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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데이터 쉴드 성능 테스트 (3) (81/201)

80화. 데이터 쉴드 성능 테스트 (3)

warrior가 그 사업가의 아들이고 이번에는 나를 타겟으로 지목했다고?

페르난도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 잘나가던 카를로스가 망했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곧 자네에게 한바탕 폭풍이 몰아칠 것 같네. 그리고 자네가 몰락한다면 그다음 타겟은 우리가 되겠지. 우리 모두 그 사업가의 죽음과 연관이 있으니까 말이야.”

산체스는 무거운 얼굴이었다.

상대는 중국을 초토화해놨고 또 1조 5,000억 달러까지 받아냈다는 소문이 도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그런 놈과 이제 싸워야 한다니 다들 간담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페르난도는 임원들에게 강한 각오를 보이며 말했다.

“당하고만 있을 수야 없죠. 대비해야 합니다. 듣자 하니 그놈은 해킹에 능하다고 하더군요. 놈은 카를로스의 비트코인을 빼돌린 것처럼 저희가 가진 비트코인과 계좌도 털지 모릅니다. 어서 하루빨리 가지고 있는 재산을 전부 현물화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하면 녀석이 여기에 직접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 우리 재산은 안전합니다. 한곳에 모아놓고 지키면 제까짓 게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페르난도의 주장에 다른 임원들도 동감하고 있었다.

“만약 직접 쳐들어온다면요?”

거기에 한 임원이 반론을 제기했다.

“중국도 턴 놈인데 여기에 안 쳐들어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게다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다는데 뭔 짓을 안 하겠습니까?”

“하긴 그렇군요…….”

마냥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다들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페르난도가 좋은 수가 생각났는지 의견을 제시했다.

“그거야 녀석이 여기로 못 들어오게 만들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출입국 직원들과 공항 직원을 매수해서 warrior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 놈들도 마찬가지로요.”

“그것도 대비는 해야겠죠. 하지만 그래도 넘어온다면요?”

아까 반론을 제시한 임원은 또 다른 경우의 수를 말했다.

페르난도는 다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럼 싸워야죠.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모두 전기 절연복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기 절연복은 갑자기 왜?”

“녀석은 이상한 전기 공격만 사용할 수 있나 봅니다. 하지만 그걸로 사람이 죽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전압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뜻이죠. 따라서 전기 절연복 정도만 입으면 녀석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산체스는 페르난도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면 자네 말대로 어서 다 해보자고. 다른 사람들도 현물화 작업, 입국을 막는 작업, 또 전기 절연복 준비 작업까지 신속하게 해주길 바라겠네.”

“네. 알겠습니다!”

다들 산체스의 말에 힘차게 대답했다.

“페르난도. 넌 선전포고가 온 만큼 잘 준비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몬테레이 카르텔들은 warrior의 공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

[현물화 작업 실시하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재산을 전부 금과 다이아몬드, 현금으로 바꾸느라 정신없는 상태입니다.]

디오는 몬테레이 카르텔들이 하고 있는 짓을 실시간으로 보고해주고 있었다.

“좋아. 원하는 대로 잘하고 있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현물화해서 한곳으로 모이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내 노림수였다.

그 멍청한 녀석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자기들이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좋은 짓을 하느라 바쁘다.

“비트코인이랑 계좌를 털 거면 진작에 털었지. 누가 현물화할 때까지 기다려 준대? 진짜 멍청한 새끼들.”

녀석들의 한심함에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삽질 계속하라고 하고 동태 계속 보고해줘.”

[네. 알겠습니다.]

띠리리리-!

[백기완]

아까 연락했었는데 바쁘다고 이따가 통화하자고 한 백기완 대통령에게 전화가 왔다.

“대통령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회의할 게 많거든요. 누구 덕분에요.”

그 ‘누구’가 왠지 ‘나’인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이겠지?

“혹시 저 때문이신가요?”

“오! 잘 아시는군요.”

백기완 대통령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진심이기도 한 것 같았다.

“하하하…….”

좀 미안한 감도 있기에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라일 씨가 우리 편이라면야 얼마든지 바쁜 것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서 항의와 견제가 들어오기 때문인 것 같군요.”

현재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 관심이 물론 호의적이지는 않다.

중국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세계 경제는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그 원인이 ‘나’라는 증거는 없다고 해도, 정황상 모두가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상황.

당연히 시선이 고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들도 중국처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 마음에는 두려움이 자리했을 거다.

그렇게 세계 강대국들이 중국의 일을 트집 잡아 계속 한국 정부에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르쇠 작전으로 나가고 있긴 한데, 계속 귀찮게 하나 보다.

“어차피 라일 씨가 잘 대처해준 덕분에 모르쇠 작전으로 일관하면 그들도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심증만으로는 일을 처리할 수 없으니까요. 아마 지금이 제 인생에서 제일 거짓말을 많이 하는 순간인 것 같네요.”

“하하하하하하.”

나는 그만 이 말에 박장대소해버리고 말했다.

“아무래도 백 대통령님께서는 저 때문에 많이 타락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렇네요. 책임지십시오.”

그도 같이 재밌어하며 말했다.

“대통령님을 더 재밌게 해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인즉슨 지금 또 무슨 일을 꾸미고 계신다는 것 같은데요…….”

백기완 대통령은 호기심과 불안함이 동시에 깃든 어조로 물었다.

“아마도 그 일 때문에 저에게 연락하신 것 같군요. 대체 이번에는 무슨 일입니까?”

“이제 백 대통령님께서는 저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나는 천진난만하게 그에게 말했다.

“북한을 도발할 생각입니다.”

“!!!!!!!”

직접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화 너머로 아연실색하고 있을 백기완 대통령의 얼굴이 딱 그려졌다.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군요…….”

역시나 백기완 대통령은 기가 찬 듯한 반응이었다.

“뭐 항상 그렇듯이 그러시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요. 어디 한번 들어나 봅시다.”

“데이터 쉴드 2차 버전을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이번 2차 버전에서는 폭탄까지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요?”

“그런데 솔직히 미국의 스파이들이 두 눈 불 켜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폭탄실험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웃들을 이용해 테스트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그러면 적당히 둘러댈 말도 생기니까요.”

“하하하하…….”

백기완 대통령은 이번에는 실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정말 저는 라일 씨의 안목과 생각을 따라갈 수가 없군요. 기가 막히는 발상입니다.”

“이제껏 도발은 항상 우리만 먼저 당하지 않았습니까? 한 번쯤은 우리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죠. 최근에 중국을 도와 우리를 도발한 것이 괘씸하기도 하고요.”

“괘씸하긴 하죠. 그 일로 항의했는데도 답을 여전히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백 대통령은 갑자기 나로 인해 없던 투지가 생기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니까요. 그래서 테스트도 할 겸 훈육도 같이하는 거죠. 일타쌍피랄까요?”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별거 없습니다. 그냥 우리의 유능한 장수진 요원을 북파할 생각입니다.”

“……동의 된 겁니까?”

“이제 해야죠.”

“그렇군요…….”

수진이에게 애도를 표하는 백 대통령의 마음이 느껴졌다.

불쌍해도 어쩔 수 없다.

내 유능한 따까리가 된 이상 그냥 감당할 수밖에…….

“늘 그렇듯 알아서 하십시오. 저희는 계속 모르쇠 작전으로 나갈 테니까요. 그 건방진 녀석들도 한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나중에 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의 허락을 받은 나는 곧바로 수진이에게 연락했다.

내 설명을 들은 수진이는 역시나 기겁했다.

“기뻐서 놀라는 거야?”

“……장난하십니까?”

녀석의 말투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

“계속 갇혀있으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저번에 스파이 잡을 때 너무 싱거웠다고 아쉬워했었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더 재밌는 걸 준비했어.”

“하아…….”

수진이의 한숨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라일 님은 정말 적당히를 모르시는 겁니까?”

“안전은 무조건 보장한다. 맘 놓고 놀고 오면 돼. 그리고 이번 실험 끝나면 휴가도 줄게. 어때?”

“뭐 제게 언제는 선택권이 있었나요? 하겠습니다. 요즘 너무 몸을 안 써서 둔해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간만에 큰 작전을 수행하면서 몸 좀 풀죠 뭐.”

“하하하하하하. 역시 넌 마음에 든다. 그럼 준비해둬.”

그렇게 일이 잘 풀릴 줄 알았는데 일수가 알고 나서 이 일이 문제가 됐다.

“지금 장난해?!!!”

일수는 거의 처음으로 나에게 진심으로 정색하며 말했다.

녀석은 이미 눈이 돌아가서 내 설명이 귀에 전혀 안 들어왔다.

“내가 안전을 보장한다니까? 그리고 수진이는 이렇게 몸 푸는 것을 좋아해.”

“헛소리 마!!! 어떻게 그런 연약한 애를 그 이리 떼의 소굴로 보낼 수가 있어?!!!”

야…….

걔가 어딜 봐서 연약하냐……?

“진짜 몸에 생채기 하나 안 나게 내가 해준다니까? 수진이가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었다는 것을 제발 기억해줘. 걔는 그렇게 한 번씩 훈련을 해 줘야 해.”

“시끄러!!!! 난 절대 수진이 혼자 거기 못 보내. 보낼 거면 나도 보내!”

…….

친구야.

너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안 돼. 너는 그냥 민간인이잖아. 감당하기 힘들 거야. 그냥 나를 믿고 수진이를 보내줘.”

“절대 안 돼!! 수진이를 보내지 말든가 아니면 나랑 같이 보내든가 둘 중 하나 선택해!!! 절대 타협은 없어!”

일수는 강수를 두며 나왔다.

얘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하아…….

어쩌다 장수진에게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버려가지고…….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해야 할까?

“진짜로 같이 갈 거냐?”

“그래!”

“…….”

답 없다.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다.

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같이 가라…….”

“나이스!”

…….

이게 좋아할 일이냐?

“네 덕분에 내가 북한에도 다 가네. 처음이라 설레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좋아하니까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줄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예!”

일수는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진이랑 일수가 같이 북한에 간다니…….

정말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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