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새로운 빌런 (6)
“커헉! 컥! 크헤헤헤헤…!”
저 미친놈은 입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와중에도 웃어대고 있었다.
내가 데이터 능력자를 그렇게 많이 만난 것은 아니지만, 어째 만나는 놈들마다 미친놈들이어서 ‘데이터 능력자는 미친놈이다’라는 공식이 생겨버린 것 같다.
아…….
그러면 나도 미친놈인 건가.
아무튼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린다.
“큰 힘을 가졌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데 말이야. 어째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행동하나 몰라. 그런 힘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면 얼마나 좋아?”
“하! 개소리!”
녀석은 피 섞인 침을 시원하게 뱉었다.
“그렇게 말하는 너는 공익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나? 너 개인의 안락함만을 위해 살지는 않고?”
“난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뿐더러 사람을 그렇게 벌레 죽이듯 죽이지 않아.”
“미친 새끼. 너는 존재 자체만으로 피해다. 그리고 네가 이제껏 벌였던 만행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데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아. 계속 이딴 식으로 말하니까 유치해서 버틸 수가 없네. 야! 그냥 처맞자.”
퍼억-!
나는 녀석에게 돌진해 질량 데이터를 변화시킨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쨍그랑-!
녀석이 급하게 데이터 쉴드를 만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데이터 쉴드는 그냥 와장창 깨질 뿐이었다.
퍼억-!
다시 한번 시원한 소리가 들렸다.
너무 제대로 맞아서 이 정도면 질량 변환을 안 했어도 바로 기절할 타격이었다.
거기에 질량 변환까지 했으니 말하나 마나지.
콰앙-!
내게 맞은 녀석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건물 벽을 뚫고 나갔다.
“와! 타격감 짱인데?”
역대 때렸던 것 중에 가장 시원하면서도 통쾌한 한 방이었던 것 같다.
너무 시원해서 모든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지잉-!
나는 순간이동해서 녀석이 쓰러져있는 곳으로 갔다.
“커헉! 컥!”
녀석은 거기에서 열심히 피를 토하고 있었다.
“디오 말대로 넌 좀 강하나 보네. 보통 그 정도 맞으면 즉사하고도 남는데. 너는 아직 목숨이 붙어 있네?”
“이 개자식!!!!”
녀석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방금 그것을 맞고도 그렇게 기어오른다고? 미친 건지 아니면 용기가 가상한 건지 모르겠네.”
“흥! 건방진 녀석. 이제 세계 최강은 나다. 네가 아니란 말이다!”
“삼척동자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너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겠다. 곧 죽어가는 녀석이 입만 살아 있어 가지고 원.”
나는 마무리를 하려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이만 끝내자. 너무 시시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다.”
나는 주먹을 들어서 녀석을 내려치려고 했었다.
“하하.”
그때 녀석은 씨익 웃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걸려들었어!”
녀석은 지면에 손을 댔다.
쿠콰콰쾅!!!!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면서 아래에서 내게 엄청난 흡입력이 가해졌다.
“뭐야……?”
“뭐긴 뭐야? 네가 멸망으로 가는 통로가 열린 거지.”
어느새 몸이 다 회복이 된 녀석은 나를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크윽!”
흡입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답이 없을 것 같아 나는 순간 이동해서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
하지만…….
소용없었다.
“디오! 어떻게 된 거야?”
[데이터가 전부 다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흐하하하하하하.”
녀석은 나를 보며 대차게 웃었다.
“그러게 방심하면 안 된다니까? 점점 데이터 세계에 먹혀들어 가는 꼴이 아주 우습구나.”
“…….”
그러니까 지금 나를 빨아들이고 있는 저 구멍이 데이터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인가?
“내 데이터 자아인 이레귤러가 그러더라고. 너로 인해 데이터 세계에 구멍이 생기면서 다량의 데이터가 유입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본인이라더군. 근데 데이터가 빠져나간 만큼 균형이 깨져버려서 데이터 세계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렸어.”
녀석은 자신이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래서 난 네 아래에다가 조그만 구멍을 냈지. 그러니까 바로 이렇게 너를 흡수하려고 난리를 치는군. 데이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너만 한 제물이 없나 봐.”
“하아…….”
결국 네가 아니라 데이터 세계가 나를 먹으려고 하는 거잖아?
왜 마치 네가 강한 것처럼 뻐기는데?
좋다고 설쳐대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쿠오오오오-!!!
구멍은 여전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를 빨아들였다.
벌써 허리까지 빠지고 말았다.
“잘 가라. warrior.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없애려고 난리를 쳤지만 다들 실패했지. 결국 이 몸이 너를 이기고 최강 자리를 차지하는구나.”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나 아직 안 죽었는데?”
“흥!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 하고 건방지군. 넌 그 영겁의 세계에 갇혀 영원히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혼자서 그 고독과 절망을 즐기도록 해라. 차라리 자살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녀석은 나를 보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화나지? 그런데 어떡하니? 넌 이제 아무것도 못 할 건데. 그럼 이만 잘 가라.”
녀석은 손을 흔들며 나에게 작별 인사를 보냈다.
슈욱-!!!!
데이터 세계는 나를 완전히 집어 삼켜버렸다.
“흐하하하하하하하.”
짜르는 희열에 차 하늘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제 나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도다! 흐하하하하하하!!”
warrior가 사라지자 짜르는 다시 자신의 할 일을 하러 갔다.
***
지잉-! 쿠콰콰콰쾅-!!!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현재 브뤼셀은 지옥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사방이 불타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잔인하게 죽어갔다.
“사, 살려줘!!!!”
“안 돼!!!!”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도망가지만 말고 나에게 덤벼보라고. 너무 시시하잖아. 이러면 재미가 없다고.”
재미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살육을 즐기고 있는 짜르였다.
그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괴수처럼 도시를 파괴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 죽어버려!!!!”
지잉-!!! 쿠콰콰콰콰쾅!!!
그의 말 한마디에 건물 몇 채가 무너져 내렸다.
“나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정녕 없는 거냐?!!!!”
짜르가 우렁차게 외쳐댔지만, 그 어디에도 그에게 덤빌 사람은 없었다.
이미 경찰이고 군대고 포기한 지가 오래였다.
다들 짜르로부터 도망치기 바빴다.
“뭐 안 싸울 거면 말아. 난 그냥 편하게 죽이면 되니까.”
짜르는 마치 본인이 신이 된 것처럼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했다.
퍼억-!!!
그때 누군가 갑자기 등장하여 짜르의 얼굴에 발차기를 가했다.
쿠콰콰콰쾅-!!!
짜르는 그대로 날아가 불타고 있는 건물에 부딪히며 그대로 그 잔해에 깔려버렸다.
“후우-! 설아 언니와 그 난리를 쳤던 게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 난리야?”
장수진이었다.
그녀는 짜르가 파묻혀있는 더미를 무섭게 노려봤다.
“빨리 나와라. 그 정도 안 죽는 거 다 안다.”
와르르르르-!
장수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더미에서 짜르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
“아우! 골이야. 너무 아프다고!”
아프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짜르는 태연하게 몸을 풀었다.
그의 몸은 어느새 다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장수진을 보며 왼쪽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장수진이구나. 맞지?”
“알면서 뭘 물어 병신 같은 새끼야.”
“하하하하하하. 입이 거친 것을 보니까 맞네.”
“하! 언제 봤다고 아는 척이야?”
“그래. 네가 왔단 말이지?”
짜르는 장수진을 매우 반기고 있었다.
“드디어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겠어. 다른 녀석들은 너무 시시하다고. 그냥 도망가기만 하고 말이야. 물론 너도 별거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냥 도망가지는 않겠지. 부디 날 즐겁게 해주기를 바란다.”
“즐겁게 해주라고?”
장수진은 짜르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즐겁게 해줄게. 원한다면.”
장수진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 들었다.
“너야말로 방금 그딴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하하하하하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덤비기나 해라.”
짜르는 장수진이 그에게 달려들도록 자극했다.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다.”
장수진은 빠른 속도로 짜르에게 돌진했다.
챙-!
하지만 바로 앞에 데이터 쉴드가 있어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딴 잔재주 따윈 내게 통하지 않아. 네 데이터 쉴드는 설아 언니가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서겅-!
장수진은 짧은 기합과 함께 데이터 쉴드를 썰어버렸다.
“……하!”
장수진이 데이터 쉴드를 아무렇지 않게 잘라버라는 모습에 짜르는 박수를 쳐줬다.
“좀 하네? 괜찮은데?”
짜르의 반응에 장수진은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작 며칠 전에 능력을 얻은 주제에 뭘 안다고 그딴 식으로 반응하는 거야? 햇병아리 새끼가 주제를 알아야지.”
지잉-!
장수진은 짜르의 뒤로 순간 이동했다.
“아직 넌 나한테 멀었어. 그러니까 그냥 죽어버려!!!”
슈욱-!!!
장수진은 짜르를 향해 단검을 세게 내리쳤다.
서겅-!!!
짜르의 몸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뭐지?”
짜르를 공격하면서 장수진은 어떤 이질감을 느꼈다.
왠지 짜르는 괜찮아 보였다.
그녀의 공격은 분명 짜르에게 들어갔다.
저 두 동강 나 있는 녀석의 시체도 분명 진짜였다.
그런데 장수진은 짜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경계하며 짜르의 시체를 노려봤다.
“요원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감이 좋네.”
갑자기 짜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무슨 괴물이라도 된 거야? 어떻게 살아 있는 건데?”
“네 공격이 거지 같으니까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 거겠지.”
갈라져 있는 짜르의 몸은 다시 붙기 시작하면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데이터 자아의 이름은 이레귤러라고 해. 그 이름처럼 녀석에게는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아. 모든 것은 너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갈 거다.”
장수진은 어떤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짜르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무엇인지 녀석이 알려줄 리는 없었다.
“데이터 자아도 주인처럼 지랄 맞네. 그냥 네 모든 게 다 거지 같다.”
“그래? 근데 지랄 맞다는 표현보다는 내가 너무 강하다는 게 더 맞지 않을까? 네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면 자존심만은 지킨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내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해.”
“인정은 뭔 놈의 인정? 내가 인정하는 사람은 warrior 단 한 사람이야. 그 외에는 다 그저 그런 놈들이지.”
“하하하하하하. 그 warrior를 내가 골로 보내버렸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뭐?”
장수진은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장수진은 이라일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하하하하하. 표정이 아주 가관이구나. 아까까지 그 자신감 있던 표정은 어디 갔어?”
짜르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장수진을 노려봤다.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