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인간-24화 (24/217)

제7장 위암 치료제 시판 (2)

“빈자리가 없으니 여기 합석하세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이지연이 합석해도 된다고 하자 어차피 빈자리도 없었기에 현수가 이지연 옆에 앉았다.

이지연은 누가 봐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전형적인 미녀였다.

여기에 세련되기까지 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지연의 친구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예쁘고 섹시한 얼굴이었다.

그렇다고 노출을 많이 한 것도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섹시한 스타일이었다.

흰색의 민소매에 풍만한 가슴, 검은색 테니스 스커트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몸매까지 좋아서 주위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그만큼 이지연과 친구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미녀들이었다.

설렁탕을 한 그릇씩 시켜서 절반 정도 먹은 상태였다.

직원이 다가오자 현수가 설렁탕 한 그릇과 수육 대자 한 접시를 주문했다.

“소주나 맥주는 주문 안 하세요?”

“예, 술은 모임이 아니면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그랬군요. 이쪽은 저의 친구 한은경이에요.”

“아, 그렇습니까? 김현수입니다.”

“한은경이에요.”

설렁탕을 먹다가 인사를 나누는 것도 그랬지만 합석을 하였기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김이 모락 피어나는 설렁탕과 수육 대자 한 접시가 차려졌다.

“같이 먹으려고 수육 대자로 주문하였으니 같이 드시죠.”

“고마워요.”

“예, 잘 먹을게요.”

이지연과 한은경이 현수와 함께 수육을 먹었다.

수육 대자였기에 푸짐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깍두기와 배추김치도 맛있었다.

20년 전통의 청담 설렁탕이라서 그런지 단골손님이 제법 많은 곳이었다.

현수가 오늘 처음 들어와서 먹어보는 것인데 만족할 수 있는 식당이었다.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을 넣고 저어서 먹는 사람도 있는데 현수는 그냥 후추를 조금 뿌리고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어 먹었다.

이렇게 먹는 것이 깔끔하고 좋아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설렁탕과 수육을 맛있게 먹었다.

“합석을 했는데 제가 식사비를 계산하겠습니다.”

“어머, 그럼 커피는 제가 살게요.”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현수가 이지연과 한은경이 먹은 설렁탕까지 계산을 했다.

미녀들은 잠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질을 하고 화장을 살짝 고쳤다.

관심 있는 남자 즉, 현수가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려는 본능이었다.

립스틱을 바른 후에 함께 여자 화장실에서 나왔다.

청담 설렁탕 밖에서 기다리던 현수가 이지연과 한은경이 나오자 함께 인근에 있는 커피전문점 시다모로 들어갔다.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커피나 에스프레스 커피와 음료를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핸드드립 커피로 3잔을 주문하고는 창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잠시 후에 이지연이 가서 주문한 것을 가져왔다.

태연하게 현수 옆에 앉았다.

한은경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러운 눈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다.

스윽!

현수가 찻잔을 들어 핸드드립 커피의 향을 맡아보았다.

향긋하고 좋은 바로 그런 커피 냄새가 났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내추럴 원두커피였는데 핸드드립 커피로 내리니 맛과 풍미도 좋았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두 자체는 고급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최고급 원두는 아니었다.

바리스타의 커피 내리는 솜씨가 대단했다.

“커피 어때요?”

“향과 맛, 그리고 풍미까지 다 좋군요.”

“커피에 대해 좀 아는군요.”

“커피를 매일 여러 잔 마시다 보니 그런 모양입니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실력도 좋군요.”

현수의 말에 이지연이 머리를 끄떡였다.

한은경도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고는 현수의 말을 인정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서로 공감을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갑자기 용기를 내어 한은경이 현수에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세요?”

“아, 작은 제약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어머, 그래요?”

“예, 설립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습니다.”

“주로 어떤 약을 만드세요?”

“아직은 한 가지 약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승인을 받아 시판을 시작하였습니다. 잘 모르실 테지만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입니다.”

“그렇군요.”

현수가 예상한 대로 한은경은 몰랐다.

그렇지만 이지연은 아니었다.

“어머, 정말 그린터치 정을 만드는 카오스 제약 회사인가요?”

“예, 그런데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친척 중에 한 분이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앞두고 계셨는데 병문안을 갔었거든요. 위암 치료제 신약이 시판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약을 복용했었다고 해요. 그랬는데 불과 며칠 만에 크게 효과를 봐서 수술을 하지 않고 계속 복용해서 지금은 위암 초기만큼 좋아지셨다고 했어요. 아마 며칠 더 지나면 의사가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요.”

“흐음, 그랬었군요.”

“예, 정말 효과가 좋다고 하시면서 복용한 약의 이름이 그린터치 정이라고 했거든요. 기억하고 계시는 것이 놀라웠어요.”

이지연의 말에 현수가 머리를 끄떡였다.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은 그래서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카오스 제약까지 알고 있다니 의외였다.

“카오스 제약 회사까지 알고 있다니 놀랍군요.”

“호기심에 그린터치 정을 만드는 제약 회사가 어디인지 컴퓨터로 검색을 해서 카오스 제약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장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자연스럽게 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오스 제약 회사가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규모가 작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신약을 개발하여 시판을 하였기에 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지연이 더 관심을 보였다.

물론 한은경도 눈치로 현수의 제약 회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커피전문점 시다모를 나왔다.

“오늘 즐거웠어요.”

“그랬습니까?”

“그럼요. 다음에 다시 뵈어요.”

“예, 잘 가세요.”

한은경이 손을 흔들더니 택시를 잡아타고 먼저 떠났다.

그제야 현수와 이지연이 나란히 걸었다.

같은 청담동 제우스 빌라에 살고 있었기에 이런 점은 좋았다.

커피전문점 시다모에서 이것저것 현수에 대한 것들을 물어 보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을 넘어 호감까지 생겨났다.

현수도 이지연이 예쁘고 몸매가 좋아서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사귀거나 하고 싶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도 하였지만 전생에서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고 밀레니엄 회귀한 후에도 아직 없었다.

경험을 해보지 못하였기에 더 그런 것도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청담동 제우스 빌라로 들어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직도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않다니 나에게 관심이 없나?’

여자가 먼저 나서서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기가 그랬다.

몇 번이나 눈치를 주었지만 그걸 현수가 알아채지 못하였다.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

어떻게 보면 오늘 마지막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하였다.

“그럼 들어가세요.”

“예, 오늘 즐거웠어요.”

“예, 저도 그랬습니다.”

이지연이 먼저 10층에서 내리고 다시 문이 닫혔다.

순간 멍하게 엘리베이터를 쳐다보았다.

“순진한 건가? 아니면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1001호의 출입문 앞에 서서 열려고 하다가 멈칫하면서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엘리베이터가 12층으로 올라가서 멈추더니 문이 열렸다.

현수가 내리더니 펜트하우스의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한 후에 거실 한쪽에 장식처럼 두었던 투명한 수정 여의주와 자수정 여의주를 각각 손에 들고 수련실로 들어갔다.

수련실 바닥에 각각 여의주를 놓고 가부좌를 틀었다.

“흐음, 오늘은 서클을 형성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눈을 감고는 정신을 집중한 후에 오라클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츠츠츠츠!

투명한 수정 여의주와 자수정 여의주에 농축되어 있는 마나가 강제로 끌려오더니 현수의 입을 통하여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몸속으로 들어온 농축 마나들은 마력으로 가공하여 심장 옆에서 회전하고 있는 마력의 띠에 주로 주입이 되고 일부는 회전하고 있는 두 개의 서클에 각각 흡수가 되었다.

얼마 후에 평소에 흡수하는 농축 마나의 양 만큼 흡수했다.

오라클 마나심법을 중지하려고 했는데 서클 형성 직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고민했다.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조금 무리를 하면 어쩌면 세 번째 서클을 형성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니야,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아. 내일 도전하여 세 번째 서클을 형성하면 돼.”

욕심이 나기는 했지만 오라클 마나심법을 중지하였다.

감았던 눈을 뜨고는 바닥에 놓아두었던 투명한 수정 여의주와 자수정 여의주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농축 마나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갑자기 씨익 웃더니 가부좌를 풀고 투명한 수정 여의주와 자수정 여의주를 집어 들었다.

수련실을 나와 원래 두었던 곳에 두고는 거실 창가로 가서 커튼을 젖히면서 창밖의 한강을 내려다보았다.

밤이기는 하지만 야경이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보다는 어둡지 않았다.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잠시 사람들과 한강을 내려다보다가 소파로 가서 앉았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책들을 무작위로 꺼내어 파노라마처럼 펼쳤다.

“후후후, 방대한 양의 책들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것들을 꺼내어 읽어보면서 각인 작업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나를 보면 놀랍고 대단해.”

확실히 책을 많이 읽으니까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이 크게 확장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책들을 읽어볼 것이기에 사고의 폭은 더 넓게 확장될 거였다.

이것은 전생에서도 일부를 경험하기는 했었지만 제대로 경험을 해보지는 못한 거였다.

그렇게 현수는 혼자만의 책 세상에 푹 빠졌다.

현수가 사장실의 집무 책상 의자에 앉아서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승인을 해도 되는 서류들에는 사인을 했고, 그게 아니라면 보류를 시켰다.

양재동의 카오스 생산 공장의 공사가 드디어 완공되었다.

그동안은 부분적으로 몇 개의 층만 활용하여 위암 치료제 신약 그린터치 정을 생산했었다.

앞으로는 모든 층에서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기에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었다.

집무 책상에 놓아두었던 흰색의 삼송 핸드폰이 진동했다.

집어서 보았더니 청담 부동산의 김 중개인이었다.

“여보세요?”

-예, 김 사장님. 저 청담 부동산의 김 중개인입니다.-

“아, 그랬군요. 좋은 매물이 나왔습니까?”

-예, 마침 테헤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빌딩 하나와 청담사거리 부근의 도산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빌딩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매물을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가능합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청담사거리 도산대로변에 있는 대륙은행 앞에서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그곳에서 보시죠.”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현수가 씨익 웃었다.

여유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에 부동산이 폭등을 하기 전에 강남구나 서초구, 송파구 쪽에 위치한 빌딩이나 상가 건물이 있으면 매입을 해두려는 거였다.

내년에는 IMF 관리 체제가 끝이 나면 부동산이 폭등할 거였다.

그전에 가치가 높아 보이는 부동산이라면 매입을 해두는 것이 투자로써 좋다.

현재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카오스 빌딩도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고 20층짜리이기에 앞으로 부동산 가치가 높다.

이런 상태에서 청담사거리 부근의 도산대로변에 위치한 20층짜리 빌딩과 테헤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빌딩이라면 무조건 매입을 해두는 것이 좋았다.

특히 현수는 여유 현금으로 매입하는 부동산이라서 더 좋았다.

굳이 비싼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랬기에 결코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몇 개의 부동산을 더 매입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남아 있는 서류들을 서둘러 읽어보고 승인을 하거나 보류를 시켰다.

깔끔하게 서류를 다 처리한 현수가 인터폰을 눌러 말했다.

“미스 김, 외출을 할 생각이니 차 대기시켜 주세요.”

-예, 사장님.-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옷걸이에 걸어 두었던 재킷을 집어 들었다.

지갑과 흰색의 삼송 핸드폰을 챙겨서 사장실을 나섰다.

2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인사하더니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 층으로 내려갔다.

검은색 벤츠 S280과 대현자동차의 대형 세단 검은색 그라니아가 대기해 있었다.

경호원이 재빨리 차 문을 열어주자 현수가 벤츠에 타고 경호원 한 명은 벤츠 조수석에 타고 나머지 경호원들은 그라니아를 타고 출발했다.

청담사거리 도산대로변에 있는 대륙은행 앞에 멈추었더니 청담 부동산의 김 중개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비즈니스도 잘하고 눈치도 빨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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