짜르는 장수진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라일 님이 데이터 세계에 갇혔으면 갇힌 거지,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장수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하게 말했다.
“초조하지 라일 님이 거기에서 빠져나올 것 같으니까 말이야.”
“하! 내가 웃기는 소리!!! 녀석은 이제 이 세계와는 볼 장 다 봤어. 끝이란 말이다.”
“잘 모르는 건 넌 것 같은데. 지금 라일 님이 너 가지고 노는 거야. 멍. 청. 아.”
장수진의 말에 짜르는 급격하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그의 마음 한편에도 혹시나 그럴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뭐, 혹시나 그럴 수도 있겠지.”
짜르는 장수진은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녀석이 오기 전에 내가 다 끝내버리면 되지.”
짜르의 손에서 갑자기 칼이 나왔다.
“죽어라!!! 친구를 잃어버린 warrior의 표정이 과연 어떨지 궁금하군!!!!”
지잉-!
짜르는 순간이동을 해 장수진의 뒤로 이동했다.
챙-!!!
장수진은 황급히 몸을 돌려 짜르의 공격을 받아쳤다.
“아직 멀었어!!!!”
짜르는 장수진에게 사정없이 칼을 휘둘러댔다.
휙-! 휘익-!
하지만 장수진은 여유롭게 그의 공격을 피했다.
전문 전투 요원이 아닌 그가 휘두르는 칼을 피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압! 합!!!”
짜르는 열심히 장수진에게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지금 그걸 공격이라고 하는 거야 이 정도면 초등학생도 피하겠는데”
장수진은 일부로 짜르를 놀리며 도발했다.
“이 쥐새끼 같은 년이!!!! 언제까지 피하고만 있을 거야!!!!”
짜르는 흥분하며 장수진에게 칼을 크게 휘둘렀다.
슈욱-!!! 휘익-!!!
동작이 더 커졌기 때문에 장수진은 더 쉽게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짜르의 팔에 검을 꽂아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짜르는 입을 크게 벌리며 요란하게 비명을 질렀다.
“어우!!! 목청 하나는 기가 막히네.”
장수진은 짜르를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놈이 우연히 힘 좀 얻었다고 설치는 게 너무 우습단 말이야. 세상은 넓고 너보다 뛰어난 사람은 천지에 있다. 알겠어”
“허억-! 허억-!”
장수진이 뭐라고 하든 짜르는 고통으로 인해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숨만 가쁘게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이만 지옥에나 가버려!!!”
장수진은 짜르의 팔에서 검을 빼낸 다음 그대로 그의 머리에 꽂아버렸다.
푸슉-!!! 쿵-!!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짜르는 뒤로 시원하게 쓰러져버렸다.
“…….”
분명히 짜르에게 제대로 가했음에도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장수진은 계속 짜르를 쳐다봤다.
“데이터 조작은 없어. 분명 공격이 들어갔을 텐데….”
여러 번의 경험으로 장수진은 방심하지 않고 계속 데이터 흐름을 탐지했다.
하지만 별다른 흐름은 없었다.
“큭!”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하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짜르는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아! 진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네. 들켜버리고 말았잖아.”
짜르는 머리에서 칼을 빼낸 다음 터덜터덜 일어났다.
“뭐야……. 불사신이라도 된 거야”
장수진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짜르를 쳐다봤다.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짜르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놀아주는 것도 재밌네. 근데 네가 눈치만 좀 없었어도 더 재밌었을 텐데 말이야.”
짜르는 장수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푸슉-!!!!
“!!!!!”
갑자기 들어온 공격에 장수진은 깜짝 놀랐다.
“크윽!!!”
갑자기 허벅지에 칼이 꽂힌 것이었다.
장수진은 고통으로 인해 한쪽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한심하네. 그딴 가벼운 공격도 막지 못하고 말이야. 너 요원 출신 맞아”
이번에는 반대로 짜르가 장수진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등바등하니까 굉장히 나를 무시하듯 쳐다보더라 죽이고 싶게 말이야.”
퍼억-!
짜르는 장수진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지잉-! 챙-!!
장수진은 정신을 차리고 데이터 쉴드를 펼쳐 그의 공격을 막았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재밌지. 그래야 능력자들의 싸움 아니겠어”
짜르는 질량 변환을 한 주먹을 들어 장수진에게 내려쳤다.
“치잇!!”
공격이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어 장수진은 얼른 몸을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했다.
콰앙-!!!!
장수진의 예상은 맞았다.
빗나간 짜르의 주먹은 지면을 때렸고, 엄청난 진동과 함께 땅이 꺼지기 시작했다.
“미친!!!!!”
장수진은 얼른 순간이동 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크윽!”
장수진은 이를 악물고 허벅지에 꽂힌 칼을 빼냈다.
“후우…! 칼 맞아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피가 계속해서 솟구쳐 나왔기 때문에 장수진은 얼른 상처를 치유했다.
“진짜 능력이 좋긴 좋아. 이런 것도 가능하니까 말이야.”
“뭘 여유롭게 치료나 하고 자빠져 있어”
“!!!!!”
갑작스러운 짜르의 등장에 장수진은 심장이 철렁했다.
“놀아주는 건 이제 끝이야. 본격적으로 조져주지.”
짜르는 장수진에게 사커킥을 날렸다.
“망할.”
이번에는 피할 각이 나오지 않았다.
장수진은 황급히 데이터 쉴드를 만들었다.
콰앙-!!!!!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데이터 쉴드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엄청난 돌풍이 일어나면서 일대는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장수진 또한 충격으로 인해 멀리 날아가 버렸다.
쿠웅-!!!!
바닥에 강하게 부딪힌 장수진은 기절한 채로 바닥을 굴러갔다.
“뭐야 한 방에 끝이야 이러면 너무 시시한데”
짜르는 정신을 잃은 장수진을 쳐다보며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또 데이터 쉴드를 만들어 몸을 보호했군. 대단한 정신력이긴 하네.”
짜르는 그녀의 몸이 생각보다 멀쩡한 것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근데 그래 봤자다. 결국에는 이렇게 내 손에 죽는 거지.”
지잉-!
짜르의 손에는 어느새 다시 칼이 쥐어져 있었다.
“끝이다. 애송아.”
슈욱-!!!
짜르는 장수진에 몸에 칼을 꽂아버렸다.
채앵-!!!!
“…….”
짜르는 갑자기 등장한 인물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이건 또 무슨 버러지래”
“버러지라니. 교양을 밥 말아 처먹었나. 초면부터 그게 무슨 실례되는 말이지”
전일수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짜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수진이를 저렇게 만들다니.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
전일수는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짜르는 그 모습에 이마를 짚으며 껄껄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아. 저년이 네 애인이냐 하하하하하! 저딴 걸레 같은 년이 뭐가 좋다고 이러는 거야 진짜 이해를 할 수가 없군.”
“뭐……”
전일수는 이성의 끈이 끊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짜르는 장수진을 건드는 게 전일수의 발작 포인트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는 계속해서 전일수를 도발했다.
“걸레 같은 년이라고 했어. 이 병신 새끼야.”
“이 개자식이!!!!!”
전일수는 분노하며 짜르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전일수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짜르는 얼굴이 터져버린 채로 날아갔다.
“죽어!!!!”
전일수는 그렇게 해도 분이 풀리지가 않은지, 짜르의 몸을 계속해서 때려댔다.
“으아아아아!!!!”
짜르의 몸은 갈기갈기 찢겨버려 아예 형태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아……. 하아…….”
전일수는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은지 여전히 씩씩거렸다.
“망할 자식.”
전일수는 바로 장수진에게로 이동했다.
“수진아! 괜찮아”
“크윽…….”
전일수가 부르자 장수진은 신음하며 정신을 찾았다.
“오빠.”
“내가 그 망할 녀석 없앴어. 그러니까 걱정 마.”
“네……. 방심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한심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텐데…….”
장수진 또한 짜르에게 당했다는 것이 분한지 많이 격양되어 있었다.
“얼른 치유해줄게. 진짜 갑자기 어디서 뭔 엿 같은 게 나타나서.”
“오, 오빠!!”
장수진은 당황하며 외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커헉!!!”
배에 구멍이 뚫린 전일수는 피를 토했다.
“워워. 무슨 둘이서만 로맨스를 찍고 있는 거야 이 장르는 호러인데 말이야.”
짜르는 피범벅이 된 손을 털었다.
그는 평온한 듯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전일수와 장수진을 내려다봤다.
“네가 그 warrior의 소중한 친구인가 안타깝게도 내 손에 당해버렸군.”
“이 빌어……. 먹을 자식이…….”
“하하하하하하하. 말이나 똑바로 해라. 그렇게 욕을 힘겹게 말하면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안쓰러워진다고.”
퍼억-!!!!
짜르는 전일수에게 강한 펀치를 날렸다.
“커헉!!!!”
전일수는 얼굴이 그대로 땅에 박히며 쓸려버렸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조작된 데이터를 보내 내 감각을 마비시켰지만 그런 것은 내게 소용이 없어. 난 불사신이란 말이다.”
짜르는 허공을 향해 손을 들었다.
갑자기 하늘에는 이상한 점 같은 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장수진은 그게 폭탄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 미친놈! 뭘 하려는 거야!!!”
“알면서 왜 물어 여기를 완전히 날려버리려는 거지. 전문용어로는 융단폭격이라고 하던가”
짜르는 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혹시 모를까 봐 말해주는 건데, 저건 일반 폭탄이 아니라 우리 러시아제 수소 폭탄이야. 원래는 저렇게 많지 않은데 내가 데이터를 복제해 더 많이 만들었지.”
그는 너무나 재밌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한 개만 떨어져도 여기는 가루가 될 텐데 저렇게 많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그게 궁금하냐 이 미친 새끼야”
장수진은 경멸 가득한 눈으로 짜르를 노려봤다.
“그래. 너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야. 그러니까 어디 한번 해보자고!”
짜르는 들었던 손을 가볍게 내렸다.
그에 일제히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장수진은 얼른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저 많은 수소 폭탄이 일제히 터져버리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크윽!”
하지만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짜르가 막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있어. 내 유희를 방해하지 말라고.”
“이 사이코 자식아!!! 당장 그만둬!!!”
장수진은 울부짖으며 외쳤다.
“소용없어. 이미 떨어지고 있다고.”
짜르는 떨어지는 폭탄을 보며 미친 사람처럼 실성했다.
“너무 아름다워.”
그는 마치 자신이 하는 행동이 예술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짜르는 완전히 도취 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당신의 만행은 여기서 끝날 것 같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