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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그 자식의 정체 (2) (118/201)

117화. 그 자식의 정체 (2)

“으어어어!!!”

저 멍청한 녀석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야! 멍하니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해봐. 보호막 같은 거 쓸 줄 몰라?”

“모, 모릅니다. 으어어어.”

망할…….

무슨 좀비 같은 소리만 내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녀석이 죽을 거란 생각에 나는 녀석의 팔을 잡고 끌고 나갔다.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매몰당하니까. 뛰어 새끼야!!”

“네, 넵!”

우리는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쿵-!

하지만 이미 크레인은 방을 부수기 시작했다.

“이런 썩을!”

지잉-!

디오가 물리 방화벽을 활성화시켜 주었다.

콰앙-!

크레인에 맞은 우리는 뒤로 크게 밀려났다.

“으아아아악!”

이 멍청한 새끼는 아프지도 않은데 정신 사납게 소리만 지르며 엄살만 부리고 있다.

“닥쳐 새끼야! 내가 막아주고 있는데 왜 지랄이야?”

“…….”

녀석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쿠웅-!

크레인은 계속 건물을 부수며 지나갔다.

“젠장할.”

쿠쿠쿵!

결국, 견디지 못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위에서부터 건물 잔해들이 쏟아져 내렸고 우리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악!”

갑자기 땅이 훅 꺼지면서 우리는 아래로 떨어졌고 녀석은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쿵!

우리가 있던 건물은 완전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잔해가 우리를 덮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자식은 공황 상태에 빠져 냅다 살려달라고 소리만 꽥꽥 질러대고 있었다.

“제발 닥쳐줄래? 귀청 떨어질 거 같으니까?”

“살려주세요!!!!”

녀석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쉴새 없이 소리만 질러댔다.

아무래도 말을 들을 상태가 아니다.

충격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전기로 한번 지져진 녀석은 숨을 한번 크게 토해낸 다음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커헉! 컥!”

“정신이 들어?”

“허억……. 허억……. 갑자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 새끼가 너를 죽이려고 이렇게 한 거지 뭐겠냐?”

진짜 어마어마한 새끼네.

크레인으로 건물을 박살 낼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해야 나오는 거야?

“봐봐. 그 새끼는 네가 나한테 불까 봐 이렇게 없애려고 하는 놈이야. 설마 지금도 그딴 녀석에게 계속 붙어 있을 생각을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드디어 정신을 차렸네. 알았으면 빨리 말해 봐.”

“예. 일주인 전에 한 20대 중반처럼 보이는 남자가 제게 접근해 왔습니다.”

“그 남자 인종은? 혹시 동양인이었어?”

“아닙니다. 저와 같은 백인이었습니다.”

백인이라…….

순간 그 자식이 미국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하기는 일렀다.

일단은 계속 더 들어보기로 했다.

“오케이. 계속해봐.”

“그 남자는 저에게 힘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안 믿었었는데 갑자기 AI 같은 게 제 안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 남자는 자기 말을 잘 들으면 계속 그 힘을 가지게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시키는 것을 했을 뿐입니다.”

“……그게 다야?”

“네…….”

이 새끼가 장난하나?

“됐다. 너에게 설명을 들으니 그냥 내가 직접 분석하는 게 낫지. 이리 와봐.”

나는 이마에 손을 대려고 했다.

“가,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녀석은 또 불안해하며 몸서리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봐. 새끼야. 아픈 거 아니니까.”

“……네.”

꼭 정색하고 말해야 말을 듣는다.

손을 대니 녀석 안에 있는 데이터 흐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녀석이 받은 데이터 응집체는 너무나 허접했다.

자아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데이터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자식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힘이 조금 생기니까 신났다고 냅다 받은 거다.

그 순간 녀석의 데이터 응집체로 외부 데이터가 유입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하하. 또 방해한다 이거지?”

전에 아마존에서 데이터 유입을 막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를 떠올리며 나는 데이터 벽을 만들었다.

“어림없다. 새끼야.”

역시 한번 경험해 봤다고 이제는 수월하게 막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녀석한테 준 데이터 응집체를 파괴할 목적이었나 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이미 이 녀석과 그 자식이 대화한 기록을 가져가 버렸다.

나는 찬찬히 대화 기록을 살펴보았다.

이 녀석 말대로 별다른 기록은 없었다.

대화를 살펴보니 이 녀석은 라이언 뱅크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세계 데이터에 대한 것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그 새끼가 시키는 대로 나한테 말했을 뿐이었다.

이대로 소득이 없이 끝날 뻔했으나 그래도 한 가지 재밌는 기록이 남아있었다.

바로 이 데이터 응집체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미세한 흔적이 있었던 것이다.

단 하나의 미세한 흔적밖에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소득이었다.

녀석에 대한 실마리가 거의 전무했는데, 잘만하면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오. 이 흔적 좀 분석해줘.’

[네. 맡겨주십시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바로는 안 될 거 같은데?’

[흔적이 너무 미세해서 1주일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

이제껏 디오에게서 이런 기간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다.

하지만 데이터 흔적이 정말 극악으로 엄청나게 조금 남아있었기에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디오라도 그걸 계산하고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나 보다…….

일단은 이거라도 얻은 거에 대해 만족해야 했다.

“저, 저기 다 끝났나요? 이제 손 좀 치워주시면 안 될까요?”

이 눈치 없는 놈은 이딴 말이나 하고 있다.

진짜 답 없는 놈이다.

“그래. 다 끝났다.”

“그럼 저희 이제 여기서 나갈까요?”

“나는 그냥 나갈 수 있는데 너는 어떻게 나가려고? 이 잔해더미를 어떻게 헤쳐나갈 건데?”

“…….”

내가 너무 태연하게 말하자 녀석은 황당해하는 눈치였다.

“설마……. 저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그냥 가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래야지. 내가 여기 계속 갇혀 있을 수만은 없잖아. 그리고 내가 뭐가 좋아서 너 좋은 걸 해줘야 해? 너 아까 전기충격기로 날 공격하려 하지 않았었냐?”

“…….”

녀석이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요.”

“싫어. 잘못했으면 대가를 받아야지. 이 데이터 쉴드를 해체해 버리면 잔해더미가 너한테 그대로 떨어지겠지?”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직 죽기에는 너무 젊다고요.”

녀석은 또 질질 짜며 나한테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하아…….

진짜 보고 있으면 암 걸릴 것 같아 미치겠다.

“좋아. 내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서 데이터 쉴드는 없애지 않을게.”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가는 건 너 알아서 해.”

“…….”

순간 희망에 찬 건 같았던 녀석의 표정은 다시 일그러지고 있었다.

“잘 있어라.”

“저, 저기요?”

“수고.”

나는 그대로 집으로 이동하며 사라졌다.

잠깐 ‘안 돼’라고 절규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게 내버려 두기는 그래서 구조대는 불러줬다.

아마 며칠 굶고 나면 구조는 될 거다.

나한테 개겼는데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야지.

일단은, 실마리를 약간 얻었으니 조금씩 숨통을 조여나가기로 했다.

***

미국 백악관.

에이든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방에 모인 사람들을 쳐다봤다.

여기에는 CIA, FBI 국장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부통령 등 미국의 수뇌부가 다 모여있었다.

“대통령…….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잘못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습니까?”

CIA 국장 올리버가 같잖다는 듯이 에이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편을 들어주려고 해도 이건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드네만.”

에이든은 자신 앞에 놓아져 있는 서류를 쳐다보며 말했다.

서류에는 한국을 침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과 전쟁을 벌이자니. 지금 제정신이오?”

에이든의 목소리에는 엄청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제정신이지요. 이것을 반대하는 당신이 오히려 제정신이 아니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하.”

에이든은 국방부 장관의 말에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미치겠군. 이봐! 다들 단체로 약이라도 하고 온 건가?”

“대통령. 말조심하시오.”

부통령은 정색하며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단체로 마약 카르텔 편을 들더니 이제는 이런 미친 소리나 하고 있길래 마약을 하고 온 줄로 알았네만. 약을 안 했다면 그냥 정신이 나간 거겠군.”

“…….”

다들 에이든을 무섭게 노려봤다.

그에 에이든은 피식 웃었다.

“한국과 전쟁을 할 명분이 무엇이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찾아낼 수가 없는데 말이오.”

“warrior 그 자식이 우리 미국을 농락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그 녀석을 대대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다른 어떤 명분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올리버는 답답하다는 식으로 나왔다.

“그거라면 warrior만 잡아들이면 되지 않소. 왜 굳이 전쟁까지 벌이겠다는 것이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오사마 빈라덴으로 인해 일어난 전쟁입니다. warrior 하나만으로도 전쟁을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봅니다만.”

“하! 진짜 그런 개 논리들은 어디서 배워오는지 모르겠소.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고 명문대에도 나왔으면서 왜 이렇게 사리 분별을 할 줄 모르는지 원. 아! 당신들이 왜 그러는지 알겠소.”

에이든은 그들을 향해 한껏 비꼬며 말했다.

“금융회사 연합이 warrior가 마약 카르텔을 없앤 것 때문에 뿔이 많이 났다. 그래서 당신들에게 이렇게 전쟁을 추진하라고 사주한 것이고 당신들은 그들의 개라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거지. 어떻소?”

에이든은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그들의 속내를 드러냈다.

“하아…….”

올리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에이든을 불렀다.

“거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왜 이렇게 답답하게 나오는지 모르겠네. 왜 혼자 독단적으로 나가려는 겁니까? 이 세상에는 예전부터 이어오던 힘의 균형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무너지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걸 모르십니까? warrior를 없애지 않으면 분명 위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힘의 균형이라……. 그냥 당신들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은 거면서 고상하게 말은 잘하오.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warrior가 옳은 일을 하고 있고 당신들과 금융회사 연합이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당신들을 향한 비난을 보면 모르겠소?”

“대통령!!!!”

올리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악을 질렀다.

방 안은 살얼음판 위에 있는 것처럼 살벌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 warrior는 우리 미국의 특수부대를 건드렸습니다!”

“그 머저리 같은 놈들 말이오?”

“나라를 위해 순국한 군인들을 그딴 식으로 말하다니 당신 정말 미쳤어?!!”

올리버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격분했다.

“특수부대들이 그렇게 된 것은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약 카르텔을 돕다가 그런 것 아닌가? 내가 알기론 지금 미국 내에서 warrior에게 당한 특수부대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

“하아…….”

올리버는 골치 아픈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warrior를 없애지 못하면 미국은 망합니다. 그걸 정녕 모르는 겁니까?”

“미국이 망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망하는 거겠지.”

에이든도 기분이 많이 상했는지 포커페이스가 많이 망가져 있었다.

올리버와 에이든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계속 기회를 줬지만 안 되겠군요. 계속 그렇게 나오겠다면 하는 수 없지요.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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