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신흥 재력가 (3)
딸깍!
김 과장이 차문을 열어주었다.
이석열 상무가 차에 타더니 조수석에 타는 김 과장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아직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모르는 놈이야.”
“예,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부우웅!
차가 출발하자 이석열 상무가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압력을 행사해야겠어. 그리고 카오스 제약의 연구소에 있는 연구원들을 포섭해봐.”
“예, 상무님.”
“다른 제약회사에서 달려들기 전에 서둘러 처리해야 해.”
“알겠습니다.”
“특허청에 말하여 특허 등록을 늦추어야겠군.”
“상무님,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놈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이석열 상무가 생각하기에 가소로웠다.
김현수 사장이 비록 럭키복권 1등에 당첨되어 그 자금을 이용하여 자본금 100억 원의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여기에 양재동에 부지를 매입하고 카오스 연구소와 카오스 생산 공장을 신축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남아 있는 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뒷조사 내용을 보았더니 청담동 제우스 빌라 84평형과 168평형의 펜트하우스를 매입하여 호화롭게 살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세무 조사를 당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여 낭패를 당하게 했을 거였다.
그렇지만 김현수는 확실하게 자금 추적이 되는 럭키복권 1등 당첨금으로 청담동 제우스 빌라 84평형과 168평형의 펜트하우스를 매입하여 살고 있으며, 사업을 시작했기에 털어도 지금은 나올 것이 없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 되지도 않았다.
“상무님, 카오스 제약에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업을 시작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잖아.”
“예,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세무조사를 하면 크게 당황할 겁니다. 사업에도 지장이 생기고 말입니다.”
“흐음, 듣고 보니 그건 그렇겠어.”
“예, 털어서 조금이라도 먼지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김 과장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나올 것이 거의 없겠지만 사업에 지장을 만들 수는 있었다.
이렇게 작정을 하고 괴롭히려면 방법은 많았다.
한편, 현수는 사장실의 창가에 서서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테헤란로에 다니는 차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흐음, 이상하게 신강제약의 이석열 상무라는 자와 김 과장이 신경이 쓰이는군. 야망이 큰 자였기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지. 나름 대비를 해놓는 것이 좋겠군.”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작정하고 괴롭히려면 여러 곳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스윽!
현수가 손짓을 하자 집무 책상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염력을 사용해 보았는데 나쁘지 않았다.
사장실에 여비서가 있었다면 염력을 펼치지 않았을 거였다.
혼자 있었기에 시험 삼아서 염력을 사용해 보았는데 좋았다.
처척!
흰색의 삼송 핸드폰을 잡더니 법률 자문을 받는 김일수 고문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김 변호사님, 카오스 제약의 김 사장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예, 다름이 아니라 조금 전에 신강제약의 이석열 상무와 김 과장이라는 자가 찾아와 만나주었는데 투자를 하겠다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흐음, 그래서요?-
“나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해코지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으음,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나서서 해결을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세무조사 같은 것도 나올 수가 있으니 이름 있고 영향력도 높은 그런 세무 고위직에 있거나 최근에 퇴직하신 분으로 아시는 분이 있습니까?”
-그런 분을 한분 알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카오스 제약이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 세무조사가 나오지는 않을 텐데요?-
“상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이상하게 세무조사가 나올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대비를 해놓아서 나쁠 것은 없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가능하다면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고문 세무사로 모시고 싶습니다.”
-흐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당장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현수가 이번에는 뒤돌아 사장실 문을 열고 여비서에게 말했다.
“미스 김, 간부들을 사장실로 소집해 주세요.”
“예, 사장님.”
즉시 전화기를 들어서 간부들에게 연락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간부들이 사장실에 모였다.
현수가 나서서 신강제약의 이석열 상무와 김 과장이 찾아와서 만났는데 투자하고 싶다고 하면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투자를 거절했다고 알려주었다.
아직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좋게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법률적인 것은 부탁을 해놓았고 세무 관련해서도 아는 분으로 부탁을 해놓았다.
“여러분들이 해야 할 것은 카오스 연구소의 연구원들에게 접근하려는 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확인을 해보시고 보안을 강화하세요.”
“예, 사장님.”
“특허청에 특허 신청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도 알아보고 임상시험도 병원에 찾아가서 직접 확인을 해보고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조만간 우리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나름 대비하려는 겁니다. 범죄를 예방하듯이 일이 터지기 전에 예방이 최선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초장에 해결하는 것도 좋고 말입니다.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예, 사장님.”
“각자 맡은 임무대로 움직이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에게 보고하고 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간부들을 돌려보내고 현수는 혼자만의 사색에 젖어 들었다.
테헤란 갈비.
10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 3층 상가 건물을 전체 사용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1층과 2층에는 4인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비즈니스를 위한 손님들을 위해 3층에는 칸막이나 룸도 준비되어 있었다.
검은색 벤츠 S280과 검은색 대현자동차의 대형 세단 그라니아가 줄지어 테헤란 갈비 출입구 옆에 멈추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건장한 경호원이 재빨리 내려서 차문을 열어주자 고급 정장을 입은 현수가 내렸다.
며칠 전부터 10년 이상 운전 경력을 가진 30대 후반의 운전기사 2명과 4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을 모집했었다.
대현자동차의 대형 세단 그라니아에 3명의 경호원들과 운전기사가 타고 있었는데 경호원들만 내렸다.
운전기사들이 알아서 빈자리로 이동하여 주차하고 차에서 대기했다.
4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은 현수를 경호하면서 테헤란 갈비로 들어갔다.
겨우 23살에 불과한 현수이지만 노련하고 머리가 좋았다.
현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하기에 건장한 4명의 경호원들을 배치하고 함께 다니는 거였다.
이러면 양아치들이 접근하거나 기습 공격,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
황당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조치라 할 수 있었다.
현수 자신의 초능력이 대단하지만 그것을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3층으로 올라갔더니 창가 자리에는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낯선 중년인도 보였는데 소개를 시켜줄 세무관련 인물로 보였다.
“먼저 오셨군요.”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현수의 경호원들은 옆 테이블에 조용히 대기했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옆에 앉아 있는 중년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번에 국세청 부장으로 퇴직하신 한만수 부장님이십니다.”
“한만수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의 김현수 사장입니다.”
현수와 한만수가 서로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현수가 여직원에게 한우 모둠세트로 3접시와 소주와 맥주도 주문했다.
그리고 옆 테이블에도 한우 모둠세트 3접시와 음료수를 주문해 주었다.
경호로 인해 술은 마시면 안 되었기에 음료수로 한 거였다.
숯불과 불판이 놓이고 한우 모둠세트 3접시와 각종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여직원이 나서서 한우를 불판에 올리고 구워주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게 구워진 한우를 먹기 시작했다.
엄청 무거운 주제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무시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다.
김일수 고문 변호사가 대충 말을 했겠지만 현수가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해주었다.
“흐음, 그래서 세무조사에 대비를 하시려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회사가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상식적으로만 돌아가지 않아서 말입니다.”
“으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힘을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고문 세무사로 모시고 싶습니다.”
“고문 세무사로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연봉은 업계 최고로 해드리겠습니다.”
“으음, 조금 생각을 할 시간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생각을 해보시고 연락을 주셔도 됩니다. 이제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 하고 즐겁게 한우를 즐기면서 술도 하시죠.”
“좋습니다.”
현수는 23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했다.
한만수는 김일수 변호사에게 대충 듣기는 하였지만 직접 만나보니 김현수 사장이 대단해 보였다.
카오스 제약에서 이번에 위암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여 임상시험 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허청에 특허 신청까지 해놓고 승인이 나도록 기다리고 있다니 대단했다.
카오스 제약은 설립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위암 치료제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하여 시판하게 되면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였다.
신약은 개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제대로 개발하여 시판만 된다면 조 단위의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지금보다 수십 배로 회사를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도 있었다.
카오스 제약의 고문 세무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처음 만나는 자리였고 너무 단숨에 허락하면 체면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정도 튕겼다가 자연스럽게 영입이 되는 것으로 하려는 거였다.
명백한 거절이 아니라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였기에 말이다.
‘으음, 대단한 젊은이야.’
한만수는 대화를 나누어 보니 현수의 지식이 엄청났다.
겨우 23살에 불과한데 연륜까지 느껴졌다.
무모하게 카오스 제약을 설립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감이 있었고 추진하는 일들도 엄청났다.
일 처리를 하는 것이 마치 대기업 회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기에 한만수가 깜짝 놀란 거였다.
이제야 왜 김일수 변호사가 소개를 시켜주었는지 알 거 같았다.
조용히 서서 한우를 부위별로 구워주는 여직원 김영아도 속으로 놀랐다.
고기를 구워주다 보면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엿듣게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 허세나 허풍이 많았다.
그런데 현수는 아니었다.
변호사와 세무사로 보이는 사람과도 대화에 막힘이 없고 노련했다.
여기에 잘 생기고 능력도 있어 보였다.
20대로 보이는데 카오스 제약의 사장이라니 놀라웠다.
‘아, 테헤란로에 카오스 빌딩이 그 회사인가?’
김영아의 친구가 테헤란로에 위치한 20층짜리 고람빌딩에 한성 화장품이라는 회사에 경리로 일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가끔씩 고람빌딩 앞에서 만나서 식사하러 가곤 했었다.
그랬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고람빌딩이 팔렸다면서 카오스 빌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카오스 제약 주식회사가 주인이며 임대해놓은 사무실들이 기간이 완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내보낼 거라고도 했다.
그래서 한성 화장품도 계약 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았기에 인근의 빌딩에 임대를 알아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김영아가 아는 거였다.
아직 들어보지도 못한 카오스 제약이지만 자본금이 100억 원이나 되고, 테헤란로의 20층짜리 카오스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금이 탄탄하고 쉽게 볼 수 없는 회사였다.
‘20대로 보이는데 카오스 제약 사장이라니 대단해.’
잘생기고 능력까지 있는 현수였기에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김영아는 고기를 구워주면서도 현수를 힐끔거렸다.
비록 김영아가 고기를 구워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테헤란 갈비 사장의 딸이었다.
그렇기에 150억이 넘는 재력을 가진 집안이었다.
지금은 IMF 관리 체제라서 손님이 좀 줄었지만 예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가 밀레니엄이 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김영아는 얼굴이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집안이 재력도 있어서 콧대도 살짝 높았다.
오늘은 현수도 약속이 있거나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술을 거부하지 않고 마셨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다.
옆 테이블의 경호원들도 한우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도 현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 임무가 현수의 경호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고기 집이라고는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면 차에서 대기하도록 하지 이렇게 굳이 옆 테이블에 자리하게 하면서 한우 고기를 구워 먹게 하지는 않았을 거였다.